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51화. 바이벨 (51/106)



〈 51화 〉51화. 바이벨

< -- 58. 바이벨 -- >




"끄으으응......"

온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떠보니, 구멍 밖에는 눈부신 햇살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 수색 중이라는 사실과 함께 어젯밤 랄라와 주먹다짐을 한 일들이 떠올랐다.

그녀를 찾으려고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는, 주변을 확인했다. 그녀는 멀끔한 상태로 육포를 뜯고 있었다. 옆에 있던 유하연도 건포도를 집어먹고 있다가 내 떠진 눈을 보자마자 황급히 달려왔다.

"고.레오 씨, 괜찮으세요? 안 일어나시길래 걱정했어요"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한 물음에 순간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제가 얼마나 잠든겁니까?!"

"예?... 어젯밤에 쓰러져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셨으니깐ㅡ"

(다행이다! 며칠동안 기절한 건줄 알고 식겁했네)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린 뒤, 출출한 느낌이 들어 배낭에서 육포를 꺼내 뜯어 먹었다. 어젯밤 있었던 일 때문인지 식사 시간 내내 무거운 침묵만이 맴돌고 있었다.

"랄라 씨, 어제 일은 미안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다시 출발하기 직전에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사과를 건넸다. 그녀한테도 잘못이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그녀의 꼬리를 만지면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니, 나한테도 어느정도 잘못은 있었다.


"......."


"꼬리 만진 일은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배낭을 챙기고서는 곧장 나가버렸다. 당연히 싸가지 없는 말들을 뱉어낼 줄 알았던 그녀가 무시 일관으로 나오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잡혔다.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내게 유하연이 다가와 넌지시 얘기해주었다.


"랄라 씨, 어젯밤에 울고 있는걸 봤어요"
"아마도 고.레오 씨하고 싸운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었나 봐요"

"옆에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할 성격인것 같은데... 울었다고요?"

애초에 뭔가를 죽이는 것이 주된 일인 모험가가 고작 주먹다짐 한 번 했다고 울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릴리같은 여리디 여린 사랑스러운 여성이라면 모를까 싸가지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저런 년이 울었다는것 자체가 말이 안됐다.


"코 골고 있었던 거겠죠"


"제  귀로 흐느끼고 있는 소리를 들었는걸요... 제가 생각했을때 어젯밤 일은 랄라 씨한테도 잘못이 있었지만 고.레오 씨가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여성의 몸을 함부로 만진 것도 모잘라 때리기까지 하다니 실망이에요"

"그 년이 먼저 제 아내를 욕했습니다, 맞아도 싼 년이라구요"
"그리고  여자가 먼저 때렸습니다"


그녀한테 맞은 볼따구가 아직까지도 얼얼했다.

"욕한 건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때릴  까지는..."

"하연 씨, 이 세계에서 남편들은 자기 아내들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의무를 행한 것 뿐입니다"


결혼서약을 한 이후부터 남편은 아내를 책임지고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아내는 정조를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된다. 처형자 군단에서 의식의 제물이었던 사람들을 예로 들자면,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돌보는 것에 있어 그 의무를 소홀히 한 남성은 처벌의 대상이며 다른 여자와 간통을 저질렀으니 처형의 대상이었다. 다리오의 아내 같은 경우에는 다른 남자와 간통을 저질렀으니 말할 것도 없이 처형의 대상이다.


아르베 교단에서는 특히 여성의 혼전순결을 강조하는데, 이는 창조기때와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이세계에 성경인 바이벨에서는 창조기때 대천사들끼리 생명창조를 하는 것에 있어 의견대립이 일어났다고 적혀져 있는데, 여기서 의견대립이 일어나게  계기가 남자를 먼저 창조할 것이냐 여자를 먼저 창조할 것이냐 하는것에 대한 창조순서때문이었다.


대천사의 우두머리였던 '오리에르'와 현재 모든 악마들의 수장격으로 불리우는 '타나펠'은 생명체의 성별에 따른 창조 순서와 관련해서 견해가 달랐었다. 대천사들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따로따로 역할을 부여하였는데, 남자는 생명을 담을 그릇인 여자와 그녀로부터 태어난 생명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여자는 생명을 담을 그릇임과 동시에 생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며 보살피는 역할을 가지게끔 했다. 이런 배경속에서 오리에르는 여자가 먼저 창조되어 남자가 내려오기 전에 생명을 담을 준비를 하는게 옳다고 주장했고, 반면에 타나펠은 남자가 먼저 창조되서 위협을 철저히 차단하고난 뒤에 여자를 창조시키는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호기심의 권좌에 앉아있던 오리에르는 무늬만 우두머리일뿐,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힘의 권좌에 앉아있던 타나펠이었다. 결국 이런 이유로 타나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됨에 따라 남자가 먼저 창조돼고 그 이후에 여자가 창조됐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남자들은 타나펠의 지시아래 자신들보다 힘이 약한 여자들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지배하고 점차 번식을 위한 도구로서만 사용하기에 이른다. 오리에르는 이런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남몰래 여자들에게 호기심을 부여함으로써, 생명체  처음으로 자유의지를 가지게 해주었다. 자유의지를 가지게 된 여자들은 지금까지 당해왔던 부당한 것들에 대해 남자들에게 항의했고, 그녀들의 그런 모습에 남자들은 타나펠에게 찾아가 여자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타나펠은 남자들의 물음에 곧장 오리에르를 찾아가 활화산과도 같은 분노를 터뜨리며, 그녀의  날개를 뜯어버려  이상 지상으로 내려가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오리에르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여자들은 타나펠에 지시로 움직이는 남자들에 의해 다시금 철저히 억압당하게 된다. 이를 딱하게 여긴 사랑의 권좌에 앉아있는 '아르베'가 전쟁의 권좌에 앉아있는 '크레아고'에게 도움을 청하여, 오리에르를 그의 감시로부터 벗어나게  후 지상으로 내려가게끔 도와주었다. 지상으로 내려간 그녀는 크레아고와 아르베에게 다시 한 번 도움을 청했고,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인 아르베는 남자들에게 여자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가르침을, 크레아고는 남자들이 타나펠의 명을 거부하고 맞서 싸울 수 있게끔 하는 의지를 가르쳐주었다. 그 결과 남자들은 여자들을 사랑하게 되면서, 남자들은 자유의지를 독자적으로 형성하게 되었으며 이와 동시에 그녀들을 지키기 위해 타나펠의 명을 거역하기에 이르게 된다.

대천사들의 합동공격에 타나펠은 독기를 가득 품고서는, 쾌락의 권좌에 앉은 대천사 '아세레우'를 찾아가 여자들에게 주체할  없는 쾌락을 선사하게끔 해달라고 명했다. 그녀의 우두머리였던 그의 명에 아세레우는 남자가 사랑하고 있던 여자들에게 성교의 쾌락을 줌과 동시에 지금의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하라고 귀뜀까지 해주었다. 홀려든 여자들은 지금의 남자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될뿐만 아니라 성욕의 화신이 되어버리니 이것이 바로 간통과 난교의 시초였다.

당황한 남자들은 다시 예전처럼 여자들을 억압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세레우가 남자들에게 여자들에 대한 독점욕과 성욕을 부여하게 되면서 본래의 의의를 잊고 모든 분노와 성욕을 여자들에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오리에르는 더 이상 타나펠의 이러한 무분별한 처사를 용인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따라서 아세레우를 추방할 계획과 더불어 내친김에 타르펠을 따르는 대천사 무리들을 권좌에서 추방할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한편 아르베 또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규율을 만들어 여자들에게 심어놓게 하니, 이것이 바로 '혼전순결'과 '정조' 였는데 여자들에게 처녀성을 부과하여 첫 성교의 고통과 함께 생명이 태어날 구멍에 주기적으로 피를 흘리도록 하게 만드니 점차 성교에 대한 쾌락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남자들에게도 이러한 규율을 심으려 했지만, 오리에르가 여자라는 개념을 구체화시킨것과는 다르게 남자라는 개념은 타나펠이 구체화시켰으므로 개입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안책으로 타나펠의 개입 없이 남자들 스스로 맹세를 하도록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결혼서약 맹세의 시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조화롭게 살아기기 위해서는 타나펠의 추방이 필수불가결했다. 그렇게 오리에르 세력과 타나펠 세력은 치열한 싸움을 벌였고, 패배한 자는 타나펠 세력이었다. 타나펠은 죽었고, 그의 세력은 패배한 직후 권좌에서 추방됐으며 이로 인해 세계에는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타나펠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세력은 마왕을 만들어 다시 싸움을 걸어오니 이것이 바로 '창조전' 이라 불리우는 전쟁의 서막이었다. 바이벨에서는 대천사가 악마와의 싸움에서 최종적으로 이겼고, 자신의 몸을 제물로 삼은 아세레우를 다시 권좌에 복귀시켰다고 적혀있다. 아르베는 극구 반대했지만 오리에르가 수락하는 바람에 그녀 자신이 여자들에게 심어놓은 규율이 어그러지게 되었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아르베 교단이 여성의 혼전순결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릴리와 루나에게서 들었는데, 이 얘기를 듣고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창조하면 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이런 얘기를 진작에 알았었더라면 이퀼리브리오한테서 물어보는건데 말이다.  그때는 이세계에 대해서 아는게 없었으니깐...

"고.레오 씨? 혹시 어디 아프신건가요?"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자 그녀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쨌든 그런겁니다"
"하연 씨, 여기는 지구가 아닙니다"

덤덤하게 말을 뱉어내면서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



몸을 숨기지 않은 채  속을 걸으면서 발자국 같은 것들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았다. 녀석들은 나와 같은 모험가들이었으니 수색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알고 있을것이다. 그러니 되려 몸을 숨기기보다는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이 놈들의 눈에 잘 띌 것이며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 또한 높았다.


괴물들이 나타날  해치우면 그만이다. 어차피 마왕군과의 결전과 수 십차례의 잔적소탕으로 이렇다 할 만한 강한 괴물이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있어봤자 고블린이나 오크같은 미개한 녀석들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하피도 있었지)

이 카밀란스 산맥 어딘가에 델타가 속한 하피 부락이 있을것이다. 쿠쿠스 마왕군이 제국에게 대패를 한 이후에 하피들은 어딘가로 숨어버린 것인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만약 숨어있다고 한다면 델타가 속한 부락만은 군단의 눈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처형자 군단에게만은 절대로 발각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은 제국의 반기를  자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않기로 유명하며 과거, 자국민도 손가락질 할 정도의 참살극을 벌인 사건이 많았으므로 처형자라는 별칭이 붙여진 군단이었다. 델타 어머니의 성격으로 미루어볼때 제국군을 증오하고 있으니 반기를 드는 것은  보듯 뻔한 일이다.

"랄라 씨, 뭔가 발견한 거 있습니까?"

"......"

걱정을 접고 다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고자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침묵을 고수했다.


"랄라 씨, 어제 일은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뭔가 대답 좀 해주시죠"


".......  걸지마"

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답하고서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단단히 삐졌구만)


한숨을 내쉬고서는 뒤를 돌아봤다. 유하연은 내 뒤에 바짝 붙어서는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연 씨, 그렇게 두리번거리면 녀석들이 의심을 품고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그렇군요... 죄송해요, 이제는 두리번 안거릴게요"


잠시 후에 다시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고개만  돌릴뿐, 경직된 상태로 걷고 있었다. 앞에는 나랑 말도 섞는 것조차 싫은 사람과 뒤에는 완전 생초보인 사람의 중간에 껴있는 내 앞날이 막막했다.


해가 중천에 뜨자 우리들은 그늘진 곳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랄라는 멀찍이 떨어진 채 식사를 하였고, 유하연은 나와 그녀 사이에서 갈팔질팡하다가 결국 내 옆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랄라 씨한테 다시 한 번 사과해보세요"


"사과해봤자 무시만 당할텐데 뭐하러 합니까?"


"그래도......"


그녀는 뭔가를 말할려는듯이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랄라 씨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어제 점심식사 끝나고나서, 수프 못먹게 만들어버린 것에 대해 미안했다고 사과했는걸요"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근데 왜 나한테는  한거지? 열받네)

"그,그리고... 이건 제가 그냥 추측해본건데요"


손을 조물락거리고 있던 그녀는 이내 결심이 선 것인지, 내 귀에 입술을 갖다대고서는 소근거렸다. 귓속말이 끝난 뒤,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녀를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랄라 씨가 절 좋아하고 있는  같다구요?"

"예... 틀림없어요, 제 여자의 감이 그렇다고 말하고 있어요"


(여자의 감은 무섭다고 들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추측을 내리시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사실 고.레오 씨랑 얘기를 마치고나서 천막으로 돌아갔는데, 랄라 씨가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더라구요"
"그리고는 제가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잡아 앉힌 후에 여러가지 질문들을 했어요"


"어떤 질문을 했는데요?"


"고.레오 씨하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아내 이름하고 나이, 종족이 어떻게 되는지 등등 주로 고.레오 씨하고 관련된 질문들만 했어요"


그런 질문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는 이상은 물어볼  없는 질문들이었다. 맞선 볼때 상대방 프로필을 확인해보는 거랑 뭐가 다른가? 사실 소개팅을 안해봐서 잘 모르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보았으니 필시 그럴것이다.


"...... 좋아하는데 저한테 그런 식으로 행동 하는걸 보면 아닌 것 같은데요"
"어제 일만 봐도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그냥 하연 씨의 감이 틀린걸 거에요"

"부끄러워서 그런걸 거에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래서 그렇게 욕을 해대고 죽빵을 갈겼던거였다. 굉장히 참신한 개소리가 아닐 수 없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저 여자가 절 좋아한다는  하늘에서 대천사가 떨어진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진짠데..."

"육포나 마저 드세요"



-

(진짜로 날 좋아하는 건가?)


걸어가는 랄라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문득 점심식사 때 유하연이 해줬더 말이 떠올라,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가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음심이 생겨났다.


(씨발! 발정난 짐승 새끼가 가만 안있어!!)

솟아오르려는 자지를 진정시킨  어정쩡한 걸음걸이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흔들리는 탐스런 꼬리와 씰룩거리는, 탱탱해 보이는 엉덩이가 자꾸 눈에 들어와 내 자지는 지금 팬티까지 뜷을 기세였다.

"잠시만... 쉬었다 갈까요?"


"찬성이에요!"

반가워하는 유하연과는 달리 랄라는 못마땅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봤는데, 예전의  죽일 듯이 노려보던 눈빛과는 뭔가가 많이 달랐다. 마치 우수에 젖은 눈빛이었다.


(저 눈빛은 도대체 뭐지?)


그녀들이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을 확인한 후 재빨리 나무 뒤에 가서 바지를 내리고, 손으로 음경을 부여잡았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자지의 따뜻한 살결이 기분이 좋았다.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빨리 임무 끝내가주고 아내들 젖 빨면서 섹스하고 싶어!!)


동정을 뗌과 동시에 여성의 육체를 깨닫게 된 내 몸은 도저히 성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스스로 통제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내들이 있으니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흔들어대면서 릴리의 보드라운 조갯살의 감촉과 루나의 포근하게 감싸주던 조갯살의 조임을 떠올렸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방금  본 랄라의 사과같은 엉덩이가 생각나고서는, 사정감이 몰려오더니 그대로 분출해 버렸다.


"허억ㅡ 허억ㅡ...... 씨발"


자기 아내가 아닌 딴 여자를 상상하며 사정을 하니 배덕감이 상당히 심했다. 그래서 다시 흔들어대며 이번에는 반드시  아내들을 상상하며 사정할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혼신의 힘을 쏟았다.

(릴리! 루나! 릴리! 루나!)


그녀들과 나눴던 행위들, 그녀들의 몸을 탐했던 나날들, 그녀들의 안에 씨를 뿌린 그 정복감을 상상하며 흔들어대니 얼마 안 있어 사정감이 몰려왔다.

(간다! 간다!!!)


"어디가셨나 했더니 여기 계셨구나~"
"고.레오 씨 이제 슬슬 출발ㅡ"

푸슛ㅡ!


"허억ㅡ 허억ㅡ"


"아....... 죄송합니다!"

얼굴이 새빨개진채 황급히 뛰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씨발 좆같네!"



-



"하아....."

슬쩍 뒤를 쳐다보니 유하연은 뒤로 주춤거리더니 내 시선을 회피했다. 그 모습에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터덜터덜 걸었다. 중간지점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발자국은 커녕 괴물 새끼  마리도 보질 못했다.

짐승들의 본능적인 위험감지 능력인지 데르트 제국이 오자마자 쏜살같이 달아난 것 같다. 지능적인 병신 새끼들. 만약에 모험가만 왔었다면 미친듯이 달려들었을 것이다.

고개를 저으며 앞을 보니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가 눈에 들어와, 또 자지가 미친듯이 반응을 해대기 시작했다.

(뒤지겠네... 유하연 이 여자가 쓸데없는 말을 하는 바람에 자꾸 의식하게 되잖아)


만약에 그녀가 날 좋아하면 내 아내로 삼는게 맞는걸까? 릴리와 루나도 내가 여자를 새로 들이는 것에 반대하지를 않을테니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나는 루나와 임무 중에 딴 여자랑 야시시한 짓을 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아니지... 아르베님한테 맹세를 안했잖아? 그럼 괜찮은거 아닌가?)

(고.레오 너란 새끼는 쓰레기가 틀림없구나)

망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그녀가 우뚝 섬과 동시에 멈추게 되었다.


"랄라 씨,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냄새가 나... 피 냄새가"

 냄새라면 분명 괴물들의 피,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피일 것이다. 나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서는 물었다.

"어디 방향입니까?"


 물음에 그녀는 손가락으로 왼편을 가리켰다. 절벽울타리 쪽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가는 방향이었다. 하필이면 갈림길에서 맞닥뜨리다니...


(어떡하지....... 만약에 아무것도 아니면 별 소득도 없이 다시 되돌아오는건데)

또한 정찰조와의 합류도 늦어지게 된다.  처리속도가 느리면 좋지 않게 평가할 우려가 있음은 물론 조합에도 악영향이 끼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만약에 비아데나르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면, 바로 붙잡아 갖다 바침으로써 나 뿐만 아니라 조합의 명성도 높아진다.

"갈 꺼야, 말 꺼야?"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나서 결정을 내렸다.

"한 번 가보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