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46화 - 진실 그리고 용병
그레이스 SIDE
아침에 일어난 후 가문사람의 인도를받아 나는 바로 황성으로 이동했다.
마음을 다잡은 난 배웅하는 이안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자동차에 올라탔다.
마치 전쟁터로 끌려가는 것만 같은 심경이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자동차 안은 고요했고 나의 심장이 긴장으로 인해 거칠게 떨리는 소리만의 가득했다.
난 눈을꾹 감고 최대한 이 긴장을 풀려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는건 너무 과도한 걱정이라고 이미 많은 전생의 사람들이 왔다면 어느정도의 관리는 할지언정 제거 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을 갖도록 계속 되뇌였다.
그리고 자동차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난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나갔다.
황궁은 마치 전생의 자금성 마냥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문을 연 사내는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 사내는 자신을 따라오라 말한 뒤 앞장서서 다른 화려한 건물들과는 다른 새하얀 건물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난 순순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새하얀 건물 내부에서는 연구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전생의 연구소와 같은 모습에 전생에도 이런 모습의 장소와는 거리가 멀었던 난 주위를 샅샅이 훑어보며 따라갔다.
한참을 깊숙히 들어가던 사내는 곧 철문 앞에 도달했다.
철문의 양옆에는 제복을 입고 허리춤에는 검을 패용하고 있는 사내 둘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 사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내밀자 날 인도한 사내는 주머니에서 명함 사이즈의 무언가를 꺼내 경비로 보이는 사람에게 건내주었다.
제복을 입은 사람은 신중하게 그 명함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확인하는듯 보였다.
몇초의 확인이 끝난후 그는 다시 나를 인도한 사내에게 건내주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정자세로 돌아간 사내를 확인한 순간 날 인도한 사내가 길을 비켜주며 말을 걸었다.
"볼일이 끝나시면 다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예"
그의 말에 대답한 난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난 지구로 돌아온것만 같았다.
다른 곳은 그래도 전생과는 다른 이질감으로 인해 그냥 신기한 정도에 그쳤지만 이 방은 달랐다.
가끔 TV에 나온 연구자의 방이 이러할까 책장에는 여러가지 서적들이 즐비해 있었으며 책상마다 무엇인가 연구를 하고 있는지 서류와 여러가지 종류의 책들 그리고 시약과 같은 것들이 널려있었다.
그리고 방안은 씁쓸하면서도 짭짤한 괴상한 냄새로 가득 차 있어 나의 코를 간지럽혔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기이한 향수에 젖은 난 방 중앙 바닥에 주저앉아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 검은색 더벅머리의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몇일은 씻지 않은듯 그에게서는 구리구리한 냄새가 풍겨져 오고 있었다.
난 그가 나의 의문을 해결해줄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말을 걸었다.
"저기.............."
나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자 그 사내는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저 사내는 나처럼 이곳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 넘어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명백한 황인족의 특성을 띄고 있는 사내는 뚱한 표정으로 나의 몸을 스캔하듯 훑어보고는 툭 던져놓듯 대답했다.
"거참 그런 식으로 입고다니면 부끄럽지도 않나"
"....네?"
"후우 그나저나 당신이 오늘 온다는 그 사람이군 끄으으.... 빨리 빨리 하자고난 한가한 사람이 아니니깐"
"........."
자기 할말만 한 사내는 더벅머리를 긁적인 뒤 구석에 잡동사니들과 놓여져 있는 수정을 집어들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 내밀고는 빨리 집으라는 듯 신경질 적으로 흔들었다.
난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반사적으로 그 수정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수정에서 희미한 빛이 한번 발산한 후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사내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수정을살펴보기 시작했다.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책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 서류 한장을 가지고 와 무엇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아 이름은?"
".... 그레이스입니다."
"음 음 그레이스으...... 좋아 완료 자 받으세요. 그리고 잘가세요 바이 바이"
나의 손에 서류를 쥐어준 사내는 날 귀찮게 여기듯 나의 등을 밀어 밖으로 내보낸 후 문을 닫아 버렸다.
난 당혹스러움에 멍하니 서류를 쥐고 서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사내는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푹 쉬고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제대로 설명도 안한 모양이군요. 하아...... 절 따라오시죠 제대로된 설명은 그곳에서 해줄겁니다."
"네에....."
그렇게 말한 사내는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난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살짝 뒤를 돌아보고는 바로 따라갔다.
사내의 발걸음은 어느 방에 들어서고 나서야 멈춰섰다.
그 방안에서는 날카로운눈초리의 적갈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여성이 의자에 앉아 여러가지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은 방안으로 들어온 우리들의 기척을 느끼자 마자 고개를 들어올렸다.
"실례합니다 소장님 새롭게 발견한 이방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가요... 고생하셨어요. 자 여기로 와주세요. 이방인"
그녀는 정중하게 나에게 앞에 놓여진 의자를 손짓했다.
난 서류를 들고 얌전히 그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사내가 나에게 말했다.
"서류를..."
"아.. 네"
내가 그에게 서류를 건내자 사내는 서류를 들고 곧바로 소장에게 건내주었다.
"......... 설명은.... 흠 당연히 못들으셨겠군요."
그녀는 천천히 서류를 읽고는 슬쩍 나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선.... 설명부터 모두 해드려야겠네요."
그녀는 미간을 살며시 매만진 후 입을 열었다.
이방인 나와 같이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들은 여러가지 지식 혹은 특수한 능력을 한가지 가지고 이곳으로 넘어와 세계를 이롭게 하거나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자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고 무조건적인 탄압은 오히려 제국을위험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과거에서부터 학습했으니 안심해도 좋다고했다.
이어서 그녀는 나에게 현 시대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냐고 물어봤다.
난 당연히 없다 말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에 무엇인가 끄적이고는 나에게 돌려줬다.
"한번 천천히 읽어보세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기 시작했다.
서류는 계약서였다.
계약서에는 현대의 지식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만약 지식을 활용해 무엇인가를 만들 생각이라면 저작권을 등록하고 제국의 통제 하에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나의 고유능력도 적혀져 있었다.
적응이라는 능력이 적혀져 있었으며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능력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계속 읽으니 기본적으로 제국의 이방인에 대한 방침은 방임이다.
마치 사고와 같이 넘어오는 그들이 현재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었다.
저명한 연구진들도 갑작스러운 이방인의 탄생과 도착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되돌려보내는 방법도 없다고 한다.
난 모두 읽고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국은 이방인을 박해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마음의 짐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소장은 내가 계약서를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제국은 이방인에 대한 지원을 하지만...... 당신은 무엇을 할지 이미 결정했나요?"
"..... 용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 여기서 바로 등록해드리겠습니다. 그 계약서에 서명을 하시고 저에게 건내주세요."
"예"
난 건내주는 펜을 집어들고 서명했다.
소장은 서류철을 받아들고 한곳에 놓아두는 것을 바라보다 말을 걸었다.
"혹시 제... 남편의 등록도 가능할까요?"
"남편이요?"
"예에....."
"상관없습니다. 이름을 말씀해주시면 똑같이 등록해드리죠."
"이안이에요."
"음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시죠.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서랍을 열어 몇가지 서류를 꺼내든 소장은 펜을 놀려 항목들을 채워넣은 다음 나에게 건내주며 이안과 내가 태어난 곳 그리고 기본적인 신체기록을 적어달라고 말했다.
내가 모든 항목들을 채워넣고 건내주자 빠진 것이 있는지 확인한 소장은 일어서 방 구석에 위치한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손에 동패 2개를 쥐고 나왔다.
"여기있습니다. 그레이스씨 그리고 용병일을 하실 생각이면 수도보다는 뱀의 등뼈 산맥 인근의 성채도시 라인을 추천드리죠."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안내 부탁하지"
소장이 사내에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나에게 말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절 따라오시죠."
"예"
소장과 난 서로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그의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온 난 푸른 하늘을 보고 다시 한번 더 안도의 한숨을 푸우욱! 쉬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이안을 발견한 난 바로 떠나자고 말한 후 함께 짐을 챙기고 저택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