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18화. 첫 의뢰 (18/106)



〈 18화 〉18화. 첫 의뢰

나는  어깨가 떡벌어져있고 군더더기 살이 하나 없는 탄탄한 몸매를 가진 젊은 청년이 말을 걸자, 놀란 나머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청년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아이 씨발! 깜짝 놀랐네"


청년은 내가 강하게 뿌리쳤던 자신의 손을 어루만지면서도 표정 하나 일그러지지 않은 채 미소를 띠우며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 내가 진짜로 좋은 대장간 알거든요? 거기 가면 아저씨가 원하는 값싸고 질좋은 무기하고 갑옷들을 살  있을 거예요"


"... 그게 어디인데?"

뭔가 사람을 안심되게 만드는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청년의 시선에 나는 일단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브람 대장간이라고 아들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대장간이야, 여기 오른 편에  좁은 골목길만 건너면 나와요"

"골목길?"
(이 정체모를 훈남이 나한테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릴게요"

청년은 자신이 말한 길로 들어가면서 나를 향해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이에 나는 속는셈치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지금 검을 차고 있는데다  청년하고 싸우면 이긴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은 어린 소년과도 같은 들뜬 발걸음으로 자신이 말한 브람 대장간으로 안내했고 나는 그런 놈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물론 검손잡이에 손을 올려두면서 말이다.


"여기에요"


갑자기 어느 자그마한 목조건물 앞에서 우뚝 멈춰선 청년은 손가락으로 그 건물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브람 대장간! 프에레마 대장간 골목에서 가장 질좋고 값싼 물건들을 파는 곳입니다!"

청년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깊게 배여있었다. 나는 그런 청년의 표정을 보고서는 목조건물로 시선을 돌렸다. 허름해보이는 목조건물의 입구 위에는 '브람 대장간'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글씨가 삐뚤빼뚤했는데  어린아이가 쓴 글씨체 같아 보였다.


(자식 이름을 내걸 정도의 가게라면 신뢰가 듬뿍가기는 한데)

지구에서 살았을 때 나는 이런 자식 이름을 가게이름으로 한 상점들을 자주 애용하고는 했다. 자식 이름의 누가 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동시에 이 상점은 믿을 만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일단 속는셈 치고 들어가보지"

나는 아직까지 검에서 손을 떼지 않은  건물 안을 들어갔다. 내부는 여타 다른 대장간들과 차이가 별로 없었다. 앞에는 판매대가, 양 옆으로는 상품들을 진열한 선반들이 놓여져 있었다. 하지만 상품 밑에 적힌 가격표는 다른 대장간이나 무기점들과는 달랐다.


(은화 20닢, 은화 5닢, 금화 2닢... 이정도면 내 수중의 돈으로 살 수 있을만한 것들이 몇 개 있겠는데?)


그렇게 물건들을 쳐다보고 있자 돌연 옆에서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판매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브람! 오늘도 손님을 모셔온게냐?"

"예, 아빠, 값싼 물건들을 사고 싶어하시길래 제가 소개시켜드렸어요"

"그러냐? 좋은 일을 했구나! 이곳 브람 대장간은 다른 대장간들보다는 질좋고 값싼 물건들을 구할 수 있으니깐 말이지"

그들의 대화내용을 들으면서 날 이리로 안내해준 청년의 이름이 바로 이곳 가게이름인 브람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내가 잠자코 자신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걸 본 브람의 아버지인 투박한 외모의 중년 남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저는 이곳 브람 대장간의 주인, 아드켄 브랙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잘생긴 청년은  아들놈인 아드켄 브람이라고 합니다, 손님, 무엇을 찾으시는지요?"

"서코트 혹시 팝니까?"


"당연히 팔고말고요!"

브랙스는 뒤쪽에 난 창고에 들어가더니 하얀색의 옷뭉치를 들고서는 판매대 위에 올려놨다.

"흰색 민무늬 린넨 서코트입니다, 가격은 은화 2닢이 되겠습니다"

확실히 가격이 다른 대장간에 비해 싸긴하다. 다른 곳은 서코트 하나에 은화 10닢을 받는다.


"내구성이 아주 좋아보이는군요... 혹시 검은 하나에 얼마합니까?"

"어떤 종류의 검을 원하시는지요?"

"음... 뭐가 있습니까?"

"한손검인 아밍소드, 롱소드, 사브르 등이 있습니다만, 혹시 모험가이십니까?"


"예, 방금전에 모험가 등록을 하고 왔습니다만"


"그러시다면 허리춤에 차고 계신 아밍소드가 가장 제격일겁니다, 한  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빼들고는 그에게 건네줬다. 그는 건네받은 검을 지그시 쳐다본 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데르트 제국 병사가 사용하는 검인데... 이 검은 도대체 어디서 나신건지?"

그의 물음에 나는 예전에 전쟁터에서 버려진 것을 주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서는 입을 열었다.

"군에서 사용하는 검을 차고 다니시면 탈영병이라고 오해를 받기 쉽죠, 다른 검으로 바꾸신다는 결정은 정말 잘하신 선택이십니다"

"아... 그런가요?"
(하마터면 즉결처형될뻔 받네, 근데 데르트 제국놈들은 여기에 없지 않나?)
"데르트 제국 병사들은 이곳에는 없지 않습니까?"

"교국에는 처음 오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만"

"교국은 데르트 제국 영토 내에 있는 도시국가입니다"


(이탈리아 내에 바티칸이 있는 상황과 똑같구나)

"그래서 제국이 교국을 독립국으로 받아주는 대신 자국의 한 개 군단을 항시 상주시키고 있죠, 또한ㅡ"


한 마디로 제국과 교국은 황제세력과 대륙에 뻗어있는 수많은 종교세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검은 뭘로 사면 좋겠습니까?"

그는  질문에 뒤의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 검 하나를 집고서는 판매대에 올려두었다.

"3피트 길이의 한손검인 아밍소드인데 가장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검입니다"

(3피트라고?)

나는 검에 두 손가락을 벌려 길이를 쟀다. 약 90cm 정도 되는걸 보면 1피트 당 30cm라는 소리였다. 한 손으로 검을 들어보니 내가 차고있던 검과 별반 다를게 없을정도로 가벼운 무게였다.


"이걸로 하죠, 서코트도 포함해서 얼마입니까?"


"서코트까지 포함하면 은화 8닢 되겠습니다!"

"여깄습니다... 근데 모험가 일에 또 뭐가 필요한지 아십니까?"


"흐흐흐, 저희 대장간에서는 모험가 전용 세트를 팔고 있습니다만 한  보시겠습니까?"

내가 그러겠다고 하자 브랙스는 아들을 시켜 창고에서 그것을 가져오라고 했다. 잠시 뒤 브람은 가슴에 군장같이 생긴 거대한 가죽배낭을 안고왔다.


"도대체 이게 뭐죠?"


"이게 바로 저희 대장간의 신상품인 모험가 전용 세트입니다, 브람  녀석의 발상으로 만든 것이죠"

브람은 손수 가죽배낭에 든 물건들을 꺼내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가죽배낭은 돌격군장이라는 명칭으로 안에는 5개의 얇고 기다란 철기둥과 넓은 양털담요 두 개, 침낭  개가 한 세트인 야전텐트, 음식을 담고 요리할  있는 반합과 쇠꼬챙이, 가죽 물주머니, 횃불을 만들  있는 기름 묻힌 헝겊과 부싯돌이 들어있습니다"


(이세계식 군장이냐?)
"야전텐트는 어떻게 만드는겁니까?"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브람은 나를 밖으로 끌고가더니 손수 텐트 시범식을 보여줬다. 과연 5개의 철기둥은 양털담요를 지탱하기 위한 지지대였던 것이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그렇군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온  나는 가격을 물었다. 브랙스는 은화 15닢이라 했다. 까짓것 앞으로 몇 년동안 사용할테니 사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이 애용해주시면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저기 이 근방에 옷파는 가게 있습니까?"

"옷가게라면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브람의 선의를 받아들여 나는 그의 안내를 받아 옷가게로 향했다.

-

"어머 브람! 웬일이야  시간에!!"


대장간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아름드리'라는 이름의 옷가게에 들어서자 안의 젊은 여성들이 그의 곁으로 달려가더니 갖은 아양을 떨어댔다. 남자인 내가 봐도 잘생겼는데 여자라고 오죽하겠느냐만은 홀로 외로이 서있는 모습에 문득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헤헤헤, 언니들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가게에 오신 손님이 옷가게를 찾으시길래 제가 모시고 온거예요"

"어머! 우리 브람 착하기도 하지"


(씨발 빨리 옷사고 나가야지)

나는 서둘러 옷을 둘러보며 무난해보이면서도 값이 싼 셔츠와 바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한 가격에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들고 판매대로 향했다.

"벌써 정하신거예요?"


브람이 옆에서 물어왔는데 가만보니 볼이 불구스레했다.  그런가 하고 그가 흘깃 쳐다보고 있는 판매대 앞의 여성을 봤다. 거기에는 브람과 같은 나이또래로 보이는 긴 금발머리칼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여성은 그의 시선을 못느낀것인지 내가 산 옷들을 곱개 접어주는 일에만 관심을 가졌다.


(짝사랑인가? 귀여운 자식)


은화 한 닢을 지불한 뒤 내가 가게를 나가자 브람도 한참을 판매대 앞에서 우물쭈물거리다가 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나는 옆에서 걷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야, 너 아까 판매대 앞에 있는 여자애 좋아하지?"


"예에에?!! 그런거 아니에요!!!"


그의 소스라치는 반응을 보아하니 내 예상이 맞는 것 같다.

"빨리 고백하라고, 그렇게 우물쭈물거리다가는 다른 놈이 확 낚아채갈지도 몰라"


"...... 알아요"

아까 날 대장간으로 끌고가던 청년의 모습은 어디갔는지  눈앞에는 어깨가 축처진채 서글픈 표정을 하고 있는 짝사랑에 빠진 청년이 서 있었다.


(모쏠 아다새끼 아저씨가 훈남 청년에게 뭐라 할 자격은 없지만 말이야)

날이 저물고 있었다.






-- 26. 첫 의뢰 -- >








끼익-

다음날이 되자마자 나는 모험가 조합으로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아 모험단들이 의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테이블에 무장한 남자들이 대자로 드러누운채 잠을 자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자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직업정신이군... 직장을 집처럼 여기다니 말이야"

심심해져 돌격군장에 빠진 게 없는지 들쳐보고 있던 그때 주변에서 남성의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새끼들아!!!!! 우리 엉덩이 모험단에서 미끼역할을 할 남성을 모집하고 있다!!!!!]
[우리 엉덩이 모험단에게 발주들어온 의뢰를 말해주겠다!!!! 남문  십 오마일 지점에 가면 있는 마을에서 약탈을 일삼는 고블린 새끼들의 토굴을 찾아내 소탕해달라는 의뢰다!!!]
[미끼역할은 토굴속에서 고블린들을 끌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 간단하지 않나? 좆같은 새끼들아!!!!!!!!]

"드디어 모험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건가"


나는 비장한 각오를 다진  성큼성큼 테이블 위에 서있는, 가죽갑옷을 입은 회색깔의 올백머리를 중년 남성에게 다가갔다. 남성은 내가 다가오고 있다는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양날도끼를 위로 치켜들고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남성에게 용기를 내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내 인사에 남성은 소리를 질러대는 것을 멈추고서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자네는 누구지? 혹시 미끼역할을 지원할 사람인가?"


"그렇습니다"


듬직한 덩치의 남성은 테이블 위에서 거칠게 내려오더니 손에  도끼를 등에 매고서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남성의 얼굴은 세 갈래로 길게 그어진 손톱자국이 보였으며 눈에 떠있는 파란색 눈동자는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목에 걸린 나무동전을 보아하니 갓 모험가가  모양이군?"
"미끼역할은 만만한 일이 아니야, 젊은 친구! 죽을 수도 있다고!!!"


나보다 머리 하나 적은 키의 남성은 목에 걸린 동메달을 흔들어대며 나의 위아래를 흝어본 뒤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사슬갑옷이 있으니까 안전하겠구만, 합격!!"

"예?"

"어이 미세! 이 친구를 접수처에 데리고가서 등록 시켜주고 오라고!!"


그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나는 얼타고 말았다, 아직 의뢰비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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