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왕자님 구출 작전 (65/78)



〈 65화 〉왕자님 구출 작전

미노의 원래 세계는 크툴루의 납치 자행으로 인해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카드 탑을 떠올려 보자. 카드로 쌓아올린 탑은 카드 하나하나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균형을 유지해 전체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의 손길에 의해 카드 하나가 빠지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그대로 우수수 무너져 내릴 것이다. 간단하고도 당연한 결과다.


세계도 마찬가지다. 세계는 구성원이라는 카드로 쌓아올린 카드 탑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운명이라는 균형을 유지하며 구조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균형은 외부 차원에서 온 존재, 크툴루가 미노를 이차원으로 납치하면서 무너져버렸다.
크툴루가 교장으로서 활동할 때는 세계에 속한 존재였기에 운명의 수레바퀴가 유지되고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세계에 속하지 않은 외부의 힘, 크툴루의 본래 힘을 꺼내들며 그를 납치한 탓에 운명이 무너진 것이다.
구성원 한 명이 빠져 발생하는 붕괴는 처음에는 조그마한 수준이겠지만 점점 붕괴 속도도 빨라지고 그 규모도 커질 것이다.


당연히 신계에서도 난리가 났다. 지금이야 미미한 수준이지만 점차 겉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것은 당연했기에 그들은 붕괴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아테나도 조사 중인 신들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지혜는 큰 도움이 되어왔으니까.
한창 하계를 조사하던 그녀는 문뜩 이변이 일어났던 아카데미를 떠올렸다. 자신들의 눈이 닿지 않게 된 장소. 그녀는 이변이 일어났던 시간과 세계에 붕괴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간이 너무 딱 들어맞는 것에 수상함을 느꼈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 어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테나 님, 들리시나요?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카데미의 성녀라고 불리는 판도라의 목소리였다.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은 그녀는 어떤 신과도 연락이 가능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아테나의 반문에 판도라는 방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교장의 정체가 크툴루라는 존재였다는 것, 그녀가 미노를 납치해 마법진으로 이동한 것 등등 전부.



'붕괴의 원인이 그것이었군. 외부 차원의 신인 크툴루가 그를 데리고 갔다면 필히 자신들의 차원으로 데리고 갔겠지. 문제가 복잡하게 됐어.'


[판도라, 잠시 후에 다시 이야기할  있을까요? 납치 관련 문제가 상당히 복잡할 것 같아서요. 다른 신들의 힘을 빌려야 할  같아요.]



아테나는 즉시 다른 여신들에게 향했다.



· · ·

"그게 정말인가요? 미노 님이 크툴루에게 납치당했다는 게?"


"미노라면 내 사도를 쓰러뜨렸던 그 남자인가....."


"크툴루라면.......외부의 신 말인가요?"


"그렇다. 아마 세계의 붕괴도 그 때문일거다. 즉, 붕괴를 멈추기 위해서는 그를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지."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가  곳에서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르는데 지금 당장 가지 않고 뭐하는거죠?"

사실 미노는 지금 슈브에게 몸이 녹아버릴 듯한 애무를 받고 있었지만 그 상황을 모르는 아프로디테는 미노를 걱정하는 마음에 격앙된 채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외부 차원이 갈 수 있다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인가? 애초에 우린 그곳에 가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데."


"조금 생각을 하지 그래요? 아프로디테 당신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데."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신랄한 딴죽에 아프로디테도 입을 다물었다.




"일단 하계에 강림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붕괴를 막기 위해서 하는 강림이니 세계의 인과율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긴, 하계 전부를 뒤진다면 하나쯤 단서가 나오겠죠."



'하계에 단서...? 단서라는  있을까? 있더라도 하계 전부를 조사하면 한참이 걸릴 텐데.....'

아테나는 생각에 잠기더니  가지를 떠올렸다.

'잠깐.......아카데미! 아카데미에 있다던 크툴루가 이용했던 마법진!  마법진을 이해하고 역이용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차원에 갈 수 있다!'


"아폴론, 아르테미스. 혹시 아는 신 중에 마법에 대해  아는 여신이 있나?"

"내가 아는 마법을 잘 아는 여신은 키르케밖에 없어. 그런데 그녀는 지금 행방불명 상태 아닌가?"


"저도 키르케 님 밖에 몰라요."


"아니 아테나? 왜 저한테는 안 물어보는 거죠?"

"머리에 남자밖에 가득찬 네가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만."

"너무하네요 아테나. 지혜의 여신이 너무 고지식한거 아니에요? 좋은 남자라도 소개시켜줄까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누군지나 이야기해라."


"프레이야에요. 그녀라면 마법의 극에 도달했다고 해도 될 정도니까요. 아테나 당신이 요구하는 수준은 충족하고도 남을 걸요?"


"그녀와 아는 사이라니. 참 특이하군. 같은 사랑의 여신이라고 알고 지내는 건가?'


"뭐 그렇죠. 그럼 전 이만 그녀를 데리러 갈게요."




아프로디테는 프레이야를 만나기 위해 사라졌다.


· · ·

미아 일행은 아테나의 신전에 도착했다. 마법 교관들과 신관들의 도움 덕에 무너졌던 워프게이트를 복구하여 그 게이트를 통해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신전 내부에 들어가자 아테나가 그녀들을 맞이해주었다.

"어서 와요.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어요. 여러분들의 목적은 미노라는 남자를 구하는 것이죠? 저희도 협력할게요.
크툴루가 그를 데리고  것은 아마 외부 차원일 거에요. 여러분들만으로 그곳에 가는 건 무리가 있겠죠."


"당신들이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죠? 아카데미에 쳐졌던 결계에 막혀 도움조차 주지 못했던 당신들이?"

"거기에는 조금 사정이 있었어요. 저희들은 명분이 없으면 하계에 마음대로 간섭할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그를 데려오는 것만큼은 제약 없이 행동할 수 있죠."


"뭐 그건 됐어요.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죠?"

"크툴루가 사용했던 마법진을 다시 이용할 거에요. 저라면 할 수 있으니까요."


세희의 질문을 끊은  한 명의 여신이었다. 목에 목줄이 걸려있는 특이한 패션의 여신이었다.

"반가워요 여러분. 프레이야라고 해요."




지구에서 여러 신화를 접했던 천세희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 다른 신들에게 마법을 가르쳐  마녀.




그 프레이야의 뒤를 이어 아프로디테, 아폴론, 아르테미스까지 신전에 강림하였다.
프레이야의 부탁이었다. 마법진의 구조를 알더라도 발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력이 필요할 테니까.
크툴루의 경우는 자신의 마력에 더해 무수한 영혼을 대가로 했지만 이번은 희생할 영혼이 없으니 여신들의 마력을 추가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 · ·




아카데미로 돌아온 후 프레이야는 곧바로 마법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금방 파악할 수 있겠네요. 그동안 갈 사람이나 추리고 있어요."

"우리 다섯이서 가는 게 아니었나?"

"우리는 확정이고요. 저 하계 인간들 말이에요. 되게 가고싶어하는 눈친데. 저렇게 간절한 눈빛은  오랜만에 보거든요."



미아 일행을 보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매달리려는 감정이 엿보였다.

"혹시 가고 싶은 사람 있나요?"

아테나의 말에 스피나, 세르피나, 미아, 천세희 전부 손을 들었다. 그녀들 모두 그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곳에 가면 목숨은 보장하지 못할 거에요. 그곳에서는 저희도 여러분들을 지켜드릴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갈 건가요?"




아테나의 경고에 스피나와 세르피나는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그녀들도 미노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느끼고 있고 그를 구하고 싶기는 하지만 자신의 목숨까지 걸며 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자신들도 책임지고 있는 바가 있는 데다가 그녀들에게 우선 순위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숨이었으니까.



"전 여전히 갈거에요. 여보는 제게 전부나 다름없으니까."

"주인님을 구하지 못할 바에는 그냥 죽겠어요. 구하거나 죽거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미노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둘이었기에 여전히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좋아요. 두 분은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녀들의 필사적인 모습을  아테나는 어쩔 수 없다는  수긍했다.

"파악 끝났어요. 이제 마력만 보급하면 이동할  있을 거에요.
판도라. 알고 있겠죠? 당신의 역할이 중요해요."

"네. 돌아오는 길은 맡겨주세요."


"다들 마법진 위에 올라오세요!"



마법진에서는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에 호응하듯 여신들의 몸에서 막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입을 떡하니 벌린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의 위엄을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윽고 마법진의 빛은 거대한 기둥이 되었고 빛이 사그라들며 기둥이 사라질 때쯤 다섯 여신과 두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 · ·



그리고 그녀들은 외부 차원에 도달해 슈브 니구라스를 마주하였다.


슈브 니구라스를 보는 순간, 천세희는 밀려드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지구에서 자신의 주인님을 차지했던 건방진 여자. 그를 죽게 만든 여자. 이번에도 자신에게서 그를 뺏어가려 했던 죽이고 싶은 여자.



그러나 아무리 거센 분노라도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그녀에게 제압당한 천세희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 · ·



미아는 무력하게 묶여있는 미노를 보고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원초적인 공포가 자신의 몸을 휘감았으니까. 처음 그녀를 봤던 그때처럼 자신은 멀리서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당연한 것이다. 애시당초 신, 그것도 최고의 신을 눈앞에 두고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으니까.



미아는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스스로 다짐했다. 이때의 느낀 무력함을 평생 잊지 않기로. 그리고 그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지기로.



· · ·



아테나의 설득이 잘 먹혀든 덕에 그녀들은 무사히 미노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세계의 균형이 맞춰지며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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