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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화 〉2주간의 휴식(3) (75/78)



〈 75화 〉2주간의 휴식(3)

니플 시를 떠나 마차로 이동하길 8일째, 우리는 마침내 수도 '비스트 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8일 간 우리는 그 좁은 마차에서도 셋이서 물고 빨고 박고 박히는 음탕한 생활을 하며 지냈다. 덕분에 마차 내부는 온통 음탕한 냄새로 배어 버렸다. 이후  마차를 사용할 손님은 입장과 동시에 발기해버리지 않을까?

수도답게 도시 입구 앞에 서 있는 대기 행렬이 니플 시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게다가 수도에 입성하려는 상인들도 많아서  검사 시간도 훨씬 길어졌기에 줄을 선지 몇 시간이 지나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 차례가   있었다. 물론 우리는 니플 시에서 그랬던 것처럼 프리패스였지만.


니플 시에서 빌렸던 마차는 수도의 마차 대여점에 돌려주었다. 니플 시의 대여점이 체인점, 이곳의 대여점이 본점이라고 한다. 본점이나 체인점에서 대여  다른 체인점, 혹은 본점에 다시 반납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얼마나 깔끔하게 썼는지 체크할  직원한테 마차 안에 배어버린 냄새를 걸려버렸기에 손해배상을 좀 해야했다. 반납을 담당하던 건 남직원이었는데 그 때 그 직원이 보내던 놀라움과 부러움, 질투의 시선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마차 사업은 되게 활발하다고 한다. 워프게이트가 있는데 왜 굳이 마차가 유행할까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워프게이트는 쓸데없이 가격도 더럽게 비싸고 게이트가 있는 도시도 한정적이라 어쩔  없는 한계가 있었다.

지구로 치면 워프게이트가 비행기, 마차가 버스 혹은 렌트카 같은 개념인 것 같다. 이동 시간만 생각하면 비행기가 가장 효율적이지만 비싼 비용이나 제한된 공항 수라는 문제 때문에 버스가 훨씬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이 곳에서도 마차가 더 주류인 건 이와 같은 이유겠지.

· · ·

여관에서 하루 묵고 난 다음날 아침, 우리는 수도의 대장장이 거리로 향했다. 일찍 가야 좋은 무기를 건진다. 아님말고.

대장장이 거리는 역시 수도답게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지만 미아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이 곳 중에는 네가  만한 무기가 있겠지? 이렇게나 상점들이 많은데."

".......이젠 기대도 안해요. 어차피 고만고만한 수준의 무기들 뿐이겠죠.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거 하나만 써야할  같아요."


미아는 자신의 검을 찾는 건데도 굉장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긴. 지금까지 수많은 무기 상점을 가보고 명장의 대장간을 찾아가봤지만 그녀의 마음에 든 검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으니......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일단 가보기라도 하자고.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 · ·

수십 곳의 상점을 들러봤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예상대로 미아의 마음에 드는 검 따위는 존재하지 않더라. 하긴 대부분의 상점이 가격과 타협한 가성비 품질의 무기를 팔던데 미아가 만족할 리가 없지.

"......그냥 적당히 타협해서 쓰는 게 나을까요?"

"아니, 확실히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면 그냥 하나만 써. 괜히 어중간한 검이 손에 익어버렸다가는 막상 제대로 된 검을 손에 넣었을 때 기존 버릇 때문에 제대로 쓰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하도 많은 가게들을 방황하다 보니 어느덧 거리의 변두리까지 오게 되었다.  군데 남아있기는 했지만.....솔직히 말하자면 기대가 전혀 되지 않는다. 변두리가 어디야? 월세 지불할 능력 없으니까 금싸라기 땅에서 밀려난 대장장이들이 자리잡은 곳 아니야~남들보다 좋은 검을 만들 능력이 있었으면 진작에 거리의 중앙에 자리 잡았겠지.

기대 따윈 전혀 하지 않은 채로 한 상점에 입장했다. 건물 외부부터가 살짝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상점이었다. 그러나  내부에 있던 것은....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무기보다 잘 제련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기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확실하게 고급품이라는  알  있을 정도로. 아니, 이런 무기를 만드는 대장장이가 왜 이렇게 누추한 곳에서 장사하세요? 수도의 땅값이 이정도에요? 아니면 뭐 다른 대장장이들의 텃세가 심했다거나  그런거냐?


"누구요?"

걸걸한 목소리가 상점 안쪽에서 들려왔다. 안쪽에서 모습을 보인 건 수염이 덥수룩한 서양인 아저씨였다.

어......저 아저씨 얼굴 어디서 본  같은데? 으음......아! 유ㅌ브에 애니 무기 실제로 만드는 영상 올리는 미국 아저씨! 이 귀한 분이  이런 누추한 장소에 계세요?
지구에서 이 세계로 전이된건가?


".....미스터 조셉?"

"응? 자네,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건가?"


말이 통한다. 영어 따위 개나 줘버렸던 나였기에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줄 알았는데 자동으로 번역이 되서 들린다. 정말 다행이야.


근데 뭐라 대답해야 하지? 아, 저는 지구에서 트럭에 치여 뒤졌다가 이 세계에 미노타우로스와 인간의 혼혈로 전생한 전직 지구인입니다. 유ㅌ브에서 아저씨가 무기 만드는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구경하고 그랬어요.
라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저 아저씨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 개인 정보를 왜 알려줘. 그리고 무엇보다 그딴걸 믿겠냐고. 내가  아저씨 입장이어도 안 믿어.

"안녕하세요. 저도 당신처럼 지구에서 이곳으로 전이된 사람인 천세희에요. 한국인이었고요.  사람들은 제 일행이에요.  남자분은 저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지구에서 전생한 사람이구요."

세희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를 자신의 일행이라 소개했다.


"허....여기서 같은 지구인을 만나다니  반갑구만."

"아무튼 저희가 여길 찾아온 건 무기를 좀 구하고 싶어서에요. 여기 있는 이 여자가 쓸 만한 검을 좀 볼 수 있을까요?"

"동료의 검을 찾는건가? 저 여성분에게 딱 맞는 검이라면.....이게 좋겠구만!"

"동료 아니에요."

조셉은 미아를  훑어보더니 상자를 뒤적거리고는 검 하나를 빼들었다.

"추천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저는 제가 직접 고르고 싶어요. 잠깐 둘러볼 수 있을까요?"

"까다로운 손님이구만. 오히려 그런 손님이 진짜배기 손님이라 오히려 좋지만."


미아는 천천히 검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른 상점의 검들을 볼 때는 대충 훑어보는 수준이었는데 여기서는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잘하면 여기서 두 번째 검을 정할  있을지도 몰라!

미아가 둘러보는 사이 나는 조셉에게 왜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하는지 물어보았다. 이 정도 품질이라면 다른 대장장이 전부 뺨싸다구 수십대는 후려쳐도 될 정도인데.

"글쎄. 난  최선을 다해 만들고 그에 따른 정당한 가격을 제시했을 뿐인데 손님들이 다들 비싸다고 하더군."

"얼만데요?"

"xxxx만원."


시발 뭐요? 무기가 원래 그렇게 비싼 거였어? 워낙 뛰어난 품질이다보니 상당한 가격을 예상하긴 했지만 차마 이 정도일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곳이 장사가 안되는 이유를 알았다. 너무 비싸! 수도라고는 해도 이렇게 대중적인 거리에 있을 정도의 상점이라면 가성비 무기가 인기일텐데 가성비 따윈 개나 주고 품질에만 올인한 무기를 팔려고 하니 잘 팔릴 리가.

"저기.....대장장이님....이건 얼마에요?"


미아가 가리킨 건 대장간 안쪽 벽에 걸려 있는  검이었다. 보는 것만으로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검이었다. 확실히 저 검은 다른 검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세희의 창이나 미아의 첫 번째 검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저건 내 회심의 역작이지. 어느 날 누군가가 나를 찾아와 대뜸 부러진 칼 조각들을 주더니 검을 만들라고 했어. 그 조각들로 만든 결과물이 저거야. 만들라고 시킨 사람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고."

"저 검, 저한테 팔아 주실 수 있으세요?"

"안돼 그건. 한참이나 안 나타나긴 했지만 주인이 따로 있는 검이니까. 손님과의 신뢰는 억만금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깰 수 없어. 내 대장장이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야."

"xxxx 만큼 드릴게요."

"가져가게! 이 검은 오늘부터 네 것이야!"

조셉의 신뢰와 대장장이의 자존심. 그것들은 돈에 의해 무참히 산산조각날 정도로 얄팍한 수준이었다. 역시 돈으로 안되는 것 따윈 없나보다. 만약 안된다면 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잘 생각해 봐라. 이게 절대 틀린 말이 아니라니까? 오늘도 낭낭하게 1승 챙겨갑니다.


"그런데 세희 아가씨랑 청년은 필요한  없는가? 무기가 아니더라도 방어구도 판매 중이라네. 같은 지구인인 것도 인연인데 싸게싸게 넘겨줄게."

돈 맛 한번 보더니 대장장이의 자존심은 어디로 내다버렸는지 장사꾼 말투가 되어버린 조셉이다.

"우리도 하나쯤 사자. 이만한 품질의 물건을 사기는 힘들테니까."


고민 끝에 세희는 흉갑, 나는 너클을 샀다.

지출이 상당히 셌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 어차피 돈이야 판도라랑 같이 광신도 토벌을 진행하면서 무지막지하게 쌓여있었고.

미아를 보자 검이 마음에 드는 듯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한참이나 좋아하다가도 내가 자기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걸 눈치채자 창피했던 듯 갑자기 정색해버렸다. 에이...흐뭇한 얼굴이 되게 이뻤는데. 얼굴은 정색하고 있으면서도 어깨가 자꾸 들썩들썩거리는 걸 보니 기쁨을 주체할 수 없나보다.

"여보.....검 찾는 걸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오늘 밤에는 잔뜩 봉사해 드릴게요♥"

그리고 미아가 두 번째 검을 구한 오늘 밤, 두 자루 검의 소유자인 그녀를 두 자루의 자지로 잔뜩 훈련시켜주었다. 완전 좋아 죽더라.


"하아아아아앙♥♥♥!!!!"

처음을 양보하던 세희도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내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렇게 셋이 밤새도록 잔뜩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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