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33화. 모집 (33/106)



〈 33화 〉33화. 모집

'찢어죽이기' 이것은 모험가 세계의 결투재판으로, 증인과 증거가 부족한 고소사건에서 결투를 통해 해결하는 일반적인 결투재판과는 달랐다. '찢어죽이기'는 서로의 잘못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때, 모험가 세계의 불문율이나 금칙을 어길 때 사용되는 결투다.


'찢어죽이기'는 일대일 결투로 승자가 패자의 가족과 연인을 제외한 모든것을 취할 수 있었다. 목숨, 재산등을 말이다. 그래서 모험가들은 왠만하면  '찢어죽이기'를 하려들지 않는다. 지면 모든 것을 잃는 아주 무서운 결투다.

그리고 나는 지금 베르베 이알에게 '찢어죽이기'를 권했다.  결투는 양측의 동의가 필요하다. 놈이 검을 뽑아들면 그걸로 결투 성립이다.

치링ㅡ!


"그래 이 씨발새끼야! 어디  번 해보자!!"

놈이 검을 뽑아든 순간 결투가 시작됐다. 나는 바스타드 소드로 놈의 상체를 베었다. 하지만 놈은 허리를 숙여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뒤이어  쪽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씨바아아알!!!"

"크으으으!!!"


놈의 내지른 검을 손으로 부여잡자, 놈은 비명을 질러대며 뒤로 황급히 피했다. 내가 내리친 검은 놈이 있던 자리를 갈랐다. 검날을 쥐고 있는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험가들이 주변을  둘러싼  숙연한 자세로 우리들의 결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이냐? 이 관중들이?"


"보인다"

"이 짜릿한 느낌... 기분 쩨지는데? 여기서 철동전인 너를 동메달레스트인 내가 쓰러뜨리면 과연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네가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냐? 돌대가리 새끼야"

"쎈  하지마!!!!!!"


놈은 두 개의 단검을 내 얼굴을 향해 날렸다. 나는 검으로 단검 한 개를 튕겨냈지만 또 다른 단검은 막지 못해 오른쪽 어깨에 박히고 말았다. 내가 주춤하자 놈은 내가 떨군 자신의 검을 잽싸게 집어들고서는, 그대로 위로 그었다.

"휘유~ 잘 피하네?"


"씨바알!!!!"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 자빠진 나는, 재빨리 바스타드 소드로 놈의 내려치는 검을 막았다. 놈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하지만 힘은 약했다.


"좆만아, 존나 약한 새끼가 감히 나하고 힘겨루기를 하겠다고?"


나는 그대로 놈의 검을 강하게 밀쳐낸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놈은 아까 전의 나처럼 바닥에 발라당 자빠져 있었다. 자빠진 놈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놈은 옆으로 몸을 굴려 피한 뒤,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섰다.

"죽을 뻔 했다, 병신아!!!"

"그럼 죽어야지 왜 피해!!!!!!"

"지랄 염볌하지마!!!!!"


놈은 내게 다시 한  힘겨루기를 신청했다. 나는 이번에도 힘으로 놈을 자빠뜨리려 했다. 그런데 놈이 돌연 내 오른쪽 어깨에 박힌 단검을 잡더니 쑤셔넣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아프냐? 크크크!!!!! 아프라고!!!!!!!!"

재빨리 검으로 놈을 밀쳐낸 뒤, 심호흡을 골랐다. 어깨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놈은 그런 내 어깨를 보고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놈의 마무리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 그때가 기회다.

챙ㅡ!


놈이 날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다 돌연, 옆으로 빠져 내 옆구리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옆구리에 검을 갖다댔다. 공격이 막히자 놈은 당황한 얼굴을 띄었다. 아마도 내가 다친 어깨로 검을 쥘 줄은 몰랐나보다. 놈의 말대로 지금 내 오른쪽 어깨는 검의 무게를 지탱할 힘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악착같이 쥐었다. 놈은  자리에서 반드시 죽여야하기 때문에.


"뒤져라"

나는 놈의 무방비한  얼굴을 왼쪽 주먹으로 내질렀다. 아까 전 테이블을 날려버렸던 그 힘으로 말이다. 놈은 근처에 놓여진 돌기둥에 날라 쳐부딪히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부딪힌 통증으로 신음소리르 내지르고 있는 놈에게 다가가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온 힘을 다해 놈의 얼굴에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빠각ㅡ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놈의 박살난 코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다시 내리찍으니 이번에는 볼이 움푹 꺼졌다.


"씨발!! 새끼야!! 감히!!! 릴리를!!!! 버리고!!!!!! 와!!!!!!!!!"


단어를 뱉어낼 때마다 놈의 면상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눈은 터져나갔고 ,이빨은 옥수수마냥 입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잇몸이 찌그러졌으며 이마 뼈는 함몰되가고 있었다.


"이봐 고.레오 이제 그만하게, 그정도 했으면 충분히 뒤지고도 남았을걸세, 크흠"

베르크가 내려치는 내 주먹을 잡자 그제서야 나는, 광기를 멈추고 놈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이알이었을 얼굴은 전혀 놈의 얼굴을 닮지 않았다. 움푹 들어간 놈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스프에 고기건더기가 떠다니는  같았다. 피를 가득찬 구덩이에 터진 눈알과 이빨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베르크가 잡고 있던 주먹을 뿌리친 뒤, 오른쪽 어깨에 박힌 단검을 단숨에 빼냈다. 그리고 왼쪽손으로 그 단검을 집어들고서는 위로 치켜올렸다.

[와아아아아!!!!!!]

우렁찬 함성소리가 들렀다. '찢어죽이기'의 승자는 바로 나다.

"씨발놈이 감히 이알을!!!!!'

돌대가리 모험단원들이 검을 뽑아들고서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찢어죽이기의 결과에 대해  3자가 불복하고 승자에게 덤벼들면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더크가  중 한 놈의 머리를 대검으로 잘라냈고, 테스가 양날도끼로 다른  놈의 등에 박아넣었다. 마지막 남은 한 놈은 금발 머리에 잘생긴 청년이 입에 검을 찔러넣어 죽였다.

그 잘생긴 청년은 '리그란 루카스'로 금은보화 모험단의 리더였다. 흉갑을 입고 있던 루카스는 예의 그 매력적인 잇몸미소를 보이며 내게 말했다.

"형님! 정말 멋진 결투였습니다!!"

"씨발 그러냐?"

나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죽음의 긴장이 싹 풀리니 찔렸던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 -- 43. 모집 -- >




나는 가만히 앉아서 돌대가리 모험단원들의 시체를 약탈하고 있는 모험가들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릴리 생각이 들었다. 지금 즈음 그녀는 오크들에게 붙잡힌 채 끔찍한 짓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오크의 특성상 어린애는 잡아먹는 풍습때문에 아마도 잡아...


"씨바아아아알!!!!!!!"

욕지기를 한바가지 쏟아낸 뒤, 나는 이알 새끼의 소지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놈의 소지품에는 은화 80닢이 들어있는 가죽주머니가 들어있었다. 좆같은 새끼가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나는 결심을 한 뒤, 테이블에 올라갔다. 그리고 외쳤다.


"이 새끼들아아아!!!! 나는 릴리를 구하러 갈거다, 그러니 나랑 같이 오크부락으로 갈 사람 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 새끼들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움직이는 녀석들이었다.

"은화 80닢 줄게, 같이 가자아아 좀!!!!!!!!"


고맙게도 꼬추에 손을 집어넣고 있는 더크와, 이알의 시체를 후벼파고 있던 베르크가 손을 들었다. 역시 내 이세계서의  부랄 친구들이다. 하지만  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락이니만큼 최소 열 명은 되야 했다.

"야 금은보화 모험단!! 너희들 내가 구해줬잖아? 갚아야지?!!"


'목숨을 구해준 자에게 어떤식으로든지간에 반드시 보답해라', 모함가 세계의 불문율이였다. 금은보화의 리더인 루카스는 자신들을 지명하자 번쩍 손을 들고서는 미친듯이 외쳐댔다.


"물론입니다, 형님!! 제가 어찌 그 은혜를 잊을 수 있습니까?!!!!"
"저희 금은보화 모험단은 형님과 같이 오크  개새끼들을 토벌하겠습니다!!!"


"좋아!!"

금은보화 모험단 5명은 확보했으니 남은건 3명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테스와 미세가 보였다.

"테스, 미세!! 내가 너희들한테 빌려준 돈, 그거 안갚아도 된다! 그러니 같이 가자아아!!!!"

그놈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새끼들 내가 이 말만을 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어유 씨발 얼추 모았네...... 근데 존나 어지럽네?"

어깨에서 흘러내린 피에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테이블에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았다. 언제 온 것인지 조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고.레오 씨, 많이 다치셨어요, 빨리 내려가세요, 제가 치유해드릴게요"

그녀의 권유대로 나는 테이블에서 내려와 의자에 기대었다. 이내 그녀가 어깨에 힐을 해주었다. 따뜻한 느낌이 들더니, 거짓말처럼 상처와 아픔이 싹 나았다. 어깨를 돌리니 잘 돌아갔다.


"감사합니다! 조라 씨!!"


내가 감사함을 표하자, 그녀는 내 두 손을 붙잡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뭘요... 고.레오 씨가 저를 구하고 대신 잡혀간 일은 절대로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고.레오 씨는 용사님이십니다"


(용사라... 그건 맞는 말이지, 다만 잘못 소환된 용사지만 말이야)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그녀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대량의 치유를 받았다.

-


아침 종이 울리자마자 나는 어제 그들과 약속한대로 모험가 조합으로 향했다. 조합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조라의 얼굴이였는데, 그녀 옆에는 왠 귀여운 얼굴을 한 수녀애가 서있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게 순박한 시골아가씨처럼 보였다. 조라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뒤, 옆에 있는 수녀애를 소개해주었다.

"이 아이는 올해로 치유기사단원이  제 직속후배에요, 어서 인사드리렴, 예전에 말해줬던 내 목숨을 구해준 분이셔"


그녀의 말에 수녀애는, 잔뜩 굳어진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아,아,안녕하세요! 보노 크레아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잔뜩 긴장된 것인지 그녀는 에매랄드 색의 눈동자로, 나와 조라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마 자신의 소개가 어땠는지 표정을 통해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소개를 해주었다.


"저는 동메달레스트 고.레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보노 씨"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조라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서는 손가락으로 어느 곳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칠흑색의 판금 갑옷을 입고 있는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는  시선을 눈치채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가오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그의 짧은 금발머리와 잘생긴 얼굴이 눈에 확 띄었다. 주변의 있던 남자 모험가들의 얼굴을 한순간에 오징어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외모였다. 하긴 여기에 제대로 된 외모를 가지 놈이 없긴 하지만, 물론 나는 예외다.

(씨발 나는 존나 잘생겼으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동메달레스트 고.레오라고 합니다"


"....... 성당기사단원인 테라스 크레아고라고 합니다"

"근데 성당기사단님이 어쩐 일로 여기를?"


내 물음에 조라는 자상하게 답해주었다.


"저희 크레아고 교단에서 모험가 님들이 오크 부락을 토벌하는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테라스 성당 기사님을 저희들에게 붙여주셨어요"

(평소에는 안하던 행동을 하네, 불길하게 말이야)

이 무뚝뚝한 성당기사를 보니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샘솟았다. 제발 릴리가 살아있어야 할텐데, 3년 전처럼 아무것도 못한  무기력한 자신을 원망하는 건 사양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내 손으로 구하고 말 것이다. 그녀는 내....... 뭐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