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12화. 스켈레톤 (12/106)



〈 12화 〉12화. 스켈레톤

< -- 18. 스켈레톤 -- >




"아,아저씨 이,이,일어나세,세요... 아,아저씨!! 아저,저씨!!! 우와아아아앙!!!!!!"


"나 안죽었다"

멜레나의 울음소리에 깨어난 나는 생존신고를 한 뒤 서코트를 입고 있는 소녀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저..씨? 우와아아아아앙!!!!!!!"

소녀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서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다정하게 말해줬다.

"멜레나야 내가 죽었을까봐 걱정했냐?"

"으...으응"


훌쩍이면서 말한 소녀는  뒤로도 한참을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나는 그런 소녀를 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눕혀준  모닥불 근처에서 바짝 말라있는 옷가지들을 덮어주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눈물을 펑펑 흘려대던 소녀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봤던 마야의 울던 모습과 겹쳐왔다.


"마야야... 젠장, 이럴때가 아니지"

나는 눈가를 손으로 슥 비빈 뒤 사슬갑옷을 걸치고서는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어느  가장자리에 썩어 문드러진 나무 문이 보였다. 그 나무 문은 내가 처음으로 출구를 찾으러 갔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뭐..뭐지? 이곳에 이런게 있었나?"

나무 문을 열어보니 안에는 길게 뻗어있는 통로가 나있었다. 그 주변에는 기괴하게 생긴 뼈들이 즐비해 있었다.

"굉장히 위험해보이는데... 하지만 이곳말고는 출구는 없는  같고, 일단 밥부터 먹고난 뒤에 결정하자"

소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뒤 나는 모닥불 근처에 떨궈져있는 버섯들을 굽기 시작했다. 고소한 버섯 냄새에 소녀는 잠에서 깬 뒤 버섯을 먹고 있는 나를 쳐다보았다.

"아,아저씨!!!! 버,버섯 머,먹으며,면 아,아,안돼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녀는 발목이 부러진 줄도 모르고 일어서려 하다가 통증으로 바닥에 엎어졌다.


"멜레나야! 괜찮아?"

"흐으으윽... 아,아저씨 버,버섯 머,먹으며,면 아.안돼요 또 쓰,쓰러지,지시면..."


통증으로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소녀는 가까이 다가온  사슬갑옷을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먹어도 괜찮아"

"예? 그,그게 무,무,무슨?"


(대천사님이 먹어도 된다고 했거든... 이라고 말하면 안 믿겠지?)
"내가 쓰러졌던건 단순히 피로가 누적되서 그런거야, 버섯 때문이 아니였어"

"그...그,그런 거여,였어요?"

"그래, 그러니까 먹어도 괜찮아"

내가 내민 버섯을 바라보던 소녀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들고서는 내 미소를 한 번 보고서는 조금 뜯고서는 입안에서 오물오물 거렸다.


"마...맛이,있다"

"그치? 여기 많이 있으니까 배터지게 먹어보자고!"

소녀는 몹시 배고팠는지 양 손에 버섯이 꽂힌 나무 꼬챙이를 쥐고서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나도 소녀와 마찬가지로 걸신들린 듯이 먹어댔다.

"꺼억ㅡ  먹었다"


"이,이제 조,좀 사,살  같아,아요"


(밥도 먹고 휴식도 어느정도 했겠다 이제 다시 가볼까)
"멜레나야 등에 업혀라"

"예? 추,출구 아,아직 모,못찾아,았잖아,아요?"


"너가 자고 있을때 내가 저쪽 가장자리에서 길게 이어져있는 통로를 발견했거든, 아마도 거기가 여기서 나갈 유일한 출구 같아"


"그,그럼"

내 말에 소녀는 얼른 내 등에 업혔고, 나는 소녀를 등에 업은  나무문으로 향했다. 나무 문에 도착한  우리들은 나무 문 안에 난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아,아저씨, 무,무,문 주벼,변에 이,있던 뼈드,들이요... 호,혹시 사,사,사람..."

"사람 뼈는 아닐거야, 그러기에는 너무 기괴하게 생겼잖아"

"호,혹시 괴,괴물드,들의 뼈 아,아닐까,까요?"


소녀의 물음에 나는 그제서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벌써 들어온데다가 여기말고는 달리 출구도 없기때문에 그냥 가기로 했다.

"아,아저씨 아,안에서,서 괴,괴물이 나타,타나며,면 어,어,어떡해요?"

소녀는 목에 두른 팔을 더욱 꼬옥 껴안고서는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대,대사제니,님이 그래,랬느,는데요, 이 그,근방에 리치,치가 사,산다고해,해요, 호,혹시 리치가 나,나,나타나며,면..."


"리치? 네크로맨서 같은거 말이야?"

"네,네크러,로매,맨서하고 리,리치는 다,달라요ㅡ"


그렇게 소녀의 기나긴 설명이 시작됐다.

"한 마디로 리치는 저주줄사로서 마왕의 하수인이기 때문에 나쁜녀석들이고, 네크로맨서는
리치와 같은 저주술사이지만 마왕과 맞서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착한 녀석들이다 이 말이지?"


"마,마왕이 아,아,아니라 아,악마예,예요!"

내 볼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댄 채 귀엽게 항의하는 소녀의 행동에 나는 미소를 흘렸다. 그렇게 걸아가고 있던 나는 용기를 내어 소녀에게 물어보았다.


"멜레나야, 널 놀리는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 혹시 말 더듬는데에 무슨 이유라도 있어?"


"그,그건 가,갑자기,기 왜 무,물어바,봐요?"

소녀는 갑자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도 내 물음에 기분이 많이 상한 것 같다.

"아 그게...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어서 더듬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같이 지내다보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지금도 말을 많이 더듬길래 혹시 아직도 날 낯설게 생각하고 있나 해서"

"... 아,아저씨느,는 치,친절하,하고 자,자상해,해요, 대,대사제,제니,님처럼"


소녀는 대사제라는 단어를 말하자마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빠처럼 따르던 그가 전투에서 창에 꽂힌 채 죽어있던 모습은 어린 소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마,말을 더드,듬는 거,건 태,태어나,날때부터 이,이래와,왔어요, 그래,래서 고치,칠려고 여,열심히,히 노려,력했느,는데도 고쳐지지,질 않기,길래"
"대,대사제니,님 보,보고시,싶어... 유이,일하게,게 나하,한테 자,잘대해,해주셔,셨는데..."

등에서 소녀의 흐느낌이 전해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걸었다.



-



얼마를 걸었을까 통로의 끝이 보이면서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이 보였다. 절벽의 밑은 마치 심연과도 같이 어둠 그 자체였으며 나무로 된 흔들다리는 절벽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돌들이 초록색 빛을 뿜어대고 있었고, 저 멀리 끝에서는 우뚝 솟아있는 절벽에 높다란 계단이 동굴 천장을 향해 이어져 있었다.


흔들다리는 수 백년동안 방치되어 있어서인지 절벽사이를 이어주는 밧줄은 검게 변색되어있었고, 발을 대는 나무발판은 군데군데가 부서지고 부식되어져 있었다.

"아마도 저곳이 출구같은데... 그러려면 이 흔들다리를 건너야 되는건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불안감이 밀려왔다. 소녀도 이 오래된 다리를 건너는 것이 불안했는지 내게 물어왔다.

"아,아저씨... 여,여기 꼬,꼭 건너,너야 돼,돼요?"


"이 다리 말고는 달리 건널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건널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우으으으..."


소녀는 내 목을 꼬옥 둘렀고 나는 조심조심 흔들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한 발 내딛을때마다 나무발판이 삐걱거렸고, 나무발판이 삐걱거릴때마다 낡은 밧줄이 면발마냥 추욱 늘어났다.  몸의 신경이 예민해졌고 눈 앞은 핑핑 돌기 시작했다. 그 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오금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절벽에 도착할 때마다 다리가 풀려 한참을 쉬었고, 그렇게 다시 다음 절벽으로 넘어갔다. 그런식으로 마침내 높다란 계단이 있는 절벽에까지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높은데?)


"아,아저씨..."

계단을 올려다보고 있던 나는 소녀의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소녀의 다리를 잡고 있던 손에서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졌다.


"멜레나야 부러진 발목이 아파서 그래?"


"아,아니요... 그,그게... 그,그러니까"

소녀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소녀는 볼일을 보고 싶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그럼 마땅한데가..."

"저,저기 구,구석이,이요"


나는 소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가서 내려준 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반대편으로 멀찍이 떨어졌다.


"멜레나야!  일 생기면 곧장 아저씨 불러라!!"


"예에에..."


소녀가 볼일을 보는 사이 나도 참았던 방광에 가득 찬 노폐물을 배출해내고자 바지춤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오 씨발... 서코트 개 거슬리네"


한참을 서코트와 씨름을 하던 도중 소녀가 있는 쪽에서 비명이 들리더니 나를 외쳐댔다.

"뭐야!!!! 멜레나야 무슨 일이야!!!!"

나는 얼른 소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멜레나야 뭐가..."

"아,아저씨... 저,저,저기"

"해...골?"

소녀의 앞에는 허름해 보이는 누더기 옷을 몸에 걸친 채 검을 들고있는 두 마리의 해골들이 서있었다.

(설마 스켈레톤인가?)


치링ㅡ!

스켈레톤들이 다가오자 나는 즉시 검을 뽑고서는 소녀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저씨 뒤로 와!! 빨리!!"

걷지 못하는 소녀는 팔로 땅을 기면서 어렵사리 내 뒤로 왔다.

(어쩌지? 검을 실전에서 써본적이 없는데... 게임처럼 생각하면 되는건가?)

나는 검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린 채 눈구멍에서 붉은 안광을 뿜어대는 놈들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놈들이 미친듯이 달려왔다.

[끄아아아아아악!!!!!!!!!]


제일 먼저 다가온 놈은 내 어깨를 향해 검을 위에서 내리쳤다. 나는 재빨리 위로 들어올린 검을 내려 놈의 내려쳐지는 검과 맞부딪혔다. 그러자 뒤에서 달려오던 다른 놈이 내 옆구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에 신장차이를 이용해 발차기로 내 허리까지 오는 놈의 가슴팍을 차버렸다.

놈은 바닥에 발라당 자빠졌으나 나와 검을 맞부딪히고 있던 녀석이 그 틈을 노려 순간적으로 검을 빗겨그어 검을 쥐고 있던 내 손에 칼 자국을 입혔다. 나는 상처로 검을 떨구었고 놈은 아래쪽으로 향한 검을 심장을 향해 찌르려 했다.

(씨발!!!)


[끄아아아악!!!!!]

꼼짝없이 죽게 될 상황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나는 스켈레톤의 비명소리에 눈을 떴다. 스켈레톤은 내 뒤에서 뿜어지는 하얀 빛을 맞아 녹아들고 있었고, 얼마  있어 놈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검은색의 액체들만 남게되었다. 그러자 내 발차기를 맞고 자빠져 있던 놈이 검을 꼬나든 채 뒤에서 나오는 빛을 향해 달려갔다.

"까아아악!!!"

"어딜!!"

날 무시한 채 스쳐지나가던 놈을 향해 나는 검을 휘둘렀고, 그렇게 놈의 머리를 두동강 내버렸다.


"허억ㅡ 허억ㅡ 미친... 다 죽었나?"

스켈레톤들이 다 죽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바닥에 주저 앉았다. 고개를 돌리니 소녀의 손에서 스켈레톤을 녹였었던 하얀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멜레나야 손에 그 빛은 뭐야?"


"시,신성하,한 세,세례요"

소녀는 자신의 빛나는 손을 놀란 듯이 쳐다보며 답했다.


"지,지팡이가 이,있어야 가느,능하,한건데... 어,어째서?"

신성한 세례는 아마 지팡이가 있어야 가능한 기술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녀가 놀란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거야 어찌됐든간에 나는 목숨을 구해준 소녀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고맙다, 멜레나야"

"아,아니에,에요, 저,저야마,말로 가,감사하,합니,니다"


소녀는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오히려 내게 감사함을 표했다.


"멜레나야, 근데... 볼일은 다 봤어?"

"... 도,도중에 나,나타나느,는 바,바람에"

소녀가 앉은 자리에는 무슨 액체에 의해 흥건히 적셔져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사실 아저씨도 지렸거든"


바지에서 축축한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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