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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도시로 돌아왔더니 아빠가 되었다(1) (30/78)



〈 30화 〉도시로 돌아왔더니 아빠가 되었다(1)

다음  아침, 밤새 해댄 부작용인지 실비아와 미아는 침대를 벗어나질 못했다. 다리가 풀려서 도저히 걸을 수조차 없다나? 이정도로 체력이 다 빠진 적은 처음이라고......


나조차 내 정력이 무서워진다. 밤새 셋이서 온갖 체위를 다 즐겼는데 아직도 발기가 가능하다. 내 정력의 끝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미노 님......밖에 기사들에게 좀 전해주세요.......오늘 출발은 좀 늦는다고......라이너한테 말하면 될거에요......"

미뤄지는 건가. 조금만  가면 도시로 돌아갈 수 있는데 말이야. 어제  적당히 할 걸 그랬나? 빨리 돌아가고 싶다. 푹신한 침대에서 눕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루다도 보고.

· · ·

".......오늘 출발은 연기되었다는 겁니까?"

"예.....실비아 님이 조금 피곤하시다는군요."


 피곤한지는 차마 말할 수가 없다. 밤새 암컷 절정 하다가 탈진해버렸다 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잖아! 기사단장으로서의 체면도 있을텐데.

"알겠습니다. 다른 기사들한테는 제가 전해두겠습니다. 혹시 이유를 아십니까?"


절대 말 못해!

"저도 잘 모릅니다."

"흠.....일단 알겠습니다."


라이너의 표정을 보니 '누가봐도 너 때문인데 물증이 없으니  추궁하지는 않겠다.'라는 얼굴이었다.


나는 아무고토 몰라요.

라이너의 말을 들은 기사들과 모험가들의 반응은 상이했다.


기사들은 단장의 말이라 하자 얌전히 수긍했지만 모험가들은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오늘 조금만 가면 도시에 돌아갈 수 있는데  출발을 하지 않는거냐!!"

"우리는 먼저 가겠어! 상관없지?!"


하긴 저들은 빨리 귀환하고 싶겠지. 블랙오크 토벌은 로드와 카리스라는 변수로 인해 전체적인 난이도가 대폭 올라갔었으니까. 전투의 피로를 해소하고 싶겠지. 특히 전사들은 여자 끼고 술마시러 가지 않을까?


"알겠습니다. 무사히 귀환하시길."

기사단 측도 순순히 보내주는 모양이다. 남은 귀환 경로에는 대형 전투도 없을 거고 위험한 몬스터도 없으니 보내도 상관없다고 판단한 거겠지.

결국 몇 명의 모험가가 먼저 출발하고  후에도 시간이 조금 흘러서야 체력을 회복한 실비아가 텐트에서 나왔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출발하도록 하죠."

그제서야 출발한 우리는 무사히 도시에 도착했다.

얼마만의 도시냐! 침대 딱대!

"정산은 제가 모험가 분들 앞으로 보내놓을테니 언제든지 길드에 와서 찾아가시면 됩니다. 다들 힘든 의뢰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실비아의 의뢰 종료 발언이 나오면서 모험가들은 순식간에  갈길 찾아 떠나갔다. 흠....나름 대규모 진행이었으니 끝나고 술이라도 마시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실비아 양, 텐트에서도 드렸던 말씀이지만 저희와 함께 가실 수는 없나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은빛날개 기사단을 이끄는 몸.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이끌려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미아의 제안에 실비아는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책임감이 넘치는 아가씨네. 그 쾌락의 유혹을 거부할 정도로 강한 의지라니....

"이젠 어디로 가실건가요?"


"이 근방의 임무를 마쳤으니 이젠 수도로 돌아가 봐야지요."

"알겠어요. 저와 미노는 아카데미에 있을테니 언제든 찾아와 주셔도 좋답니다?"

"네. 언젠가 꼭 찾아가도록 할게요. 그때는 미노 님과 제대로....."


"물론이에요~"


"미노 님, 꼭 다시 뵙겠습니다. 그때는 반드시......"


실비아의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실비아 님, 그때는 저도 미아나 실비아 님께 지지 않는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두분, 안녕히......"


실비아는 그렇게 우리와 멀어져 갔다. 되게 정들었었는데 아쉽네. 뭐 그래도 어젯밤에 실비아한테 복종 선언을 받아내면서 문양을 새겼으니 언젠가는 내 곁에 돌아올 운명이다.


"그나저나 미아, 우린 어떡하지? 길드부터 갈까? 아니면 호텔로?"

"의뢰 갔던 동안 도시의 주요 사건이라던가 변동사항 등을 알아봐야 하니까 길드로 가는게 맞겠지만.....누적된 피로가 너무 심하네요. 일단은 호텔로 가서 하루 쉬고 내일 방문하죠."


확실히 피로가 심하게 쌓인 상태긴 하지. 격렬한 전투에서 쌓인 피로가 텐트의 임시 침소에서 제대로 해소가 되었을리는 없었을 테니까.  이동하느라 하루 종일  것도 아니고. 광란의 섹스를 하느라 수면이 부족했다는 점도 있고!

느릿느릿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빛의 속도로 갈아입고 그대로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방에 들어온 후 탈의 40초, 눈감은지 10초. 합계 50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눈을 뜨니 해가 중천이다. 그대로 지금까지 쭉 자버린거야? 옆을 보자 미아가 누워있던 자리는 비어있었다. 침대의 온기도 없는 걸 보면 일어난 지 한참됐나보다. 먼저 일어났으면  좀 깨워주지.


"여보 일어났어요? 너무 곤히 자길래 일부러 안 깨웠는데. 배고플텐데 밥 먹어요. 먹고 나면 길드로 가요."


자고 일어나면 미인 아내가 밥을 해주는 이 생활! 이게 극락이지.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버렸다. 후, 배불러.

"끄윽, 잘먹었어 미아."


"잘먹었다니 저도 기쁘네요. 잠시 소화 좀 시켰다가 길드로 가요."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호텔을 나서서 길드로 향했다.


5층으로 올라가 지부장실의 문을 열자 업무에 찌든 루다가 우릴 반겨주었다.

"어서 와요........드디어 귀환했나 보네요........"


 루다 양? 다크서클 수준이 심상치 않은데요? 전에 생기 넘치던 예쁜 얼굴은 어디로 가고 야근에 쩌든 직장인의 얼굴만 남은 겁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며칠 동안 너무 많은 사건들이 있어서요.......급하게 생긴 일들을 처리하느라 밤을 좀 샜더니 상태가 영 별로네요......"


많은 일? 무슨 살인사건이라도 있었나?

"연쇄살인에.......절도에.......모험가들의 행패질에.......네오 시를 방문한 귀족과 모험가의 다툼까지 있어서........"


와.....며칠 사이에  일들이 다 있었던 거야? 네오  이거 무법도시였네.


"평소에는 이런 일 별로 없는 치안 좋은 도시였는데.......무슨 대란이 있었던 건지......."


"그 사건들, 이야기 해 줄 수 있나요?"

"이미 다 완료된 사건들이에요......"


"그래도 그냥 궁금하니까 그냥 말해줘."


원래 다 끝난 후에 듣는 사건  사태 처리 썰이 가장 재밌는 법이다.

"별로 재밌거나  이야기는 아니니까 짧게 요약해서 설명할게요. 살인사건은 네오 시 여관 골목의 한 여관주인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고  범인은 돈이 없어 여관에서 쫓겨나 앙심을 품고 살인을 저지른 D급 모험가에요. 참 한심하죠? 살인 죄목은 중죄라 치안도시로 끌려갔어요."

역시 돈이 문제다. 돈 처음 개발한 사람은 대체 누굴까. 역대 최다 살인동기 부여자라는 칭호를 주고싶다.


그나저나 처음 듣는 도시가 나왔다. 치안도시?

"치안도시가 어디야?"

"'저스티스 시'라고 좀 먼 곳인데 범죄자들을 수감하는 도시에요. 도시 자체가 거대한 감옥이라 보시면 돼요. 미노 님도 그곳에 죄수로서 가는 일은 없도록 하세요."

나같이 선량한 시민이 갈 이유가 뭐가 있다고.


"그나저나 자기라고 안불러주네? 전에 그렇게 부르기로 해놓고."

"그....그 칭호는 연인 상태일 때만 부를래요......."

귀....귀여워!

"그 다음의 강도 사건은 시골에서 상경한 어느 모험가가 생계 때문에 무기를 팔았다가 막상 의뢰를 진행할 무기가 없어지자 무기 상점에서 검 한자루를 훔친 사건이에요. 주인이 너그럽게 용서하기도 해서 앞으로의  의뢰 보상금의 절반을 압수하기로 했어요."

역시 모험가가 있는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꼭 한번쯤 있지. 모험가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도시로 상경했다가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돈 다 날려먹고 생계유지 때문에 최후의 보루까지 팔아버리는 그런 촌뜨기 모험가가. 그나저나 주인 아저씨 착하네. 나였으면 어떻게든 치안도시 보내려고 했을텐데. 착한 아저씨네. 가게 이름 알면 돈쭐내주고 싶다.


"그런 모험가들을 위한 길드 정책 같은건 없어?"

"길드에서 무료로 장비를 대여해주긴 하지만.....시골뜨기 모험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나 봐요. 아니면 그냥 공짜로 무기를 얻고 싶었거나."

"다음으로 모험가들의 행패질은 흔한 일이죠. 만취한 모험가들이 술값 지불 못한다고 가게에서 깽판 부리다가 잡혀간 일이고요. 처벌은 아직 안 정해졌는데 아마 벌금  모험가 자격 정지 아닐까요?"

같은 모험가로서 창피한 사례네. 에휴.......

역시 술취하고 지랄하는건 전세계 공통이다. 술주정 부리는 새끼들은 다시는 술 못마시게 해야된다니까? 강력한 처벌은 덤이고.

"마지막으로 귀족과 모험가의 다툼은 모험가가 동네 아녀자를 희롱하다가 도시에 여행온 귀족이 그를 목격했고 둘 간에 싸움이 일어난 사건이에요. 상대가 이름뿐인 귀족이긴 해도 일단은 귀족이니....귀족모욕죄, 성추행  폭행죄가 적용되었네요. 이 사람도 치안도시로 갈 예정이구요."


음.......사건들이 왜 다 모험가가 문제냐? 사회 악이라 해도 할  없겠는데? 이쯤되면 모험가들을 경멸하지 않는 이 도시 사람들이 천사가 아닐까?

아무리 일부 모험가라고 해도 안 좋은 사례라면 일부를 통해 전체를 판단하려는게 사람이니까 모험가 자체에 경멸을 느낄 만도 한데 말이지.


"여보, 여보는 저렇게 부끄러운 사람들이 되면 안돼요?"


"당연하지. 나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모범시민이 될거라고."


사건들을 들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이어갈 무렵

벌컥!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시리가 나타났다.


"아!.....두 분 돌아오셨군요......."

시리 눈나는 왜 또 저 상태야? 접수원도 더 빡세진거야?


"시리 님도 무슨 일 있었어요?"


"헤헤......아뇨......그냥 어떤 꼬마아이를 놀아주느라....."

꼬마아이? 누구?

"아....그러고보니 둘이 의뢰 간 동안 푸쉬 숲에서 여자아이 한 명이 발견됐어요. 자기가 누군지, 가족이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서 일단 길드에서 데리고 있어요. 시리는 그 아이랑 놀아주다가 저런 상태인거고요."

"기운이 참 넘치는 아이죠오......정말 귀엽다구요? 미노 님도 한번 만ㄴ....푸엑!"

갑자기 넘어져버렸다. 움직인 것도 아니고 가만히 말하다가 넘어져? 덜렁이도 그렇지는 않겠다!


넘어진 시리의 뒤에는 백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트윈테일 늑대귀 소녀가 있었다. 쟤가 밀친 건가? 그나저나 내가 본 아이 중에 제일 귀엽다. 역변만 하지 않는다면 장래에 경국지색급 미인이 될 수 있겠지.

"....빠."

응? 뭐라고?

"아빠~!"


소녀는 내게 달려왔고 이내  품에 쏘옥 안겼다.


그나저나 아빠 말인가요? 제가요? 전 자식이 없는데요?

"여보.....아빠라니요? 언제  모르게 바람폈어요?"

미아의 시선이 무섭다. 눈빛만으로 사람 죽여버릴 것 같아!

"아니 내 처음을 가져간 건 너잖아! 그리고 애초에  나이 애가 있었으면 내가 어린애일때 애를 만들었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 그건 그렇네요. 그렇다고 하면 왜 이 아이는 여보를 아빠라고 부르는 걸까요?"

저도 모릅니다 네.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미노 님.....이게 무슨......"

아니 루다 양? 저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십니까? 애초에 푸쉬 숲에서  아이를 발견했을 때 저는 블랙오크 토벌로 떠나있었다구요?

이건........이건 함정이야! 누군가 나를 아빠라는 책임의 족쇄를 씌워서 빼도 박도 못하게 하려는 함정이라고!


"헤헤......아빠......."

머릿속이 물음표로 도배되어 가는 가운데  품에 연신 뺨을 비벼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여자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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