소설리스트

〈 53화 〉53화. 들통 (53/106)



〈 53화 〉53화. 들통

< -- 60. 생포 -- >

여성은 갑자기 랄라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여성의 공격에 황급히 판금 건틀릿으로 막았다. 하지만 여성의 검이 날카로웠는지, 그녀의 건틀릿에서는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젠장! 하필이면 이때...)


나는 유하연에게 겨누었던 검을 거둔 뒤, 곧장 여성에게 돌진했다.

"야! 뒤좀 봐봐!!!"

자신이 자빠뜨린 랄라에게 다가가고 있던 여성은  요청을 순순히 따라줬다. 여성을 향해 곧장 검을 내질렀다.


챙ㅡ!


"뭐하자는 거지?"


여성의 음산한 목소리를 볼때, 공격하는 순간 권능의 효과가 사라졌다.


"모험가?!... 죽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을 찔러넣고 있는 그녀의 검술 앞에서, 나는 어찌저찌 막아내며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녀의 검과 맞부딪힐때마다 손목이 아려왔고, 팔이 저려왔다. 랄라와 버금갈 정도의 괴력이었다.

"씨이이이발!!!!!!"


팔에 온 힘을 실어 검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서는 내 공격을 가뿐하게 넘겨받았다. 받은 뒤에는 내 배에 검을 꽂아넣었다.


"미친!!!!"

"용케도 피했구나, 얌전히 죽을것이지"


다행히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공격은 피했지만, 그녀는 현재  아래에서 쳐다본 채 검을 쥐고 있었다. 눈에서 흉흉한 살기가 뿜어져 있는게 식은땀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돈만 주면 모든지 하는 이 역겨운 새끼들!!!!"

그녀는 두 손으로  손잡이를 움켜잡은 후에 그대로  목에 내리그을려 했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돌연 그녀의 머리가 뒤로 넘어가더니 바닥에 발라당 자빠졌다.

랄라가 그녀의 후드를 우왁스럽게 잡은 채 뒤로 자빠뜨린 것이다. 넘어진 그녀의 얼굴에 랄라는, 단단한 건틀릿으로 무지막지하게 내리쳤다. 처음에는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점차 부러지는 소리 대신 둔탁한 소리만 들려왔다.

저 년의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뒤져버리면 안되므로 재빨리 랄라의 무지막지한 폭력행위를 말리고자 했다.


"랄라 씨, 그즈음 해두세요!"

"........"

"그러다 진짜로 죽겠습니다!!! 아직 신원파악도 안했는데 죽이면 곤란하다구요!!!!!"

내 제지에도 그녀는 주먹질을 그만 두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행동을 제지시켰다.


"이제 그만하세요!!"


"...... 놔"


그녀의 억센 힘에 둘렀던 팔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럴  체내에너지가 발현되면 좋으련만 들쭉날쭉이니 사람을 아주 그냥 미치게 만들었다.


"일단 진정 좀 합시다! 예?!"


안간힘을 쓰며 더욱 그녀를 껴안자, 그녀의 꼬리가 내 고간에 닿았다. 옷 너머로 느껴지는 살랑거리는 꼬리로 인해 자극을 받게되면서 발기가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발기가 되다니... 너란 새끼는)

민망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풀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녀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니 볼이 새빨갛게 물들여져 있었다. 자신의 꼬리이니 모를 턱이 없었다.


"너,너란 새끼는........"

"죄... 죄송합니다...... 근데 이건.... 그러니ㅡ"

그녀는 순간적으로 괴력을 내며  구속을 풀고서는, 나를 노려봤다. 그러나 노려만  뿐이지 어떠한 짓도 하질 않았다. 당연히 어제처럼 주먹이 날라올  알았건만 그저 죽일 듯한 기세로만 노려보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

"랄라 씨? 뭔가 대답이ㅡ"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스쳐지나가더니 이내 바닥에 철푸덕 앉고서는 자신의 건틀릿을 확인했다.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에 자빠진 여성의 얼굴을 확인했다.


여성의 얼굴은, 코뼈는 부러지고 열린 입술 사이로는 이빨이 군데군데 부서져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눈만은 멀쩡해 있었다. 코에 손가락을 대보고 목에다 맥을 짚어보니 랄라가 적어도 손속은 봐주면서 패줬나보다.

(뒤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네)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후드를 벗기니 단발의 적색 머리카락이 나타났다. 유하연은 언제 온 것인지 그녀 옆의 무릎끓고 앉아 눈물을 흘려댔다.

"흐흐흑.. 에라 씨, 에라 씨"

"하연 씨, 이 여자랑 아는 사이입니까?"


".... 그,그게......"


"일단 휴식했던 곳으로 돌아간 연후에 얘기를 듣도록 하죠"


"예......"

그녀의 힘없는 끄덕거림을 쳐다본 뒤, 서둘러 기절한 남성과 여성에게 가지고 있던 구속구와 밧줄로 단단히 묶는 작업에 들어갔다. 유하연을 죽일 기회는 또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


나무구멍에 도착한 후 기절한 년놈들이 깨어날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서 유하연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저 여성분의 이름은 '루딘 에라'로 제국수도에 있을 때, 몇  신세를 졌던 분이에요"


"뭐하는 여성입니까? 검술 실력이 상당한 걸 보면 평범한 여성은 아닌것 같은데"


내 물음에 그녀는 주저하다가 이내 말문을 열었다.


"임라리스 님의 직속 호위기사 분이세요...... 임라리스 님하고 항상 얘기를 나눌때마다 곁에 서 있었죠"

"임라리스라고?.......  뭐하는 년이야?"


그녀의 말에 랄라는 경계어린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건틀릿을 벗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말리며 나는 어쩔 수 없이 유하연에 대한 비밀들을 털어놓았다. 이제 그녀도 나와 같이 한 배를 탄 동지다.


"용사라니...... 전혀 그렇게 안보이는데? 날 놀리는거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주먹을 내게 향한 채로 그녀는 큰소리를 내질렀다. 그녀의 이런 반응을 예상못한 것은 아니었기에 다시 한 번 설명해주며 유하연에게 능력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유하연은 솜인형을 꺼내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녀의 능력을 확인하고 나서야 랄라는 입을 다물더니 자리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끄으으...."

초상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남성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자신의 몸에 묶여진 포박줄과 손발에 차여진 수갑과 족쇄를 확인하고서는, 분노를 터뜨리며 외쳐댔다.

"개새끼들이! 이거 당장 안풀어?!!"


"아가리 닥치고 내가 묻는 말에 답할때만 아가리 열어? 알겠지?"

"크크크, 병신 새끼가 뭐라 지ㅡ"

퍽!

눈두덩이에 주먹을 찍어버리자 그의 왼쪽 눈에서 눈물이 미친듯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눈이 새빨개졌다. 나는 그의 왼쪽 눈을 손가락으로 강제로 벌린 후 입바람을 불어주었다.

"끄으으읍!"


"새끼가 꼴에 참기는, 한번더 주둥아리 놀리면 그때는 오른쪽 눈도 똑같이 만들어줄테니깐 잘 처신하라고"


"내가 벌벌 떨 줄 아는가본데, 난 비아데나르다"
"네놈같은 덜떨어진 녀석과는 임무에 대한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이 말이라고"

"씨발아"


입을 억지로 열게 만든 후 그 안에 큼지막한 돌맹이를 집어넣어 비명을 못지르게 했다. 그리고 이내 놈의 왼쪽 눈에다 자잘한 돌맹이들을 쑤셔넣자마자,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코로 숨을 거칠게 들이마시고 뱉어냈다.

"이제 대답할 마음이 들었어?"

"으으읍ㅡ으읍ㅡ"


"아 미안, 미안, 빼줘야지 말을  수가 있었지, 참"

돌을 빼주자마자 그는 내 얼굴에 침을 탁 뱉더니 웃음을 흘려댔다.

"하아...... 이 개새끼가"


그의 정수리를 딱 부여잡은채 남은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고서는, 놈의 턱 밑을 강하게 올려쳤다. 빡! 소리가 나더니 그는 이내 얼굴을 아래로 떨군  침을 질질 흘려댔다. 아마 내일까지는 못 깨어날 것이다. 내일이 오면 권능을 사용해 놈을 심문해야겠다.

주먹을 풀고 뒤를 돌아보자 유하연은 두려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고, 랄라는 자신의 손에  상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꽤 깊게 베인것인지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배낭에서 가루약과 붕대를 꺼내고서는 그녀에게 다가가 앉았다.

"랄라 씨, 치료해야 되니깐  좀 주십쇼"

"필요없어"


"쓸데없는 고집  그만 부리시고"


억지로 그녀의 손을 잡아다 내쪽으로 끌고서는 치료를 시작했다. 난동을 부릴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얌전히 있었다. 가루약을 바를 때 약간 손을 움찔거리기만 했을 뿐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녀가  목숨을 살려줬으니 이렇게 해주는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며칠간은 오른 손 사용은 자제하는게 좋을  같습니다,  깊게 베였습니다"


"......"

내 말에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안하고서는, 고개를 숙이더니 손에 감긴 붕대만을 매만지고 있었다.

(뭐, 이정도면 나도  만큼은 한거지)

그녀의 머리 위에 나있는 뾰족한 귀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다가 '루딘 에라'라는 이름의 여성을 쳐다봤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눈을 뜰려 하고 있었다.






< -- 61. 들통 -- >





"여...여기는?'


"정신이 드십니까?"

내 물음에 에라는 눈을 번뜩 치켜뜬채로 나를 노려봤다. 그녀는 분노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비겁한 새끼들, 역시 모험가라 그런가?"

"고귀하신 기사 나으리께서 우리들 모험가의 세계를 알 턱이 있을꼬?"
"주둥아리 닥치고 내가 묻는 말에만 답해"

"훗...... 정말 무서운데?"

"흐흐흐흐흐, 임라리스 님의 직속 호위기사께서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지?"


그녀는 살기로 번뜩이는 눈을 한 채 말했다.


"임라리스 님의 명으로 유하연 씨를 모험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왔다"

"보호?"

"반디트 그 역겨운 새끼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고?!!"

(이년 용사 죽이기에 대해서 알고 있군)


고개를 살짝 돌려 유하연을 힐긋봤다. 그녀는 영문모를 표정을 지으며 우리들의 대화를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

"어떤 속셈? 나는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군"

"가증스러운 새끼..... 반디트가 너희들 모험가 새끼한테 유하연 씨를 임무 도중에 죽이라고 시킨 사실을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냐?!!!"

"예?!"


그녀의 말에 유하연은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알게 되버렸으니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당장 여기서 죽여야겠다. 잘된 일이다. 이걸로 그녀를 죽여야만 하는 명분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검술실력은 좋은데 머리는 나쁘구만"

검을 빼들고 유하연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아까전 숲속에서처럼 겁을 잔뜩 집어먹은채 나를 쳐다보았다.


"기다려!!!!"


에라의 외침에 걸음을 멈추고서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녀는 부러진 코에서 다시금 흘러내리는 피로 인해, 적셔진 입술을 열고서 협박을 하였다.

"임라리스 님께서는 유하연 씨를 매우 아끼신다, 그런 그녀를 네놈이 죽여버리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할려고 그러는거냐?"


"멍청하긴, 너를 죽이면 내가 이 여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고"

"그....."


"어디 좀  나불대보시지?"

꿀먹은 벙어리마냥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유지했다. 그녀의 모습에 다시 걸음을 옮겨 유하연의 앞에 섰다.

"고.레오 씨....... 아니죠...... 절 죽이시려는거 아니죠? 맞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쉴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레오 씨, 저희들 지난  천막에서 즐겁게 대화나누고 그랬잖아요? 잊으셨어요?"
"고.레오 씨가 아내들 자랑도 하고, 저 위로도 해주시고...... 기억안나세요?"

눈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나오자 그녀는 손으로 눈가를 비벼대면서 열심히 말을 토해냈다.


"저보고 정상이라고.... 흐흑흑....제,제,제가 적응못하는게 정상이라고 하셨잖아요?"
"호,호,호,혹시 제가 고.레오 씨 그,그,그거 봐서 그런거예요? 그런거예요?!!"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주,주,주,죽이지 말아주세요"
"아,아,아직 못해본것도..... 누군가한테 쓸모있는 사람이 되지도 못한채... 주,주,죽고 싶지 않아요!!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그녀가 무릎 끓으면서 양손을 비벼대었다. 자신을 죽이려는 내게 미친듯이 용서를 빌면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었다. 위로 치켜든 검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망설이지 말라고!! 눈 딱  번 감고 휘두르면 모든 게 끝나있을텐데  이렇게 우물쭈물대는거냐!!)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커즐린의 저주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의 참상이 떠올랐다. 내가 죽인게 아니다. 커즐린이 그런거다. 씨발 모든건 다 커즐린 그 새끼 때문이다. 내가 지금 유하연을 죽이려는 건 내가 원해서 한게 아니다. 다 반디트 그 개새끼가 시켜서 한거다. 내가 죽이고 싶어서 죽이려는게 아니다.


"젠장!!!"

검을 그녀의 바로 옆에 내리꽂았다. 질끈 눈을 감고 있던 그녀는 내 행동의 결과를 보고나서는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너무 무서웠던 것인지 그녀의 로브 밑자락에는 물이 흥건히 적셔져있었다.

또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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