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127화 - 사랑의 성지에 어서오세요!!
대성당안은 거대했다.
높게 치솟은 천장과 중간중간 대성당을 지탱해주는회백색 기둥들이 즐비해 있었으며 사이사이 마다 적갈색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기다란 의자들이 신자석에 놓여져 있었다.
아직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신자석의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정작 중요한 수녀들과 신부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성당 끄트머리에 위치한 성가대석에 위치한 형형색색의 스테인글라스에서 가지각색의 빛이 뿜어져나와 대성당 내부를 밝히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테인글라스는 총 3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정중앙에는 한 여자가 속이 비치는 천을 몸에 두르고 한 남자의 머리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넣고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으며 좌측에는 사지가 짤린 여자가 녹빛 피부의 오크에게 목이 졸린 상태에서 자지에 꿰뚫린 채 환희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우측에는 검은색 말의 아래쪽에 네발로 엎드려 눈과 입에서 액체를 표현한 후 혓바닥을 길게 늘이고 있었다.
'저... 스테인글라스... 셋다 여신님 같은데...'
자세히 보니 정중앙의 자애로운 표정의 얼굴과 쾌락에 젖은채 헐떡이는 좌측과 우측의 여자의 얼굴이 모두 닮았다.
고아하면서도 천박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성당의 모습, 전혀 어울리지 않을거 같으면서도 묘하게 자연스러운 대성당의 분위기.
솔직히 성지에서 그것도 네토라레 여신님의 교회들 중 가장 큰 대성당의 스테인글라스에 저런 모습이 새겨져있을 줄은 몰랐다.
어느쪽을 보든 행복해보이는 여신님의 모습에 꼴깍 침을 삼킨 나는 울그락불그락 근육으로뒤덮인 녹빛 오크와 검은색 말의 거대한 자지를 표현한 스테인글라스를 바라보니 서서히 성욕이 들끓기 시작했다.
"아... 이건... 확실히 좀... 트, 특이하긴 하네"
"오오오 원래 성당이 이런 느낌인가요? 뭔가... 천박하네요~"
뒤에서 따라들어온 당황한 남편과 명량한 스이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청아한 목소리가 우리들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들이 보면 천박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수녀가 천천히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윤기가 흘로 반짝이는 분홍색 머리카락, 부드럽게 휘어져 상냥한 기색을 풍기는 실눈, 자애롭게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붉은색 입술을 가진 상냥한 외모의 미녀였지만 그 아래쪽은 상냥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빵빵하게 부풀어 당장이라도 터질것만 같은 가슴과 홀쭉 들어간 허리, 그저 걷는 것 뿐인데도 불구하고 남을 유혹하는 듯 커다란 엉덩이가 요염하게 실룩이고 있었다.
그런 몸을 가린 것은 커다랗고 하얀 천의 정중앙에 구멍을 뚫어 그 구멍에 머리를 집어넣고 아래로 그냥 늘어트린 후 분홍색 끈을 이용해 골반 부분을 묶은 옷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에 더해 브라는 하고 있지도 않은지 새하얀 천의 가운데에는 봉긋 솟아오른 유두가 자신을 뽐내듯 자랑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성녀와 같이 상냥하면서도 창녀의 음탕함을 지닌 듯한 모습을 본 남편이 입을 벌리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뭐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아내가 옆에 있는데 혼이 빠진 듯 바라보는 건 아무래도 조금 기분이 나쁜걸.
툭 툭 옆구리를 치자 정신을 차린 남편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수녀에게 시선을 돌린 뒤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그레이스라고 불러주세요."
내가 짧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수녀는 한쪽 손으로 가슴을 누른 뒤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저는 사랑의 여신님의 종복 클로디아라고 해요."
"반가워요!! 저는 스이! 에요!!"
"반갑습니다. 이안이라고 합니다."
활기찬 스이의 외침과 정중한 이안의 인사에 자애로운 미소를 더욱 진하게 만든 클로디아가 노래하듯 말했다.
"후후후 네 알고있답니다. 산의 도시에서 날아온 종달새가 당신들이 이 도시의 도움이 필요하다 속삭이더군요."
"종달새가...?"
"네 여러분들이 아주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저희들은 알고있고 원하시면 도움을 드릴 의향도 있어요."
"정말 전부 다 안다면... 다른곳에서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을까요?"
"당연하죠 자 따라오세요."
"아! 그리고 갈색피부의 아마니아라는 사람도 있는데 혹시라도 이곳에 오면 안내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따로 이야기를 해놓을게요."
"감사합니다."
나의 감사에 상냥한 미소를 띈 클로디아가 마주 고개를 꾸벅인 뒤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클로디아의 인도를 받아 한 방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워보이는 풍경을 본 나는 역시 보지를 도시 단위로 팔아먹으면 돈도 잘버나? 라는 무례한 생각을 하며 푹신한 의자에 앉았다.
이안을 중심으로 왼편에 내가 오른편에 스이가 앉자 밖에서 다른 수녀에게 무엇인가를 말한 클로디아는 우리들의 맞은편에 앉은 후 상냥한 미소를 유지한채 입을 열었다.
"자 우선 그레이스양의 저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이, 초커 말씀하시는거 맞으시죠?"
"네 으음... 저도 신화시대의 유물은 처음이라 신기하네요... 아 잠시 봐도 괜찮을까요?"
"네"
내가 허락하자 살짝 엉덩이를 땐 클로디아가 나에게 상체를 숙이며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중력의 영향을 받은 유방이 출렁출렁 요염하게 흔들리며 옆가슴을 훤히 들어내자 이안은 곧바로 그곳으로 시선을 보낸 후 꼴깍 군침을 삼켰다.
'뭐... 나도 봤지만... 칫 그래도 가슴은 내가 더 큰대...'
확실히 인간치고는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슴으로는 홀스타우로스를 이길 수 없다.
그렇지만 괜히 경쟁의식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가슴을 내밀었다가 핫! 하고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 가슴을 뒤로 뺐다.
클로디아는 가슴을 폈다가 다시 오므리는 나의 행동에 그 가느다란 눈을 살짝 뜨고는 갈색 눈동자를 빛내며 나를 바라보다 씨익 야릇한 미소를 진하게지었다가 언제그랬냐는 듯 표정을 정돈하고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나의 목에 걸린 하트모양의 초커를 매만지며 말했다.
"음... 신기하네요. 미약하기는 하지만 저희 여신님의 힘도 들어가있어요."
"그 말은..."
"네 저희 여신님의 힘이 어느정도 들어가있으니... 조금이지만 손을 댈 수 있을 것같네요."
"....!!"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자애로운 미소를 띈 클로디아가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너무기대해주시지 말아주세요. 어디까지나 조금밖에 손을 댈 수 없으니깐"
"그래도... 감사합니다."
"후후후 고마워요. 음... 우선 많이 피곤하시죠? 방을 안내해드릴게요. 우선 오늘은 쉬시고 내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저희도 준비할게있으니깐요."
"아,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를 띈클로디아가 일어서는 순간 난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 클로디아씨?"
"네?"
"그... 왜, 이렇게 저희들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거죠? 물론 도와주시는 것에 대한 고마움은 가지고 있지만. 음.... 그... 죄송합니다. 너무 무례했나요?"
말하고 나서야 조금 후회한 내가 머리카락 끝자락을 붙잡아 손가락으로 빙빙 꼬았다.
그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듯 볼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자상하게 웃던 클로디아가 대답했다.
"후후후 처음에는 엄청 차가우신 분 처럼 보였는데... 상냥하신 분이네요. 귀여워요. 후후후"
"읏... 으으..."
그녀의 말에 부끄러워진 나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렸다.
"후후후 귀여우셔라..."
그러고는 자신의 실눈을 뜨더니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빤히 바라보다 다시 눈을 닫았다.
뭔가 먹이를 바라보는 것만 같은 느낌에 부르르 몸을 떠는 순간 클로디아가 입을 열었다.
"뭐... 장난은 여기까지 할게요. 사실은... 공짜로 도와드리는 것도 아니라서요. 산의 도시에 저희 성당을 지원해준다 하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신의 아이를 낳은 분을 도와드리는 거랍니다."
"아... 네..."
"후후후 너무 그렇게 바라보지 마세요... 저 흥분해버린답니다...♥"
다시 눈을 뜬 클로디아가 요염하게 입술을 핥으며 나를 바라보자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져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아쉽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클로디아는 다른 둘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바로 사람을 보내드릴게요. 오늘은 느긋히... 쉬어주세요."
* * *
나중에 찾아온 개운한 표정의 아마니아까지 합류한 우리들은 그대로 성당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는 어쩐지 잠이 안와 새근새근 잠든 스이와 이안을 방안에 둔 채 밖으로 나왔다.
밤이라 그런지 대성당 내부는 고요하기 그지없었지만 중간 중간 뚫려있는 창문 밖에서는 은은한 달빛과 함께 도시의 소란스러움이 들어오고 있었다.
옅게 들려오는 여자들의 신음소리와 호탕한 남자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난잡하기 그지없는 대화소리, 그 모든 소음들이 마치 도시의 숨소리와 같이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하얀 시스루 잠옷을 입은 나는 천천히 걸어가다 발코니가 있는 곳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간에 기댄채 달빛속에서 자신들의 빛을 들어내는 도시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밝게 빛나는 불빛의 수만큼 욕망이 불타오른다.
말그대로 도시 전체가 욕망으로 불타오르는 것만 같아 전생의 성경에서 나온 신께서 왜 홍수로 씻겨냈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높다면 높다고 할 수 있는 발코니에서도 그들의 욕망이 즐거움이 슬픔이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 두근 두근 맥동하는 도시의 심장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불현듯 어젯밤의 섹스가 생각났다.
스스로를 불태우는 욕망을 지닌 도시와 한순간의 욕망에 못이겨 결국 몸을 허락하고만 나와 뭐가 다를까.
그와 동시에 어라? 원래 사람이란게 그런거 아닌가?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결국 욕망이나 기타 등등의 것에 좌절하는게 사람이지 않나?
어쩐지 감정적으로 변하는 것만 같은걸.
차갑게 빛나는 달빛을 바라보니 나의 마음도 씻겨져내려가는 것만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전생의 기억도 떠오르지만 두 눈을 감으며 기억을 끊어내고는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돌려 스스로를 불태우며 즐기는 도시를 두 눈동자에 담았다.
과거는과거일 뿐이니깐 다짐하지 않았는가? 현재를 즐기며 살겠다고.
"푸하아아...."
그러니깐 지금이 중요하다.
우선남편의 발기부전을 해결하고 오크의 성지에 가서 성기능도 조금이나마 강화시키자 그러면 뭔가 해답이라도 나오겠지.
'정말이지 우리 자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챙겨줘야 한다니깐...'
뭐 싫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의지당해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남편을 떠올리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헤실헤실웃음이 나온다.
뭐 아직은 괜찮네! 라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아마니아를 마음속에 그려보자 심장이 간질간질하다.
음... 조금 위험하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도시를 내려다보던 와중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수녀복을 입고 있는 클로디아가 언제나 그렇듯 상냥한 미소를 띈 채 나의 옆으로 다가와 도시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아 클로디아씨..."
"안녕하세요. 밤공기가 좋네요. 후후후"
"네... 음... 아! 도시 생기가 넘쳐서 보기 좋네요."
"칭찬 고마워요. 저희들의 자랑이랍니다."
오늘 접견실에서 있었던 그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길이 떠올라 약간 어색하게 대답하던 나는 곧 자연스럽게 물어봤다.
"그래도 신기하긴 하네요. 저... 여기에 계신분들 전부... 창녀 인가요?"
"으음... 뭐 대부분은 그렇죠... 모두들 여신님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순한 어린양이랍니다."
".... 오늘 아침에 장을 보던 평범한 주부도 아주 자연스럽게 몸을 팔던데... 일반인들도..."
나의 말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클로디아는 자상한 미소를 띈 채 대답했다.
"후후후 이해해요. 바깥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이해하지 못할 풍경이겠죠."
"무례한 질문이었으면 죄송해요."
"아니요~ 괜찮아요. 무조건 욕부터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충분히 상냥하시답니다. 으음... 아무래도 저희들의 교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네요."
자애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알려드릴까요?"
"네에... 아무래도 조금... 궁금하기는 하네요. 하하하"
"어머! 저야 좋죠! 요즘 분들은 아무래도 도시에 대한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보니! 후후후 즐겁네요. 자아~ 우리 그레이스 학생 이야기 바로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