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11화 - 부자(父子)와 모녀(母女)의 교미
신시아 SIDE
마음이 진정되자 마자 난 딸에게 배고프지 않냐고 물어봤다. 딸은 상냥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날 믿는다는 듯 태연하게 날 대하는 모습에 죄책감에 당장이라도 촌장님과 있었던 일을 말하고 용서를 빌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집을 청소하고 점심을 가볍게 먹은 우린 거실에서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졌다.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남편과 이안이 왔다.
그리고 문을 활짝 열자 자상하게 미소짓고 있는 둘의 모습에 난 에런에게 딸은 이안에게 달려들어 껴안았다.
"어서와 에런"
"다녀왔어 신시아"
오래간만에 느끼는 에런의 채취에 나는 고개를 숙여 머리에 얼굴을 부비며 그의 온기를 느꼈다. 에런도 나를 꼬옥 껴안아주며 오래간만의 재회를 만끽했다.
"너무 그리웠어"
"나도"
"이제.....떨어지고 싶지 않아"
"이제 떨어지는 일은 없을거야 신시아 앞으로도 항상 너의 곁에 있을께"
"......응"
자상하게 웃으며 말하는 에런의 대답에 난 가슴이 푹푹 쑤시는 것마냥 아파왔다. 차마 죄책감 서린 나의 표정을 보여줄 수 없어 다시 그의 머리를 잡아 가슴에 파묻었다. 에런이 돌아왔다. 나의 코로 들어오는 에런의 채취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오래간만의 재회에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에런이 이안에게 말했다.
"이안 그 동안 고생했다. 어서 집에 가서 일주일 동안은 쉬면서 친척들과 시간을 보내렴 여독이 쌓여서 많이 피곤할거다."
"감사합니다.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이안이 에런의 승낙에 딸을 한번 더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레이스 일주일 뒤에 보자 후후"
"응 이안 푹 쉬고 와 다음에 만날때는골골대지 말고 알았지? 후훗"
"큭큭큭 그래 알았어 일주일 뒤에 보자 쪽"
여행을 한번 다녀왔다고 듬직하게 변한 이안의 모습에 에런과 함께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보다 이안이 딸의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하고는 정중하게 우리 둘에게 고개를 숙인 뒤 집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집으로 들어와 에런의 짐을 풀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마친 내가 기운차게 일어선 후 말했다.
"좋아 오늘은 내가 힘좀 써야겠네?"
"기대되는 걸? 음... 그럼 난 들어가서 좀 쉬고 있어도 될까? 여행이 조금... 힘들었거든"
에런은 그런 나의 모습에 미소를 띄며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응 자기는 어서 들어가서 푹 쉬고 있어 내가 저녁식사를 잔뜩 준비할테니깐 후후후"
나는 약간 피곤해보이는 그의 얼굴을 사랑을 가득담아 만지작 거리며 이마에 쪽♥ 키스를 하며 침실로 밀어넣었다.
남편은 쑥쓰럽다는 듯 이마를 매만지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딸이 나와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난 괜찮다고 말한 뒤 방에 가서 좀 쉬고 있으라고 했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을 푸짐한 저녁식사로 보답하기 위해 약간 들뜬 마음으로 시장으로 갔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 들어찬 시장은 다양한 종족의 관광객들이 흥정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의욕을 가득 채운 난 거리를 돌아다니며 우리 종족의 전통음식을 만들기 위해 정력을 복돋는 재료들을 골라 구입했다.
'...... 에런..... 부디 촌장님의 흔적 지워줘....."
절대 이루어질리 없는 생각에 절박할 정도로 매달린 난 불안한 미소를 띄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그레이스 SIDE
이안의 뜨거운 입술을 상상하며 죄책감과 배덕적인 쾌락에 매달린 채 자위를 하던 순간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아까부터 한번도 가버리지 못해 간질거리는 보지에 답답한 숨을 푹 몰아쉰 뒤 알겠다며 외치고 내려갔다.
식탁 위에는 어머니가 풍성한 음식들을 가득 담아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 오늘은 완전 진수성찬이네요? 히히히"
어머니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응 응! 오늘은 신경좀 썼지 후후"
그 순간 아버지가 졸린 눈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나왔다. 아버지는 식탁에 잔뜩 올라가 있는 음식들에 놀라며 어머니에게 다가가 이마에 쪽 키스하고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하하하 정말 잔뜩 준비했네? 고마워 여보"
"아니야... 우리 자기가 돌아왔는데 이 정도는 준비해야지 후후후"
"흐음 하아 이안도 같이 먹으면 좋은데"
"음 어쩔 수 없지 이안한테도 가족이 있지 않으냐"
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아요 알아"
"하하 거참 그래 다음에는 이안도 불러서 식사라도 하자꾸나 이제 괜찮지?"
아버지의 말에 난 머쓱하게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 쩝 네에"
그런 나의 모습에 피식 웃은 아버지가 나와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오늘도 일용할 양식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네토라레 여신님에게 그리고 각자 믿는 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 뒤 식사를 시작했다.
정말 제대로 준비했는지 모든 음식이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풀풀 풍기며 따뜻하게 나를 반기고 있었다. 붉은색 빛깔의 큼지막한 고기와 야채가 잔뜩 들어간 전생의 보르쉬와 같은 수프가 모락모락 김을 피워오르고 있었다. 맛있어 보이는 모습에 꿀꺽 침을 삼킨 난 수프를 숟가락으로 퍼 입에 넣었다.
'아아~ 맛있어~~'
고기와 무와 같은 야채가 부드럽게 이빨에 부서진 후 국물과 함께 목 너머로 넘어갔다. 온몸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수프에 기분 좋은 숨을 몰아쉬며 다시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수프를 수저로 떠올렸다.
천천히 이 음식 저 음식 맛을 음미하며 먹다 식탁에 남은 음식이 거의 없어질 때 쯔음 아버지가 음식을 삼킨 뒤 말씀하셨다.
"이번에 가주께서 부른 이유를 말해줄때가 되었구나"
그 말에 나와 어머니는 자동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아버지가 이어서 말했다.
"가주께서 말씀하시길 그레이스 너를 다시 미노스 가문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는구나"
어머니는 그 말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난 별 감흥이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추방한 가문 따위 별 관심 없기도 했고 오히려 반감만 잔뜩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큰둥한 나의 표정에 잠시 쓴웃음을 지은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그레이스 내 딸 너는 미노스 가문에 다시 들어간다는 사실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구나 하긴 그 동안 아무런 교육도 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전 별로 관심없어요. 그치들이 무슨 생각으로 절 다시 받아들인다고 하는거죠?"
"...... 우선 나와 신시아가 소속되어 있던 가문에 대해 설명해야 겠구나"
미노스 가문은 뱀의 등뼈 산맥 인근에 위치한 자치도시 미노스 마을의 지배자이다. 최초 미노스 가문은 400여년 전 자애태황의 이종족 융합제도로 인해 받아들여진 미노타우로스 부족의 한 분파였다.
홀스타우로스와 미노타우로스로 이루어진 미노스 부족은 뱀의 등뼈 내에서도 자신들의 강함을 증명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자비태황에게 땅과 자치권을 대가로 뱀의 등뼈 산맥에서 범람하는몬스터 웨이브 방지와 황제에 대한 충성을 요구받은 부족장은 황제의 손을 잡고 산맥을 내려오게 되었다.
그 뒤 미노스 마을은 부흥에 부흥을 거듭했다. 미노타우로스는 은혜는 은혜로 원한은 원한으로 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은원관계에 집착하고 있었기에 자신들에게 땅과 자치권을 보장한 황제에게는 대대손손 씻을 수 없는 은혜를 받게 되자 부족은 황제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으로 보답했다.
그때부터 미노스 가문은 황제의 친위 세력으로써 그 명성을 드높였다. 천천히 명성을 높여가며 높은 작위를 부여받은 가문은 최후에는 제국 전체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란 즉 제1차 꿈의 범람을 진압하는데 큰 공적을 세워공작위 까지 부여받게 되었다.
미노스 가문으로써는 그런 황제의신뢰에 더욱 맹목적인 충성으로 되돌려 주어 황제파들 조차 황제의 발정난 들소라는 멸칭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재가 된다. 미노스 가문은 굴지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가문으로써 그 명성을 드높이고 있었으며 우리 부모님은 그런 가문의 일원으로써 살아가다 금지된 사랑으로 인해 추방당했다.
마지막으로 가주가 아버지를 불러 말씀하신 내용은 나에게는 죄가 없으므로 도로 불러들여 자신의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홀스타우로스는 본래 가축으로써 부족내부에서 존재했다. 하지만 점차 인권이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결혼을 금지시키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는 말이 가문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결국 가문 내부 평등파의 요구에 굴복한 가주는 비록 부모님의 추방명령은 취소시키지 못하지만 나를 가문에 입적시켜 그들의 불만을 줄이게 만드는데 사용하고 싶은 모양이다.
아버지의 말을 모두 들은 난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해했다. 마치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취급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표정에 씁쓸한 표정을 짓던 아버지가 말했다.
"아무튼 가주의 정식명령은 우리 종족에게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단다. 결과적으로 부족장의 결단으로 인해 우리 종족은 큰 은혜를 받은 것과 같으니깐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렴 자기들도 너를 방치했다는 사실만큼은 잘 알고 있단다. 같은 종족으로써 준것이 전혀 없으니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을거란다. 오히려 여러가지 방면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겠지"
난 아버지의 말씀에 부모님을 추방한 가문에 대한 원한을 한숨과 함께 털어냈다.
"알았어요 그럼 언제 가면 되는거죠?"
"걱정마렴 성인식 이후에 천천히 찾아오라고 했으니깐 너의 실력이라면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것을 멈추지 말거라"
"예 아버지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제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약간 가슴이 아려왔다. 그래도 괜찮겠지 가끔씩 찾아오면 되니깐
애뜻하게 부모님을 번갈아 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내가 독립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견하면서도 약간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일부로 활기차게 말했다.
"아이! 기분 너무 쳐졌다. 아빠! 오늘은 술 마셔도 되죠?!"
활기차게 외치는 나의 모습에 안심했다는 듯 웃는 아버지가 말했다.
"하하하 그래 지하실에서 좀 가지고 오거라 오늘은 서로 한잔씩 나누자꾸나"
"히히히 드디어~!"
난 천진난만하게 외치며 지하실로 내려갔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짙게 깔린 마을에서 그레이스 가족의 집에서 밝은 웃음소리는 오랫동안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