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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도시로 돌아왔더니 아빠가 되었다(2) (31/78)



〈 31화 〉도시로 돌아왔더니 아빠가 되었다(2)

"넌 누구니? 기억 나는게 있으면 말해주렴."

"몰라. 아무것도 기억 안나."

"네 이름도?"


"몰라. 아빠가 지어줘."

어......어? 내가?

이름이라.....뭐라 지어줘야 하지? 잔뜩 기대하고 있는 얼굴이다. 저런 아이에게 개똥이 같은 이상한 이름을 줬다가는 그자리에서 울어버리겠지?


음......으음........어음........


 정하겠어! 난 원래 작명에 재능이 없다고! 게임 할때도 닉네임 정하는 데 2시간 걸렸다고! 심지어  닉네임은 중복에 걸려서  썼어!

"'니아'는 어때요?"

결정 못하고 고민만 하고있는 나를 대신해 미아가 작명해주었다. 괜찮을지도?


"싫어. 완전 촌스러워. 아빠가 지어주는 이름이 아니면 싫어. 아빠가 주는 이름이면 다 좋지만 나머지가 주는 이름이면 다 싫어."


내가 지어주는 이름이 아니면 싫은가보다. 왠지 내가 지어주는 이름이면 말숙이 이런거여도 좋다고 쓸 것 같다. 책임감이 너무 막중해지는데?


".......'레아'는 어때?"

"완전 좋아요! 아빠 사랑해! 역시 아빠밖에 없어!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

딸바보들이 환장하는 멘트 1위를 하다니, 나한테만 한없이 친절한 꼬마아이, 아니 레아다.

그건 그렇고 레아 양?  아빠, 아니 오빠는 늘씬한 성인 여성이 취향이라고? 나랑 결혼하고 싶다면 좀  커서 와라!


저런 레아도 혹시 성장하면 '아 왜 맘대로 들어오는데! 나가라고!' 같은 말을 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저런 말을 들어버리면 마음에  상처를 입어버릴  같아. 쓸쓸해진 가장의 모습이 되지 않을가?

"그나저나 미노 님, 블랙오크 토벌 의뢰 당시 있었던 일들의 이야기를 해주실  있으신가요? 지루한 업무를 하고 있자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군요. 미노 님의 머리에 돋아난 뿔에 대해서도 묻고 싶습니다."

후.....이거 또 썰쟁이 미노가 강림할 시간이구만. 나의 썰풀이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공간이 없기에 적지 않는다.

페르마의 심정이 이런 거였구나. 일일이  쓰기 귀찮으니 생략해버리는 무친 판단. 역시 수학자는 뭔가 달라.


· · ·

"그렇게 해서 실비아 님이 적들을 무찔렀고······."

"적이 동귀어진을 각오해서 제가 죽을 뻔 했지만······."

"정신을 차리니 눈에 뿔이 나있었고 상처도······."

"그 후 슈브 니구라스라는 존재가 나타났고 그녀는 저를 알고 있었는지 제게 친근하게 접근해왔고······."

의뢰 당시에 워낙 일이 많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여보,  실비아 양과 여보 사이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안해요?"

크흠. 꼭 말해야 하나? 그거 정도는 뭐 부가적인 내용이니까 생략해도 될 것 같은데? 절대 내가 떳떳하지 못 해서 밝히지 않는게 아냐.

"무지 말하기 싫다는 얼굴이네요. 제가 말하고 말죠 뭐."

"실비아 기사단장 님과 미노 님이요?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이긴요. 당연히 실비아 양이랑 여보랑 질펀하게 섹스하고 그녀가 여보의 세 번째 여자가 되었다는 거죠."


"......미노 님? 어떻게 된거죠?"

눈빛이 냉랭하다.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난 당당하니까.


"실비아 님이 자꾸 불안하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정신건강을 위해 안은 겁니다. 그리고 그녀가 먼저 안아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그래. 불가항력이다. 어쩔  없이 한 것 뿐이야! 일단 치료하고 봐야지! 사람이 먼저다. 몰라? 불가항력은 어쩔 수 없지!


"그런 것치고는 여보도 좋아 죽던데요? 많이 하기는 또 어찌나 많이 하던지~"

"미노 님, 혹시 성욕이 주체가 안되는건가요?"


"여보는 좀 조절할 줄 알아야돼요. 그렇게 자꾸 여자랑 하면 언젠가 큰 코 다친다구요. 그러다가 언젠가 여자한테 칼 맞을수도 있다구요?"


"그래요. 미노 님은 여자와 관계를 맺는 걸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자중  하세요."

 여자의 본격적인 갈굼이 시작됐다. 루다는 그렇다 쳐도 미아는 그때 3p하면서 해소한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여자의 뒤끝은......길다. 시발, 이래서 말 안하려 한건데.


"뭐 그래도 마지막 날 밤에는 저도 같이 껴서 세명이서 놀았으니  상관없어요~ 여보도 적당히 하고  조절하겠죠?"


갈굴   갈궈놓고 저런  하면서 관대한 척하려는 미아다.

"저는......독수공방 시켜놓고선......"


그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대신 오늘은 꼭 해줄게!


"아 맞다. 루다 님, 저희는 며칠 뒤에 하이비스 아카데미로 갈 예정이에요. 저는 학생으로, 미아는 강사로요."

"네? 미노 님, 아카데미라니요?"


"실비아 님께서 추천장을 써주신다고 하셔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 가 볼 생각입니다. 미아도 함께 갈 겁니다."


"으응? 아빠? 어디 가는거야?"

얌전히 놀고 있던 레아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어......공부하려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거야."

"나도 가고싶어! 아빠랑 같이 떠나고 싶어! 나도 데려가줄거지?"

레아는 눈을 빛내며 나에게 졸라왔다. 음......학생이 외부인을 데리고 가도 되나? 나름 정보와 인재들의 집합소인 아카데미인데.


"조금.....힘들지 않을까? 외부인을 데려가는  안될 것 같은데....."


"으와아아앙! 아빠랑 같이 갈래애애!! 으아아앙!"


울어버렸다. 억지를 부리면서 존나게 땡깡부리는 꼬마아이일 뿐이지만 괜히 내가 잘못한 느낌이 든다. 자식들이 떼쓰면 어쩔 수 없이 장난감을 사주는 부모의 심정이란  이런 거였구나.


루다라면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루다 님, 혹시 아카데미에 레아도 데려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혹시 종자 같은 방법으로 데려갈 수는 없을까? 보통 소설에서 아카데미에  사람들은 종자 한두명씩 데리고 오더만.

"학생은 한 명, 강사는 두 명의 종자까지 데리고  수 있어요. 미노 님이나 미아 님의 종자로 데려가면 가능하겠네요."

종자 제도~!! 믿고 있었다고! 그러면 레아도 갈  있겠다. 딱 봐도 아카데미에서 학업이나 인맥 스트레스 무지하게 받을 것 같은데 스트레스 힐링용으로 데려가지 뭐. 겸사겸사 공부나 신체 기술도 좀 가르쳐주고.


"레아, 우리랑 같이 갈래?"

"응! 갈래갈래! 와아! 아빠랑 같이 간다!"

"그런데 레아야, 다 좋은데 아빠라는 칭호는  바꿔주면 안될까? 난 아직 19살의 이제 막 소년 티를 벗은 성년인데 아빠라니.......오빠 같은 칭호는 안되니?"

"싫어. 아빠가 좋아. 아빠는 레아의 아빠니까."

시발;; 사람들이 저 호칭을 들으면 날 어떻게 볼까. 상상만 해도 두렵다.

"아카데미 편입 기간은 5일 후부터니까 지금은 쉬세요. 미리 아카데미에 가져갈 물품을 챙겨도 좋고요. 아카데미에서는 숙소 및 교재, 수업용 장비 정도밖에 지원해주지 않으니 별도로 필요한 용품들이 있으면 꼭 챙겨야돼요.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외부 활동을 할 경우 주로 모험가와 연계하여 진행하니 두 분의 경우 모험가 증명패도 챙겨놓으면 좋아요."


"되게 잘 아시네요."

"그야 당연하죠. 아카데미와 연계하는 모의 모험을 주선하기도 하는데다가 일단 제가 아카데미 졸업생인걸요. 두 분이 가는 하이비스 아카데미와는 다른 곳이었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한 거다. A등급 마법사였던 루다가 어디서 마법적 지식을 익혔겠는가. 아카데미가 아니라 전문 마탑에서 배웠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랬다면 여기서 모험가 지부장 안하고 마탑의 마법사 하고 있었겠지.


도시의 사건, 토벌 이야기, 아카데미 이야기 등으로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간다. 슬슬 배도 고픈데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다같이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요?"

"저는 업무가 많아서......시리 양에게 부탁해서 식사를 포장해서 먹고 있어요."

길드 접수원을 배달부로 쓰고 있는 거냐고. 이게 지부장의 권위? 갑질 아웃!

"시리 양이 불쌍해요......"

"저요? 전 괜찮아요."

눈앞에 지부장이 있는데 하기 좆같다고 말할 수 있겠냐고.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삶이라니, 사회인이란 힘든거야. 하지만 난 알아요! 힘내라 시리쟝!

"돈 많이 주거든요. 보너스만 접수원 봉급의 50%에 해당하는 돈을 주니까요. 배달만 하는 게 아니라 기타 보조 작업을 더 하긴 하지만요. 거의 돈이 복사가 되는 수준이죠."

어? 돈 겁나 많이 주는데? 나도 할까? 돈이 복사가 된다고. 이해가 안돼? 배달일은 무적이다. 루다는 신이고.

"저......루다 님? 혹시 발빠른 배달부 한명 고용하지 않으실래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배달해 드릴게요."

"절대 안돼요! 이건 제 소일거리라구요! 열심히 하니까 버리지 말아줘요! 제 돈줄을 뺏어가지 말아줘요!!"


혹여나 자신의 일자리가 위협받을까봐 재빨리 나서는 시리다. 돈줄이라니, 너무 솔직하다.


"시리 양? 저는 알바트로스 튀김으로 부탁드려요."


알바트로스라면 거대한 새일텐데. 그 새를 튀긴거라면......치킨인가! 이세계 치킨이라니! 역시 이세계 사람들도 맛있는 음식은 못참나보네. 한번 먹어보고 싶어!

알바트로스 특징은 네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의 닭다리 아니 알바트로스 다리라니. 지구에 가져가면 노벨평화상 받을만한 조류다.

"저.......오늘은 하루종일 레아 양이랑 놀아주느라 너무 힘든데.......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가 없어요......"


열심히 한다며. 10초만에 무너지는거야?

"그럼 저희가 사올까요?  분 다 힘드신 것 같으니까요. 이 정도 배려는 해드릴 수 있어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미아, 너는 뭐 먹고 싶은  있어?"


 질문에 미아는  귀에 입을 댔다.

"저는 여보의 우유가 먹고 싶은데요~"

아니! 저녁 고르라고! 그렇게 야한 목소리로 유혹하면 꼴려버리잖아! 레아도 있는데! 애가 보기에는 건전하지 못해!

"저녁 말이야, 저녁. 날 유혹하지 말고 음식 메뉴를 얘기해."

"저는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여보가 먹고 싶은 거랑 같은 거 먹을게요."

"그럼 우리도 알바트로스 튀김 먹자."


 세계의 치킨은 무슨 맛일지 궁금하다. 판타지 세계만의 특별한 조미료가 있다면 지구의 치킨보다 훨씬 더 맛있지 않을까?


"레아는......."

"저도 튀김 좋아해요!"

"그럼 그걸로 사올게. 시리 님, 맛있게 잘하는 가게를 아시는 게 있나요?"


"식당 거리에 케이에프에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그곳이 네오 시 최고의 알바트로스 튀김 식당이에요. 그곳으로 부탁드릴게요."

왠지 수염난 할아버지가 광고하는 치킨집의 이름에서 Chicken(치킨) 대신 Albatross(알바트로스)로 바꾼 이름같다.

그나저나 계속 알바트로스 튀김이라 하니 부르기가 너무 힘들다. 그냥 치킨이라고 부르자.


"알겠습니다. 자, 미아! 가자!"

"저도 갈래요!"

"그래그래. 레아도 가자."

우리 셋은 사이좋게 손을 잡고 치킨집을 향해 걸어갔다. 나-레아-미아 구도로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구도라면......마치 부부와 딸이 산책가는 광경이군. 이런 평화로운 나날, 너무 좋아.


들뜬 레아는 팔을 붕붕 휘둘러댔고 우리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켜보았다.


"여보, 레아 양 귀엽죠?"


"응, 엄청 귀여워. 이래서 딸바보라는 말이 있는거구나."

"저, 레아 양을 보니 여보의 아기가 가지고 싶어졌어요. 어때요?"

갑작스러운 미아의 말에 놀라 그녀를 보자 요염하게 웃고있었다. 노을에 비친 그녀의 미소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분위기가 묘해지려 하던 찰나 레아의 신난 듯한 목소리가 산통을 깼다.

"아빠랑 외출~ 헤헤헤."

"레아 양? 여보가 레아의 아빠고 여보의 아내는 저니까 저는 엄마인건가요?"

"언니는 그냥 언니야. 엄마가 아냐."

미아가 말을 꺼내봤지만 단칼에 까였다. 부모님을 정하는 기준이 대체 뭘까. 처음  나는 스스럼없이 아빠라 불렀던 주제에 마마의 대상은 까다롭고. 알 수 없는 꼬맹이구만.


"튀김 기대된다. 얼마나 맛있을까? 미아는 먹어본  있어?"


"아뇨, 없어요. 그 당시에는 알바트로스 튀김이라는 요리가 없었어요. 알바트로스 요리도, 튀김 요리도 있었지만 알바트로스 튀김은 없었죠."


생각보다 치킨 요리의 개념이 생긴지 얼마 안됐나 보네? 치킨의 맛을 모르고 살았었다니 이세계 사람들 인생 손해봤어어어!


"레아는 언제 먹어본 적 있어?"


좀 전에는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못 물어봤는데 튀김을 좋아한다고? 이전에 치킨을 먹어봤다는 건가?


"이틀 전엔가 가슴작은 언니가 그 튀김 사줬어요!"


루다가 들으면 오열할 것 같은 명칭으로 불러버리는 레아다. 우리 앞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루다 앞에서는 가슴작은 언니라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루다가 들으면 상처받아서 업무고 뭐고 때려칠 거 같아.

게다가 이틀 전? 어린애한테 이틀 단위로 기름 좔좔 흐르는 튀김 요리를 줘도 되는거야? 건강이 걱정되는데, 지금이라도 유기농 야채 식단으로 바꿀까?

순식간에 아빠 마인드가 되어버린 미노였다.

아냐, 그래도 그냥 치킨 사가자. 일단 내가 먹고 싶으니까. 그리고 루다랑 시리도 치킨을 기대했는데 야채 샐러드를 받으면 화낼 거라고.


만약 미노가 야채 식단이라는 끔찍한 걸 골랐다면 루다가 책상 뒤엎기를 시전하는 미래가 다가올 뻔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빠, 알바트로스 튀김은 다리가 제일 맛있어요. 한 마리당 네 개나 들어있으니 완전 좋아요!"


역시. 치킨은 다리살이 진리지. 녀석,   아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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