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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데이트(1) (14/78)



〈 14화 〉데이트(1)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 벽, 장식물 모두 정액과 애액, 침들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도망갈까? 이걸 다 치우는건 무리다. 절대 못한다. 내가 근력이나 체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이건 안된다. 체력 이전의 문제야. 심지어 말라붙은 것들도 많다. 마르면 잘 닦이지도 않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내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사이에 루다가 눈을 떴다.


분명 미아가 먼저 기절했을텐데 루다가 먼저 일어났다. 미아는 아직도 일어날 기미가 안보인다. 죽은건 아니겠지?


"으응......미노 님?"

"일어나셨나요? 루다 님. 말 낮추셔도 됩니다. 아 이젠 연인이니 새로운 애칭으로 불러주면 더 좋고요."


"그....그럼 자기.....?"

"그것보다.....방은 어떡하죠? 청소하려면 한참 걸릴거에요. 사람을 부르기에는 좀 창피하기도 하고."


"걱정 마세요, 미노. [클린]"


루다는 손 위에 자그마한 마법진을 띄우며 외쳤다. 그러자 정액과 애액, 침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냥 사라진 게 아니다. 마치 섹스하기 전에 있었던 상태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게 마법인가? 진짜 개사기네. 아니 그것보다


"루다 님 마법 쓸 줄 아셨어요?"


내가 자신을 얕보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루다는 얼굴을 부풀렸다.


"부우-! 저 지부장 이전에는 A급 모험가였다구요? 그것도 마법사!"

마법사였구나. 그래서 모험가 생활에도 처녀막이 찢어지지 않은 거였어. 이제야 이해가 된다.

환기도 좀 할까. 방이 깨끗해 지기는 했지만 방에 온통 퍼져있는 음탕한 냄새는 빠지지 않았다. 클린 마법으로도 배어버린 냄새는 못 없애나 보다.


나는 환기를 위해 커튼을 걷었고.....


보인 것은 동이 터오는 광경이었다.

....................어?

우리 분명 지부장실에 아침에 왔었지?

그런데 왜 해가 뜨고있는거야? 버그야? 버그지? 전생 세계에 버그난거지? 시간 조정에 버그생겼네 어쩐지 전생 포탈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 이유가 있다니까? 버그투성이 세계네.

"루다 님, 해가 뜨고 있는데요?"

"네?????"


루다도 당황한 모습이다. 자신의 업무가 밀려서 그런가?

"루다 님, 왜이렇게 당황하세요. 업무가 밀려서 그래요?  도와드릴까요?"

"아뇨. 업무는 3일치 정도 미리 해놓는 스타일이라 하루쯤은 안해도 괜찮아요."


와. 3일치를 미리 한다고? 나였으면 오늘 것도 팽팽 미루다가 도저히 미룰  없어지는 순간에 부랴부랴 할텐데. 성실한 지부장님이다.


"문제는......어제 오후에 샬롯 베이커리에서 한정판 디저트가 팔린다는 거였어요!"


한정판 디저트가 먹고 싶었던 거구나. 유감이네. 나랑 섹스하느라 놓쳐서.

"뭐, 그래도 저와 섹스한걸 후회하지는 않죠?"

"....네에...."

귀여운 아가씨다.

우리도 이만 돌아가볼까?


나는 기절한 미아를 업고 일어났다.


"자 그럼, 루다님 저희는 이만. 다음에 다시봐요~"

"다...다음에 봐요....자기"

마지막까지 사랑스러운 여자다.


지부장실은 방음이  되는 방인건지 중간중간 마주치는 길드의 야근 직원들은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지부장실에서는 중요한 얘기도 많이 나눌텐데 방음이 잘 되야 하는게 정상인가?

1층에 도착했을때 우연히 길드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우리도 슬슬 다음 의뢰를 찾아봐야  것 같은데.....


F급 의뢰 말고 미아의 등급인 B급 의뢰로 가볼까? 나는 짐꾼으로라도 따라가고.


전에 고블린 무리와 싸울때 느낀건데 나  강한 것 같다. 신체능력이 좋은거야 알고 있었지만 처치한 고블린 마릿수가 미아와 거의 비슷했다.

이정도면 혹시....?


본인 방금 B급 의뢰에서 캐리하는 상상함. 의뢰 참여자들이 곤경에 빠진 사이 나와 미아가 화려하게 활약하여 공로를 인정받고 단숨에 등급 떡상하는 거야! 아 상상만 해도 기분좋네 아 ㅋㅋ


이따 미아 일어나면 제안해봐야겠다.


· · ·

미아가 일어난 건 호텔에 도착한 후 반나절이 지나서였다.


"미안해요 여보. 늦게까지 자기만 해서....민폐였죠?"


뼛속까지 자상한 여자다. 사랑스럽다. 안아주고싶다. 뽀뽀해주고싶어!

"아냐, 그때 너무 거칠게 해서 미안해. 다음에는 꼭 상냥하게 해줄게."


크....스윗미노. 내가 말했지만 너무 다정한거 아냐? 미아를 보니 눈에서 하트가 튀어나올 것 같다. 역시 나의 매력이란!


"그....거친 것도 좋았으니깐....."

어이,  안의 짐승을 자극하지 말라고? 그대로 다시 기절시켜 버리려는 짐승을 힘겹게 억누르는 중이니까.

"미아, 제안할  있어."

나는 의뢰에 관해 내 생각을 말했다.


미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좋아요. 루다 님에게 말씀드려보죠."

"역시 안되는....응?"


"저번에 고블린들과 싸울때도 그렇고 바위동굴 안에서 미노의 움직임도 그렇고 그정도 신체능력이면 B급 이상의 의뢰에서도 버틸 수 있겠죠."

"하지만, 짐꾼으로만 있어야해요? F급이 B급 의뢰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 논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 S급 시절 명성이 아니라면 건의조차 못 할 사항이랍니다."


야호! 됐다! 솔직히 될  몰랐는데! 이게 되네!

"그럼 내일 아침 대규모 B급 의뢰를 찾아보자."

"여보.....오늘은 안 하실 거에요?"

"뭐야, 하고싶어?"

"아직 힘들지만.....당신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날 걱정해주는건 기쁘다. 하지만 자신을 혹사해서까지 나에게 봉사하려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완전한 상태의 미아를 안고싶다.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네 몸이 다 회복되기 전까지는 안돼. 내일 의뢰를 찾으러 가봐야 하기도 하고."


"더 자."

나는 일어서며 미아의 이마에 짧게 키스를 해주었다.

미아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잠에 들었다.


나도  안잔지 한참됐네. 어제 오전부터 지금까지 쭉 한숨도 못 잤으니.


나는 새근새근 자고있는 미아의 옆에 누웠고 이내 잠이 들었다.


다음  아침, 우리는 지부장실에 다시 찾아갔다.

지부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광란의 섹스파티의 기억이 나서 발기할 뻔했다.

내가 파블로프의 개냐?

이어 우리는 루다에게 부탁을 했고

루다는 흔쾌히 받아들여주었다. 여차하면 자신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올  있는 사항인데도 흔쾌히 수락을 해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자리에서 박아주고 싶었지만 아직 통증이 남아있는지 절뚝거리는 루다를 보니 다음에 하기로 했다. 신체능력은 연약한 마법사님이라 회복 속도가 느린건가. 다음에는 상냥하게 박아주도록 하자. 연약한 마법사님이니까.

우리는 의뢰 게시판 앞으로 갔다. 늘 그렇듯 E급과 F급의 의뢰 게시판은 텅 비어있었다.

B급도 딱히 많은  아니었다. 저번에 봤을때는 나름 많이 붙어있었는데 지금은 4장 정도밖에 없다.


[블랙오크 부락 토벌]

[반란군 잔당 퇴치]


[천년서리 채취하기]


[불타는 거인 처치]

의뢰 이름들이 아주 화려하다. 캬! 비용 억대인거 보소. F급 50만원하고는 비교가 안된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거겠지.

"여보, 어떤 걸로 할까요?"

"멋있어 보이는건 불타는 거인 처치인데.....어때?"

"그건 안돼요! 화상 입으면 어쩌려고!"

 몸이 얼마나 튼튼한데. 피부도 무적의 피부라고. 라고 반론을 해보려 했지만 오랜만의 엄마 스위치가 켜진 미아한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럼.....천년서리는...?"

"안.돼.요! 천년서리는 극지방에서 핀다구요! 감기 걸리면 어떡해요!"


또 안된단다. 에휴

"그럼....반란군....."


 목소리도 점점 개미소리가 된다. 연속으로 까이니까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아직은 안돼요. 여보는 아직 사람을 죽이는 것을 체험하기는 일러요. 나중에....나중에 해요."

또 까였다. 죽여도  감흥 없을 것 같은데. 전생이면 몰라도 지금은 인간이 아니라 하프 미노타우로스니까.


"그럼 하나밖에 안남잖아. 블랙오크 토벌."


"좋은것 같아요! 판단력이 좋은게 역시 여보네요!"

아니 네가 다 까서 하나밖에 블랙오크밖에 안남은거잖아.

뭐 좋은게 좋은거니 넘어가자. 악의가 있어서 깐 것도 아니고 엄마로서 날 걱정하는 마음에 의뢰를 거른 거니까.

"어디보자......전투 파티원 수는 40명 이하로 구성, 은빛날개 기사단과 협력 예정......"

은빛날개 기사단이면 실비아 씨가 있는 그 기사단인가?


아, 의뢰서 밑에 추가로 종이가 붙어있다. 참가자 명단인가? 전투원 참가자는 자신의 이름을 적고 연계된 칸에 짐꾼의 이름을 적으랜다. 짐꾼의 신분은 전투원이 보증하라는 건가? 짐꾼들의 보상은 각 전투원이 주라는건가?

미아는 자신의 이름을 전투원 명단에,  이름을 짐꾼 명단에 적었다.

실제 현장에서 뭘 하든간에 일단 나는 짐꾼 역할이니까.

"날짜는.......내일 아침이네요. 제가 37번째 전투원 참가자고요.

하루만 더 늦었더라면 참가 못할뻔했다. 그랬다면 나머지 3개 의뢰만 남았을테고 저것들은 미아가  거부할테니 어떻게든 B급 의뢰에 낑겨들어가 내 실력을 보여준다는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되었겠지.

내일까지 뭐하지......? 섹스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만 해야 한다. 한번 해버리면 한 명이  이상 움직이지 못할 수준까지 해버리니까. 내일 할 일에 지장을  수밖에 없다.

뭐하지? 도시나 둘러볼까? 지금까지 말은 안했지만 네오 도시는 상당히 큰 도시다.


지금까지 본 도시의 모습은 여관 거리나 모험가 길드 정도밖에 없었다. 식당 골목, 영화관, 디저트 가게 등등 다양하게 있다고 한다. 응? 영화관? 오....영화가 있다고? 실제 마법을 이용한 판타지 영화? 딱대


그럼 오늘 하루는 미아랑 건전하게 데이트나 할까?

"미아, 데이트할래?"


"......네?"

아니,  그렇게 놀라. 설마 나랑 데이트하는게 창피한거냐?


"아......아니 내일까지 시간도 있겠다. 도시나 둘러볼 겸 밥도 먹고 자유시간도 좀 즐기고 하려고......싫으면 안해도 돼! 호텔로 들어가서 쉴까?"


"아뇨! 아뇨아뇨아뇨! 데이트하죠! 네 데이트! 헤헤......여보랑 데이트......"

다행히 싫어하는 건 아닌가보다.

"그럼 갈까?"


"저기.....여보......"


"응?"


"손......잡아도 될까요?"

와.....수줍은 표정으로 날 올려보면서 그런 대사를 친다고? 이거 사긴데?  너무 사랑스럽다. 그야말로 '키스 참기 500배'

나는 미아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말했다.


"미아, 그런건 안 물어봐도 돼. 언제든 잡아도 되니까. 너는 내....아내니까...."

내 말에 미아는 감격한 듯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네......!"

 달달하다. 이게 커플이지. 전생에선 해보지 못했던 그런 경험!


"일단 점심부터 먹을까?"


"네! 여보는 뭐 드시고 싶으세요?"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 너랑 함께 먹는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여보......."

아, 또 미아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우리는 손을 맞잡은 채 도시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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