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블랙오크 토벌(1) (18/78)



〈 18화 〉블랙오크 토벌(1)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긴장해서 한숨도 못 잘 줄 알았는데 쉽게 잠들었다.

나는 잠이 많아서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어도 늦잠 자버리는 체질이라 걱정됐는데 다행히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전생 때 수강신청날  자버려서 망했었지. 그래놓고 수강신청 변경일에도 늦잠자서 한 학기를 통으로 날려버렸었고.


자고 일어나니 현자타임이 찾아온다. 의뢰인데 왜 밤에 흥분을 주체 못해가지고!! 이 등신아!


미아는 어디......없네? 어디갔지?


"일어났어요? 빨리 씻고  갈아입어요. 아침은 길드 근처 식당에서 먹어요."


이게 숙련자인가? 밤새 그렇게 달려놓고 늦잠을 안자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색다르게 리듬을 타며 씻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처음 해보는 B급 의뢰다보니 내심 긴장되었다. B급이라고 B급! 기존에 했던 쉬운 의뢰와는 다르다고!


기존 의뢰도 F급 한번밖에 안했으면서 무슨 비교냐고? 한 번도 한 거잖아! 0과 1은 세상의  어떤 것들보다 다르단 말이다!


우리는 호텔을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탐험 장비같은건 안 챙겨도 되겠지? C급 이상부터는 탐험 장비나 식량을 지원해준다고 했으니까.  같은 것만 챙기자.

냠...냠냠....냠냠냠...

맛있다. 분명 맛있다. 그런데......마음이 왜이리 진정이 안되냐......


다들 중요한 시험 같은 거 앞둔 날 혹은 당일 아침에 아침 식사로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든 진정되지 않는 경험을 한번쯤은 겪어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전에 더럽게 긴장해놓고 막상 시험 들어가면 별 긴장도 안되는 경험 말이다. 참고로 이건  수능날 경험담이다.

결국 절반 정도밖에 못 먹고 일어나려 했지만.....


"미노, 밥을 든든하게 먹어야죠. 이것까지만 먹고 가요."


미아의 엄마 본성이 나와버렸다. 학부모 국룰인 '이것까지만 먹고 가.'를 시전해버렸다. 뭐, 모험가 대선배이기도 하니까, 선배님 말 들어서 나쁠  없겠지.

억지로 밥을 다 위장에 쑤셔놓고 길드로 향했다.


길드 내부에는 '나 강한 사람이오.'하는 오라를 풍기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작고 왜소한 사람들도 가끔 있었다. 꼬맹이는 왜있냐? 이세계 잼민이가 왜 여깄는건데, 학교 안가?

저 연약해 보이는 사람들이 짐꾼인가? 저런 몸에 힘이 어딨다고?


"저런 연약한 사람들이 짐꾼이라니.....의뢰 중에 죽지 않으려나?"

미아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나보다.

저런 작은 사람들이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든다고 생각하니.....전진할  있..

"저렇게 실속없이 근육만 부풀려가지고는......"

예? 연약한 사람이 저 왜소한 덩치의 사람들이 아니라 떡대들이라고요?

"네? 저 근육질 아저씨들이 약해요? 겁나 세보이는데?"


"저 사람들은 마나가 없어요. 그렇다고 근육들이 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죠."

"그럼 왜소한 사람들은 왜 약하지 않다는 거에요?"


"저 사람들은 마법사에요.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신체 능력은 약하니까요. 신체 능력이 필요할 때는 마나를 사용해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키우죠. 그래서 본연의 신체 능력은 되게 약한 편이에요."


"그런데.....전위 계열 모험가 분들은 대부분이 아직  왔나 봐요.  사람 정도밖에  보이네요."

미아가 가리킨 방향에 서있는 사람을 보자 근육질의 대머리 아저씨가 한 명 서있었다.

똑같은 근육질이지만 짐꾼과 모험가 사이의 차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원X맨의 탱글XX 프리즈너와 초합금 쿠로XXX의 차이라고 해야되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보는 순간 다들 바로 알아챌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가서 그런데......마나가 뭐냐?

아니 뭔지는 알아 그래. 판타지 세계관 하면 없는게 이상하잖아. 마법이나 오러 같은거 내뿜을  소모되는거! 게임으로 치면 mp!

하지만 이론상으로 알고있는 거하고 실제 마나하곤 다를 수 있잖아? 게다가 난 마나같은거 느껴본적도 없고! 미아는 마나 같은건 겁나  쓰겠지? 갑자기 거리감 느껴지네.


"미아, 마나가 뭐야?"

"어머, 제가 설명을 안 해드렸었나요? 마나는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흔하게 존재하는 것이에요. 주로 특별한 기술이나 신체능력을 강화하는데 마나를 사용한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마나를 사용할 수 있어? 나는 마나라는  느껴본 적이 없는데."

"원래 처음 감지하는  어려운 법이에요. 한번 느끼고 나면 잘 알수 있을 거에요. 여유가 있다면 마나 감지 정도는 알려드릴텐데.....의뢰 끝나고 나면 알려줄게요!"

오.......기대가 된다. 판타지 세계 왔으면 마법도 쓰고 그래야지 응?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다른 모험가들도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검이나 창을 들고있는 걸 보니 근접 전사들인 것 같다.

이걸로 다 온건가? 정확히 몇명인지는 모르겠다. 부락 토벌이라 그런가 유독 한번에 많은 인원이 몰린 것 같다.

잠시 앉아 인솔할 기사를 기다리던 중

벌컥!

길드 문이 열리며 기사 한명이 도착했다. 아침 햇살때문에 눈이 부셔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블랙오크 토벌 의뢰로 모이신 모험가분들이신가요?"


응? 이 목소리는?

"저는 은빛날개 기사단 단장 실비아라고 합니다. 다들 가시죠."


실비아눈나 데리러왔구나!

"우선 현재 저희 기사단이 머무는 중인 야영지로 가겠습니다.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야영지까지 걸어가는거야? 마법사 분들은 어떡하고?

한 소년이 손을 들었다.


"마법사나 사제들은 어떡하죠? 체력 소모가 심할텐데요."

나와 같은 생각을  사람이 있나보다.

"후위 분들의 체력을 고려해서 반나절입니다."

"아....답변 감사합니다."

순간 실비아와 눈이 마주쳤다. 미아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표정을 되돌렸다. 그녀는 우리에게 작게 눈인사를 해주고는 고개를 돌렸다.

"출발하겠습니다."


가는  동안 뭔가 일이 있을 것도 같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실비아가 야영지에서 길드까지 오면서 몬스터를 마주치지 않는 루트를 알아놓은 덕일까. 모험가들의 전투 방법이나 수준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는데 조금 아쉽다.

어느덧 우리는 기사단이 머물고 있는 야영지까지 도착했다.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쉬어주시면 됩니다. 전진은 내일 아침부터 재개하겠습니다."


커다란 검을 등에 맨 검사 아저씨 하나가 손을 들었다.

"최종 목적지가 어디냐?"


"루가 평야입니다. 그곳에 다수의 블랙오크가 모여있다는  확인했습니다."


루가 평야면......지도상 거리로 볼때 오늘같은 페이스로 전진한다면 모레 정도면 도착하겠네. 그런데 난 이미 푸쉬  사태 때 지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실비아라면 알지 않을까?


"루가 평야는 며칠 정도 가야하는건데?"

"이틀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겁니다."

정확하잖아! 이럴때만 정확해요 아주.


"마법사나 사제들 때문에 뒤쳐지는거지? 그럼 우리끼리 먼저 가서 쓸어버리자고! 오크 따위 얼마나 모이든 한칼이면 썰어버릴  있다고!"


클리셰에 충실한 진행이군. 꼭 이렇게 설치는 사람 나와야지.

"물량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휴식 없이 전진했다가는 체력이 없어서 위험할 겁니다."

"나를 뭘로보고! 내가 그정도 약골인 것 같나?"

"하아....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넘어서 보십시오. 그럼 가시는 걸 허락해 드리겠습니다."


"못할  같냐!!"

대검을 든 아저씨는 검을 뽑으며 실비아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실비아의 모습이 일렁이더니 사라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대검 아저씨의 뒤로 이동해 있었고 그대로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크윽!"


"체력이 떨어진 당신으로는 무리입니다. 얌전히 계세요."

 존나멋있어 걸크러쉬 눈나 지구뿌셔.


"체력만 있었더라면!"


아니 체력 있어도 안됐을걸. 게다가 전사가 반나절 동안 걸었다고 체력이 얼마나 빠진다고. 실비아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멘트는 대검 아저씨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겠지.


"저건......신기루네요."


신기루? 사막에서 나오는  신기루? 자연 현상이 왜요?

"신기루요....?"

"아, 자연현상 말구요. 저 기술 이름이 신기루에요. 제가 가르쳐준 검술  하나에요. 엄밀히 말하면 보법이지만

저 엄청난 기술의 스승이 미아라고? 알면 알수록 대단한 여자다.


나도 나중에 검술 배우면 저런거 막 쓸수있나?


전에 고블린 잡을 때 봤던 벽력일섬같은 기술이라던가 이번에 본 신기루같은거!

아 본인 간지나는 검술 배워서 귀X의 칼날 따라하는 상상함.

검사 아저씨가 된통 깨지는 걸 보고 난  모험가들은 각자 헤어졌다. 모험가들에게는 8인당 1텐트가 주어졌다. 너무 작은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텐트는 거대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저거 들고갈 수는 있나?

"어라, 미노 님과 미아 님 아니십니까?"

뒤에서 우리를 아는척 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기사 한명이 서있었다.


아  기사 도적 토벌  우리랑 만났던 기사다. 미아의 무력을 보고 벙쪘던  기사. 그때 표정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큽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네요~"


"두 분도 참가하신 겁니까? 미아 님이야 기존에도 강한 모험가셨으니 그렇다 쳐도....미노님은 그새 B급 모험가까지 성장하신 겁니까?"

"아뇨. 일단은 짐꾼으로 참가했습니다."


"아...... 물론 미노 님이라면 금방 승급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는 뭔데 아.....는!


"그나저나 몇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질문해도 될까요?"

"네 질문하십시오."

"저 텐트....어떻게 들고가는 겁니까?"

"아, 일반적인 짐꾼들로는 가지고 가기 힘든 규모긴 하죠. 그래도 저희한테는 아공간 주머니가 있어서 그곳에 넣어서 다니면 됩니다."

인벤토리라니.....역시 어느 판타지든 개사기이자 개혜자 아이템....아공간 주머니....

"또 질문할 것이 있으십니까?"


"어.....그러니까...기사단 외에도...."

"두 분, 여기 계셨네요."


질문하려던 찰나, 실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실비아님?"

"라이너, 다른  하러 가도 된다. 두분의 안내는 내가 할테니."

"네 알겠습니다."


바로 쫓아내 버리네. 무셔라.

"미아 님, 방금은 경황이 없어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없어요~, 과거의 은인 정도면 저번의 인사로 충분했으니까요."


"미아 님, 제 텐트로 오시지 않겠습니까? 다른 모험가들과  텐트를 쓰려면 불편하실텐데요.  미노 님도 오셔도 됩니다."

"저는 괜찮습ㄴ..."

"그럼 신세 좀 질게요~?"

우리의 잠자리는 실비아의 텐트로 정해졌다.


아까 실비아가 등장해서 질문을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물어보자.

"실비아 님, 모험가를 소집했다는 것은 기사단 외 전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건가요?"

"날카로우시군요. 맞아요. 일반적인 블랙 오크 토벌이라면 저희 기사단 만으로 충분한 일입니다. 하지만 최초 발견자의 증언과 정찰병에 의하면 일반적인 블랙 오크에 비해 덩치가 컸다고 해요. 게다가....."


게다가? 뭐가 또 있어?

"이건 제 감일 뿐이지만 블랙오크를 넘어 뭔가가 더 있는 것 같아요. 불길한 냄새가 나거든요."

맞다. 이 사람 냄새 잘맡는다고 했었지. 그렇다고 저런 것도 맡을  있는거야?


갑자기 긴장된다. 쓰읍....단순한 블랙오크 토벌이 아니었나?


"그럼 B랭크로는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요.....?"


"일단은 제가 있으니까요. 전력 배분을 제가 미지의 위협을 상대하고 기사들과 여러분들이 블랙 오크를 토벌해 주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블랙 오크라면 C급도 처리 가능하지만 특이종일 가능성을 고려해 B급을 소집한 거고요."


기사단장님의 자신감! 역시 강한 사람은 자신감이 생기는구나. 멋있다!

"자, 일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고 일단은 조금 쉬도록 할까요?"


"그러죠. 두분은 여기서 쉬고 계셔도 됩니다. 저는 단원들과 상의를 좀 할게 있어서.....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실비아가 나가자 텐트에는 우리 둘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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