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토벌 작전 (2) (77/78)



〈 77화 〉토벌 작전 (2)

광신도들의 거점에 다가가자 웅장한 자태의 성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숲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은 그 거성은 숲에 자라있는 나무들보다 훨씬 높고 거대했다.


거점이라길래 숨겨진 지하동굴이나 부락들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괴리감이 느껴졌다.

"와.......겁나 크네. 내가 개미가 된  같아. 왜 이런 건물이 있는데 아무도 몰랐던 거지? 우리도 근처에 오기 전까지 몰랐었고."

"그야 이 성 주위로 인식 차단 결계가 쳐져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죠.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기 전까지는 시각요소를 차단하는 결계가 있었나 봐요."

"일단 역할 배분부터 하자. 누가 도망가는 사람 막을래?"

"제 소환수라면 누가 도망가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감시할 수 있어요. 제가 도망자들의 감시 및 처리를 담당할 테니 주인님이 모조리 쓸어버리세요."

세희의 올빼미라면 나도 납득할  있다. 그동안 광신도들을 토벌하면서 도주하거나 숨으려 하는 광신도들을 모조리 찾아낸 게 그 올빼미니까.


"가라 소리.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있어. 제깟것들이 아무리 도망가려 해도 벗어날  없다는  가르쳐주렴."

후우-

올빼미는 한번 울더니 하늘로 날아갔다. 이제 공중에서 모든 걸 관찰하는 건가? 맵핵 든든합니다.


"그럼 저희도 시작할까요?"

"그래. 가자."

나는 전신에 갑옷을 두르고는 그대로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앙!

성문과 내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충격파로 인해 경비병까지 한번에 날아가버렸다. 연약한 성문 따위로는  돌격을 1초조차도 저지할 수 없었다.


"저...적습이다!"

내 공격을  적들이  소리로 외쳤다. 다른 녀석들한테 알리려는 계획은 훌륭한데.....그거 자살 행위인 거 알지? 자기 위치를 함부로 노출하다니 죽여달라는 거지?

무수한 황금빛 비수들이 적들을 꿰뚫었다. 이윽고 미아가 나를 따라 걸어들어왔다. 그녀의 주위에는 다수의 시체들이 그녀의 비수에 꽂힌 채로 떠다녔다.

"여보, 판도라 양은 왼쪽으로 갔는데 오른쪽으로 가실래요, 아니면 중앙으로 가실래요?"

"내가 중앙으로 갈게. 성 중앙에 번개 한번 꽂아주면 적들도 좀 현실을 깨닫겠지. 그리고.....녀석들의 거점의 모습은 주로 중앙에 의식을 치루는 제단이 있었으니.....그 피해자들은 내가 정화하고 싶어."

"알겠어요. 이런 곳에서 당하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 부디 몸조심해요. 방심해서 갑옷 풀었다가 기습에 당하지 말고."

"너도 조심해."


내 말을 끝으로 우리는 각자의 방향으로 튀어나갔다.

콰르르르릉!

뒤져라 이 새끼들아!

크나큰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번쩍이며 성에 떨어졌다. 번개의 위력은 그야말로 천벌이었다. 수많은 광신도들이 번개를 맞아 까맣게 타버렸고 근처의 건물 및 지형이 크게 무너져내렸다.

 갑옷을 번개로 감싸 그대로 적들에게 돌진했다. 갑옷 전체에 번개가 흘렀기에 창이나 검을 든 근접 녀석들은 접근조차 할  없었다. 바로 전에 몇몇이 내게 접근했다가 그대로 번개가 흘러들어 그대로 감전사하는 걸 눈앞에서 목격했으니까.

쿵! 쿠웅! 쿵!

나는 녀석들에게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주먹에 둘렀던 번개를 사출했다. 이게 신벌이라는 것이다, 이 좆밥들아!


나를 막을 수 있는 것 따위는 없었다. 그대로 번개를 마구잡이로 쏘면서 돌진하면 그것만으로도 녀석들에게는 저지할 수 없는 파괴전차였으니까.

그대로 다 부숴버리면서 한참을 전진하자 넓게 트인 광장이 나왔다. 여기가 의식을 치루는 곳이었군. 광신도들의 추악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는 이 곳에는 나무에 그대로 관통당한 시체들, 배가 갈라져 자궁이 적출당한 여성 등등 잔혹하게 살해당한 시체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것은 몇 번을 봐도 정말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멍하니  광경을 보고 있었더니 시야 한구석에 저들의 제사장인지 특이한 옷을 입은 남자가 급히 달려가는  보였다. 도망가는 건가? 저런 짓을 저질러 놓고?


나는 그대로  남자에게 달려들어 옆구리를 걷어찼다.

"크허...으허억....."

"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냐?"

"무....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남자의 모르는 척 하는 태도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 자각은 있는 걸까?

"저 사람들.  저렇게 해놓은 거냐고."

"의식이다! 우리들의 신께 바치는 숭고한 의식!"

"후우......저 사람들이 자원한 거냐? 스스로 저렇게 되기를 희망한 거냐고."

"그렇다! 어디까지나 스스로 희생되기를 원해서....!"

나는 남자의 뻔뻔한 거짓말에 그대로 손등을 밟아 으깨버렸다. 어디서 구라질이야. 구라치면 손모가지 날아가는거 모르냐?

아니 그리고 애초에 얘네가 믿는 건 짭퉁이잖아! 슈브도 아니고  따까리라며. 따까리를 슈브로 착각해서 이 지랄 하고 있는 거고. 진짜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나 '하나 아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 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니라니까?
얘네만 봐도 진짜 신의 정체는 모른 채로 쓸데없는 믿음만 남아서 이렇게  세계적으로 민폐짓을 저지르고 다니잖아.

"야, 죽기 전에 한 가지만 알려주고 갈게. 너희들이 믿는 그 신, 그거 가짜야. 니들이 믿는 신과 진짜는 다르다고."

"그게 무슨...."

퍽!

남자가 대답하기 전에 그대로 머리를 밟아버렸다. 그의 연약한 두개골은 내 각력을 견디지 못했고 풍선을 밟는 것처럼 그대로 펑 하고 터져버렸다.


마지막에 왜 알려줬냐고? 자기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게 전부 거짓이었다고 눈앞에서 부정당하면 심정이 어떨 것 같아? 이게 내가 그에게 내리는 벌.....아오 시발 오글거려. 내가 말하고도 쪽팔려 죽겠네. 그냥 이런거 한번쯤 해보고 싶어서 그랬어.

건물 안쪽에 몇 명  숨어있는 것 같은데......일일이 들어가서 찾기도 귀찮은데 그냥 한방에 정리하자. 희생자들의 시체도 정화할 겸.


나는 헤스티아가 부여해준 불꽃을 발현하고는 그대로 화염의 파도를 만들어 주위로 흘려보냈다. 건물들을 모조리 뒤엎을 정도로 거대한 해일(海溢), 아니 화일(火溢)이었다.


이윽고 불꽃이 사그라들자 모든 것이 불타 녹아버린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내 주위에는 오직 불에 탄 맨땅만이 있을 뿐이었다.

어휴, 이건 좀 자제해서 써야겠다. 번개같은 저격성 공격이 안되네. 근처에 아군이 있을 때는 쓰면 안되겠다.


그런데......어느 쪽으로 가야 하더라? 방향을 판단할 건물들이 전부 다 불에 녹아버려서  방법이 없네. 이럴 때는 최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한 정확한 방향 판별 방법을 쓰자.

어.느.쪽.으.로.갈.까.요.알.아.맞.혀.봅.시.다.딩.동.댕.동.댕!


여기다! 과학적으로 산출된 결과에 의하면 여기가 전진 경로일 거야!

나는 즉시 해당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물론, 실제로는 완전히 반대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걸 내가 깨달은 건 한참이나 달려 이전에 박살냈던 건물의 잔해를 목격한 시점이었다......

"이런 씨발!"

· · ·

한편, 먼저 본격적으로 토벌에 돌입했던 판도라는 성 내부의 기괴한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거점들을 습격해왔던 만큼 광신도들의 행위는 질릴 만큼 봐왔지만  성의 광경은 다른 거점들의 그것들보다 훨씬 더했다.


성녀로서 수많은 의식을 지내왔던 그녀였기에 이교도들의 기괴한 의식을 용납하지 못했다.

"성녀다! 죽여라!"

"저 여자를 의식의 제물로 바치면 그 분도 더욱 기뻐하시겠지!"


빠득-

'감히...! 이교도들 따위가!'

어느 순간 그녀의 손에는 번개가 흐르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달려드는 광신도들을 향해 망치를 크게 휘둘렀고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그들을 향해 내리쳤다.


"이.....이런....! 지원 요청을....!"

"지원 요청 같은 건 굳이 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전부 다 죽을 테니까요. 먼저 가서 저승길이나 닦아 놓고 있으세요. 저세상에서도 당신들 따위를 받아줄지는 의문이지만."


콰앙-


간신히 살아남아 후퇴하려는 광신도까지 확실하게 처리하는 그녀였다.

"휴우......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죄악을 저지른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니....신들께서도 탄식하실 일이에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그녀를 향해 화살이 날아왔지만 그 화살들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그녀의 코앞에서 속도를 잃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원거리에서 승부를 보자는 건가요? 하긴 망치를 쓰는 모습을 봤으니 현명한 선택이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좋은 선택이라는 건 절대 아니지만."

판도라의 손에 엄청난 양의 마나가 깃들더니 그녀의 앞에 무수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하나하나가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시전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마법진이었다.

이윽고 마법진에서는 각종 마법이 쏟아져 나와 적들을 덮쳤다. 무수한 마법의 폭격에 적들은 반항다운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바스라졌다.


"으음......이대로  잡으려면 한참 걸릴 것 같은데 조금 다르게 해야  것 같네요. 저를 도와 적들을 멸하세요. 발키리들."


그녀의 말과 동시에 여러 명의 창을  여성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등에 날개가 자란 여성들은 그 날개를 펄럭여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광신도들을 향해 낙하하며 창을 내려찍었다.

"으음.....이 번개는 미노 님이 쓰신 걸까요? 역시 같은 번개라도 누구에게 선사받은 능력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네요."

"네 년이  유명한 성녀인가? 역시 난 운이 좋군. 그 성녀를 사냥할 수 있는 기회를 잡다니."


그녀의 앞에 나타난 건 로브를 두른 한 남자였다. 긴 백발에 대나무라고 해도  정도로 얇디 얇은 팔다리. 너무 약해 보이는 겉모습에 오히려 의심이  지경이었다.


"내 이름은 비그리온. 이  최고의 무투가다. 내 주먹으로 네년을 사냥해주마!"


그는 호기롭게 판도라에게 달려들었다. 깡마른 몸과는 달리 힘은 상당히 강한 듯 그가 밟고 지나간 땅은 움푹 파여있었다.

남자를 향해 판도라의 마법이 덮쳐들었으나 그는 유연하게 공격을 피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물론 그의 공격 또한 판도라의 방어 마법에 가로막혀 딱히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네년은 아주 특별한 제물이야. 네년만 잡으면 딱 300번째 사냥감이거든?  기념비적인 300번째를 성녀로 달성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는 말하면서 스스로에 도취된 듯 몸을 떨었다. 그를 바라보는 판도라의 시선은 썩어들어가고 있었지만.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나불대기는....! 얌전히 사라지세요!"

"방어에 급급한 주제에 무슨.....크허어억!"

언제 날렸던 건지 그의 등 뒤에는 커다란 창이 박혀있었다. 창은 정확히 남자의 심장을 관통해있었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인간의 범주에 속한 자였기에 심장을 뚫린 이상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있을 리 없었다.


"이 비그리...온...님이....이렇게........허무하...ㄱ..ㅔ..."

"적당히 상대해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서요. 아니, 그래도 궁니르를 쓴  좀 낭비인가요?"


그녀는 이윽고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발키리들의 엄호를 받으며 마법을 난사하는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이 성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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