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전생 일처리가 너무 병신같습니다 (2/78)



〈 2화 〉전생 일처리가 너무 병신같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수염난 아저씨가 뭔가 두꺼운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흠....이름 신강현, 나이 스물셋, 휴가나온 군인, 사인은 트럭에 의한 교통사고....아 자네 일어났나?"

"음....여기가 어디죠?"



"터미널."




"....예?"


"아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터미널은 아니네. 죽은 사람들이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터미널이지."

"음...그렇군요....음...음? 잠깐 그럼 제가 죽은건가요?"

"오 벌써 깨달았나? 통찰력이 좋군."

"그럼 아저씨는 누구세요?"



"난 사망자의 정보를 정리해서 그걸로 이세계행 표를 만드는 사람이지. 너희들로 따지자면 접수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군."



"하...이렇게 허망하게 죽은거야? 허...인생 참 허무하네. 아저씨! 그럼 저랑 같이 있던 여자애는 어떻게 됐어요?"



"그건 알려 줄 수 없네.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는 모든 것이 발설 불가라서 말이야."


"전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요?"

"다른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거겠지? 어떻게 될지는 그때 알게 될 거다. 마침 자네 표가 완성되었으니 이거 받고 저 문으로 나가게."



수염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표 하나를 주었다.


다시 태어난다고? 이거 완전 킹세계물 클리셰인데?



"안녕히 계십시오."




"잘 가게."




짤막하게 인사를 마치고 문을 나섰다.



 너머에는 또다른 아저씨와 파란색이 일렁이는 차원문이 하나 있었다. 이 아저씨는 대체로 평범해보였다. 존나게 촌스러운 안경을 쓰고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안녕하세요?"

"오! 새로 온 손님인가?



"저...이 표를 주면 다른 세계로 전생시켜 준다고.."

"아! 미안한데 그 표를 읽는 기계가 고장났어."




 시발? 그럼 나 환생못해?



"아...그럼 전 환생 못하는건가요?"




"원칙상 기계 고쳐질때까지 대기하는게 원칙이긴 한데....귀찮으니까 대충 전생시키자! 너! 뭐하다 죽었냐?"




역시  대충 넘기는건 만국 공통이다.



"친구랑 소고기 먹다가 트럭에 치여 죽었습니다."



"참 어이없는 죽음이로구나. 소고기는 얼마나 먹었나?"

이딴걸 대체  묻는거지?  음식 남기면 지옥간다 이런거냐?

"2인분 정도 먹었습니다. 2인분  시켰는데 못 먹고 트럭에 치였습니다."



"자네의 환생 종족이 정해졌다!"

벌써? 뭐이리 빨리 정해져? 환생하면서 올랜덤 시켜주는거 아니야? 클리셰가 비틀어지는거 같은데?



"자네는 소고기를 절반 남겼으므로 소와 인간의 혼혈로 탄생시켜주마!"

이...이게 머선 소리고?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도 안됩니다!"



"인간 세계에 음식 남기면 사후에 다 먹는다는 말 알지? 그거 사실은 음식 종족값하고 이전 삶의 종족값하고 합치는거야. 합치는 비율은 남긴 비율만큼이고."



"아니 제가 남기고 싶어서 남긴게 아니잖습니까! 더 먹을 수 있는데 트럭에 치여서 더 못먹은거잖아요!"


"과정따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결과다! 결과적으로 자네는 음식을 남겼네!"

진짜 지랄맞은 일처리다.


"기계로  읽으면 자네가 일생동안 한 선행들이 가산점을 주기도 하지만!"



하지만?

"기계도 고장난 마당에 어느 세월에 한 사람 인생을  훑어보고 있겠나. 귀찮아 죽겠는데. 뭐 그래도 자네가 선행을 하긴 했을테니  말고 미노타우로스로 해주마."

참 고맙기도 해라. 눈물이 나오려 하네.


"아!! 나 이대로는 전생 못해!  안가!"



"전생을 거부할  영혼이 소멸될텐데 괜찮겠나?"


"하하 다음 생이 기대되는군요."

"잘 가게 다음 생에는 음식 남기지 말고!"



마지막 인사말까지 되게 때리고 싶은 말투다.



결국 난 전생하기 위한 차원문 앞까지 걸어갔다.


어? 그런데 아까는 차원문 파란색 아니었나? 존나 시뻘건데?

"저...선생님? 이거 차원문 색깔이 이상한데요? 버그걸린거 같습니다."

"아 몰라 차원문이잖아 원래 좀 오락가락해."



시발아 좀 보고 얘기하라고 진짜 존나 태업하네. 나도 꼭 저렇게 살아야지.




에라 모르겠다!

"자 드가자!"



포탈에 뛰어듦과 동시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ANOTHER SIDE



칠흑같이 어두운 침대에서 여성  명이 몸을 일으켰다.



여성은 긴 흑발과 흰 피부, 붉은 눈을 띄고 있었다. 누구든 그녀를 한번 본다면 즉시 반해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존재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위험한 느낌을 풍기기도 했다.




"인간세계에 있던 파편이 죽었네? 그곳에서 지내는건 재밌었는데...."

"강한 충격에 의해 전신이 박살나면서 즉사.... 그렇다면 강현이도 죽었겠네?"

"직접 만나고 싶어. 다른 세계로 가면 내가 만날 수가 없잖아."



"이 세계로 와."

여성은 미소지으며 한 손에 붉은색 마력을 응집시켰다.


"다시 만나자 신강현. 진짜 나를 만나면 너는 어떻게 반응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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