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9화. 그 놈이 살고 있다 (9/106)



〈 9화 〉9화. 그 놈이 살고 있다

< -- 14. 그놈이 살고 있다 -- >



동굴깊이가 상당한지 가도 가도 출구는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나는 심심해져 더크와 베르크에게 질문을 했다.


"베르크 씨하고 더크 씨는 몇 살때부터 모험가 일을 하셨나요?"

내 질문에 더크가 덤덤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나는 열 다섯살때, 베르크는 스무 살때부터 일을 시작했지"

"모험가 일은 할 만 합니까?"

"할만하고 자시고간에 먹고 살기위해서 하는거지 않겠나"

그의 대답에 나는 모험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자 했다. 이세계에 소환된 내용의 소설들을 보면 주인공들은 항상 용사 아니면 모험가로 성공을 한다. 그래서 나도 주인공처럼 그들이 해서 성공한 직업을 하기를 원했다. 용사는 가망이 없으니 모험가 일을 하면 될 것이다.


"모험가는 돈 많이 법니까?"

"왜? 병사 때려치우고 모험가 하게?"

"못할 것도 없죠"

그의 질문에 나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이에 베르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서라, 모험가 일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네, 크흠"

"병사나 모험가나 돈 받고 일하는건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

"병사는 정해진 일만 해도 나라에서 돈을 주지만 우리들은 직접 일을 찾아가면서 돈을 버는데다 뒤질 확률도 병사보다 우리들 모험가쪽이 훨씬 더 높다고, 크흠"


"그래도 정해진 급여만 받는 병사보다야 돈은 많이 벌지 않습니까?"


내 물음에 더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건 맞는 말이지, 죽기살기로 하면 병사보다 훨씬 많은 돈을 만질  있긴해"
"근데 그건 등급이 높은 녀석들에게만 해당하지 낮은 녀석들은 만지기도 전에 뒤져버린다고"

"등급? 뭐 브론즈나 실버 같은 겁니까?"

"뭔 개소리야? 모험가 조합의 등급은 위에서부터 금메달레스트, 은메달레스트, 동메달레스트, 철 동전, 나무동전 순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아까 내가 말한 등급이 낮은 녀석들이 나무동전하고 철 동전에 머무는 녀석들을 말한건데, 여기 등급의 녀석들이 가장 많이 뒤지지, 하루에  명꼴로 뒤진다고"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그렇게 많이 뒤지는 겁니까? 괴물 잡는 일 때문입니까?"

"맞아, 대부분 괴물 잡다가 뒤져버리지, 아니지 그 녀석들은 잡는게 아니라 미끼역할을 하다 뒤지는거였지, 참"

"미끼 역할?"

"미끼역할은 괴물을 유인하는 일인데 동메달레스트부터 시작해서 나무동전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하는 일이네, 크흠"

베르크는 더크의 말에 추가 설명을 해주었다.


(한마디로 총알받이라는 소리아니야... 존나 극한직업이네)


나는 그의 말을 끝으로 모험가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다른 일을 찾을까?... 아무리 그래도 미끼역할은 좀 아닌데, 이럴거면 병사를 하지, 아니야, 아니야,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도 모르는데 병사로 받아줄 리가 없지... 씨발! 32살 직장인이 느닷없이 이세계로 넘어와서 앞으로의 장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기구한 팔자에 속으로 울분을 토해내고 있던 내게 가녀리고 여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멜레나였다.

"고.레,레오 씨, 메,메리오,온 교구,국의 모,모험가,가 조하,합이 이,있어요"


(메리온 교국? 교국은 특정종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를 말하는 거 아니냐?)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도 돼, 근데 멜레나야 메리온 교국이 뭐야?"


내 물음에 앞에서 걷고 있던 더크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이 친구야! 메리온 교국도 모른단 말이야?!"

(아 맞다... 설정상 나는 데르트 제국 병사였었지, 좆망했네)

"이봐 더크, 올해 교황이 바뀌지 않았는가, 그래서 모르는 것일테지, 크흠"


거짓이 탄로날까봐 식은땀을 흘려대고 있던 내게 베르크의 말은 구원의 손길 그 자체였다. 나는 그 말을 이용해 이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아!... 올해 교황이 바뀌었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몬테라 교황이었는데 올해는 메리온 교황이 선출되면서 몬테라 교국이 아니라 이제 메리온 교국이네, 그리고 우리들은 메리온 교국의 모험가 조합 출신이지, 크흠"

(선출된 교황의 이름을 따서 나라 이름을 정하는건가 보네, 게다가 황제나 왕 대신에 교황이 나라를 통치하는걸 보니 바티칸 같은 느낌인가?)

"올해 선출된 메리온 그 자식  별로 맘에 안들던데"


더크는 대뜸 교황을 욕하기 시작했다.


"실눈에 돼지새끼인게 존나 속물스러워 보이던데?"


"메,메리오,온 교,교황니,님은 괴,괴,굉장히 이,인자하,하고 너그,그러우,운신 부,분이세,세요! 다,다,당장 그 말 취,취,취소하세요!

"저기요 수녀 아가씨, 뭐라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거든, 어디 아파? 왜 이렇게 말을 더듬어?"

더크의 말에 화를 내던 소녀는 그의 말에 아까의 그 기색은 어디갔는지 어깨가  처진 채 고개를 땅바닥에 푹 숙였다. 어깨가 떨려오는걸 보니 또 우나보다. 참 여린 마음에 눈물 많은 소녀다.

"더크, 어른이 어린애를 울리면 못쓴다네, 크흠"

베르크는 뒤를 돌아 울고있는 소녀를 보더니 그의 등을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고 더크는 그의 말에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한  뿐이라면서 어깨를  번 으쓱거릴 뿐이었다.

(나도 모험가가 되면 저런 인성을 가지게 되는 건가?)

그들의  모습을 쳐다보며 나는 울고 있는 멜레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

"이게 뭐냐?"

한참을 걷고 있던 도중, 앞에서 걷고있던 더크의 물음에 나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앞에는 검은색의 무언가가 천장에서 시작해서 바닥에 이르기까지 길목전체를 막고 있었다. 그것은 불빛이 비춰져서인지 표면의 반질반질한 윤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무언가의 호기심을 느끼고 손을 뻗어 그것을 만질려고 하던 그때였다.

"더크, 그 손 멈추게!!"

베르크의 외침에 그는 만지려던 손을 황급히 아래로 내린  이유를 물었다.

"이건 분명 쿵다닥이네, 크흠"


"쿵다닥? 베르크 그게 뭔가?"


"내각 광산에서 일을 할  자주 봤던 괴물이지, 크흠"


"괴물? 이게 괴물이라고, 돌더이가 아니라?!"


더크는 눈을 크게 뜨고서는 앞에 놓여진 쿵다닥을 쳐다봤다. 나는 베르크에게 쿵다닥에 대해 물었다.

"베르크 씨, 쿵다닥이 뭡니까?"

그는 횃불로 앞에 있는 쿵다닥을 횃불로 비추면서 설명해주었다.

"쿵다닥은 검은색의 윤기가 흐르는 표면을 가진 괴물이네, 주로 동굴에서 서식하는 놈들로 이렇게 길을 막고서는 자신들을 건드리는 놈들을 먹이로 삼지, 크흠"
"이 녀석들이 쿵다닥이라는 불리는 이유는 한 개체가 아닌 여러 개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가 건드리는 순간 쿵 소리를 내며 밀집형태를 푼 뒤 건드린 놈을 공격한다고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네, 크흠"

"이 거대한  분해된다고요? 뭔 그런 괴물이..."

"이 녀석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건드린 놈에게만 집중 공격을 한다는 점이지, 크흠"


(다구리 존나 하는 비겁한 새끼들이네)


나는 돌맹이 같아보이는 쿵다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어떻게 이게 움직일 수 있는 생명체인지 신기해했다.


(자연의 신비는 항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우리들이 놈을 자세히 관찰하는 반명 멜레나는 내 뒤에 숨어서는 놈들을 기웃거리며 바라봤다.

"그런데  놈이 길을 막고 있으니 어떡하면 좋지?"


더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베르크가 우리들을 둘러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나갈려면 누군가 한 명은 저 놈을 건드려서 길목을 뜷어야만 하지, 크흠"

"베르크... 그 말은?"


베르크는 가죽 조끼에서 조그마한 나무 막대기를 꺼내들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제비뽑기를 하지,  네 개의 나무막대기 중 하나는 길이가 짧네, 길이가 짧은  뽑는 자가 저 쿵다닥을 건드리는거네, 모두 동의하겠나? 크흠"
"쿵다닥을 건드린 다음에는 우리들이 재빨리 놈들을 처리하면 되니 문제될  없네, 크흠"


더크는 먼저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는 우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덩달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가 먼저 제안했으니 나는  나중에 남은 제비로 하지, 뽑게나, 크흠"

 처음으로 더크가 나무막대기를 뽑았다. 그 다음은 나, 그 다음은 멜레나였다. 마지막은 베르크였다.

"자 모두 자신이 뽑은 나무 막대기들을 보여주게나, 크흠"


나, 더크, 베르크의 나무 막대기와는 다른 길이를 가진 것을 소녀의 손바닥에 놓여져 있었다.

"기,기,길이가..."


소녀는 당황해하며 연신 우리들의 손바닥에 놓여진 나무 막대기들을 쳐다보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흐흐흐흐흑...흐흑"

소녀의 우는 모습에 나는 내가 대신 하겠다고 말했다. 어른이 3명이나 있는데 이런 위험한 일을 어린애한테 시킨다는 것의 창피함과 죄악감이 들었던 것이다.


"고.레오 이 친구야, 번복은 없어"


더크는 처음으로 살기어린 표정을 내게 보이고서는 고개를 돌려 소녀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수녀애!! 그만 울고 빨리 와서 이 놈들을 만지라고!!!"

"제가ㅡ"

"그만하게, 번복은 없어, 그게 우리들의 신념이네, 크흠"

말을 하려던 나를 베르크가 막아세우고서는 소녀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야, 우리들이 물리칠테니 두려워 말아라, 크흠"

그들의 재촉에 소녀는 눈물을 머금고서는 주춤주춤 쿵다닥의 앞으로 걸어갔다. 소녀는 나를  번 바라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서는 손으로 녀석의 반질반질한 윤기가 흐르는 표면을 만졌다.

쿵ㅡ!

소녀의 손이 닿자마자 놈들의 표면에서 파란색의 눈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지더니 자신들을 건드린 자를 쳐다봤다.


쿵ㅡ!

쿵ㅡ!

그런 그때 녀석들의 너머에서 쿵 거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소리에 베르크는 사색이 된 채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서,설마 뒤쪽에  있는 건가?!!"

"뭐,뭐야?!! 베르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어쩔 수 없구만, 크흠"


베르크는 뭔가를 생각했는지 우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쿵다닥들의 앞에 서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그를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미안하구나 애야, 크흠"


그는 자신보다 조금 큰 체구의 소녀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뒤편에 내던져 버렸다. 그 모습에 나는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이 씨발놈들아!!! 뭐하는거야!!!!!!!!!"


"뭐 그리 욕할 정도는 아니지 않는가? 자네도 여기서 나가고 싶지않나? 크흠"


베르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고 나는 그런 그의 말에 분노의 말을 던져대며 소녀에게 달려갔다.

"야  상종 못할 개새끼들아!! 난 그래도 니놈들처럼 저런 어린애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나가고 싶지 않다고!!!!"

소녀를 향해 달려가는 내 뒤로 더크의 말소리가 들렀다.

"기껏 살려줬더니 죽으러 가는군, 크흠"








< -- 15. 구사일생 -- >







"멜레나야!!!"


나는 바닥에 엎어져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발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소녀의 발목을 보니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멜레나야 걸을 수 있겠어?"

밀집형태를 거의  푼 쿵다닥을 보며 나는 다급하게 물었고 그런  물음에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머릿속으로 미친듯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하던 도중 놈들이 소녀를 향해 몰려오자 나는 소녀를 어깨에 들쳐매고서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로 되돌아가면서 전력질주하였다.

(마야를 지켜주지는 못했지만 이 소녀만큼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미친듯이 달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쉬지않고 걸어오면서 몸에는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어깨에는 애까지 딸려있는데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러니 점점 더 달리는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걷는건지 달리는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가 되었다.

뒤에서는 돌이 구르는 듯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고 앞으로는 빛 한점 들지 않는 끝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이대로 끝인가... 젠장할)

오도가도 못한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나는 낭떠러지로 구르면서 엎어졌을 때의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뒤에서 돌이 굴러오는 듯한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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