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천세희(1)
천세희가 지구에 있었을 당시, 그녀는 재벌 그룹의 막내딸이었다. 누구나 한 번 이상 이름을 들었을 만한 세계적 기업의 외동딸.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에 회장은 그야말로 법 위에 존재했다고 무방할 정도였다.
그만큼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을 방문했다.
콩고물 하나 얻어먹겠다고 그에게 가식을 떠는 사람들을 어릴 때부터 봐왔던 그녀는 사람에 대한 염증을 느껴버렸다.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 건 한 남자였다. 사고날 뻔했던 자신을 구해준 한 남자.
구해준 보답을 한사코 거절하던 남자.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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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상을 해야 좋을까요?"
"아니 보상은 됐습니다. 그냥 선행이었으니까요. 선의의 행동에 보상을 바라는 것도 이상한 거죠."
으음.....튕기는 걸까? 더 좋은 보상을 받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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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날 구해준 이후 나는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보답을 갚지 않고 가만히 넘기는 건 내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거절했다.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스스로 자랑하긴 좀 그렇지만 내 외모나 몸매는 상위 0.01퍼센트에 들어간다고 자신한다.
이런 내가 보답을 해준다는데 거절한다고?
내게 관심없는 척 하던 녀석들은 남자애들 중에서도 많이 있었다. 무관심한 척, 묵묵한 척 하고 있으면 내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척' 했다.
어차피 나는 어릴 때부터 가식을 수없이 봐왔던 만큼 본심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무관심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그들의 음습한 욕망을.
하지만 이 남자만큼은 달랐다. 말 그대로 진짜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설마 게이인가?
"아니 보답을 한다니까요? 왜 자꾸 거절하는거에요?"
"괜찮다고. 고딩이 무슨 보답이야. 문제집이나 하나 더 사라."
그는 내 머리를 마구 헝클여트려버렸다. 원래라면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가 했기 때문인지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군대라도 빼줄까요?"
"진짜?! ....아니다. 가능할리가 없지.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라. 나중에 시간 될 때 밥이나 사줘."
농담 아닌데. 나라면 진짜 빼줄 수 있는데. 왜 농담이라 치부해 버리는 걸까?
"아니 그것보다 왜 맨날 마주치는 거야? 너 공부 안해? 학생이면 싸돌아다니지 말고 공부나 해!"
"알아서 잘 하니까 신경 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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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더 친해지고 싶다.
"아저씨 번호 좀 줘요."
사람들을 시키면 금새 알아낼 수 있지만 그에게 직접 받고싶다.
"내 번호는 왜? 나 꼬맹이랑은 안 사귈 거야.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다. 오빠라고 불러. 나이 차이도 별로 안나면서 무슨..."
"싫어요. 아저씨."
"오빠라 부르면 번호 줄게."
"네. 오빠."
"야, 표정이 너무 무섭다...정색하고 오빠라 부르는건 뭐냐.....표정 풀어...."
딱히 정색한 건 아닌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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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애가 맨날 정색하고 다니냐? 좀 웃어봐라. 얼굴이 삭막하기 그지없네."
"제가 뭘요."
"함 웃어봐라!"
그는 양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더니 손가락을 이용해 강제로 내 입꼬리를 올렸다."
"머하느 거에요 빠리 나요!"
"발음 뭉개진다 야."
"오바가 해바요! 대나 안대나."
내 말에 그는 손을 내 얼굴에서 떼고는 자신의 얼굴로 가져갔다.
"대느거가? 아대네."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이상한 발음을 하는 그 모습이 퍽 우스워 살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웃을 줄 알긴 하는 애구나. 웃으니까 한결 낫네."
웃었어? 내가?
"평소에도 좀 웃고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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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가고 난 후 나는 혼자 웃어보려 했다.
하지만......내 얼굴은 미동조차 없었다.
그렇구나.....나는 오빠 앞에서만 감정이 나오는구나.....그렇다면.....
그를 평생 내 곁에 두자. 언제나 내 옆에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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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 군대간다. 이제 못놀아줌."
나를 떠나는 거야? 당신이 없으면 난......
그래도.....강제할 수는 없겠지. 군대를 가지 못하게 강제하는 거라면 그도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지만.
"편지 써줄게요."
"나중에 면회나 좀 와라. 너같이 예쁜 동생 있으면 군생활 편해진다는 소문 있던데."
그래도 내가 예쁜 건 알고 있었나 보다. 그에게 인정받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 얼굴을, 이 몸을 전부 누리게 해줄테니 내 것이 되면 좋을텐데.
"으음....그건 고민 좀 해볼게요."
"와줘라 좀...사람 한명 구원한다 생각하고."
"푸훗...알았어요. 갈게요."
머리를 민 그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 내가 보유한 그의 사진 중에 머리를 민 모습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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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 휴가 나왔다? 내일이나 모레쯤에 한번 보자. 그때 밥사줘라. 보답해준다는거 기억하지?"
드디어 그가 돌아왔다. 드디어 삭막했던 내 삶에 빛이 비춰진다. 그를 만나는 것만 상상해도 느껴지는 행복감에 절정할 것만 같다.
"알았어요.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무르기 없는거다? 나중 가서 너무 비싸다고 취소하면 안돼?"
"알았다고요. 그때 늦잠자지나 마세요."
뭘 사줘야 그가 제일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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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죽었다. 졸음운전한 트럭운전사가 식당에 돌진하여 때마침 그 식당에 있던 그가 죽었다고 한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슬픔에 검었던 머리가 새하얗게 탈색이 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이젠 이 감정을 다시는 느끼지 못하겠지. 그가 없다면 내 삶은 감정이 메마른 삶으로 다시 돌아갈테니까.
그래도.....그의 복수는 해줘야겠지.
"이 트럭운전사, 잡아오세요. 잡아서 내 별장에 묶어놔요."
"그리고.....오빠의 시신을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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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서 오빠를 뺏어간 쓰레기를 고문하고, 죽였다. 복수를 마쳤지만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내게 감정을 부여해주는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까.
오빠의 시신은 보존처리 한 후에 이곳에 고이 모셔놓았다. 훼손된 시체였지만 그의 시체였기에 전혀 무섭거나 흉하지 않았다.
"으흐.....오빠 잘 잤어요?"
나는 천천히 그의 몸을 매만졌다. 차갑게 식어 어떤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서늘함마저 오빠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오빠를 괴롭게 한 쓰레기는 제가 똑같이 괴롭게 만들어줬어요. 칭찬해줘요. 쓰다듬어줘요."
그의 손을 붙잡아 내 머리 위로 올렸다. 커다란 손.....또 내 머리 헝클어트려 줬으면 좋을텐데......
"오빠 이름.....결국 못 들었네요. 알고는 있었지만 오빠한테 직접 듣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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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솔직히 말하자면 오빠 몰래 오빠 컴퓨터를 좀 뒤졌어요. 취향 참 독특하더라구요."
"노예플레이라니.....여자를 그렇게 함부로 다루는 게 취향이셨어요? 평소 모습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뒷면이었네요."
"오빠가 원한다면.....제가 그 역할.....해드릴까요?"
나는 천천히 그의 손을 내 음부로 가져갔다. 내 보지에 닿는 그의 서늘한 손가락이 기분 좋았다.
"흐읏......오빠 손가락......기분 좋아요......"
나는 천천히 그의 얼굴로 다가가 뺨을 살짝 핥았다. 이후 천천히 얼굴을 내리며 뺨, 목, 쇄골, 가슴, 배꼽 순으로 핥기 시작했다.
"츄루루.....오빠 몸.....더 핥고 싶어요......"
"어머, 오빠 말고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구요? 욕망이 넘치네요 주인님♥?"
나는 그의 자지를 내려다봤다. 발기하지 않은 크기였음에도 자지는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발기했다면 과연 얼마나 거대했을까!
"주인님.....자지 빨아봐도 돼요?"
"으응.....♥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하움.....♥"
"츄웁......♥ 쥬웁...♥ 쥬붑....♥"
물렁물렁한 자지였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값진 포상이었다. 단단해지는 일도, 정액을 내뿜는 일도 없을 자지지만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황홀한 것이었다.
내 보지에서는 애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핥으면서 내 여자로서의 몸이 기뻐하고 있었다.
흘러나온 애액은 그의 발을 더럽히고 있었다.
"쥽...♥ 푸후.....♥ 잘 먹었어요....♥"
"어머.....노예년이 감히 주제넘게 주인님의 발을 더럽혔네요...청소해드릴게요...♥"
"츕.....츄웁....헤움.....쥬루루룹...♥"
나는 그의 발을 사탕을 먹듯 게걸스레 빨았다. 더러움? 그런 것 따위는 일체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소독이 완료된 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랑하기 그지없는 주인님의 몸인데 더러운 게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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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로 '주인님'의 몸을 탐하며 지낸지 며칠이 흘렀다.
그의 몸은 내 침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몸에 자신의 것이라고 영역표시를 하고 싶은 건 여자의 본능이니까.
그의 모든 몸을 만지고 핥고 빨았지만 처녀만큼은 건들지 않았다. 언젠가 저세상에서 다시 만나면 그때 그에게 주어야 할 선물이자 보물이니까.
"하아.....사랑해요 주인님♥"
쾌감에 몸을 떨던 그녀는 돌연 찾아오는 무력감, 소위 현자타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저는 여기있는데.....당신은 너무 멀리 가버렸네요....."
"저도 당신을......따라가고 싶어요......"
나는 부엌으로 가 칼을 꺼냈다.
"저도 이제....주인님 곁으로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