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화. 바위동굴 (8/106)



〈 8화 〉8화. 바위동굴

내가 날린 검은 놈의 눈알에 정확히 박혔다.


[쿠어어어어어!!!!!!]

바닥에 자빠진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악귀를 쳐다보며 나는 멜레나의 팔을 강제로 잡아끌며 소리쳤다.

"여기서 빨리 도망쳐야돼!!!"

"대,대사,사제니,님이랑 가,가,같이 이,있으,을거야..."

소녀는 대사제의 시체를 부둥켜안고서는 발버둥을 쳤다.


"씨발!!! 여기 있으면 뒤진다고!!!! 뒤지고 싶어?!!!!"

"그,그래도,도... 그,그래도ㅡ"


"젠장!!!"

나는 소녀의 말을 무시한 채 억지로 그의 시체로부터 떼어낸 뒤, 들쳐매고서는 뒤돌아서서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곳은 이미 현실이 아니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뒤에서 뭔가가 쫓아오고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한 채 무작정 달렸다. 켄타우로스가 쫓아왔을 때 달렸던 그대로 똑같이 달렸다. 폐가 터져나가기 일보직전이었다.

(젠장! 젠장!! 탈출구!! 여기서 도망칠 곳이!!!)


점점 절벽이 보이면서 나는 탈출로를 찾기 위해 눈알을 굴려댔다. 머리로는 탈출로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몸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발!! 제발!! 탈출로!! 탈출로!!)

눈물이 터져나오려 하던 그때 절벽 부근에  조그마한 틈에서 더크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내 모습을 보더니 빨리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의 손짓에 이끌려 조그만 틈으로 달려간 뒤 멜레나를 먼저 들여보내고서는 이어서 들어갔다.


들어온 뒤에 나와 멜레나는 더크의 발걸음을 무작정 쫓아갔다. 그러다 그가 돌연 왼편으로 사라지자 나는 얼른 그가 사라진 곳으로 달려갔다. 왼편에는 조그마한 구멍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더크와 베르크가 몸을 구부정하게 한 채 앉아있었다.

"이게..."


"뭐해! 얼른 들어오라고!!"

그의 외침에 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린  옆에서 넋이 나간 소녀를 안아들고서는 구멍속으로 들어갔다.









< -- 13. 바위동굴 -- >








구멍에 들어가 있으면서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괴물들의 울부짖음에 나는 방금전까지 보왔던 살육전의 몸을 떨어댔다. 내 품에 안겨있던 멜레나도 몸을 미친듯이 떨어대고 있었다.

"하하하, 고레오  친구, 내가 그때 뒤를 안돌아봤다면 그대로 죽을 뻔했다구"

"자네가 두 생명을 살렸구만, 축하하네  친구야, 크흠"


더크와 베르크는 밖에서 나는 소리들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뭐가 즐거운 듯이 미소를 흘려대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밖에서 저런 소리가 들리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하면 저리 즐거운듯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거지?... 저 녀석들, 완전히 미친 새끼들이야)

"근데 그 수녀애는 누구인가?"


좁은 공간속에서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던 내게 더크가 질문을 걸어왔다.


"절 치료해준 수녀애입니다"


"호오~  나이에 힐을 사용할 줄 알다니... 대단하구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우리들에게서 관심을 끓더니 다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끄응"

그때 내 품에 안겨있던 소녀가 신음소리를 내며 다리를 배배 꼬았다. 그 모습에 나는 따뜻한 목소리로 다독였다.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저 녀석들이 다 떠나갈 때까지 이곳에서 있어야돼"


소녀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내 서코트를 손으로  움켜진  연신 다리를 배배 꼬아댔다.

(이걸 어떡하지...)

소녀의 행동에 곤란해하고 있던 그때 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판을 긁어대는 듯한 목소리, 목책 앞에서 들었던 괴물의 것이었다.


[역겨운 천사의 노예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우리가 승리했도다!!!!!]


(저 악마 같은 새끼들 말도  줄 아네?)

내 놀램을 비웃듯이 괴물은 청산유수 같이 말을 뱉어냈다.


[역겨운 천사의 노예년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우리가 승리했도다!!!!]

[우워어어어어어!!!!!!!]

[이제  카밀란스 산은 우리 마왕군이 접수하게 되었다! 이제  곳을 기점으로 우리 제 2혼성부대가 정착하여 쿠쿠스 마왕님의 대륙정복 나아가 세계정복을 위한 새로운 전초기지로 만들 것이니 속히 준비하도록!!!]

놈의 마지막 말에 나는 망연자실해하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망할... 저 녀석들이 전초기지를 세우면 여기서 못 빠져나가잖아"

더크와 베르크도 내 말에 낭패어린 표정을 짓다가 돌연 미소를 지였다.

"이런 젠장할, 이번 인생은 이걸로 끝이군... 발바닥 모험단 더크와 베르크, 여기서 죽다"

"더크 네놈하고 같이 죽다니... 적어도 죽을때는 여자의 젖가슴에 파묻혀서 죽고 싶었는데, 크흠"


그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허리춤에 찬 술주머니를 집고서는 입에다 들이부었다.  모습에 나는 그들에게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여기서 갇혀 죽을 상황인데 지금 농담이 나옵니까?"

더크는 옆에 눕혀놓은 자신의 대검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앓는 소리를 낼까? 난 그런 소리는 죽어도 못낸다고"
"그리고 기왕 죽을거 실컷 농담하면서 웃다가 죽으면 좋잖아?"


"이봐 고레오, 우리 같은 모험가는 매순간을 죽음과 함께 하지, 그래서 죽음에 초연해질 수 밖에 없는거야... 최대한 죽지 않을려고 발버둥치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꼼짝없이 죽게 될 상황에서는 그냥 시원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지, 크흠"
"내 말 이해하겠나? 데르트 제국의 신참 병사, 크흠"


그들의 말에 나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모험가도 아닌데다 이세계에서 생활한 지 반년도 안되는 마당에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부정할 자격이 내게는 없었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똑같은 생각을 품지 않았던가?

두 번째 감옥 탈출에 실패하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겠다고...

"......."


"음? 이게 무슨 냄새지?"


넋을 놓고 있던 나는 더크의 말에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지린내 같은 냄새가 어디선가 심하게 풍겨왔다.


"저 수녀애 오줌 싼거 아닌가? 크흠"

베르크의 말에 나는 안겨있는 멜레나를 내려다 보았다. 소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어깨를 떨어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서코트 밑자락에서 뭔가 따뜻한 느낌이 난다 했더니 소녀의 오줌이었던 것이다.


"이래서 전장에 어린년놈들을 데려오면 안된다니까, 지려버리는 통에 제대로 싸우기나 하겠어?"


더크는 바지춤에 손을 집어넣으며 무심하게 말을 뱉어냈고 그 말에 소녀는 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번에는 서코트 밑자락이 아닌 가슴팍에서 따뜻한 느낌이 났다.


 전에 신음소리를 내며 다리를 배배 꼬았던 것이 볼일을 보고 싶다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미안한 마음에 소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며 달래주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술이 다떨어진 더크는 고개를 떨군 채 드르렁거리며 코를 골아댔고 베르크 역시 자라마냥 목을 움츠린  코골이와 동시에 이빨을 갈면서 자고 있었다. 깨어있는 사람은 나와 멜레나뿐이었다.

심심해진 나는 소녀에게 질문을 걸었다.

"멜레나야 물어볼 게 있는데, 마왕을  악마라 칭하는거야?"

소녀는 내 질문에 품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이내 떠듬떠듬 말을 하며 설명을 해주었다.


소녀가 설명한 내용은 '창조기때 신이 대천사들을 만들어 자신의 대리인으로써 이 세계를 만들게 시켰고, 대천사들은 신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세계를, 생명체를 창조했다. 하지만 생명창조에 관해서 대천사들끼리 의견대립이 일어났고 결국에는 싸움으로까지 번졌으며  싸움에서 패배한 대천사들이 권좌에서 추방되면서 악마로 불리어지게 되었다. 추방된 대천사들은 자신들을 권좌에서 추방시킨 대천사들을 증오하면서 그들이 만든 생명체를 파멸시킬 목적으로 지금의 마왕을 만들었다. 그래서 추방된 대천사인 악마들이 창조한 생명체이기때문에 마왕들 또한 악마로 불리어지게 된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이 내용을 전부 들을 때까지 나는 끝없는 인내와 고뇌의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어째서 내가 만나는 소녀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독해와 작문능력을 향상시켜주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또 무,무,물어보,볼거 이,있어요?"


"아니... 지금은 없어, 나중에 물어볼게 생기면 그때 물어볼게"


"예......"

신나게 떠들고 난 뒤, 소녀는 심심했는지 바닥에 떨어져있는 돌맹이를 집어다 구멍에  쪽 벽에다 던져댔다. 처음에는  손만으로 작은 돌맹이를 던지다가 나중에는  손을 동시에 사용해 돌을 집어던졌다. 점점 돌이 벽에 맞는 소리가 커지는걸 보면 힘을 주어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벽을 대사제를 죽인 괴물놈들이라고 생각하며 화풀이를 하고 있는  같았다.


투두두둑ㅡ

한참을 돌을 던지던 소녀는 벽에서 나는 부서지는 소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일났네... 무너지는거 아니야?)


나는 벽에다 살짝 손을 대보았다. 무너지지는 않는 것ㅡ

콰드드드득! 쿠쿵!

"씨발! 뭐야!!"


벽이 무너지는 소리에 잠에서 깬 더크가 대검에 손을 갖다댄 채 고함을 질렀다.  소리와 동시에 잠에서 깬 베르크는 그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조용히 시킨 뒤 무너진 벽을 쳐다봤다.

내각 살짝 건드린 벽은 무너져내리면서 안쪽으로 깊게 파인 구멍을 드러내보였다.

"아무래도  절벽을 관통하는 통로인것 같구만, 크흠"

더크를 깔아뭉갠 채 깊은 구멍을 바라보던 베르크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서둘러 도끼와 방패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크도 자신의 대검을 챙기고서는 구멍으로 들어가는 친구의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쫓아 들어갔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나는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멜레나를 다독이며 들어가게끔 한 뒤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

비좁은 구멍의 끝에는 넓찍한 크기의 끝을 알  없는 깊은 동굴이 자리해 있었다. 동굴은 빛 한점 들지 않아 칠흑 같은 암흑으로 뒤덮인 공간이었다.

"젠장! 하나도 안보이는데?"


더크의 외침은 동굴에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잠시만 기다리라구, 금방 불을 붙일테니까, 크흠"

베르크는 그렇게 말한 후 뭔가를 부딪히는 소리를 냈더니 이윽고 그의 발치에서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그는 도끼 자루 끝에 묶어놓은 헝겊조각을 불꽃에 갔다댔고 이내 헝겊조각에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더크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우! 이 친구야, 자네는 정말이지 나를 매번 깜짝깜짝 놀라게 해주는군!!!"


"클클클, 더크 자네는 내가 없으면 물 없는 물고기 신세가  게 뻔해! 크흠"

"부정은 못하겠군! 하하하하하!!!"


그들은 또 다시 농담을 주고받으며 도끼 횃불을 사용해 앞으로 나아갔다.


"손"

나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소녀는 내가 내민 손을 가만히 쳐다만 보았다.


"여기 어두우니까... 자칫하면 길 잃을 수도 있으니까..."

 쑥스러운 대답에 소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내 손바닥에 올려두었다. 나는 그런 소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움켜잡은 채 앞을 향해 걷고 있는 그들을 따라갔다.

(이러고 있으니까 딸 생긴 기분인데?)


손에서 느껴지는 자그맣고 따뜻한 아이의 손에 왠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슬쩍 소녀를 쳐다보니까 소녀는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 걷고 있었다.


(뭔가 아빠가  기분인데?)

나는 들뜬 기분에 어깨에 힘을  주며 걸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