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50화 - 라인. 첫 의뢰 (51/190)



〈 51화 〉50화 - 라인. 첫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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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SIDE

구리구리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침대에서의 아침은 최악이었다.


 먼저 허리까지 내려오는 실크 같은 머리카락을 꽁지머리로 묶은 다음 가장 좋아하는 무기인 양손도끼를  뒤에 매고 허리춤에는 손바닥 길이보다 긴 단검을 패용했다.


준비를 마친 우린 각자의 무기를 챙기고 서비스로 제공하는 야채 스프를 먹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미리 알아놓은 용병길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용병길드는 식당의 역할도 하고 있는지 아침이었음에도불구하고 일거리와 식사를 즐기는 용병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용병들은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의 모습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리고 하트 모양의 자궁문신을 새긴 음란한 복장의 여성이 들어오자 나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했다.


난 그런 시선에 즐거움을 느껴 살며시 미소를 짓고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용병길드 한쪽에 길게늘어서 있는 의뢰 게시판에 다가갔다.

이안과 함께 의뢰 게시판을 살펴보던 난 한가지 특이한 의뢰를 발견했다.

위험도 랭크는 D 특징은 조사 제목은숲의 이상 현상탐색이라고 적혀있었다.

의뢰는 랭크를 나눠 위험도를 측정하고 A부터 D 순서대로 위험도를 측정하며 특징은 토벌, 조사, 수집, 공략으로 나뉜다.


토벌은 특정 위험개채에 대한제거, 조사는 장소 및 물체에 대한 이상현상을 조사, 수집은 의뢰인이 요구하는 물품 및 생물의 확보, 공략은던전 및 근거지 파괴에 주로 붙는 명칭이다.

게시판에 고정된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말끔한 의뢰용지에 적혀져 있는 자세한 설명을 읽어보니 최근 숲에서 여러 동물들이 탈진해서 쓰러져 있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는 것 같다.

사람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어 위험도 랭크는 D이며 탈진해 쓰러지는 이유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  같다.

추가로  의뢰는 라인 경비대의 의뢰라고 적혀져 있었다.

공신력 있는 경비대의 의뢰라 신뢰도도 높고 보수는 비록 5개의 은화라 매우 낮지만 첫번째 의뢰로는 좋다고 생각한 내가 이안에게 말했다.

"이안 이건 어때?"

이안은 나의 말에 내가 지목한 의뢰로 시선을 돌렸다.

"음 괜찮은거 같은데? 장소도  근처이고 말이야 거기다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네...."

"응 응 보수는 조금 낮긴하지만 그래도 첫 의뢰로는 괜찮은거 같은데?"

"그래 그럼 이걸로 하자"

"후후후 자 어서 가자 오늘 안에 끝내버리자!"

"하하하 그래"


내가 활기차게 웃으며 그 의뢰서를 뜯었다.

그리고 이안과 함께 접수원에게 다가갔다.


금발의 노움 여성 접수원의 동그란 안경 너머에는 피곤한듯 거뭇거뭇한 눈초리의 동글동글한 귀여운 인상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자신의 앞에 다가온 용병들의 의뢰서를 처리하고 있었다.

꽤나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지 나의 차례는 금방 다가왔다.


"의뢰서"


굉장히 지친듯 보통 나의 모습을 보자놀라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아온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처지는 목소리로 말한접수원은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녀에게 의뢰서를 주자 잠시 머리를 긁적이고 읽어내려가던 접수원은 나에게 손을 다시 내밀었다.

"용병패"

내가 이안의 용병패도 같이 건내주자 하품을 내뱉은 그녀가 용병패를 살펴보고 약간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실례라고 생각해 재빠르게 지웠다.


"수도?"


"아.. 예 수도에서 발급받았죠."

"음...... 접수완료 됐어요. 기한은 무기한이에요. 자세한 위치는 라인 경비대에 가보세요."

"고마워요."


"다음"

나에게 용병패를 돌려준 접수원은 우리에게 신경을 끄고 바로 다음 용병을 불렀다.


이안도 조그마한노움 여성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헤실 헤실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난 이안과 함께 밖으로 나와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라인의 경비대로 향했다.

* * *

도시 외곽에 위치한 라인 경비대 도시의 전반적인 치안을 담당하는 곳이다.

도시 전체의 치안을 담당하는 곳의 본부라 그런지 꽤나 대략 3층 높이의 커다란 벽돌 건물의 모습이었다.

치안대에 들어간 내가 접수대에 앉아있는 사내에게 의뢰서를 가지고 갔다.


깐깐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는 우리가 들어온 모습을 보고 일어섰다.


"무슨 일이시죠?"

"의뢰서를 보고 왔어요."


"음 저한테 줘보시죠"

나의 차림새에도 표정 변화도 없는 사내는 내가 건내준 의뢰서를 받아들고 자세히 읽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에게 다시 건내줬다.

"저희 경비대가 의뢰한 내용이 맞군요. 잠시 기다려주시죠. 장소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론!"

"네에에!!"

"나갔다 올테니 여기 앉아서 사람들 응대나 하고 있도록"

"네.. 네엡! 알겠습니다!"

경비대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듯 어리숙한 청년보다는 소년에 가까운 론이라고 불리는 아이가 어디선가 빠른 속도로 나와 대답하던 와중 날 보고 입을 쩌억 벌리고 나를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하다사내의 말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절 따라오시죠."


사무적으로 대답한 사내는 걸음을 옮겼다.


나와 이안은 그의 뒤를 따라가다가 뒤에서 시선이 느껴져 슬쩍 뒤를 돌아보니 론이란 아이가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모습이 귀여워 딸감이라도 줄 생각에 슬쩍 치마 밑단을 잡아 들어올린 후 매혹적으로 웃어주었다.

론은 나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다음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그의 눈동자는 계속 나를 스캔하고 있었다.

피식 웃은 난 이안의 옆에 달라붙었다.


경비원의 발걸음은 도시 성벽을 지나 숲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숲 외곽에 도착한 경비원은 뒤로 돌아 우릴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싶군요."

"감사하다뇨?"

"원래라면 이 일은 저희들의 일이지만.... 최근 도시가 어수선해 이곳까지 인력을 분배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렇다고 저희 경비대의 예산이 넉넉한 편도 아니라 결국 박봉으로 용병에게 의뢰를 할 수 밖에 없어 사람들도 의뢰를 들고오지 않아 초조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여러분이 찾아왔으니 어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경비원은 자신들의 힘이 부족해 경비원이 아닌 사람들에게 일을 맡긴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리고 약간 죄책감 서린 표정으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앗! 고개 드세요. 저희도 하고싶어서 온것뿐인걸요. 그렇게 고개까지 숙이실 필요없어요. 이 도시의 치안이 가장 중요하니깐요."


이안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경비원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감사한것이죠. 우선 의뢰에대한 설명부터 추가로 하겠습니다."

아까전의죄책감 서린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진 무표정한 얼굴의 경비원은 일은 일이라는 듯 갑작스럽게 탈진으로 쓰러지는 동물 그리고 숲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크기의 꽃에 대한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경비대는 그 꽃이 동물들의 단체 탈진에 대한 원인이라고 보고있다.

하지만 이 정보는 이 숲을 자주 돌아다니는 약초꾼의 증언을 바탕으로 파악한 것이며 거리도 상당해 반나절 정도는 걸어가야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인명피해도나지 않는 일에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곳까지 경비원을 보내 조사하는 것은 지금 한명의 인력도 부족해 치안유지에 급급한 경비대에게 있어서 너무 부담되는 일이었다.


그 결과 나온 대안이 용병이었다고 말한 경비원은 잠시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그 기운을 떨쳐낸 다음 말을 이었다.


꽃이 있는 곳은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다고 한다.

"혹시 지도는 보실줄 아십니까?"

"예 배웠어요."


"좋습니다. 저희 경비대의 지도입니다. 꽃의 위치는 증언을 통해 기록해놓았으니 이곳... 으로 가시면 될겁니다. 이번에는 꽃의 특이사항만 조사해주셨으면 합니다. 위험하지 않다면 굳이 제거할 필요는 없으니깐요."

"알았어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의뢰가 완료되면 경비대에 들릴 필요 없이 바로 용병길드에 결과를 제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를 숙인 경비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시로 향했다.


"자 그럼 가볼까?"

"그래"


그렇게 나의 인도에 따라 우린 숲으로 향했다.


* * *


마치 미국의 훔볼트 레드우드 주립공원에 있는 거인들의 거리에 온것만 같은 곳이었다.


빛이 아주 미세하게 스며들어오는 숲은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자연스럽게 주위를 경계하면서 걸어가던 우리의 눈에별다른 마수나 몬스터 혹은 야수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묘할 정도의 적막함에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신기하게도 이 숲에서는 벌레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그 불길함을 이안도 느꼈는지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눈에 경계심이 가득했다.


최대한 빨리 꽃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자 이안도 덩달아 더욱 속도를 높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지도를 확인하며 걸어가던 난 바로 앞에 꽃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손을 들어올려 신호를 보내자 이안도 나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멈춰섰다.

왠지모를 불길함이 경계심으로 변해 나의 피부를 쿡쿡 찌르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무기를 뽑아들었다.

이안도 나의 모습을 보고 장검과 방패를 들어올렸다.


지도를 작은 휴대용 가방에 넣은  도끼를 양손으로 쥐고 언제라도 휘두를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향했다.

수풀을 해치고 앞으로 나아가자 나뭇가지와 울창한 수풀로 인해 가려졌던 시야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리고 우린 놀랄  밖에 없었다.

우리들의 눈에 비친 공터에는 기괴할 정도로 격렬하게 교미하고 있는 동물들의 사이에 하늘을 향해 머리를 치켜세운 적어도 50m는 되보이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나무같은 장미가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말을 잊은  멍하니 근육이 움직이는 것 마냥 꿈틀대는 장미를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왜 숲이 이 정도로 조용했는지 알아차릴 있었다.

장미의 주위에 널려있는 동물들은 몇일은 굶은건지 삐쩍 말라 부들부들 떨며 교미를 하고 있었으며 장미의 주위 공터에는  숲에 있는 모든 벌레들이 모인것만 같이 벌레들의 시체가 널려져 있었다.

난 주위를 더 둘러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물들과 벌레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뭔가 강렬한 페로몬을 뿜어내고 있다고 판단한 난 최초의 증언이 사람 키도 안되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더 시간을 끌었다간 위험한 수준에 이를것이라 판단했다.

"이안 지금 제거하자"

"......."


"이안?"

"으... 응?"

문득 코에 달짝지근한 냄새가 풍겨왔다.


그리고 몸이 조금씩 달아오른다.


난 이미 꽃의 능력이 사람한테도 통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깨닫고 재빠르게 천을 꺼내 코와 입을 막았다.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것이라도 해야한다 판단한  멍하게 나를 바라보는 이안의 뺨을 쳐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짜악!

"으윽!"

"이안! 정신차려 자 이걸로 코와 입을 막아 아마 꽃의 능력 때문인거 같아 어서!"

"으.. 으응!!"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이안은 재빠르게 천을 꺼내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빨리 화염물약 꺼내!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시간을 지체하면 안될거 같아 2개다 던져버리자!"

"응!"


이안과 난 평소 챙기고 다니는 작은 구 형태의 화염 폭탄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버튼을 누른 다음 두개  장미가 있는 곳으로 던져버렸다.

이안도 완전히 정신을 차렸는지 나와 같이 폭탄을 던졌다.

정확하게 장미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 한 우린 재빠르게 그 장소를 벗어나 돌 뒤로 숨었다.

1초... 2초... 3초... 4초....

콰아아앙!!!

우리들의 뒤로 강렬한 열기가 느껴진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땅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기괴한 마치 뇌속에 울리는 듯한 살기어린 울음소리가 나의 몸을 뒤흔든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기묘한 아드레날린이 들끓어오른다.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하며 온몸에 피를 보내 몸을 뜨겁게 달구는 것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희열에 찬 미소를 지었다.


손에 느껴지는 차가운 도끼의 감촉을 느끼며 바위를 뛰어 넘어갔다.


건너편에서는 장미가 불타오르는 추악한 몸체를 들썩이며 촉수를 이리저리 휘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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