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35화. 오크 토벌전
< -- 46. 오크 토벌전 -- >
더크와 베르크는 빠른 속도로 부락 앞에 도착한 뒤, 무기를 꺼내들고서는 휘둘렀다. 그러자 휘파람꾼 오크가 입을 하늘에 대고서는 우리들의 귀에 들릴 정도로 큰 휘파람소리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휘익! 휘익! 휘익!]
언제 들어도 놈의 휘파람소리는 호루라기 소리처럼 들렀다. 루카스는 내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형님, 이제 시작입니다... 저 이번 일 끝나면 조이한테 고백할 겁니다"
"얌마, 어디 죽으려가냐?"
"형님은 분위기도 못맞추시네, 그러니까 연인 한번 못사겨본 동정이지"
"이 자식이ㅡ"
헤드락을 걸려 했지만 그는, 자신의 동료 남성 2명과 저 아래 숲속으로 잽싸게 내려가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저런 망할 놈 같으니라고"
[꾸어어어어!!!!!!!!]
순간 오크부락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오크 족장을 비롯한 스무마리 남짓의 오크들이 부락을 빠져나와 발바닥 모험단을 뒤쫓고 있었다.
"이봐 고.레오, 슬슬 우리도 움직이자고"
미세의 말에 끄덕이며 나는 주문술사들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이 씨와 비안 씨는, 저 오크들이 완전히 가고 나면 그때 움직이십시오"
"알겠어요"
그녀의 대답을 끝으로 나는 테라스와 조라, 엉덩이 모험단과 함께 녀석의 부락 측면을 향해 달려갔다. 동굴 조는 오크들을 동굴로 유인, 내가 속한 부락 조는 부락에 남아있는 오크들을 소탕하는 역할을 한다.
엉덩이 모험단은 부락의 측면으로 도착한 뒤, 우리들에게 건투를 빌고서는 전투대기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나, 조라, 테라스만이 부락의 뒷편으로 달려갔다. 측면의 엉덩이 모험단, 전면의 금은보화 모험단, 그리고 후면의 우리들은 조라가 쏘아보내는 하얀 빛을 신호로, 그대로 부락을 향해 돌진할 것이다.
빠른 속도로 목재집 뒷편에 도착한 우리들은 숨을 고른 뒤, 부락을 정찰했다. 휘파람꾼 오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들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휘파람을 멈추고서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부락에 남은 오크들은 전부 돌도끼를 집어든 채 주변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오크 저주술사는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새끼는 아마도 상황이 전부 끝나고 나면 기어나올 것이 분명하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쉰 뒤, 그녀에게 말했다.
"조라 씨, 시작합시다"
내 말에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뒤, 지팡이를 들어올리고서는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기도문이 다 읊었을때에는, 그녀의 지팡이에 눈부신 하얀색의 구체가 떠오르고 있었다.
"대천사 크레아고 님이 굽어 살피시길"
그 말을 끝으로 하얀색의 구체가 저 하늘 높이 쏘아올려졌고, 이내 사방을 밝은 빛으로 물들였다. 날이 어두워졌음에도 그 빛에 의해 대낮처럼 환했다.
"갑시다, 테라스 씨!!"
나는 테라스와 함께 서둘러 목재집으로 달려갔다. 목재집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오크들은 머리를 감싸쥔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녀가 쓴 것은 '대천사의 광명'이라는 주문인데, 밝은 빛을 제공함과 동시에 광명의 적용범위에 있는 사악한 마음을 가진 자들에게 엄청난 두통을 선사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전자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조라는 지금 무방비 상태이다. 그러니 빨리 상황을 끝내야만 한다.
[쿠오오오!!!!!!]
[죽어!!! 개씨발놈들아!!!!!!]
부락 내에 모험단과 오크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우리들도 돌도끼를 치켜든 채 달려오는 오크들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씨바아아알!!!"
나는 그대로 놈의 돌도끼의 검을 맞부딪힌 채로 힘겨루기를 하였다. 녀석의 힘은 내 힘과 비등비등해서 좀 처럼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옆에서는 또 다른 놈이 달려들어오자 나는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꾸어어어엉!!!!]
"이런 제기랄!!!"
내 앞에는 네 마리나 되는 오크가 날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테라스를 쳐다보니, 그도 나와 비슷한 숫자의 오크들에게 둘러싸여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다구리에는 장사 없댔는데)
그때 한 놈이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다른 놈들도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단검을 뽑아든 뒤, 앞서 달리는 놈에게 날렸다. 그리고 놈이 단검을 튕겨냄과 동시에 달려들어서 복부에 검을 꽂아넣었다.
[꾸에에에엑!!!!!!!]
옆에 있던 놈의 공격을, 뺴낸 검으로 재빨리 막았다. 뒤를 향해 또 다른 놈이 공격을 해오자 바로 검을 포기한 채, 옆구르기 하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단검을 주숴들었다.
"허억ㅡ 허억ㅡ, 우라질 새끼들, 다구리 존나하네"
[꾸에에에!!!!]
단검을 쥔 상태 그대로 나는 남은 세 놈들과 눈싸움을 하였다. 누가 먼저 공격을 할 것인지 떠보는 중이었다. 놈들이 먼저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또다시 옆구기를 하여 놈들의 공격진로에서 벗어났다. 그러고나서 미친듯이 달려가, 제일 처음 죽였던 오크의 배에 꽂힌 검을 뽑아들었다. 바스타드 소드를 쥐니깐 잃어버렸던 자신감이 샘솟는게 느껴졌다.
[꾸우에에에에엑!!!!!]
자신의 등 뒤에 선 나를 향해 놈들을 달려들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단검을 앞서 달리던 놈을 향해 날렸고,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놈의 가슴팍에 박혀들어갔다.
[꾸엥엥에에!!]
"이제부터 시작이다, 새끼들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동료에 의해 주춤거리던 놈들에게, 나는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부웅ㅡ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녀석들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때를 노려 돌도끼를 내리고 있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은 황급히 도끼를 들어올렸지만 내가 자신의 목구멍을 뜷어버리것을 막지 못했다.
목구멍에 박힌 검을 빼내려다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뒤로 뺐다. 눈 앞으로 돌도끼가 스쳐지나가더니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이마를 만져보니 피가 잔뜩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개새끼가아아아!! 뒤질뻔 봤잖아!!!!!"
나는 놈과 몇 번 무기를 부딪혔고, 놈이 내지를때 생긴 빈틈을 노려 바로 검을 내리그었다. 놈의 어깻죽지는 절반가량 잘라져나가 덜렁거렸다. 입을 벌린 채 피를 흘려대고 있는, 놈의 입구멍 속으로 검을 밀어넣었다. 제일 쑤셔넣기가 편한 곳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나는 단검을 뽑아든 채, 주변을 살폈다. 테라스의 발치에는 사지가 절단된 오크의 시체가 놓여져 있었고, 우리들에게 달려드려는 오크들은 보이지 않았다.
"씨바것... 졸라 힘드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씨발!... 알겠습니다"
그의 재촉에 나는 서둘로 목재집 앞으로 달려갔다. 근데 이 테라스라는 놈은 지금까지 말을 두 마디 밖에 안했네? 자기소개 할때랑 아까 한 말, 굉장히 특이한 새끼라니깐.
"휘파람꾼 오크는 제가 맡겠습니다"
나는 휘파람을 불어대며 일어서려 하고 있는 휘파람꾼 오크를 향해 달려가는, 그를 뒤로 한 채 서둘러 목재집으로 들어갔다. 놈들의 체격이 큰 탓인지, 손을 짚고 올라가서 들어가야만 했다.
벌컥!
"릴리야!!!!"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있다면 필시 이곳에 갇혀있을텐데.
"씨발!!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주변을 두러번거리던 도중 솥단지가 끓어오르고 있는 모습과 그 뒤로, 까맣게 물든 눈으로 날 주시하고 있는 오크 저주술사가 보였다. 손에는 해골지팡이에 목에는 사람의 두개골을 엮어만든 목걸이를 차고 있는 오크, 틀림없이 오크 저주술사다.
"야 이 새끼야!! 릴리 어디있어!!!!"
[꾸에에엑엑]
놈은 솥단지를 한 번 쳐다본 후 추악한 미소를 날렸다. 솥단지를 쳐다보니, 안에는 어린아이만한 크기의 두개골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는 핏물에 둥둥 떠있었다. 분명 릴리의 머리가 이정도는 됐었었다. 그렇다면 설마...
"씨바아아아알!!!!!!!!!"
눈이 까뒤집혀졌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놈이 입으로 무언가를 외우고 있는 모습밖에 안보였다. 막아야한다.
"주둥아리 닥쳐!!!!!!!"
두 번째 권능이 발현되면서 놈은 저주술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외우든 말든지 간에 나는 그냥 놈의 심장에 칼을 박아넣으면 된다. 그리고 박아넣었다. 놈은 그대로 피를 토한 채 내 칼날위에서 고꾸라졌다. 검을 빼니 놈은 이내 바닥에 고꾸라졌다.
심장을 찔렀으니 죽어서 발동되는 저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커즐린에게 뼈아픈 경험을 겪었으니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커즐린... 아이를 내 이 두손으로...
쾅!!!
갑자기 벽이 박살나더니 그 안으로 테라스가 날라오더니, 그대로 벽에 쳐박혔다. 그에게 부딪힌 솥단지는 안에 든 내용물을 잔뜩 쏟아낸 채 바닥에 나뒹굴려져 있었다. 쏟아진 내용물에는 수많은 아이들의 두개골과 방금 막 넣은 것인지, 온 몸의 살이 녹아내리고 있는 어린아이로 보이는 시체가 있었다.
한 번 시원하게 토악질을 한 뒤, 나는 벽에 쳐박힌 그에게 다가갔다. 코에 손가락을 대보니 죽지는 않았나보다. 하긴 교단의 기사가 이 정도로 죽을리가 없지.
[휘익!! 휘익!!]
"휘파람꾼 오크..."
박살난 벽 너머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붉은 색의 거구를 쳐다보았다. 놈의 입에서는 끓임없이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소리였다.
"작작 좀 불어라!!!"
[휘익!! 휘익!!]
"작작 좀 불라고!!!!!!"
검을 치켜든 채 곧장 놈에게 달려갔다. 놈이 주먹을 높이 쳐드는게 보였다. 몸통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짐과 동시에 날라가는 기분이 들면서, 놈이 날 주먹으로 날려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철푸덕!!
"커억ㅡ 쿨럭! 쿨럭!"
부들부들 떨어대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니 놈은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와라 씨발새끼야.
"추악한 새끼야아아!!!!!! 나랑 친구하자!!!!!!!!"
놈이 움직임을 멈춤과 동시에 나는, 놈을 향해 미친듯이 질주했다.
"좆만아!!! 엎드려어어어!!!!!!!!!!"
놈이 엎드리자 그대로 뛰어올라 놈의 정수리에 검을 꽂아넣었다.
"뒤져라... 미물새끼야"
얼마나 깊게 박은건지 검이 빠지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뽑는 걸 포기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얼추 상황이 정리돼가고 있었다. 루카스와 동료 2명은 기어서 도망치려는 오크들을 죽이고 있었고, 테스와 미세는 확인사살을 하고 있었다. 역시 동메달레스트이다 보니 싸움하나만큼은 기가막히게 잘하는 녀석들이다. 싸움으로 먹고사는 녀석들이니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렇게 종료되어가고 있는 모습들을 쳐다보다가, 돌연 머리가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뭐에 홀린듯이 목재집으로 들어갔다. 왜 들어왔나 하며 주위을 둘러보니 어린아이의 시체가 보였다. 릴리와 체령이 비슷한 그 시체...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 떨군 채 시체마냥 그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옆에서, 깨어난 테라스가 휘파람꾼 오크는 어떻게 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은 채 걸어갔다. 이윽고 시체 앞에 도착한 뒤 무릎을 끓고서는 시체를 안아들었다.
결국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철창 너머에 갇혀서 페르디난드의 하소연을 들어야만 했다. 아니지 이번에는 철창도 아니었구나.
"크크크크크크크크크...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마야도 지키지 못했고, 커즐린의 저주에 걸려 무고한 사람들까지 죽였다. 과연 이세계는 어디까지 나를 비참하게 만들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도대체가ㅡ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건데에에에!!!!!!!!"
3년전 이세계에서 소환되었던 날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과정들이 모래폭풍마냥 내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