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112화 - 잔넨 이 장비는 저주받았습니다~
눈가를 간지럽히는 따스한 햇살의 감촉에 잠에서 깨어나 조심스럽게 눈을 뜨니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천장이 나의 눈을 반겨줬다.
기절할 정도로 기분 좋았나보네...
녹초가 된 상태에서 간신히 상채만 일으킨 나는 회복능력을 사용했다.
어젯밤의 출산으로 약간 피로가 쌓인 몸이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후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쌩쌩하기 그지없는 몸으로 스트래칭을 했다.
그리고 목에 채워진 유물 아니 저주받은 초커의 보석을 매만지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고민이었다.
아무리 섹스가 좋다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면서 까지 즐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골치아프다.... 라고 생각한 나는 로반씨가 무언가정보라도 얻지 않았을까 물어보기 위해 바로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안이었다.
양손으로 수프와 빵이 올려진 접시를 들고있던 남편은 어느새 일어나있는 날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스 괜찮아?"
읏....
미소년이라고 할 수 있는 남편이 미소를 짓자 역시나.... 남자는 잘생겨야 한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
아침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미소년의 얼굴은....정말이지 자궁이 큥♥ 큥♥ 떨리는 느낌이었다.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띈 나는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가 보네. 자 밥이나 먹자"
남편과 함께 의자에 앉은 나는 수프에 빵을 찍어먹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 여보 로반씨한테 뭐 들은거 없어?"
하얀 밀빵을약간 붉은기가 감도는 토마토 수프에 찍어 입안에 넣은 그 부드러움을 음미하던 나는 마찬가지로 빵을 찍어먹고 있는 남편에게 물어봤다.
"따로 들은건 없는데...."
"...... 하아 그래?"
빵을 우물우물 씹으며 말하는 남편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 푸욱 한숨을 쉬었다.
나의 눈치를 보던 남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보 말, 하고 싶은게 있어"
"......?"
내가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자 남편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사실.... 처음에 당신이 그 유물을 해체 못해서 화를 낼때.... 조금기뻤어. 나와의 사랑을 섹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했거든..."
그의 말에 가슴에 돌이라도 박힌것마냥 죄책감이 들었다.
"그, 그래?"
떨떠름한 눈초리로 괜시리 수프를 뒤적이며 대답하자남편이 이어서 말했다.
"고, 마워 여보 남자 구실도 못하는 나를 생각해줘서... 그냥.... 그 말이 하고 싶었어...."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힌 남편의 모습에 입술이 근질근질 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슴 속에서 퍼져나가는 따뜻한 온기에 결국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은 나는 꼼지락 거리는 남편의 손을 붙잡았다.
손끝에 느껴지는 남편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피부, 손바닥을 따뜻하게 달구는 체온을 느끼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 할 필요없어 그리고... 으으으음.... 하아 내, 내가 더 미안해... 이 도시에 오고나서 부터 너무 심하게 대했지?"
"하하하 괜찮아 내가 바라던 일인걸"
부드러운 인상의 미남이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니 참 그림같네....
따스한 남편의 눈길에 괜시리 얼굴이 뜨거워져 나는 시선을 피하며 손을 회수했다.
"아, 아무튼 나도 포기할 생각 없어 그리고... 생각해보니 당신하고 섹스하고... 싶기도 하고..."
다시 수프를 뒤적이며 수줍게 말하는 나의 모습이 귀여웠던건지 대뜸 남편이 손을 뻗었다.
"읏!"
머리 위에 폭 얹어지는 남자의 손,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응...♥ 읏♥ 흐으으...♥"
쓰담 쓰담 실크보다 부드러운 머리결이 남편의 따스한 손길에 의해 헝클어지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손길은 마치 마약과도 같이 부드러운 안정감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조금씩 습기가 차오르는 하반신을 느낀 나는 새침하게 아쉬운 눈길로 남편의 손을 붙잡아 멈췄다.
"그, 그만해..."
"아, 응, 미, 미안 머리카락이 너무 부드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하하하"
남편의칭찬에 들뜨는 심장을 느낀 나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그저 손길만 받았는데 발정난 자신의 보지를 최대한 의식하지 않기 위해 수프를 뒤적였다.
그리고 풋풋하기 그지없는 홍조를 띈 남편을 흘겨보며 무의식적으로 상상했다.
한 침대에서 서로 몸을 겹치며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을 떠올리자 보지는 기대된다는 벌름벌름 거렸다.
* * *
"한 곳 짐작이 가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어제 느꼈던 고자의 위험을 다시금 떠올렸는지 다리를 오므리고 살짝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로반씨가 말했다.
"정말요?!"
자지를 크게 만드는 곳이라니. 장소인가? 역시 이세계다. 자지마저 크게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네에.... 있기는 하지만..... 장소가....."
난처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는 로반씨의 모습에 나는 로반씨의 손을 붙잡았다.
"말해주세요! 어디죠?"
나는 두눈 가득 간절함을 담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움찔 눈동자를 떤 로반씨는 잠시 고민하다 한 단어를 툭 내뱉었다.
"오크들의 성지 오데사 입니다."
"오데사? 아니 잠시만 오크들의 성지요?"
"어디까지나... 짐작이기는 하지만요."
오크들의 성지라니.... 지금까지 만난 오크들이 비교적 신사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난폭성과 호전성은 다른 어떤 종족들 보다 높다.
물론 그런 걱정들을 제외하더라도 성지는 대황야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게 문제였다.
나는 손을 놓고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의심하듯 로반씨를 노려봤다.
"정말 제대로된 정보 맞나요?"
"그레이스 진정해"
".......... 응 미안해요."
손에 느껴지는 남편의 따스한 손길에 무례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눈에 힘을 풀고 사과했다.
다행스럽게도 로반씨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해는 갑니다만.... 성기능과 관련된 축복을 내려주는 곳은 전세계를 통틀어 세곳밖에 없습니다. 그 중 두곳은 여성에게만 축복을 내려주고요."
"뭔가 정보라도 있나요?"
나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장의 종이를 나에게 건내주었다.
"다행스럽게도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서 종이를 건내받은 나는 그곳에 적힌 글들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도 적혀있지만 남성과 관련된 축복을 내려주는 곳은 오크들의 신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꽤나 힘든 방식으로요."
"............ 성인식 이네요."
"예 오크들의 성인식을 치뤄야 그나마 가능할겁니다."
"하, 하지만......"
"으음.... 예... 성인식 내용이... 조금 그렇죠?"
"......... 도전할 수 있다해도 성공.... 못하잖아요."
"............ 흠 흠"
종이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고 나는 허탈하게 눈을 감았다.
종이에는 '암컷과의 격렬한 섹스를 통해 자신이 성인임을 증명하면 신의 축복을 받는다.' 라고 적혀있었다.
"그래도 발기, 정도는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하아 그런가요"
"이번에 말하는 장소는 그레이스양에게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일겁니다."
다시 꺼내든 종이를 나에게 건내며 말했다.
"사랑의 여신님의 성지 문신을 보아하니 그레이스양은 여신님의 신도 맞지 않나요? 어쩌면 그곳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죠."
"............ 그런가....."
힘없이 그의 말에 대답한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아무튼 고마워요. 이렇게 정보라도 찾아줘서"
"........ 아닙니다. 선물이라 생각해 드린 것 뿐인데 저의 해제가 불가능 할 줄은.... 으음.... 먼저 사랑의 여신님의 성지로 향할 상단을 알아봤으니 그 사람들과 같이 떠나시면 될겁니다. 아 그리고 이건 저의 아니 도시의 약소한 사례입니다."
탁자 위에 은빛으로 빛나는 패를 꺼내 건내주며 말했다.
"어지간한 대도시에서는 은빛 광산 은행이 있을겁니다. 그곳의 계좌이니 돈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인출해가세요."
"이런 것 까지는 필요없는데"
하지만 돈은 나쁘지 않기 때문에 나의손은 이미 은빛패를 꽉 쥐고 있었다.
아까까지의 골치아픈 일은 잊어버렸는지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나의 모습에 안도의 미소를 지은 로반씨가 말했다.
"자 그럼 아이 보러갈까요?"
"아...."
그러고보니 아이....
나의 반응에 짜개 식은 로반씨와 남편의 눈초리에 움찔 몸을 떨었다.
"........... 그레이스양 아무리 하루밖에 품지 않았다고는 해도..."
"여보....."
"저, 정신 없어서 그런것뿐이야..."
""하아....""
둘의 한숨에 부끄러움을 느낀 나는 얼굴을 붉히고 벌떡 일어났다.
"자, 자아아!! 빨리 가자! 아, 아이도 날 닮아 귀여울거야~ 자~ 자~~ 어서어어~~"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나는 남편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제촉했다.
그런 나의 반응에 혀를 찬 남편은 일어섰다.
"에휴 그래 가자 가 그레이스너는 가끔 엉뚱할 때가 있다니깐"
"쳇 내가 그런날이 하루이틀이야"
티격태격거리며 우리 부부는 로반씨와 함께 아이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머 그레이스양 오셨나요?"
로자리오씨는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앉고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자신과 아들 사이에서 나온 아이를 부드럽게달래는 모습을 보니..... 뭔가 배덕적이지만 동시에자애로운 그런 모습이었다.
"로자리오씨는 괜찮나 보네요. 어라 근대 스이는"
"아 스이씨는 남편의 공방으로 갔어요. 지금쯤이면 몸을 바꾸고 있겠네요."
"아하...."
내가 의아한 눈초리로 남편을 바라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이랑똑같은 사람이 두명이나 돌아다니면 아무래도 조금 그렇잖아. 내가 부탁드렸어"
"흐응..... 색다른 맛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 아니야!"
얼굴을 잔뜩 붉히고 말하는 남편의 모습에 응큼하다는 듯 능글맞게 미소를 띈 뒤 요람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옹알거리는 두 명의 아이를 보고 볼을 긁적였다.
"제 아이는....."
"후후후 기다려보세요."
조심스럽게 자신의아이를 요람 안에 눕힌 로자리오씨는 중간에 위치한 아이를 부드럽게 들어올렸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란 것일까 아이는 몸부림을 치며 옹알거리기 시작했다.
로자리오씨가 자상하게 토닥이자 금새 얌전해진 아이, 그녀는 생긋 미소지으며 나에게 아이를 내밀었다.
"안아봐요."
포대 사이로 튀어나온 눈도 뜨지 못한 귀여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받았다.
품속으로 들어온 따뜻하며 부드럽기 그지없는 아이의 감촉, 코를 간지르는 아기 특유의 보드라운 냄새, 가슴이 절로 따뜻해지는 느낌에 무심코 입술을 헤실헤실 풀며 웃었다.
살짝 몸부림치는 아이, 나는 그런 아이를 달래기 위해 들었다 올렸다를 반복하자금새 얌전해졌다.
그리고 아이는 두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푸른 눈동자가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난 그런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 아가?"
나의 목소리에 아이는 자기 어미를 알아보듯 환하게 웃으며 옹알거렸다.
토실토실한 아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며 계속 속삭였다.
"후후후 귀여워라 누굴 닮아 이렇게 귀여울까 아하 나를 닮았구나 후후후 후후후후후"
귀엽기 그지없는 아이의 모습에 문득 죄책감이 가슴을 찔렀다.
나는 결국 이곳을 떠나야하니깐 고블린 소굴에 있었을때는 아이들이 금새 자라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지만.
이 아이는 아직 조그마하기 그지없다.
".................."
내가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 그런 나의 불안을 다 안다는 듯 로자리오씨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세요. 아이는 저희들이 사랑을 담아서 키워줄게요."
".............. 감사합니다."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간신히 들어올려 미소를 지은 나는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아이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가 미안해.... 나중에, 나중에 반드시.... 만나자"
가슴에 박힌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송곳을 느끼며 나는 깨달았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이런거다.
단 하루밖에 배속에 품고 있었지만..... 아이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울적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말없이 방긋 방긋 웃으며 옹알거리는 아이의 볼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온기를 최대한 기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