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14화. 델타 (14/106)



〈 14화 〉14화. 델타

< -- 21. 델타 -- >


스윽스윽

고간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영문모를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눈을 뜨고서는 고개를 들고 아래를 쳐다봤다. 팔에 붉은색 날개가 달린 알몸의 성인 여성이 자신의 가랑이에 내 고간을 비벼대고 있었다. 바지춤 너머로는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녀가 비빌때마다 흔들리는 알가슴을 홀린듯이 쳐다보고 있던 나는 돌연 정신을 차리고서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당신 누구야?!!!"

하피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황한 마음에 무심코 정체를 물었다. 하피인 그녀는 내 외침에 노란색 눈동자로 지그시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릴때 붉은색 긴 머리칼이 좌우로 부드럽게 찰랑거렸다.


"당신 누구ㅡ 흐믑!"


외치던 내게 그녀가 다짜고짜 입술을 맞춰오더니 이윽고 미친듯이 고간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뭐야?!  하피 도대체 뭐하는거야!!! 빨리 떼어내야돼!!!)

속으로는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마음먹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몸은 얌전히 그녀의 행동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느닷없는 상황속에서도 내 고간은 쭈그러들기는 커녕 그녀의 속살에 미친듯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씨발... 남자는 뇌가 꼬추를 지배하는게 아니라 꼬추가 뇌를 지배한다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저항을 포기하고 그녀에게 내 몸을 맡겼다. 그때 옆에서 앙칼진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이이!!!]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인데?)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일전에 다리가 부러져있던 어린 하피가 내 위에 올라탄 여성을 노려보면서 울부짖고 있었다.


[끼이!! 끼이이!!!]


"델타야 왔어? 지금 언니 바쁘니까 저기 가 있어"

내 위에 올라탄 그녀는 입술을 뗀 뒤 끈적끈적한 침을 흘려대며 어린 하피에게 말했다.

(뭐야? 이 년, 말할 수 있잖아?... 하긴 리치도 말했는데, 그건 그렇고 이름이 델타였구나... 맞다 멜레나!!)


나는 눈알을 굴려대며 멜레나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인간의 손보다 훨씬 큰 손으로 내 어깨를 강하게 누르더니 다시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혀 뿌리 뽑히겠다!!)

그녀의 미친듯한 혀놀림에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그때 어린 하피가 그녀를 밀쳐내더니 위기에서 나를 구해줬다. 밀쳐내진 그녀는 색기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여동생은 질투가 심하네? 언니도   즐기자~"


[끼이이!!! 끼이!!]

어린 하피는 그녀에게 화를 내는것인지 날개짓을 해대며 울부짖고서는 돌연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끌어안았다. 물론 어린 하피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옷을 벗고 있었기 때문에 맨살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런데...

(대가리 부서진다!!! 좀 놔줘!!!)


얼마나 강하게 끌어안는 것인지 머리에서 피가 쏠리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이에 나는 손을 들어올려 어린 하피의 끌어안은 손을 정신없이 두들겨댔다. 그러자 어린 하피는 조임을 풀고서는 날 지그시 내려다보다가, 자신의 입에 내 입술을 맞추고서는 어딘가로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끌려가는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가랑이에, 손가락에 난 커다란 손톱을 집어넣고서는 가슴을 만져대기 시작했다.

(누가 설명 좀...)


-


끌려온 곳은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곳이었다. 검부터 시작해서 사슬갑옷, 항아리, 양초가 여러개 꽂힌 촛대, 은화, 동화, 은반지 등등 잡다한 것이, 나뭇잎이 수북이 쌓인 푹신한 바닥에 어질러져 있었다. 벽을 만져보니 나무껍질 같은 촉감이 드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있는 곳은 나무의 안인 것 같았다. 그것도 엄청 큰 나무의 안 말이다. 방금 전 첫키스를 했던 곳도 이 공간과 똑같은 것을 보니 거대한 나무 안의 여러 공간이 나뉘어져 있는것 같다. 나무에 난 조그만 틈에서는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있고 있던 사슬갑옷과 서코트는 어디갔는지 지금 내 몸에는 허름한 셔츠와 통이  긴 바지가 걸쳐져 있었다.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델타는 항아리에 든 조그마한 열매를 한 웅큼 쥐더니 내게 다가왔다.

[끼이이]

"나 주는거야?"


[끼이!]

열매가 놓인 손바닥을 내게 내민 채 델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열매를 받고서는 한개 집어먹은 뒤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자 하피 소녀는 기뻤는지 날개를 파닥이면서 항아리에서 다시 열매를 잔뜩 꺼내고서는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렇게 델타가 주는 것들을 내가 이 하피 소녀에게 손사래를 칠 때까지 받아먹었다.

잠시 후 나는 먼산만 바라본  내 무릎에 앉아있는 하피 소녀에게 멜레나에 대해 물었다.

"델타야 혹시 내가 입고 있던 옷들하고 나랑 같이 있던 너 키만한 여자애 못봤어?"

내 물음에 하피 소녀는 어딘가로 뛰쳐가더니 왼 손에는 내가 입고 있던 사슬갑옷과 서코트를, 다른 오른 손에는 멜레나의 머리카락을 잡고서는 질질 끌고왔다. 그리고서는 내 앞까지 가져와 내려놓고는 손가락으로 이것들이 맞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멜레나야!"

나는 멜레나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어 대며 깨우려 했으나 소녀는 아무 미동도 없었다. 콧구멍에 손을 갖다대니 숨을 쉬고 있긴 했다. 발목을 보니 내가 감아놓은 양말은 사라져있고 풀줄기가 칭칭 감아져 있었다.


"너가 해준 거야?'

자신을 쳐다보는 내 모습에 하피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나를 수녀애에 곁에서 떼어놓으려는건지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끌려가면서 하피소녀가 건네 준 자신의 서코트를 받아들었다. 안쪽 주머니를 확인해보니 가죽주머니는 그대로 들어있었다.

(다행이다, 빠뜨리지 않았구나)

[끼이이! 끼이끼이!]

(뭐지? 쓰다듬어달라는건가?)


내게 머리를 들이미는 하피 소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하피 소녀는 내 허리를 온몸으로 껴안고서는 얼굴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해서든지 이 하피에게 옷을 입혀줘야겠다고 다짐했다.



-



밤이 된것인지 델타는 주변에 널려있는 촛대를 집어들고서는 돌을 사용해 양초에 불을 붙히기 시작했다. 하피소녀는 내 간곡한 부탁으로 서코트를 입고 있었다. 서코트는 소녀의 발에 끌릴 정도로 컸었다.

(멜레나야...)


멜레나는 아직까지도 깨어나지 않은 채 죽은듯이 누워만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숨을 쉬고 있는지 자주 확인했으나 숨은 잘 쉬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끼이이!!!]

"알았어, 알았어, 이제 확인 안할게"

내가 다시 수녀애의 곁으로 가려하자 하피 소녀는 울부짖으며 내 팔을 잡아끌었고, 나는 못이기는 척하며 다시 늑대 가죽이 깔려진 곳에 앉았다. 늑대 귀가 달려있는게  소름끼쳤다.

"감촉은 좋은데 말이야..."

늑대털을 부드럽게 쓸고 있던 내게 하피소녀가 손에 뭔가를  채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나를 마주본채로 내 무릎에 앉았다. 그리고는 날개 끝에 달린 발톱을 내 얼굴에 갖다대더니 그대로 내리그었다.


"크아아악!!!!"

[끼이이이이!!]


"젠장! 뭐하는 짓이야!!!"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에 떨어진 검을 집어들고서는 하피 소녀에게 겨누었다. 그런  행동에 하피 소녀는 놀랬는지 눈물을 흘려대며 울부짖기만 했다.


[끼이이!! 끼이이!!!]

"으으으윽... 도대체  그런 짓을?"


[끼이이!! 끼이이!!]


"젠장할......... 난 네말 못알아듣는다고"


하피소녀의 서글픈 울부짖음에 나는 칼을 바닥에 내려놓고서는 다시 앉았던 자리로 돌아갔다. 나와 멜레나를 치료해준데다 지금까지 베푼 호의를 봤을  날 죽이기 위해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다시 앉자 하피 소녀는 항아리에서 정체모를 가루를 꺼내더니 자신이 입힌 상처부위에 골고루 발라주었다. 더더욱 이 하피의 속내를 모르겠다.

[끼이이이이...]

"너하고 말이라도 통했으면 왜 그런지 이유라도 들어보는건데..."

[끼이이!! 끼이이이이!!]


하피 소녀는 연신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내 귀에는 그저 애처로운 울부짖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가루를 바르는 것이 끝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멜레나 근처에서 잘려고 했으나 하피 소녀의 서글픈 시선에 다시 앉고서는 그대로 드러누었다. 그러자 하피소녀도 마주 누워서는 내 쪽으로 몸을 밀착시켰다.

(도대체 왜 이러는거지? 얘 언니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하피들은 정말이지 무슨 생각를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군... 그러고보니 나 첫키스였구나, 씨발)

32년 동정 모태솔로의 삶을 살아온 내게 이런 식의 느닷없는 첫키스는 기분좋기도 하면서 뭔가  그랬다.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랑 없는 키스여서 그랬던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옆에 달라붙어 있는 하피소녀를 봤다.

(얘하고도 키스? 아니 그건 뽀뽀였지... 멜레나하고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데,  말을 못하는걸까? 언니는 말을 하던데 말이야)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고 있던 도중 하피 소녀가  왼손 약지 손가락에 은반지를 껴주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울부짖었다.


[끼이이이!]

"뭔진 모르겠지만 고맙게 받을게"

[끼이이!]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델타는  가슴팍에 얼굴을 비벼대더니 얼마 안 있어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잠들었다. 이에 나도 따라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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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간수컷"

귀에서 들려오는 살기어린 목소리에 나는 번쩍 눈을 뜬 뒤 고개를 돌렸다. 돌린 곳에는 내 첫 키스를 뺏었던 하피년과 똑같이 생긴 성인 여자 하피가 서있었다. 그 하피 여자는 나를, 맹수와도 같은 세로로  찢어진 노란색 눈동자로 노려보면서 위협적으로 말했다.

"당장 여길 떠나라, 여기는 네놈같은 제국 병사가  수 없는 곳이다"


"그,그게 무슨?"

"딸애의 마음을 봐서 죽이지는 않을테니 당장 저 수녀애를 데리고 여길 떠나"

(아... 델타 엄마인가 보네, 딸 곁에  정체모를 아저씨가 있으니까 화가 단단히 났구나)
"아,알겠습니다, 바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갑옷  입고 가도 되겠습니까?"


 물음에 그녀는 화가 단단히 난 것인지 커다란 손톱을 들이밀며 차갑게 말했다.


"당장 나가, 죽기 싫으면"


"옙"


나는 그대로 갑옷하고 검을 한 손에 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소녀애를 옆구리에 낀 채 서둘러 열려져 있는 문을 통해 나갔다. 서코트는 델타가 입고 있었기 때문에 챙겨갈 수 없었다. 뭐 가죽 주머니는 챙겼으니 문제는 없다.

(델타야 고마웠다, 인연이 된다면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자고있는 델타를 한 번 쳐다본 뒤 나는 살기어린 델타 엄마의 시선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서 내가 있던 곳을 확인하니 거대한 그루터기였다. 그리고 이 일대에는 이와 같은 수많은 그루터기들이 존재했다.

"자연의 신비로움이란..."

나는 그 말을 남긴 채 분주히 어둠이 내린 숲 속을 달렸다.



< -- 22. 엘라임 베르인 -- >






하피들에게서 벗어난 나는 사슬갑옷과 검을 걸친 뒤 등에 멜레나를 업은 채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깜깜한 숲 속을 걸었다. 보이는 거라곤 달빛에 비춰진 나무의 풀의 그림자밖에 안보였다.

"씨발...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이 안가네"

어두운 숲길을 걷고있자니 현역이었을때 경계근무로 인해 한밤중에 숲으로 둘러싸인 초소를 올라갔었을 때가 생각이났다.


"존나 좆같았었는데... 하필이면  번초에 걸려서 잠도ㅡ"

갑자기 목에 칼날이 들어오자 나는 입을 다물고 옆에 서있는 검은 인영을 노려봤다. 인영은 움직임하나 없는 자세 그대로 내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저...저희는 나쁜 사람들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ㅡ"


"등에 업힌 애는 누구냐? 수녀애 같아보이는데?"


"이 애는  여동생입니다, 수녀애가 아니라ㅡ"


"나는 피테란데 교단의 성당기사단이다, 죽기 싫으면 바른대로 말해"

(피테란데 교단이라고? 교단... 카리오트 교단하고 똑같은 놈들인가?)
"대천사를 믿으십니까?"


"자비의 권좌에 앉아계신 대천사 피테란데 님을 믿는 수도자이니 나를 떠보려 들지마라"

(그거 참 다행이군요)
"저희들은 사실 악마의 군세를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의 일원이였습니다, 지금 제 등에 업혀있는 수녀애는 카리오트 교단의 생존자입니다"


자신을 성단기사단이라 칭한 남성은 등에 업혀진 멜레나의 얼굴을 쓰윽  번 확인하더니  목에 칼을 겨눈 채 어딘가로 끌고갔다.

(아... 험난한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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