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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45화 - 가주와의 만남 (46/190)



〈 46화 〉45화 - 가주와의 만남

그레이스 SIDE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이안은 갈수록 음란하게 변하는 나의 모습에 자주 흥분하여 나에게 잠자리를 요구했다.


그리고 아주 다행스럽게도 나의 보지에 어느정도 적응했는지 한번 흔들고  싸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무려 두번이나 흔들었다.


두번 흔든 날 내가 칭찬하니 부끄럽다는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비웃음이 나올뻔했다.

그래도 음문의 효과 때문에 이렇게 된것이니 그를 탓할 생각은 없지만 음문의 효과가 없더라도 그의 정력은 형편없을 거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다.

그렇게 이제는 상단의 모든 사용인들과 이어졌을 무렵 우린 수도에 도착했다.


"그레이스 저기 수도가 보여!"

"오...."


저 멀리 지평선을 가득 매운 엄청난 규모의 도시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4개의 거대한 탑이 사방에 한개씩 배치되어 있었으며 구름에 가까울 정도로 높게 치솟아 올라 전생의 어떤 빌딩보다도 높았다.

그리고  4개의  중앙에는 먼거리 탓에 흐릿한 잔상으로만 보였어도 규모가 엄청나 보이는 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들과 비교가 불가능 하긴 하지만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당한 높이를 가지고 있는 건물들이 즐비한 모습에 현대의 도시와 다를바 없는 모습에 기이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지나온 모든 마을들은 중세시대라면 평균적인 수준 하지만 수도만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건 확실히 이상했다.

수도와 타 지역의 불균형적인 모습에 왠지모를 불길함이 술렁이는 가슴에도 불구하고 상단은 점점 수도에 가까워졌다.


수도 외곽에 도착한 우린 말로 끄는 마차에서 내려 핀이 우리를 인도했다.

그리고 난 놀랄  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자동차가 있었다.


난 중세시대인 이곳에서 자동차를 볼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

핀은 나의 모습에 자랑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하 놀라셨군요. 수도에서는 말을 이용한 마차는 들어오지 못하는 지라 그래서 비싼돈 들여서 하나 장만했죠. 정말이지 비싼만큼 그 정도 값은 하더군요."

핀의 말에 따르면 청결을 위해 수도에서는 골렘말을 이용한 마차 혹은 마석을 이용한 자동차를 제외하면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한다.


이안도 저번에 수도에 왔을 때는 자동차는 구경도 못했는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에는 골렘말이 이끄는 마차를 이용했다는 듯 하다.

그리고 핀이 이어서 말하기를  자동차는 마석을 이용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비교적 최근 상용화 되어 불티나게 팔리는 수도에서도 인기품목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그 가격이 어마어마해 수도의 어지간한 저택이라도 구매할 수 있을 가격이라고 콧대를 높이며 자랑했다.

부드럽게 이동하는 자동차는 특유의 매연도 배출하지 않았다.

핀과 대화를 나누며 주위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깨끗한 복장과 활기넘치는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매끄러운 재질의 건물들은 최소 3층 이상의 건물들이 즐비해있었다.

수도를 정신없이 구경하며 지나가던 와중 자동차가 어느 거대한 저택에 멈춰섰다.

"이곳입니다. 아 그레이스님 여기 저희 저택의 주소입니다. 혹시라도 시간 괜찮으시면 저희 저택에 들러주시면 극진히 대접하겠습니다."

핀은 마석자동차 앞에 서서 나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반드시 들리도록 할게요."

핀은 나의 말에 환하게 웃은 뒤 다시 마석자동차를 탔다.

옆에 우리 둘의 짐을 내려놓은 타이론은 힐끗 나를 훔쳐보고는 운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둘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배웅한 우린 저택에서 나온 집사와 같이 옷을 차려입은 사람을 확인했다.


큰 덩치의 사내는 자신이 미노타우로스라는 것을 증명하듯 갈색의 뿔이 늠름하게 솟아올라와 있었다.

그는 나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꺼냈다.

"어서오시지요. 그레이스양 미노스 가문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 * *

거대하고 화려한 복도를 걸어가면서 전생과 현생 동안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난 절로 위축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집사의 뒤를 따라가던 우린 곧 문 앞에 섰다.


"실례하겠습니다. 가주님 그레이스양이 도착했습니다."


"........... 들어와라"

건조하다고 느껴지는 어조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오고 문이 절로 열렸다.

집사는 우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복도의 벽에 다가가 길을 터주었다.


이안은 저택에 들어온적은 없는지 약간 긴장된 기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난 화려함에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최대한 어깨를 피고 안으로 들어서다 집사가 이안의 앞을 손으로 막아섰다.


"무슨 일이죠?"

나의 의문에 집사가 대답했다.

"가주께서는 그레이스양만 들어오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아 그레이스  밖에서 기다릴게"


그의 말에 반박하려던 나의 모습을 보던 이안이 재빠르게 입을 열어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 알았어"


상냥하게 웃는 이안의모습에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섰다.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가득 들어찬 집무실은 그저 바라만 보기만 해도 불편하기 그지없는 장소였다.


가주는 등 뒤에 거대한 창문을 등지고 앉아 양쪽에 쌓여있는서류를 한장 한장 읽어가고 있었다.

내가 집무실에 들어서자 뒤에서 문이 저절로 닫혔다.


살짝 뒤돌아 본  그의 책상 앞에 서서 가주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사락 사락

가주가 서류를 읽고 넘긴다.


어떤 서류에서는 인상을 찌푸리고 한쪽에 쌓아놓고 어떤 서류에서는 무표정하게 펜을 놀려 서명을 하고 다른 쪽에 쌓는다.


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부모님이 내가 가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무례를 저질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으니깐

하지만 나의 인내심도 한계였다.


그가 우리 둘은 신경도 쓰지 않고 27번째 서류를 집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실례합니다 가주님"


나의 목소리가 서류를 집어들던 소리만 울려퍼지던 방안에 울린다.

그제서야 가주는 고개를 들어올리고 건조하기 짝이 없는 무표정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 무기질 적인 눈동자에서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차가운 강철과 같은 눈동자에 순간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한순간이라도 움츠러든 스스로에게 분노를 품었다.

자기혐오에 물든 난 굴욕감에 치를 떨면서 입을 열었다.

"절.... 초대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세워만 놓으시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용무가 있으시면 빠르게 처리하시는걸 선호하시지 않으시는지요."


그저 건조하면서도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는 눈동자에 왠지모를 불쾌감에 치를 떨면서도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잠시 날 바라보며 눈을 꿈뻑이던 가주는 다시 고개를 내려 서류를 바라보다 서명을 하고 한쪽에 치웠다.

마치 쓸모없는 것을 바라보는 듯한 눈동자에 불현듯 전생의 부모의 눈빛이 기억속에서 떠올라 불쾌한 감정이 점점  커져가는 순간 가주의 입이 열렸다.

"............ 즐겁나?"


"....예?"


갑작스러운 그의 물음에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고 의아하게 대답하자 가주가 다시금 말을 꺼내들었다.


"............. 말이 너무 짧았군.... 다른 세계에 와서 미개한자들 사이에서 거닐니 즐겁나?"

".............."


순간 머리가 텅비었다.

마치 알고있다는 듯 말하는 그의 어조에는 짙은 경멸감이 깃들어 있었다.

새하얗게 변하는 머리속에 내가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입만 뻐끔거리고 있자 가주가 다시금 말했다.

"............. 뭐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지.....  이제 미노스 가의 사람이다. 원하는게 있나?"


".......... 없습니다."


"흠...... 그런가 오늘은 여기서 머물도록 내일 나와 함께 황성으로 간다."

"저와 같은 사람이 많나요...?"

"그럼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했나? 너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텐데 내일 황성에서 모든 설명을 들어라 가라 난 바쁘니깐."


이제 나가보라는 듯 가주가 고개짓하자 집무실의 문이 저절로 열였다.

난 혼란스러운 감정을 품고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 결국 물어보는 것을 포기하고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이안은 창백해진 나의 모습에 걱정스러워 했지만 난 괜찮다고 말한 집사가 안내해주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날 밤 난 침대에 누워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이미 알고있었다고?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지금까지 이곳에 왔던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된거야?


그러면  사람들은 이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모르고 있는거지?


황성에 가면무슨 짓을 당하는 거지?

나........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드디어 알았다.


중세시대임에도 과도할 정도로 발전된 도시, 자동차, 가끔 보이는 현대의 물품 난 그곳에서 전생의 그림자를 느꼈다.


불안하다.


난 어떻게되는거지?

문득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왠지모르게 심장이 거칠게 찢기는 듯 하다.


식은땀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잡는 순간 등 뒤로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내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이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날 따스하게 감싸 안아주고 손을 뻗어 나의손등 위에 포근하게 올려놓을 뿐이었다.


몸의 떨림이 잦아든다.

불안감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문득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따스한 체온에 난 고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래......... 결국 가야해...... 도망쳐봤자 이미 모두  알고있어.......... 하아......... 어쩔 수 없지 일단.... 일단 가자'


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안의 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가슴에 묻고 꼬옥 껴안자 복잡하게 얽혀있던 마음속이 부드럽게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안에게 미안함을 가진 난 서로를 껴안고 빠르게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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