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하이비스 아카데미(3) (38/78)



〈 38화 〉하이비스 아카데미(3)

둘째 날은 신체 피로 이외에 귀기 소모에 따른 탈진까지 겹쳐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게 몇 배는 힘들었다.


기숙사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드러누워버렸다. 씻긴 해야 하는데 그럴 기력조차 없단 말이야.


"아빠, 그대로 자면 더러워요. 안 씻어요?"


"레아가 씻겨줘......."

어른이 되세요.

"에휴......어른답지 못해요! 자, 제대로 누워봐요. 아~"


레아의 지시대로 입을 벌리자 그대로 칫솔질을 해준다. 츤데레 딸래미 같으니라고!

"아빠는 저 없으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그럼 평생 나랑 살자......"


치카치카치카치카치카

"헤헤....아니 그런 프로포즈 같은 말 해도 전혀 기쁘지 않거든요? 헤헤헤....."

칫솔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아프지 않도록 섬세하게 움직여준다. 우리 딸래미 최고야.

레아가  씻겨준 직후 바로 혼절하듯 잠들어버렸다. 이틀 연속으로 혼절이라니.


· · ·


오늘도 상쾌한 아침! 내가 누군지 물어본다면 나는 미노.


눈을 뜨자 나를  안은 채로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레아가 보인다.


어디보자 지금 시간이......지금 나가면 강의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할 수 있겠다.

레아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방을 나섰다. 본격적인 강의의 시작이다!


이렇게 평범하게 몇 주가 지났다.

왜 이렇게 갑자기 몇 주를 생략하냐고? 그야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평범하게 강의듣고 평범하게 수련하고 평범하게 과제에 찌들어 사는 삶이 몇 주간 이어질 뿐이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고!


그래도 몇 주간의 행적을 짧게나마 설명하자면

격투술 강의는 1,2주차에 기본 움직임을 가르쳐주고 이후부터는 파트너를 한명 정해서 대련하면서 중간중간 교관이 조언을 주는 식이었다.  근력 수준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나는 교관이 상대를 해주었다.

"역시 자네는 우수하군! 학생장다운 학습 속도야!"

라이온 교관은 내 실력에 감탄한 듯 했다. 저 멀리서 레온이 질투의 시선을 보내온다. 꼬우면 나보다 잘하던가.

"다음 주에 학생 전투 대회가 있네. 자네 혹시 출전해  생각 없나? 자네라면 충분히 상위권에   있다고 생각하네. 이 라이온 교관이 보증하겠네!"

대회라니. 그것도 전투 능력 대회. 아카데미물 국룰 클리셰긴 하지. 없으면 섭할 정도로.


"자네가 출전한다 하면 추천서를 써주겠네. 그러면 예선을 생략하고 바로 본선 16강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지."

"대회에 출전하면 혜택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무상대회인데 내가 왜 추천을 해주겠나. 본선 진출만으로도 미래에 어느 정도 도움이  걸세. 아카데미 중에서도 상위인  하이비스 아카데미의 대회 본선 진출자라는 건 이름뿐인 칭호가 아니라네. 다양한 곳에서 영입 제의가  걸세.
게다가 8강부터는 상금도 받을 수 있네. 8강 진출자 1천만원, 4강 진출자 1억, 결승 진출자 10억이나 주니 순식간에 많은 돈을 벌  있지."

시발 뭐? 천만원? 1억? 10억? 돈이 복사가 된다고! 진짜 몇번 이기기만 하면 바로 부자되네. 이게 아카데미.....? 10배씩 증가하는 걸 보니 설마 우승 상금은......

"우승 상금은 얼마인가요?"


"100억이라네."

시발! 우승딱대! 100억은 내거야!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한가? 자네 설마 그녀를 모르는건가? 천세희 학생이 있는 한 절대 우승을 차지할 수 없네. 우승은 늘 그 학생 차지였으니."

아 맞다. 반년 만에 용사 달성한 괴물. 그녀가 있었구나. 날아간 100억의 꿈이여 아디오스......


"당연히 출전하겠습니다. 추천서는...."


"뭐라? 추천서 따위는 필요없다고? 자네 본신의 실력으로 당당하게 진출하겠다니! 역시 이래야 내 강의 학생장이지! 훌륭한 마음가짐일세!"

씨발롬이. 추천서 언제 가지러 가야되냐고 물어보려던 거라고.

"아니.....그게 아니라......"

"음? 뭔가? 설마 비굴하게 추천서 따위에 의존하려는 건 아니겠지? 내 학생 중에 그렇게 한심한 학생은 없다네."

'예선부터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주면 내 강의 평가도 더욱 올라가겠지? 더욱이 이 학생은 이번학기가 처음인 편입생이니  강의 덕분이라고 더욱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고.'


"하아......아닙니다. 그나저나 왜 그렇게 저를 대회에 출전시키려는 겁니까?"


"그야 당연히 자네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내 평가도 올라가....! 큼큼. 방금 말은 잊어주게. 당연히 자네가 응당 누려야 하는 혜택들을 누릴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이지."


본심이 나왔다. 역시 자기 좋으라고 하는 거였구만? 물론 그걸 알았다고 해서 출전을 번복하거나 하진 않을거지만!

"대회는 언제부터입니까?"

"3일 후에 예선을 실시하네.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본선을 치루지."


"다음주는 중간고사 기간 아닙니까?"


"아 내가 설명을 빼먹었군. 본선 진출자는 해당 대회 기간 이루어진 모든 시험 만점이 적용되네."


죽어도 본선간다. 시험공부? 씨발 깝치지마. 대회는 무적이고 개최자는 신이다.

그렇게 내 대회 출전이 결정되었다.


아, 참고로 레온도 같이 출전하게 되었다. 교관한테 권유를 못받은게 어지간히 분했는지 갑자기 내게 와서는 겨우 추천받은 거 하나가지고 우쭐대지 마라며  소리 하고갔다. 딱히 별 생각 없었는데.

· · ·

역사학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그동안 친해진 1학년 여자애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 물론 여자애들이라고 노리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여자애들이 대회에 출전하는게 맞냐고 물어보길래 교관이 추천해서 나간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어."


"대단하네~ 미노."

"부럽다....나는 전투 기술은  꽝이라 출전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그런데 내가 대회에 나가는 건 어떻게 안거야?"


"미노, 몰랐어?  1학년들 사이에서 되게 유명해. 라이온 교관이 그렇게까지 아끼는 학생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거든. 게다가 신체능력 측정 1000점은 학생회장님 이후 처음으로 나온 숫자라고. 당연히 이름이 퍼질 수밖에 없지~"


천세희 또 너야? 진짜 온갖 기록이란 기록은 다 세웠나보구나. 안나오는데가 없네.

이크,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녀가 강의실에 들어왔다. 어디 앉을까? 내 옆에 앉으면 좋겠다....


"미노 님, 대회에 출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명성있는 편입생이 대회에 출전한다 하니까 얼굴이나 제대로 봐두려고 인사한건가?

"좋은 성적 기대하겠습니다. 본선에서 뵐  있었으면 좋겠군요."

쿵쾅쿵쾅


"얘들아, 대화는 내가 했는데 왜 너희들이 떨고있냐? 심장소리 나까지 들린다 야."


그녀는 짧게 말하고는 다른 자리로 떠나갔다. 아쉽네. 옆자리 앉았으면 좋았을텐데.

"그....그야 당연하지! 저 회장님은 어지간해서 개인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말을 걸었다? 옆에서 보는 입장만으로도 완전 떨렸다고!"


개인적 대화를 아예 안하는 사람이야? 도대체 얼마나 철벽인거야.


아 교수님 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인간과 엘프의 관계에 대해서 강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엘프! 드디어 떴다! 헤으응  긴 눈나 종족! 사실 사로잡히는게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 잡히는 거라는 종족!

"엘프들의 역사는 이전에 이야기했었죠? 인간과 엘프는 대표적인 앙숙 관계 중 하나에요.
지금이야 당연히 사라졌지만 이전에 종족 간 불화가 심할 때는 인간이 엘프를 사로잡아 노예로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엘프도 인간들을 납치해 식물의 양분으로 삼아버리는 등 보복을 가하자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졌었죠."

실제 역사도 소설 속에서 가장 흔히 퍼진 관계대로네. 하긴 엘프의 특징이 수려한 외형이었다면 인간들도 음심이 동했겠지. 내가 지금까지 아카데미에서 봤던 엘프들은 하나같이 다 미남미녀였으니까.


"실제 사건들을 알아볼까요?  300년 전에 엘프와 인간 사이에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뻔 했어요. 바로 하이엘프 납치사건인데요.
차기 지도자였던 어린 하이엘프를 사냥꾼들이 납치해가자 분노한 엘프들은 무고한 시민 수백명을 몰살하고 인간 도시에 테러를 저질렀어요.
그들은 협상을 시도했지만 엘프 측에서는 하이엘프의 즉시 석방을 요구했고 인간 측에서는 테러를 자행한 엘프들을 넘기라는 거였죠.
그런데 하이엘프를 납치한 사냥꾼들의 배후에는 타락한 귀족들이 있었고 여러 영지를 옮겨다니며 하이엘프를 유괴했던 탓에 중앙정부 측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죠.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대규모 전쟁까지 이루어질 뻔 했어요.
그러나! 어느 날 누군가가 하이엘프를 무사히 구출해 엘프들에게 데려다 주었고 다행히 전쟁은 없던 일이 되었죠. 그렇게 엘프 측도 테러의 배상금을 물어내는 식으로 사건이 종결되었어요."

"교수님  테러리스트를 넘기는 게 아니라 배상금을 물어낸 건가요?"


"그야 모든 엘프들이 누가 테러를 저질렀는지를 숨겼으니까요. 모든 엘프를 다 넘길 수는 없잖아요?"


"이런 사건들이 수십 번이나 있었는데 인간과 엘프는 마침내 겉으로는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화해의 선두에 선 것이 그때 당시 납치당했던 하이엘프, 엘룬 위그드라실이에요.  엘프들의 지도자이기도 하죠."

와, 어릴 적에 납치라는 불행한 일을 당해놓고 좆간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고? 진정한 대인배의 면모....!


"다음 사건은······."

한참 교수의 강의가 이어지다 보니 어느덧 강의가 끝날 시간이 되었다.

"이런, 강의 시간이 다 되었군요.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른 사건들은 내일 이어서 강의하도록 하죠."


흠....근데 강의 들어보니까 주요 갈등의 어째 원인제공은  인간이 하는 것 같다? 그저....좆간!!

· · ·


강의가 끝난 이후에는 미아와 대련장에서 기술 연마를 하는게 일상이 되었다. 굳이 대련하지 않더라도 같이  대련장에 모여서 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같이 연습하면서 서로의 움직임을 보고 깨닫는  있지 않을까 싶어 제안했다.

한창 수련에 몰두하다가 휴식 시간에 미아에게 대회 출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대회 나가게 됐어. 응원해줄거지?"

"당연히 여보니까 응원은 할건데......제 학생 중 몇 명도 출전한다 하더라구요? 덕분에 단독응원은 못해주겠네요~"


별것도 아닌 걸로 질투심이 피어오른다. 감히  말고 다른 학생들을 응원해?

"안되겠어 혼나야지. 너 이리 와!"


"꺄악! 덮쳐져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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