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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블랙오크 토벌(6) (23/78)



〈 23화 〉블랙오크 토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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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미노는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상태다.

저 로드와 주술사 조합, 상당히 까다롭다. 로드에 집중하려 하면 원거리에서 주술을 사용해 공격을 퍼붓고 그렇다고 주술사를 노리자니 로드가 방해해댄다.

미노의 앞에서는 언제나 그를 지켜줄 수 있는 강인한 보호자로 남고 싶었는데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다니......

미노는 자신이 로드의 시선을 끌겠다고 했다. 그 사이 나보고 주술사를 처리해달라고 한다.

주술사들에게 접근하는 건 상당히 힘들다. 접근하는 동안에 속성 주술에 공격당할 수도 있고 어찌어찌 술사의 근처에 도달한다 해도 정령들이 길을 막아선다.

될까? 한번에 접근해서 벨  있을까?


이런, 공격이 날아온다. 일단 피하자.


고민하면 늦는다! 일단 최고속도 검술로 접근해보자. 내 신체 능력과 검술이라면 어떻게든 될거야!


쾅!

이런! 로드의 시선 끌기에 실패한건가!

아무래도 로드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작전은 실패할 것 같다. 그렇다고 미노를 돌진시킬 수도 없다. 미노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니까.


어떡해야 좋지? 어떡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있지?


미노는 억지로라도 로드의 시선을 끌려는  급소를 노리려는 움직임을 취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주 미세한 느낌이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로드와 주술사들,  외의 존재의 살기를.

쐐애애애애애액 푹!


어디선가 화살 한 개비가 날아와 미노의 팔을 맞췄다. 덕분에 미노의 공격은 보기 좋게 실패했고, 실패의 대가는 컸다.


로드의 발차기에 무방비로 직격당한 미노는 힘없이 날아가버렸다.

바닥에 쳐박힌 미노에게 주술들이 날아간다.

콰과과과과광!

"여보!!!"

감히 미노를! 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

온몸이 분노로 불타오른다. 하지만 이래서는 곤란하다. 분노에 몸을 맡기는 건 간단하지만 패배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스승님께서 늘 해주시던 말이 있다. '분노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저들에 대한 적의로 몸이 격앙되면서도 머리만큼은 냉철하게 상황 판단을 내리고 있다.


단순 돌진은 필패, 로드를 노려도 주술사를 노려도 방해가 들어온다. 특히 아까 화살을 쏜 궁수는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어떡해야 좋지?

떠올려야 해! 미노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이 위기를 극복해야해! 생각해내. 생각해내 미아!


과거의 기억들을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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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과 헤어지기 전날 나는 스승님께 검을 한 자루 선물받았다.


"미아, 이 검을 받으렴."

"스승님?  검은 스승님께서 아끼시던 검이 아닙니까?"

"물론, 소중한 검이지. 그렇기에 너에게 주고싶단다."

"이 검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다. 너라면 분명 잘 쓸  있을거야."


"이 검으로 언젠가 너의 소중한 이들을 지켜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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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과의 짧은 대화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 이 검의 능력을 발현한다면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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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과 헤어진 후 나는 검의 능력을 발동시키기 위해 애썼지만  번도 발동시킬 수 없었다. 카이우스에게 패배했던 그 날까지도.

"어째서....어째서 능력을   없는거지?"


"제발.....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당하고 말거야!"


"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칠  있게 해줘.....!"

퍼억!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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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의 특수능력.....지금까지 단 한번도 발현되지 않아 반쯤 포기한 채로 잊고 살았던 능력.

이번 한번만.....제발 응답해줘!!


내 목숨 따위 보전하자고 이러는  아니야. 미노를 살려야 해.....이대로 가다가는 미노가 죽어버려......!

 순간 검이 황금빛으로 밝게 빛났다.


황금빛 검은 얇고 긴 무수한 가시들로 변했다.

가시들은 내 주변을 에워싼 채로 공중에 떠다녔다.


"이건......?"

"크워어어어!"


로드가 도끼를 크게 휘둘러온다. 이런!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로 날아오는 도끼로 손을 뻗는다.


캉!

로드가 휘두른 도끼는 딱딱한 무언가에 부딪힌 듯 튕겨나갔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황금빛 가시들로 이루어진 방패가 있었다.

날아오는 화살이나 각종 주술도 방패에 가로막혔다. 이 가시들.....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거야?

이게 검의 능력? 방어 뿐 아니라 공격의 형태도 가능할까?


좋아, 해보자. 실패 따위는 생각하지 마. 무조건 성공한다. 미노를 구하기 위해서!


저 가시들에 오러를 두른다는 느낌으로......

우우웅....!

좋아! 다음은 형태를 구현하는 거야. 다수의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검은 효율적이지 않아. 그렇다면.....바늘의 형태로 변해라!

가시들의 활용은 마치 바느질하듯.....적들을 바늘로 꿰는거야.

로드를 포함한 오크 녀석들이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는지 공격을 퍼부어 온다. 통하지 않아. 너희들은 이 방패를 뚫을 수 없어.

받아라!


슈슈슈슈슈슉!


사방에서 바늘이 들이닥쳐 주술사들의 몸을 꿰뚫어 버린다. 정령들이 바늘을 쳐내고 바위벽을 세웠지만 힘이 한 점에 집중되는 수많은 바늘들의 공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로드 또한 바늘에 의해 난도질된다.

다음은 궁수 차례야. 녀석의 위치를 생각해 보자. 화살이 날아온 방향은 북서쪽, 화살이 날아온 속도나 위력을 생각하면 그닥 멀지 않아. 대략 30미터....


이 정도만 알면 충분해. 근방을 모조리 쓸어버리면 돼.

푹! 푹! 푹! 푹!

바늘들이 지형들을 찔러간다.


푸슉!


감촉이 다르다. 땅이 아니라 생명체를 찌르는 느낌. 잡았다.

"크워어!"

바늘을 찔러놓은 채로 공중으로 띄워 녀석을 드러낸다. 오크 치고는 덩치가 상당히 작은 녀석이다. 저딴 녀석 때문에 미노가......

푸슉! 푸슉! 푸슈슈슉!

그대로 구멍투성이로 만들어 버린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버려.


이걸로 로드만 잡으면 끝이네.

로드는 상당히 꼴사나운 모습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바늘들을 움직일 때 바늘에 가느다란 실을 연결한 상태로 움직였다. 바늘들이 몸을 난도질할때 실들도 같이 움직였고 그 실들이 지금 로드의 몸을 얽매고 있으니까.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이겠지.


"크....크우우우......"


너도 죽음이 두려운거니? 하지만 살려줄 수는 없어. 너는 미노를 죽이려 했으니까. 대신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편하게 보내줄게.

실들이 로드의 몸을 옥죈다.


찌지지지직.....퍼석!

녀석의 몸은 순식간에 토막나 버렸다.

전투.....드디어 끝났구나.....


빛나는 가시들은 다시 검의 형태로 뭉쳐온다.


"드디어......능력을 사용할  있었어.....스승님......저도 드디어......"

일단 그것보다.......미노!

미노의 위에 깔린 잔해들을 치우고 그를 들어 평평한 곳으로 옮긴다.

잔해들의 파편같은 것들이 떨어져 있는데 상당히 날카로워 보인다. 상처나면 안되지. 그의 머리를 들어 내 무릎 위로 옮긴다.


"제발....정신차려요.....여보......"


"으.....으윽...."

"정신이 들어요?!"

"미아, 녀석들은?"

"제가 물리쳤어요. 그러니 안심해요."


"다행이네.....역시  여자야..."

언제나 내가 지켜줄게요, 그러니 내 곁에 있어줘요......나를 떠나지 말아줘요......


· · ·




정신을 차리자 미아의 얼굴이 보인다. 나 태어났을 때 같네. 그때도 눈을 뜨자마자 미아의 얼굴이 보였었는데.

근데 용케도 주술 날아오는 걸 맞고도 살아있네 나. 몸이 튼튼한게 좋긴 좋은가벼~


근데 오크들은 어떻게 됐지? 미아 혼자라면 무리였을텐데

엥? 물리쳤다고? 어케했노 이년ㄴ아


정신을 잃은 채로 있느라 전투를 못봐서 어떻게 할  있었는지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미아가 존나 대단한 일 했으니 칭찬이나 해주자.

그나저나 정신이 없어서 이제 알았는데 나 미아한테 무릎베개 받고있고 있다.

어? 무릎베개? 그.... 한명이 연인의 무릎을 베고 눕는 그거? 그러면서도 머리 손질같은거 받는 그거?


최고다 미아쟝!


"그나저나 로드를 잡았으니 이걸로 토벌 의뢰는 완료인건가?"

"아마 그러겠죠. 잔당이 남아있다고 해도 구심점이 사라진 거니까요. 조만간 나머지 블랙오크들도 토벌될거에요. 그리고 로드의 존재는 B등급 의뢰 수준이 아니에요. 아마 추가 보상  사죄금을 받을 수 있겠죠."

"잔당은 잡으러 가지 않아도 괜찮아?"


"저도 마음같아서는 가고싶은데......더 이상 힘이 남아있지를 않아요. 로드와의 전투 이후 움직이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힘든 상태에요."

돈은 항상 옳다! 돈에 미친 한 가재가 한 말이었지.


"그런데....아까 전에 중장갑 오크들과 싸웠을 때 녀석들의 갑옷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거든? 이것도 로드의 영향일까?"

"글쎄요.....제가 아는 로드의 역할은 해당 종족의 전체적인 신체 능력 강화 및 전투에 더욱 호전적이 되도록 영향을 주는 정도로 알고있는데......꺼림칙한 장비라....."

"두 분! 무사하십니까?"

실비아가 등장했다. 아까 로드들이랑 싸울때 등장해주면 안되나? 실비아&미아라면 로드와 그 따까리들이어도 썰어버릴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장비를 착용한 오크의 이야기, 로드와 싸운 이야기를 실비아에게 해주었다.


"로드라......이 의뢰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녀석이었군요. 제 불안감의 정체가 이것이었나 봅니다. 두분께서 로드를 물리치신겁니까?"


"네. 힘든 상대였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미지의 위협은 제가 상대하기로 해놓고.....면목이 없습니다."

"면목이 없다는 말로 끝낼 생각인가요? 미노가 죽을 뻔 했다고요! 이걸 지금 B랭크 의뢰라고 말할 생각인가요? 기사단은 어디론가 꽁지빠지게 도망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미아의 목소리는 상당히 격앙되어 있었다. 항상 빙긋 웃으며 나긋나긋하게 말하던 목소리는 어디가고 날카로운 목소리만 있었다.


"죄송합니다.....추가 의뢰금  사죄금은 꼭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 미노 군에게는 C급 모험가 추천서와 아카데미 추천장까지 드리겠습니다."


아카데미 추천장? 뭐 기사단장 추천 입학전형 이런건가?

"미아 님도 아카데미의 강사 역할을 원하신다면 강사 자리까지 마련해 보겠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일단은 물러나도록 하죠."


"알겠습.....?! 미노 님! 피하십시오!!"


카앙!


기습에 대처한 건 실비아였다. 와 씨발   죽을뻔한거야? 이번 의뢰 존나 위험하네!!!!!!

"흐음......버러지들이라도 이 정도 공격에 당하지는 않는건가?"


씨발 뭐가 또있어? 로드가 최종 보스 아니었어? 정신 존나 나갈거같다.

저 앞에 서있는 건 온몸이 검은 남자였다. 지금이 낮이어서 망정이지. 밤이었으면 보이지도 않았겠네.


"오크 로드 정도는 물리친건가? 하긴 애초에 그런 쓰레기가 뭘 할수 있었겠어? 로드니 뭐니 거창한 칭호가 붙어봐야 근본은 오크. 천박하고 수준낮은 몬스터 따위인데 말이지."

오크를 엄청나게 비하하고 있다. 뭐지? 오크 로드와 한편인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닌가?


"네놈은 누구냐! 오크의 동료냐? 오크들을 부린 장본인이 네놈이냐?"

"뭐? 감히 위대하신 이 몸을 냄새나는 오크 따위의 동료로 취급해? 이....하등 생물들이! 판단 능력도 버러지구나!"


"이 몸은 위대하신 분의 수하, 카리스 님이시다!"

위대하신 분? 그건 누구래?


"위대하신 분? 그게 누구지?"


우리 모두 다 궁금한 사항이다. 위대하신 분이 누군데 이름도 없이 뜬금없이 위대?

"하! 감히 하등생물들 주제에 그 분을 알려 하다니! 불경하기 그지없군!"

"그나저나 네놈은 뭐하러 나타난거냐! 이미 오크들은 전멸했다. 다른 기사단과 모험가도  이곳으로 오겠지! 너 혼자 덤빌거냐?"

"크...크하하하하하하하! 오크들이 전멸한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이지? 애초부터 오크새끼들 따위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말에 불과한 녀석들이라고! 녀석들은 이미 이용할 만큼 이용했다고! 내가 나타난  너희들을 죽이기 위해 친히 강림한 것이다!"

"너 혼자서 해볼 생각이냐!"


"뭐....하등 생물들의 상대 따위 혼자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만, 나는 시간 낭비를 싫어한다. 나와라! 스콜피온!"

쿠구구구구궁!


땅이 갈라지더니 거대한 전갈이 나타난다. 그런데.....전갈이 조금 이상하다. 마치....뼈로 이루어진  같아!


"재밌는 설명을 해주마. 이 스콜피온....너희들과 같은 동족들의 신체로 만들어진 병기다! 너희들이 마법 포격을 포기하고 근접 전투를 선택한  인질을 위해서였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인질들은 진작에 스콜피온의 재료가 되어버렸는데!!"

"보통 생물의 뼈는 단단하기는 해도 마나를 담은 충격을 버틸 정도는 아니지. 하지만 나의 영혼제련술을 이용하면 몇배나 강화할 수 있다! 초기 제련술의 시험작으로 오크들의 장비에도 실험해봤는데 아주 잘 발동되더군!"


"자.....동족들에 의해 죽어라! 네놈들이 죽으면 너희들도 재료로 써주마!"


빠직......빠지직.....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실비아의 발 밑 땅에는 금이 가고 있다. 옆에 있기만 해도 그녀의 분노가 느껴진다.


"감히.....인간의 생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푸핫...!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거냐? 당연히......실험 재료다."

검은 남자의 조소 섞인 말을 들은 실비아는 순식간에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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