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27화 - 이안 몰래 허리 운동
그레이스 SIDE
열락으로 가득 찬 밤이 지나고 나의 눈을 찌르는 햇볕에 눈을 떴다.
쓰으읍 숨을 들이키자 어젯밤의 격렬함을 알려주듯 방안은 비릿한 정액냄새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나른한 몸을 약간 축축한 침대에 맡기고 누워있다 기지개를 폈다.
"끄으으응"
온몸이 풀리는 듯한 느낌에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낸 후 침대에서 일어섰다.
햇볕이 비추는 방안을 둘러보니 아버지는 바닥에 정조대를 착용하고 곤히 주무시고 계셨으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옆에 엉덩이를 높게 치들고는 정신을 잃고 있었다.
어머니의 엉덩이 아래 쪽에는 끈적해보이는 정액이 산더미처럼 쌓여 수컷의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었으며 그 정액을 쏟아부은 무자크씨는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살며시 창문을살펴보니 마을 너머로 빼꼼 솟아오른 해는 아직 아침 이슬을 머금고 있는 마을을 고즈넉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디가셨나?'
지금에서야 해가 떠오르는 이런 이른 시간에 어디로 간건지 의아하게 생각한 난 고개를 갸웃거린 후 방을 빠져나왔다.
알몸으로 방문을 빠져나온 난 온몸 이곳저곳에 남겨진 거칠었던 어젯 밤의 정사를 생각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거실로 빠져나온 난 수건을 몸에 두르고 샤워실로 가기 위해 걸어가던 와중 현관문 쪽에서 무언가를 휘두르는 거친파공음이 들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난 바로 현관문으로 가 문고리를 잡고 거침없이 열었다.
마당으로 나온 나의 눈에는 무자크씨가 알몸으로 자신의 무기인 듯 보이는 양손도끼를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비춰졌다.
온몸을 뒤덮은 강철같은 근육은 차가운 아침 공기에 달궈져 옅은 안개를 내뿜으며 역동적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춤을 추는 듯 흩날리는 옅은 땀방울은 도끼에 의해 부서진 햇볕을 머금고 빛나며 바닥에 떨어지고 야성적이면서 강인한 인상을 주는 도끼의선이 이리저리 마당 내부에서 휘저어지며 옅게 마당을 비춰주는 햇볕을 부숴 번쩍이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장면에 무심코 시선을 빼앗긴 난 멍하니 무자크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말았다.
얼마나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도끼가 멈춰섰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난 얼빠진 얼굴을 했다는 사실에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살짝 얼굴을 붉히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는 무자크씨를 마주봤다.
"대단..... 하시네요"
"하하하 아직 한참 모자라 아마 우리 마을의 노친네가 보면 한심하다고 내 머리를 두들기겠지"
나의 칭찬에 부끄럽다는 듯 볼에 홍조를 띄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 무자크씨는 잠시 누군가가 그립다는 듯 생각에 빠지다 열정적인 나의 시선에 정신을 차렸다.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음... 말해보거라"
"저한테 그걸 알려주세요."
"흐음 지금 내가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만 해도 무례하다는 건 알고있나?"
나의 부탁에 정색한 무자크씨는 날 흉악한 눈으로 노려보며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잠시 숨을 멈추었지만 불현듯 치솟아 오르는 두려움에 눈을 내리깔 뻔했다.
'...... 젠장'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일 뻔 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난 참을 수 없는 굴욕감에 치를 떨었다.
다른 사내와 섹스를 하며 굴복하는건 상관없다.
하지만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강압에 의해 나의 의사는 전혀 들어가지 않고 굴복하는 것은 절대 싫다.
상상하기만 해도 역겨움에 속이 느글거렸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나의 심장을 거칠게 뛰게 만들었다.
한순간이라도 싸우지도 않고 무자크에게 굴복할 뻔했다는 사실을 되세길 수록 뜨겁게 달아오르는 피가 온몸을 분노로 달구고 있었다.
난 최대한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여 진정한 후 한쪽 무릎을 꿇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눈으로 당당하게 무자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예 하지만 전 강해지고 싶습니다. 만약 저에게 가르침을 배풀어주신다면 이 은혜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정중하면서도 당당한 나의 모습에 한쪽 눈썹을 들어올려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무자크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분노에 당장이라도 고개를 처박고 사과를 빌라는 듯 주위의 마력이 요동치자 마력입자 하나하나에 가시가 돋은 것 처럼 따끔한 고통이 온몸을 뒤덮었다.
오장육부와 온몸을 뾰족한 가시로 찌르는 듯한 고통에 당장이라도 그만둬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의 자존심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굴복한다는 건 이미 전생에 이가 갈릴 정도로 많이 경험했다.
굴복하면 나의 모든 것은 가치가 없어진다.
굴복하면 나의 자유는 사라진다.
굴복하면 난 노예가 된다.
전생은 굴복의 연속이었다.
폭력에 굴복하고 부모에게 굴복하고 동창에게 굴복하고 사회에 굴복했다.
굴복하는 순간 느껴지는 낭떠러지로떨어지는 듯한 절망감은 여러번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난 강해지고 싶다.
그 누구도 건들이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
그 누구도 나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강해지고 싶다.
그 누구도 나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도록 강해지고 싶다.
오직 그 생각만의 나의 몸을 지탱했다.
온몸을 찌르는 고통에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지만 안간힘을 쓰며 호흡을 이어나가며 모든 힘을 쥐어짜 무자크를 당당하게 올려다본다.
그리고 불현듯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우웨엑"
거칠게 숨을 내뱉은 난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뱃속에 들어있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땀이 비오듯이 흐르는 것을 느낀 난 대충 손으로 닦아낸 후 기진맥진한 얼굴로 무자크를 바라봤다.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띈 얼굴로 날 내려다보던 무자크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그 손을 잡고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큭큭큭 패기는 있군 원래는 안되지만 뭐 너라면 그 노친네도 뭐라하지 않겠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나의 몸을 지탱한 무자크가 말했다.
"좋아 가르쳐 주마 원래는 한달 정도만 이곳에 머물며 이안과 너에게 전투술이나 가르쳐줄 생각이었다만....... 널 보고 마음을 바꾸마 기한은 두달로 늘려주지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마"
"하아... 하아.. 저... 정말인가요?"
혼미한 정신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무자크를 올려다봤다.
나의어리숙한 표정에 쾌활하게 미소지은 무자크가 이어서 말했다.
"정말이고 말고 하지만 겨우 두달동안 네가 뭘 배울 수 있을까 뭐 노력해보거라 노력하는 만큼 배워나가는게 있겠지"
"하아.... 하아... 걱정.... 후우... 마세요. 당신이 뭐라고 말하든 당신한테 모든 걸 배워갈테니깐요."
"하하하 그래 그래! 사람이라면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에런의 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군! 하하하"
호쾌하게 웃은 무자크가 나의 등을 치며 말했다.
당연하게도 난그의 손짓을 견디지 못하고 거꾸러지며 기절했지만
* * *
그리고 이안이 집에 왔다.
단 일주일이었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래도 이안을 보자마자 애정이 느껴져서 다행이었지만'
이안은 무자크를 아는 듯 보였다.
이번 여행을 다녀오며 무자크를 아버지가 치료해 줬다는 것 같았다.
이안은 무자크를 보자마자 서로 반갑게 인사한 뒤 나와 함께 훈련을 준비했다.
무자크는 약속을 지켰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나와 이안을 열정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때 보여준 춤과 같은 수련은 오크 일족에서도 주술사의 계통에 전해지는 무투술이라고 알려줬다.
무려 오크의 신이 승천하기 전에 직접 제작하여 자신의 가장 충성스러운 전사에게 수여했다고 우리 둘에게 알려줬다.
그 무투술을 전수받은 전사들은 주술사로서 자신들의 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살아왔다고 한다.
대략적인 역사를 들은 난 참을 수 없는 의문점에 질문했다.
"왜 그런 무투술을 저희에게 알려준다고 하신거죠?"
"흐하하 우리의 신은 그렇게 쪼잔하지 않지 용기가 있는 자는 어떤 종족이라도우린 친우로 맞이한다. 그런 용기있는 이들이 우리들의 무투술을 전수받고 친우가 된다면 무투술 따위 별거 아니지"
이런 사고방식이 오크들에게는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들은 용기를 숭상하는 자들 아무리 나약하다 할지라도 용기를 가지고 해일과 같이 몰아치는 위협 속으로 무모하게 나서는 자들을 인정한다.
그렇게 말한 무자크는 이어서 투쟁의 무투술에 대한 능력을 말하기 시작했다.
투쟁의 무투술은 오직 한가지 기능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심플하기 그지없는 육체능력 강화
육체의 근력, 동체시력, 민첩성, 재생력, 면역력 육체와 관련된 모든 능력을 느리지만 꾸준히 계속 상승시킨다.
자신이 알려줄건 이 무투술과 수많은 전투경험을 토대로 만든 전투술에 대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이 두개 만으로 트롤을 단독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이어서 우리들에게 말해줬다.
그렇게 말한 무자크는 천천히 우리 둘에게 자신의 무투술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침에 본 그 춤사위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의 물결 유려하게 움직이는 도끼의 움직임 이건 평범한 육체 단련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몰랐다.
그저 저 움직임을 보는 순간 모든 동작 하나 하나가 무언가 의미가 담긴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아래에서 위로 허공을 가르며 뻗어나가는 도끼의 날 옅은 김을 뿜어내는 근육 약간 떨어진 여기까지 느껴지는 뜨거운 핏줄이 요동치는 모습 모든 것에서 애매하기 그지없는 직감만의 느껴졌다.
멍하니 고민하며 그 춤사위를 머리 속에 우겨넣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기억력은 뛰어나 애매한부분은 따로 체크한 후 열성적으로 무자크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한번 해보겠다고 말하자 의아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자크의 양손도끼를 손에 쥔 난 눈을 감고 차분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