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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각성 (24/78)



〈 24화 〉각성

카리스에게 돌진하려던 실비아에게 스콜피온이 칼날을 부딪혀 왔다.


캉!

녀석의 칼날과 실비아의 검이 부딪힌다. 한번의 힘겨루기 후 밀린 건 스콜피온이었다. 이게 무슨? 저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를 인간의 몸으로 밀어낸다고?

이후 이어지는 공방은 실비아의 압도적인 우세다.

카가가가강!


실비아의 공격이 이어질수록 스콜피온의 몸체에는 검상이 많아진다.

서걱! 슈캉! 쓰겅!

스콜피온의 다리가 하나씩 잘려나간다.

"이 녀석 다음은 너다. 죽은 사람들의 책임을 묻겠다!"

"감히......하등 생물 주제에 건방지게....! .스콜피온을 압도한다고? 그럴리가 없다! 죽어라! 다크 버스트!"

카리스는 어두운 구체를 손앞에 모으더니 실비아를 향해 날렸다.

"그런게 통할 것 같으냐! 무기 해방!"


무기 해방? 그게 뭐지?


번쩍!


실비아가 무기 해방을 외친 순간 그녀의 검에서는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그 광선은 남자의 구체를 소멸시키고 카리스를 향해 뻗어갔다.

"큭!"

츄우우우웅!

광선은 카리스의 얼굴을 스치고는 쭉 뻗어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광선은 잠시 뻗어나간 후 엄청난 규모로 폭발했다.

"마.....말도안돼.....어떻게 하등생물 주제에 이런 힘을....!"

"스콜피온! 녀석을 죽여라! 독을 쓰란 말이다!"

"쿠워어어어어어!"


"아직도 모르는건가? 너희들은 나를 이길  없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사실을 받아들이게 해주마! 멀티플 샤이닝 라이트!"


광선이 수십갈래로 뻗어진다. 광선들은 카리스와 몬스터를 관통해버렸다.

콰과과과가아앙!

"크오오오오오오....."

"마....말도안돼......"


저 몬스터.....되게 기세등등하게 등장해놓고 허무하게 퇴장했다. 절대  몬스터가 약한 게 아니겠지. 그만큼 실비아가 강한 거다. 저게 실비아의 힘이야? 진짜 멋있다.


"원래 이 힘은 주변을 너무 많이 파괴해버려서 주변에 아군이 있으면 쓰지 않는 힘이지만.....네놈만큼은  힘으로 처단하겠다."

눈나 나 죽어! 걸크러쉬 스콜피온 뿌셔! 카리스 뿌셔! 지구뿌셔! 지구는 진짜 부수지 말고.....

"죽기 전에 할 말은 있나?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라면 들어주마."

"크큭.....내가 하등생물 따위에게 용서를 빈다고? 웃기지 마라! 내가 이대로 죽는다면......적어도 길동무라도! 다크 버스트!!"

녀석의 구체는 미아를 향해 날아갔다. 안돼! 평소의 미아라면 피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미아는 탈진한 상태야! 무조건 맞는다!

"이런....! 안돼!!!! 미아 님!!!!"


씨발! 안돼 제발!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미아를 밀쳤다. 그녀를 회피시킨 건 좋은데......나는 미처 몸을 빼지 못했다.

퍼어엉!


"끄아아아아악!"

"미노..!!"


"미노 님! 젠장.....! 어떻게든!"

"소용없다. 크크.....내 영혼을 매개체로  마법이다. 저런 연약한 녀석이 견딜 수 있을 것 같나? 저놈도 분명 죽을거다."

"안돼.....미노.....미노.....제발....날 두고 가지마......."

미아의 비통 섞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으며 나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 · ·

여기가....어디요....

이보세요 여기 지금 중환자실입니다.

시답잖은 농담은 그만 하고 여기가 진짜 어디지? 말 그대로 하얀 공간이다. 하얀색 바탕의 끝없는 공간. 온통 흰색 뿐이라서 공간의 구분도 잘 되지 않는다. 오르막길인지 내리막길인지 갈림길인지 외길인지 전혀  수가 없다.

그나저나 내가 여기 왜 있는거지? 한번 되짚어보자.


오크 토벌하러 와서 중보병 오크를 물리치고 오크 로드한테 순식간에 리타이어하고 미아한테 무릎베개맞고 실비아가 카리스&스콜피온이랑 싸우는거 구경하다가.....미아를 감싸고 카리스의 마법에 맞아버렸지.

그래도 터미널에   아니니까 죽지는 않았나보다.

그럼 뭐지? 심상 공간?

이 느낌은 전에 아프로디테와 조우했던 공간과 느낌이 비슷하다.


"일어났나?"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서둘러 고개를 돌아본다. 근데 남자 목소리네. 기왕 들려줄 거면 목소리도 존나 섹시한 여자목소리가 좋은데.

등 뒤에는 거대한 소 하나가 서 있었다.

어머나 씨발 놀래라.

아버지랑 닮았네. 진짜 아버지인가?

"나는 자네의 아버지가 아니라네."

뭐야 내 생각도 읽을 수 있는거야?  섹스하고싶다 히힣


"읽을 수 있으니 음탕한 생각 하지말게."

"아....넵....그나저나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최초의 미노타우로스라네. 자네의 전생이었던 지구에서의 그리스 신화  미노타우로스가 맞다네. 신화와 차이점은 신화에 적힌 무력과 실제 무력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지만."

와....지구의 신화 고증 쩔잖아? 그리스 신화가 아니라 그리스 전기였네. 이차원의 이야기라는게 흠이지만 큽......


"어쨌든, 여기가 대체 어디죠?"

"자네의 심상 세계."


"예?"


"자네는 외부에서 가해진 강한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었네. 그와 동시에 자네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미노타우로스 혈통의 기억이 깨어나려 하는 거고. 나는 그 기억을 전달해주는 전달자 역할이네."


어음......낯선 정보들의 연속이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내가 공격받고 정신을 잃어서 그동안 미노타우로스의 기억이 전승되고 그걸 내 심상세계 안에서 저 아저씨가 전승해준다?


"바로 그거라네. 정리가 빠른 소년이군."

"하아....들어나 봅시다."

혈통의 기억이라니....어떤 심각한 이야기가 나올까.....긴장된다.


"우선 자네, 성교 해봤나?"

에라이 씨발, 이딴 질문이 나오네. 긴장은 니미. 그래도 일단 답변은 하자.

"예, 해봤습니다."

"자네랑 한 여자에게 문양 같은게 새겨지지 않더냐?"

어케알았노 시발련ㄴ아. 뭐 그것도 미노타우로스의 능력이야?

"정확하네. 우리 미노타우로스에게는 이성을 정복하는 힘이 있어. 지배자로서 여자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걸세.  지배자가 피지배자들에게 하사하는 표식이 문양이고."


오.....표식이라니 문신 형태도 가능한가? 문신.....머꼴......

"가능하네. 그나저나 그런 문신을 떠올리다니....자네 참......."

"그럼 당신도 그 능력이 있었단 겁니까?"


"당연하지. 자네의 머릿속의 신화를 읽어봤는데 그 신화에는 여성들을 제물로 바쳤다 기록되어 있다더군.  후 테세우스에게 죽었다고 되있던데 조금 다르다네. 여성들은 나를 못 잊어서 자발적으로 내가 있던 곳으로 들어온 것이 진실이라네. 테세우스도 그 중 하나였고."


뭐 시발? 테세우스랑 ANG해버린거임? BL자제좀 씨발


"테세우스는 여자라네.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목숨을 내어준 여자."

"TS신화라니......그럼 테세우스한테 죽은 것도 당신이 의도적으로 죽은 겁니까?"

"그렇지. 그러니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게."

"그런데 선생님 소머리 아닙니까? 어떻게 꼬셨습니까?"

"미노타우로스에게는 페로몬이 있다네. 자네야 하프에 혈통도 미각성한 존재라 나오지 않는 것 같다만 미노타우로스들은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이 나온다네. 어지간한 여성들은 이 페로몬을 맡기만 해도 정신을 못 차리지."


와.....그럼 아버지도 이 능력이 있었겠네? 이 능력을 매일 직격으로 받았는데도 미아는 아버지를 증오했던거야? 아버지가 그만큼 못난걸까? 미아의 증오심이 그만큼 깊었던걸까?

"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전투 능력 이야기로 넘어가지. 자네가 여기 오게  것도 일단은 약해서 온거니까 말일세."

아니.....난 내 여자 보호하려다가.....

"결국 자네가 약해서 아닌가. 제대로  미노타우로스라면 그정도 약한 공격은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을 걸세."


씨발.....초대여 꼰대여.

"좀 전에 검의 능력을 발동시키는 걸 봤었지? 그게 무기 해방이다. 일부 무기들의 숨겨진 힘을 개방하여 싸우는 능력이지. 그리고  하나의 해방이 있다. 대부분의 존재는 해당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미노타우로스의 혈통을 이은 자네같은 특별한 존재라면 발동시킬 수 있는 혈통 해방이다."


혈통 해방? 촌스러운 이름이네.


"혈통 해방을 하면 신체 능력이 본신의 능력에 더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여러 기술들을 사용할  있게 된다."

"어떤 기술들이요?"


"이것만큼은 내가 설명해  수 없네. 혈통 해방의 기술들은 본능적으로 깨닫는 것이라 남에게 알려줄 방법이 없어서 말이지."


"그럼 보여주기라도 해줘요!"

"미안하지만 그것도 안된다네. 나는 기억을 전달해주는 역할일 뿐이지. 실제 초대 미노타우로스가 아니니까."

"설명은 여기까지라네. 별개로 궁금한 게 있나?"

"신들에 대해서도  아시나요?"

"신들은 다 좆같은 년놈들이라네."


흠....아프로디테는 나한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같은데.  좆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가?

"전해줄 말은  전해주었으니 이제 자네의 숨겨진 힘을 개방해주겠네. 이로써 한층 더 미노타우로스로서의 피가 진해지겠지."

전달자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온통 흰색이었던 공간은 붉은색으로 변했고 그 붉은색은 나를 덮쳐왔다.

"으아아악!"

· · ·


정신을 차리니 멀쩡히 서있었다. 눈앞에는 실비아와 걸레짝이 된 카리스가 보인다.


뭔가 몽롱한 기분이다......

"어.....어떻게......"

카리스는 되게 당황한 표정이었다. 내가 살아난게 그렇게도 놀랄 일인가?

아 놀랄 일이구나. 혼신의 일격을 날렸고 그걸 맞은 놈은 누가봐도 뒤질  알았는데 멀쩡히 살아난다면 나라도 놀라겠다.

"그러게......이게 어떻게 된 걸까?"

"나도 잘 몰라서 설명은 못해주겠지만......일단 좀 맞자."

나는 돌멩이를 하나 집어들었고 그대로 카리스에게 던졌다.


쿠과아아아아앙!


헐? 이게 무슨 위력이냐? 사실 내가 던진게 돌이 아니라 폭탄이었던가?

실비아도 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래먼지가 걷히자 드러난 것은 신체의 절반이 날아간 카리스였다.

"큭....크어억....!"


나는 카리스에게 다가갔다. 내 키가 이렇게 컸었나?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뭔가 이전과 다르다.


"나를 죽일 뻔 한건 상관없어. 하지만....미아를 죽일 뻔 했던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죽어라!"

"자...잠깐! 나를 살려주면...!"


퍼어억!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나는 주먹을 내리꽂았다.


얼굴이 도넛이 되어버린 카리스는 이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휴.....이걸로 진짜 끝이네요."

"네......."


실비아를 바라보자 실비아는 약간의 홍조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여보! 정말 괜찮아요?"

뒤에서 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맞다. 미아도 여깄었지. 눈앞에 안보이니 잊어먹고 있었네.


나는 미아에게 다가가 미아를 천천히 안아주었다.

"이젠 괜찮아.....그러니까 안심해."


"흑....흐극.....! 흐아아아앙!!"

나는 한참동안 미아를 껴안은 채로 있었다.

미아가 한바탕 울고난 후 실비아와 미아는 나를 이리보고 저리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미노 님, 뿔이 자라셨는데 느낌 없으십니까?"

아 나 뿔이 났어? 몰 랐 다 !

아니, 아무런 느낌이 없어서 몰랐지.

미아가 뿔을 쓰다듬는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느낌이 난다. 뿔도 머리카락의 연장선이라 보면 되는건가?

"여보, 키도 좀 자란 것 같아요. 덩치도 커졌고."


진짜 키가 자랐나 보다. 미노타우로스의 피가 진해졌다는게 진짜였나보다.

그럼 그 대화가 다 진실이란거네? 꿈이 아니라?

"그나저나 실비아 님, 그 광선을 뿜어내는 기술은.....?"


"아,  검의 능력입니다. 어느 폐쇄된 신전에서 발견한 검이지요.  자체도 굉장한 명검이고 이런 능력까지 있어 제 애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비아 님의 검도 특수 능력이 있었군요....."


"그 말은 미아 님도....?"

"네. 전 예전에 스승님께 받은 검이에요. 자유자재로 변하는 무수한 가시들을 소환하는 능력이죠."

미아도 특수 능력이 있었어? 이거 또 나만 없네. 아, 난 혈통 해방 있지. 쓰는 방법 모르지만.

"....장님! 단장님! 무사하십니까!"

기사들의 목소리다. 참 빨리도 온다. 실비아도 로드 이후 등장하긴 했지만  기사들은 아예 완전 종결 후에나 다시 등장했네. 차~암 도움 되는 기사단이다 그죠?

실비아도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였다.

"단장님! 기사단 전원 합류했습니다! 오크 전부를 소탕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모험가들은?"

"생존한 모험가들은 일단 야영지로 보냈습니다!"

"그럼 저희도 야영지로 돌아가도록 하죠."

그 순간이었다.

붉은 빛이 번쩍하더니 포탈이 하나 나타났다. 시뻘건 붉은색의 포탈이.

그래, 마치 내가 전생하던 날 내가 뛰어들었던 그 차원문과 비슷한 기운의 포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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