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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본선-4강 (2) (47/78)



〈 47화 〉본선-4강 (2)

콰앙!


 공격은 서로 간을 보기 위함이었는지 마나와 귀기가 따로 담겨있지는 않았다. 스피나의 화살은 마나가 서려있지 않으면 그냥 화살일 뿐이었다.

반면에 미노는 따로 귀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S등급 모험가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둘이 정면에서 격돌했으니 스피나에게 주먹의 충격파가 날아오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근거리에서 붙으면 이길 수 없을거야. 우선 멀어져야 해!'

스피나는 나로부터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물러서며 견제 사격을 해댔지만 날아간 화살들은 내 공격들에 가루가 되어버려 한순간도 저지하지 못했다.

"아~! 스피나 선수! 이대로 가면 힘들어질텐데요! 궁사 입장에서는 상대와 싸울 때 반드시 거리가 필요한데 권사로부터 거리를 벌리지 못하면 절대 이길 방법이 없거든요!!"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화살을 난사했다.


수많은 화살들이 나를 덮쳤지만 전혀 맞을 것 같지 않았다. 날아오는 궤적이 전부 보였으니까.


나는 손등을 들어 내게 날아오는 화살들을 전부 튕겨내거나 흘려냈다.

"이런 공격 따위로 날 막을  있을  같아?"


"글쎄요....보면 알겠죠?"



"예선에서 보여줬던 그 힘, 아폴론 여신에게 받은 가호의 힘이었겠지? 그  써. 안쓰면 못 이길거야."



"글쎄요.....아직은 안 써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도발하는건가? 아니면 내가 그만큼 얕보인건가? 힘을 쓰지 않겠다면.....쓸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주지!"

두두두두두두두

나는 그대로 스피나를 향해 주먹을 난사했다.


거리가 가깝다고는 해도 절대 주먹이 닿을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풍압은 충분히 스피나에게 충격을 가할 수 있었다.



"큿...!"




주먹으로 직접 가하는 타격보다는 위력이 덜하지만 내 힘이라면 그 풍압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공격이 될 수 있다.


스피나는 힘겹게 충격파를 막거나 피하고 있었다. 끝까지 안 쓰겠다는 건가?

피슈우웅!



그녀는 힘겹게 여러 발의 화살을 날렸다. 충격파 때문에 안정적인 자세에서 쏘지 못해 위력이 상당히 약했다. 만전의 상태에서도 맞추지 못했던 화살을 불안정한 자세에서 쏜 수준의 화살로 맞추겠다고?



봐라. 엄청나게 느리지 않은가. 심지어 맞추지도 못했다. 스피나가 날린 최후의 반격은 허무하게 나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수세에 몰리자 마음이 흐트러진건가? 이 정도도 맞추지 못하다니.....아니 그래도 한 발도 못 맞춘 건 이상한데? 여러 발을 산탄 형식으로 날려놓고 한 발도 맞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대로 화살을 튕겨내고 안쪽으로 파고들어 한 번만 타격을 가하면 끝이겠지!

일격을 가하기 위해 한발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쉬잉-




화살 한 발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




뭐지? 방금 공격은? 화살을 새로 쏜 움직임은 없었는데?



쉬이잉-!


또다.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온다. 스피나가 쏜 건가? 아니, 각도가 절대 쏠  없는 각도야. 애초에 조준하는 움직임조차 없었다고!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자 아까 나를 스쳐 지나갔던 화살들이 경기장 바닥과 바닥에 꽂힌 화살들에 튕겨지며  주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설마 산탄 사격으로 스피나가 노렸던 건 도탄이었던 건가!

튕긴 화살들은 나를 포위하듯 날아가며 조금씩 덮쳐왔다.



내게 직접적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화살을 막아낼 준비를 했다.



도탄 자체는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 수단이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움직임을 예상하고 막아낼 수 있다고!



그러나 이어지는 상황은 내 예상을 더욱 벗어난 것이었다.

도탄되어 날아오는 화살들끼리 다시 부딪혀 튕겨져 날아갔다.



게다가 어떻게 된건지 화살끼리 부딪히면서 조금씩 위력이 강해지고 있었다.




아니, 상식적으로 보통 충돌하면 위력이 줄어들어야 정상 아니야? 물리법칙상 가능한거야?

그렇다. 상식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궁술의 신, 아폴론의 가호는 상식을 거부하는 힘이었다. 아폴론의 힘과 엄청난 적합도를 보였던 스피나였기에 가호의 힘을 부여받은  이상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어느덧 내 사정권에서 벗어난 스피나는 추가로 화살을 쏴서 도탄 작용을 추가했다. 시발. 기껏 도탄 궤도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날아다니던 화살은 어느덧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나를 노려왔다.


보이지 않는다면 시각을 포기한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시각을 잃자 다른 네가지 감각이 더욱 민감해진다.
공기의 흐름, 화살소리, 피부로 느껴지는 살기까지 전부 느껴진다.

화살이 노리는 건......
미간 정중앙, 왼쪽 허벅지, 오른쪽 어깨, 오른쪽 무릎, 왼쪽 팔꿈치, 가슴, 오른발!
어딜 노릴지, 어느 부위부터 노릴지 전부 알  있다!



나는 내 몸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을 잡아냈다.

"!! 어떻게....!"

"날아다니는 화살들의 궤도를 읽는 건 포기했어. 읽으려 해도 계속 도탄되는 데다가 네가 자꾸 화살을 추가로 쏘면서 궤도를 비틀어버리니까.
그렇지만 아무리 도탄을 통해 궤도를 비틀어도 내게 맞추는  순간만큼은 정직하게 노려오잖아? 그 순간만 노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그런....."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 스피나 선수! 도탄을 이용해 반격해 보려했으나 미노 선수가 전부 잡아챕니다! 방어가 너무 완벽합니다! 그야말로 권의 극에 달한 자의 모습입니다!!"


권의 극이라니....스X리트 파이터도 아니고......



과장이 심하다. 내가 기술이 미숙한 건 아니지만 라이온 교관만 해도 나보다 기술 숙련도가 뛰어날텐데. 나는 어디까지나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기대는  뿐이니까.




"하아.....이것까지 막히다니......인정할게요. 가호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저로서는 당신을 절대 이길 수 없겠죠.
가능한  태양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제 궁술 실력만으로 당신을 쓰러뜨리고 싶었지만.....그러기에는 당신이 너무나 뛰어난 실력자에요.
그러니......이젠 본격적으로 가겠어요."

스피나의 금빛 활은 눈부실 정도로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마치 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처럼.


나는 스피나에게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어떤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대응할  있도록.

번쩍



순간적으로 스피나의 등 뒤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태양을 맨눈으로 본 것처럼 강렬한 빛을 쐬자 시야가 암전되었다. 원래도 강력한 빛이었는데 스피나를 집중적으로 주시하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핑! 피잉! 핑! 핑!



스피나는 내 시야가 가려진 틈을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으윽....비겁하게.....!"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아까 도탄 화살을 잡아낸 것처럼 다른 감각에 의지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그게 맞긴 하지.
하지만 그건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지금의 나는 스피나의 순간적인 기습으로 인해 시각을 잃으면서 평정을 잃은 상태다. 즉 잘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거지.



심지어 지금 스피나가 쏘아대는 건 단순한 화살이 아니다. 태양의 기운이 서려있는 화살들이다. 이대로 가만히 맞고만 있다가는 필패. 질 수밖에 없다.



쿠웅!



나는 발을 들어 그대로 내려쳤고 이내 경기장 바닥에 금이 가더니 무너지기 시작했다.



"큭....그런다고 놓칠 것 같습니까?!"



스피나는 잠시 휘청이더니 이내 무너지는 경기장에서도 자세를 바로잡고 화살을 쏘았다.



상관없어. 어차피 이걸로 완전히 위기를 타개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한 순간, 한 순간의 틈만 있으면 됐어.



스피나가 잠깐 휘청이느라 발사가 지연된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전신으로 귀기를 퍼뜨려 적혈 갑옷을 소환했다.

타앙!



엄청난 위력의 태양시였지만 갑옷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그게 당신의 진짜 힘인가요? 예선 때 보여주었던 힘이 그거였군요."


"당신의 갑옷과 제 태양의 화살, 어느 쪽이 더 강할까요?"



그건 방금 전에 드러나지 않았나?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되는거냐? 쏴봤자 소용없다!

"일반적인 태양시라면 당연히 막히겠지만......태양의 힘을 두른 채로 도탄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게다가 지금은 경기장이 무너져서 도탄 화살을 쏘기 더 좋은 장소가 되어버렸는데?"

[무기 해방]




스피나는 한 마디 중얼거리고는 여러 발의 화살을 동시에 조준했고.....손을 놓았다.


피피피피핑!

도탄되기 시작하면 궤도를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도탄되기 전에 쳐내는 수밖에!

스륵-


어?



화살을 향해 내지른 내 손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당황한 모양이네요. 이건 해방된 무기의 힘이에요. 방금 쏜 건 화살이 아니었죠. 이게 바로 제 무기의 능력. 순수한 태양의 화염을 발사할 수 있어요. 순수한 불이니 건드릴 수 없는 게 당연한거죠."


'대신 제 마나 소모가 심해지지만요.'

씨발. 밸런스 너무한 거 아니요? 무슨 가호 하나가 저렇게 사기야! 아프로디테가  건 본능에 살짝 솔직해지는 수준의 가호였으면서! 아폴론 여신은 왜 저런 사기 가호 주는건데!!



화살, 아니 화살 모양의 불꽃들이 나를 중심으로 내 주변을 날아다니며 움직일 곳을 막아버린다. 이거 진짜 좆된거같은데?

이내 불꽃이 내 등을 덮쳤다.



콰아앙!

적혈 갑옷 덕에 몸에 대미지가 가해지진 않았지만....한대 맞은 순간 알 수 있었다. 계속 맞다보면 갑옷이 뚫려버리겠다고.




"역시 튼튼하네요. 도탄 작용으로 강화된 화살로도 뚫리질 않다니.
그래도 계속 두들기다 보면 언젠가는 머리를 내밀겠죠?"




이대로 맞고만 있을수는 없었기에 억지로라도 앞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이것도 그녀의 계산대로였는지 다리에 힘을 실은 그 순간, 도탄되던 화살들이 일제히 내 오른쪽 다리를 향해 날아왔다.

타타타타타탕!.....퍽!




 점에 모든 화살이 쏟아부어지자 해당 부분의 갑옷이 순간적으로 풀렸고 화살 한 발이 다리에 박혔다.



"끄아아아아악!"



아까도 말했지만 화살이 화살이 아니다. 순수한 화염이다. 그것도 드럽게 뜨거운. 다리에 박힌 화염은 해당 부분을 불태우고 있었다.



나는 신체가 불에 타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져버렸다.




"씨....바알.....!"



앞에서는 스피나가 화살 아니 화염에 엄청난 기운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야말로.....태양을 보는 듯 했다.




"이걸로 끝내 드릴게요. 지금 제가  수 있는 최강의 기술로."



진짜 짜증나네. 4강에서 탈락이라고? 결승도 못가보고?! 이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결승  쓰려고 아껴두던 기술이었는데.....안쓰면 질테니 어쩔 수 없지.




이전에 살짝 말했지만 몇 주간 미아와 대련을 반복하며 혈통 해방의 두번째 능력을 개방할 수 있었다.


 번째 능력이었던 귀기의 발현의 다음, 바로 귀기의 사출.

즉 원거리 공격이다.



발현하는 것 만으로도 극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갑옷을 만들어주는 귀기가 순수한 파괴를 위한 원거리 공격기술이 된다면? 위력은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사출은 특정한 곳에 귀기를 모은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중요하다. 흔히 에너지파 하면 손바닥 혹은 손가락 끝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양 뿔의 사이에 귀기를 모으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우우웅----

그리고

내가 에너지를 사출한 것과 스피나가 활시위를 놓은 것은 거의 동시였다.

두 거대한 힘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을 터뜨릴 듯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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