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대결 (34/78)



〈 34화 〉대결

"왔어요?"


대련장 입구에는 미아가  있었다.

"오라니까 일단 오긴 왔는데.....왜 하필 대련장으로 오라고  거야? 대련 한판 하자고?"


"네. 그러니까 빨리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와요. 무기도 구비되어있긴 하던데.....여보는 주먹 쓸거죠?"

이.....이왜진?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갑자기 화풀이라도 하고 싶어졌어? 아니 그렇다고 남편을 패면 안되는 거 아니야?!"


"화풀이는 아니에요. 아내가 어떻게 개인의 화풀이로 남편을 때릴  있겠어요? 그저 여보의 신체 능력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 뿐이에요. 그때 이후로 여보의 제대로 된 능력을 확인해 본 적이 없잖아요. 자신의 수준을 알아야 이후 권술 강의를 들을 때도 잘 따라갈 수 있지 않겠어요? 자! 빨리 옷 갈아입고 와요!"


듣고보니 맞는 말이다.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군. 에휴, 어쩔 수 없지.

"그럼 들어갈까요?"

미아는  손을 잡고 대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련장 건물 내부는 길다란 복도에 일정 간격마다 문이 있는 형태였다. 밖에서는 이렇게 넓은 건물은 아니었던  같은데....이것도 마법인가?


"여보,  갈아입고 3번 대련장으로 들어와요."

수련복의 디자인은 별로 좋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미관용으로 제작된 옷이 아니니까.

3번 대련장이라......여긴가? 내가 앞에 서자 자동으로 열렸다. 대련장 안에는 마찬가지로 촌스러운 수련복을 입은 미아가 수련용 검을 든 채로 서 있었다. 미녀가 입으니 저 촌스러운 옷도 왠지 예뻐 보인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여보, 연습용 무기들은 저기 있어요."


"난 주먹 쓰잖아. 필요없어."


미아와 나는 대련장 중앙에 마주보고 섰다. 검을  미아와 마주보는 건 처음이네.


"그럼 슬슬 시작할까요?"

스윽


우리는 자세를 잡았다.

엄청난 중압감이다. 이게 미아가 상대했던 적들이 느꼈던 감각인가.


미아의 검에는 오러가 스멀스멀 둘러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여보가 해도 괜찮아요."


"그럼......바로 시작하자!"

말을 꺼냄과 동시에 우리는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미아는 폭발하듯 가속하여 검을 내리쳐온다. 순식간에 정면에서 오는 그녀의 검을 양손을 교차시켜 막는다.


타앙!

날이 없는 검이긴 하지만 묵직한 충격은 팔을 통해 그대로 전해져왔다.


"좀 아프네? 단단한 검인가봐?"

"이 검은 마나를 흘려주면 강도가 강해지는 재질로 만들어졌으니까요. 마나 사용자와의 대련에서도 부서지지 말라고 만든거겠죠.."

"난 마나 사용자도 아닌데 말이야."


"여보는 힘 하나만큼은 괴력이니까요. 어지간한 마나 사용자보다 훨씬 강한걸요?"

콰앙! 텅! 캉! 카앙!

 주먹과 그녀의 검이 맞부딪힌다.


주먹을 뻗어도, 발차기를 해도 그녀의 검에 가로막힌다.


역시 S급은 허명이 아니네. 1대1에서만큼은 빈틈이 없어.

기술이 없는 내가 그녀의 방어를 뚫을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뚫어내는 것.


두두두두두두두!


나는 연속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이거라면 저 방어도 뚫을 수 있어!

한편 미노의 주먹을 받아내는 미아는 곤경에 처해있었다.


'오러를 둘러도 힘에서 내가 밀린다니.....힘이 너무 강해! 이게 마나를 싣지도 않은 힘이라고?'


미노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아내던 그녀는 이어지는 미노의 난타에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여기서 속도가 더 올라간다고?'


그녀는 크게 검을 휘둘러 미노가 몸을 뺀 순간을 노려 뒤로 뛰어 간격을 벌렸다.


"역시 여보의 신체 능력은 보통이 아니네요. 평범하게 했다가는 당해버리겠어요."

'저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내다가는 내가 뚫려버릴거야. 치고 빠지는 공격으로 가자.'

미아는 검을 쥐며 미노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미아가 물러났다는 건 내 공격이 위협적이었기 때문일 거야. 역시 힘으로 밀어붙이면  방어도 뚫을 수 있는게 확실하다!


그런데.....미아의 자세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공격을 받아넘기기 위해 하반신에 힘을 준 상태로 고정된 상태였다면 지금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경쾌하게 스텝을 밟고 있었다.


뭐 그래도 내가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그대로 밀어붙일 뿐!

슉!


내가 주먹을 내지른 그 순간, 미아의 신형이 사라졌다.

퍽!

그녀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 옆구리에서는 아릿한 충격이 퍼져왔다. 어느새 뒤로 이동한 미아가 검을 휘둘러 내 옆구리를 가격한 것이었다.

"크윽......!"

옆구리의 통증을 참으며 미아에게 주먹을 뻗었지만 또다시 사라지고 뒤에서 나타나 나를 가격할 뿐이었다.

젠장.....!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데.....!

이때 한 가지 기술이 머리를 스쳤다. 이전에 실비아가 모험가를 상대로 보여주었던 보법. 신기루

"여보, 안 덤빌 거에요?"

미아가 웃으며 물어본다. 어우 얄미워. 저 얼굴이 당황으로 물드는  보고싶어!

나는 눈치채지 못한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실비아의 모습이 사라진다. 지금이다!

나는 그대로 뒤돌려차기를 시전했다.

"이런!"


이전과 같이 내 뒤에서 공격하려던 미아는 그대로 검을 세워 발차기를 막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어태세가 아닌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한 급조된 방어였는지 크게 밀려났다.

살짝 스친 감각이 있었다.  유효타구만.

미아를 보자 옆 이마가 살짝 찢어진 듯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작게 상처를 입은 미아였지만 그녀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대단하네요. 일전에 실비아 양이 보여준 적이 있기는 해도 한번 본것만으로 파훼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이게 재능인 걸까요?"

"그렇지만......이제 겨우 하나를 뚫은 것 뿐이잖아요? 아직 보법은 많이 남았다구요!"

실비아의 모습이 사라진다.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는 것뿐이라면 엄청난 동체시력을 가진 여보의 눈을 피할  없었겠지만 기술이 섞인 움직임이라면......아직 미숙한 당신이 파훼할 수는 없는 법이죠."

퍽! 퍽! 퍼억! 텅! 터엉!

검이 사방에서 날아온다. 어차피 그녀의 움직임에는 대응하지 못한다. 최대한 중요 부위만 막는데 집중하자. 반드시 기회는 올거야.

그나저나 수련용 검이라 이렇게 맞고도 버틸  있는거지, 그녀의 진검이었다면 순식간에 난도질되어 걸레짝이 되어버렸을 거다.


"아직은 따라오지 못하는 걸까요?"


타앗!


그녀가 움직임을 멈춘다.  앞에 정면으로 서다니, 무슨 생각이지?

"자, 한번쯤은 공격의 기회를 줄게요. 제대로 공격해봐요."

"얕보지 말란 말야!"

나는 미아에게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허리 탄력을 활용한 주먹.  정도 공격은 막을 수 없을 거다!


그러나 그녀가 선택한 것은 방어가 아니었다. 그녀는 몸을 빼거나 방어를 하는 것보다 내 몸으로 파고드는 선택을 했다.


내질러지는 내 오른주먹을 오른쪽으로 살짝 돌며 피하면서 내 몸 안으로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고, 그 검은 내 관자놀이에 정확히 명중했다.


으악! 아프다! 아파!

쉬익ㅡ터터터터터텅!

내 자세가 무너지자 마무리를 가하듯 미아는 전신을 가격했다. 큰 공격을 헛방질하면서 내 몸은 빈틈투성이였고 그녀의 연격을 모조리 맞아야만 했다.

"으으윽....."

점점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이대로 지는거야? 겨우 한번 스치게 해놓고?


지기 싫다. 질 수 없다. 이대로 질 수만은 없다. 이대로 져버리면 그녀의 걸림돌밖에 되지 않는 거잖아! 절대 이대로 질 수 없어!


"으아아아아아!"

쓰러지려는 순간 발을 딛어 간신히 버틴다.

내 기합에 미아도 놀란 듯 살짝 물러났다.

승부욕이 전신을 가득 채운다. 피가 끓어오른다. 분명 온몸은 무수히 가격당해 충격이 누적되어 있을텐데 더욱 힘이 솟는다.

이길 거야! 반드시.....이긴다!

"이렇게 맞고도 일어나는 거에요? 정신력도 강해졌네요. 여보는 정말......"

이대로.......당할 것 같아!


쿠웅!


내 몸에서 퍼져나가는 기에 주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저건.....마나? 아니 마나와는 뭔가 달라.......저 기운은 대체.....?"

미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은 이내 그를 감싸며 붉은 갑옷의 형태로 변했다.

"더 하는 것도 좋지만.....여기서  하는 건 위험하니까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지금 상당히 무리하는  같은데. 억지로 하다가는 후유증이 남아버릴 거에요."

"크으으으....."

"그만두라는 말은 전혀 안 들리나 보네요. 억지로 잠재워 드리는 수밖에."


미아는 양손으로 검을 잡고는 자세를 잡았다.

"크아아아아!"

"하아아압!"

그의 주먹과 그녀의 검이 맞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앙!

"휴우.......완전 박살이 났네......."

미아는 대련장을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대련장의 평평했던 바닥은 완전히 박살나있었다.


그녀의 수련용 검은 완전히 부서진 채로 저 멀리 날아가있었다.

"마지막에 검을 버리지 않았다면  팔도 날아갔었겠네...... 방금 전 능력은.......대체"


마지막, 그녀의 공격은 미노의 갑옷을 뚫지 못했고 그대로 그의 공격에 검이 부서져버렸었다. 아마 검에 금이 가던 순간 검을 놓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팔도 멀쩡하진 못했겠지.

미노는 정신을 잃은 채로 대련장에 엎어져 있었다.


"여보가 일어나면 한번 물어나 볼까? 이 수수께끼 남편 같으니라고......"

무릎을 꿇은 미아는 미노의 머리를 살포시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 · ·

 여기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오랜만일세?"

아 저 아저씨 또 나왔네. 전달자 아저씨.

"하하.....안녕하세요?"


"자네, 드디어 혈통 해방을 해냈더군!"

"예?"


"기억 안나는가? 쓰러지던 찰나 힘겹게 일어나서 발동하던데!"


되게 흐릿하게 날듯 말듯 한다. 마치 자고 일어난 후 세시간쯤 지난 후에 자는 동안 꾸었던 꿈을 떠올리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설마 발동하는 법도 잊어버린겐가?"

"아 그건 기억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동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하는 방법만큼은 머릿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게 당신이 말했던 혈통 해방의 기술이군요."

"그래, 그게 첫 번째 기술. 적혈 갑옷이라네."


"능력은요?"


"절대적인 방어 능력 및 공격 능력 극대화. 단순하지만 강한 능력이지."

그러니까 요약하면 존나 짱짱쎈 갑옷이라는 거지? 오......."

"그렇지 바로 그거라네. 그리고 이 첫번째 능력은 다른 능력들의 밑바탕이 되는 기술이라네. 자네도 일단 첫번째 해방 능력을 깨우쳤으니 예시를 보여줄 수 있겠군."

전달자의 몸에서는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갑옷의 형태로 변했다. 이런 모습이었구나.

"이렇게 전신 갑옷의 형태가 기본이라네. 여기에 능력의 숙련도가 쌓이면 부분 갑옷의 형태도   있지."


"방금의 붉은 기운은 마나입니까?"

"아니, 마나 따위가 아니라네.  원초적인 기운이지. 나는 귀기(鬼氣)라고 부른다네. 적혈 갑옷을 두를 때 이외에도 다른 인간들이 마나를 쓰는 것처럼  귀기를 활용할 수 있다네.

"그럼 이거 알려줄려고 나타난 겁니까?"

"그렇지. 이게 내 역할이니까."

고마워요! 전달자왜건!

"할 말은 이게 다라네. 자네 아내도 걱정하는  같으니 이만 정신 차리게나. 잘 가게!"

이전처럼  방은 붉은색 공간으로 변했고 나를 덮쳤다.


· · ·

눈을 뜨자 금발 미녀의 얼굴이 나를 반겨준다.


"여보, 정신이 들어요?"

"응."


"대련한답시고 너무 무리시켜 버렸네요. 학생 기숙사까지 데려다 줄게요."


그렇게 우린 대련장을 나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미아는 돌아갈 때까지 내게 능력에 대해 묻지 않았다. 본인도 궁금할 텐데 내가 먼저 밝히기 전까지 딱히 물어볼 생각은 없나보다. 역시 좋은 여자야.

아, 개판된 대련장은 누가 청소하냐고? 만능 마법형님이 해주신단다. 대련장 사용 완료 후 나가면 결계의 마법이 대련장을 원상복구 해준단다. 마법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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