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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식이 성공기(1) (1/5)

봉식이 성공기(1)

  

* 글을 올렸다가 잘못된 곳이 있어 지웠는데 다시 찾아 보니 중간에 빠진 부분이 날라 간 것 같네요

  다시 지금 쓰기도 뭐해 그대로 올립니다.

  

봉식이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졸린 것을 겨우 참으며 버티고 있었다.

군대 제대할 때에는 뭐라도 할 것 같았는데 막상 사회에 나오고 나니 금방 타성에 젖어서인지 

쉽지 않다. 그래도 교통이 좋은 곳에 아르바이트를 구했으니 다행은 다행이었다.

밤 12시가 되어 일을 끝마치고 조심스레 누나 집에 들어 갔다. 누나한테 얹혀 사는 주제에 밤 늦게 

잠을 깨우면서까지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 봉식이 들어 오니? ]

[ 어? 응 누나… ]

또 누나가 잠이 깨었나 보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곧 씻고는 방으로 들어 갔다.

아파트 15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야경은 그런대로 봐 줄만했는데 일할 때에는 졸리더니만 막상 눕자 

잠이 쉽사리 오지 않았다. 이제 방학도 했으니 아르바이트를 몇 탕 더 뛰어야 할 것 같다.

마지막 학기인데 등록금은 내야 하니…

이리 저리 뒤척이다 잠은 오지 않아 책을 펴 보았다. 금방 사르르 눈이 감기는 것 같아 이제 자면 

되겠구나 하며 눈을 감았는데 그 놈의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에라… 날도 더운데 샤워나 한 번 더 해야겠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나와 화장실로 가는데 누나의 방에서는 누나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 아….으…..응…..여~~보~~~~ ‘

매형과 사랑을 하는 모양이다.

자신보다 열 살이나 더 많아 지금 서른 여섯인 누나… 늦둥이로 태어난 봉식이인지라 부모님이 돌아 

가신 지금 자신을 돌봐 주는 누나였다. 형님은 나이도 더 많고 그렇다 보니 어려워 쉽사리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데 그래도 누나는 마치 어머니처럼 봉식을 잘 돌봐 준다.

좋은 매형을 만나 그럭 저럭 큰 걱정없이 살고 있는 누나이다.

[ 너 아르바이트 계속 할 거야? 네 매형이 좀 도와 준다는데… ]

[ 됐어요… 아르바이트 해서 모아 놓은 돈도 좀 있고… 한 두 달 더하면 되요.. ]

[ 처남. 힘들면 이야기 해… 내가 도울 수 있는 데까진 도와 줄 테니… ]

[ 고마워요. 하지만 이제 한 학기만 더 다니면 끝나니 너무 걱정 마세요… ]

[ 참… 이거 잊을 뻔 했다. 너… 초등학생 과외 할 수 있니? ]

[ 초등학생? 몇 학년인데? ]

[ 우리 혁이하고 동갑이니 초등학교 3학년인데… ]

[ 응.. 가능해요. 그런데 그런 자리 있어요? ]

[ 응… 너… 누나 친구 윤정 알지? ]

[ 윤정 누나…? 아…. 그 전에 누나하고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였던? ]

곱상하고 이쁘게 생겼던 윤정 누나가 생각난다.

[ 그래… 윤정 애가 수학과 과학에서 좀 딸린데. 그래서 어제 나한테 묻길래 네 이야기 했더니 

한 번 만나 보자고 하더라… ]

[ 알았어요… ]

누나에게 전화 번호를 받아 가방을 둘러 매고 나섰다.

윤정 누나에게 전화를 하자 반갑게 받으면서 주소를 가르쳐 주었고 두리번거리며 아파트를 찾아 

초인종을 눌렀다.

[ 누구세요? ]

[ 봉식이인데요… ]

[ 어머! 봉식이구나… ]

문이 열리며 오랜만에, 그러니까 벌써 5~6년 전에 본 후 처음 보는 윤정 누나가 보였다.

[ 누나… 안녕하세요… ]

[ 그래…오랜만이구나. 벌써 어른이 다 되었네… ]

자신이 대학 들어 갈 때 봤으니 누나가 보기엔 자신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윤정 누나도 그 때와 지금은 많이 바뀌었으니…

예전의 그 미모는 여전한데 세월이 흐른 만큼 누나에게 고스란히 녹아 든 것 같았다.

친 누나가 변했듯이 좀 더 아줌마다운 티가 나면서 성숙해 보이는 그런….

지나온 얘기를 하다가 딸 혜아 문제를 이야기 하고 일 주일에 세 번씩 오기로 했다.

아르바이트에 비하면 시간도 적게 들고 또 수입도 좋은 편이었으니…

일요일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누나가 묻는다.

[ 이야기 잘 되었다며? ]

[ 응… 일주일에 세 번 가기로 했어요. ]

[ 너 잘 할 자신 있지? 누나 얼굴 깎이게 하지 말고… ]

[ 알았어요… ]

누나의 말을 알아 듣고는 대답을 하자 매형이 옆에서 한 마디 하신다.

[ 처남이 어린애야? 그만 하면 됐어… ]

[ 그래도 걱정이…. ]

[ 걱정은 무슨…. 참 처남도 마지막 학기니 취직 해야겠네? ]

[ 해야겠죠. ]

[ 어디 생각해 둔 곳은 있어? 대기업이라든지… ]

[ 에이~! 대기업은 무슨… 요즘 같으면 일자리만 구해도 다행이에요.. 아무데나 들어 가야죠 ]

[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직장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

[ 네! ]

[ 내가 아는 선배, 아주 훌륭한 선배님이 계시는데 우연히 이야기를 듣다가 직원을 모집한다는

것을 들었어. 어때? 한 번 이야기 해 줄까? ]

[ 어떤 일인데요? ]

[ 응… 투자 회사야. 주로 부동산 투자 회사지…. ]

[ 네~~~! 제가 경영학과니… 한 번 알아 봐 주시면 원서 넣어 볼게요… ]

[ 그래… 내가 알아 보도록 하지… ]

친구들도 직장 구하느라 난리가 아니다.

오늘은 그래도 낮에는 아르바이트가 없어 등산복을 입고 나서자 누나가 묻는다

[ 등산 가니? ]

[ 응… 일요일에 땀이라도 좀 빼 놔야죠… ]

[ 날씨도 더운데… 너도 참 그 등산은 열성이다 열성! ]

[ 하하… ]

봉식이 문을 닫고 등산을 할 북한산행 버스에 올랐다.

[ 잘 부탁해… ]

[ 네… 열심히 할게요… ]

처음 혜아를 보고 무엇을 공부할 건지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하는데 윤정 누나가 옆에서 보고 있다.

[ 애가 누나 닮아서 참 예쁘네요…. ]

[ 호호…너도 그런 말 할 줄 아니? 예전에는 막내답지 않게 참 무뚝뚝하더니…. ]

[ 그야 뭐…. ]

[ 하긴…세월이 흘렀으니… 봉숙이가 그래도 네 자랑 많이 하더라. 어려운데도 열심히 살고 속 

안 썩힌다고… ]

[ 누나한테 늘 미안하죠…. ]

[ 그런 말 하지 말고 앞으로 잘 되면 그게 누나한테 보답하는 거지 뭐…. ]

봉식은 앞에 앉은 윤정 누나를 봤다. 누나라기보다는 친 누나인 봉숙 누나나 윤정 누나는 오히려 

누님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젊었을 때의 긴 머리 대신 차분하게 커트를 친 머리가 단정해 보인다.

[ 나…많이 변했지? ]

봉식이 쳐다 보는 것을 본 윤정 누나가 묻자 봉식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곤 웃었다.

[ 하하…아뇨. 누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단지 전엔 누나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길었는데 지금은 짧으니… ]

[ 어머! 너 그거 기억하는 구나? ]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잠시 동안 즐겁게 그 때를 회상했다.

[ 네가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애인 안 사귀느냐 하니까…그 때 이 누나 같은 여자 만나면 

사귈 거라고 하던 말도 생각나니? ]

[ 그런 말도 했었나?! ]

[ 어머! 호호… 이제 세월이 흐르고 이 누나를 잊었다 이거지? ]

[ 하하…아니에요… 그래서 요즘도 아직 애인을 사귀지 못했어요…! ]

[ 후훗… 참 너도 많이 변하긴 했다! 넉살도 좋아지고 또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것 같애… ]

봉숙이 누나나 윤정이 누나 모두 평범한 생활을 꾸려 가고 있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 모습이었다.

매형이 이야기 한 회사에 원서를 넣었는데 매형이 따로 이야기를 했는지 매형 이야기도 꺼낸다.

수습 사원이라고 한다. 6개월 수습 사원이고 그 이후에 판단해서 정식 사원으로 발령할 것이라며

그래도 괜찮으냐 묻는다. 

매형 선배라는 그 사람….

얼굴 생김새나 말소리 하나, 행동 하나… 봉식의 가슴에 와 닿았다.

[ 마지막 학기라 아직 몇 과목이 남아서 수업은 들어가야 하는데… ]

생각했던 것보다 조건은 9월부터 바로 근무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봉식이 망설이다 이야기 했다.

[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수습 사원은 내년 1월부터 하고 그 동안은 아르바이트로 근무 

하는 게? ]

[ 아르바이트로요? ]

[ 네… 장봉식씨 보니 생각나서 즉석에서 결정한 건데… 회사 일 중에 아르바이트로 해결해야 할 

일들도 있어요… 그걸 하면 어때요? ]

그렇게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아르바이트라고 하는 게 편의점이나, 전단지 나눠 주는 거, 아님 피자 배달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훨씬 안정적이고 또 미리 일도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다.

[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거야? ]

[ 네… 어차피 할 거라면 일도 배우고 다른 아르바이트 보다 낫잖아요… ]

[ 그래. 잘 생각했어! ]

매형은 잘 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 여기 이 도형은…. ]

봉식은 혜아에게 도형을 가르쳐 주면서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혜아가 삼촌 삼촌 하며 잘 따라 주니 가르칠 만한 맛이 난다.

한 달이 되어 과외비를 받게 되었다.

[ 고마워… 보니까 혜아가 이해하는 게 좀 더 넓어진 것 같애… ]

[ 금방 좋아지는 건 아닐 거에요 ]

[ 알아… 아무튼 고마워… ]

웃는 윤정 누나의 해맑은 얼굴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아르바이트를 다니면서 안 건데, 누나의 남편은 원래 성실하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술만 마시면 주정을 심하게 하여 윤정 누나가 힘들어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복을 한꺼번에 타고 나는 것은 아닌 모양이라며 빨리 윤정 누나 남편 되는 사람이 술을 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과장… 이 친구한테 아르바이트 설명해 줘… ]

[ 네.. ]

김과장이라는 양반이 봉식에게 아르바이트에 설명해 주었다.

투자 상품으로서 부동산이 나오면 투자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검토해야 하는데 판단의 기초가 되는

기초 자료를 조사하고 또 시장조사까지 하는 일이었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자료 조사를 하면서 자신을 아르바이트로 뽑아 주었던 사장님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나이는 마흔 다섯에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 박기혁 사장님.

편의점의 아르바이트는 그만 두고 학교와 회사 아르바이트, 그리고 혜아를 가르치는 일을 하니 

전보다 시간의 여유가 좀 더 생겼다.

하지만 시장 조사라는 것이 가끔 불규칙하여 혜아를 가르치는 일과 겹치기도 했다.

‘ 누나…일 때문에 조금 늦을 것 같은데요… ‘

‘ 그럼 끝마치고 와… ‘

일을 끝마치고 나니 벌써 8시가 넘어 부랴 부랴 혜아네 집으로 갔다.

늦었다며 미안해 하면서 혜아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데 문이 쾅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또 아빠 술 드셨나 봐요… ]

몇 번 보기는 했는데 술 마신 것을 본 경우는 처음이라 일어서 나가 인사를 하자 아는 척을 한다.

다시 혜아에게 책을 펴 들고 가르치는데….

‘ 너…젊은 놈 끌어 들여서 뭐 하는 거야! ‘

‘ 아~이~! 봉숙이 동생이라니까요… 그리고 애 공부 가르치는데…. ‘

‘ 그건 핑계 아냐? 젊은 놈이 그렇게 좋아? ‘

‘ 좀 그런 말 좀 하지 말아! 술을 마시려면 곱게 마시지! ‘

‘ 내가 뭐 어떤데? 나…아~~무렇지도 않아! ‘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져 혜아에게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다. 

좌불안석이 되어 가르치는 둥 마는 둥 하니 한참 후에나 되어서 조용해졌다.

시간이 되어 혜아 방문을 열고 나오자 윤정 누나 혼자 거실에 앉아 있었다.

좀 헝클어진 모습을 보니 안되어 보여 조심스레 자리에 앉자 누나가 고개를 들어 끝났냐고 묻는다.

그리곤….

[ 봉식아… 누나 이렇게 산다! ]

[ 누나… ]

[ 이런 꼴 안 보이려고 사람들도 안 만나고…  흑흑….. ]

스스로의 말에 복받치는지 누나가 울음을 터트리자 봉식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며 앉아 있다가… 옆으로 가서 누나의 등을 토닥였다.

누나가 어느 정도 마음을 풀었는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드는데 눈가에 눈물방울이 안스러웠다.

봉식은… 손가락을 올려 윤정 누나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니 누나가 쳐다 보며 입을 연다.

[ 봉식아… 미안한데… 혜아 가르치는 거… 그만 둬야 할 것 같다…. ]

[ 네…. ]

미리 윤정 누나 남편의 이야기를 들은 봉식이었다.

[ 정말 미안해… ]

[ 아녜요… ]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윤정 누나의 집을 나섰다.

다음 날 윤정 누나에게서 전화가 와 커피 샵에서 만났다.

봉투를 주면서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정리한 것이라 하여 받자 윤정 누나가 한숨을 쉰다.

[ 휴… 그이… 능력도 있고 열정도 있는 사람이야… 근데 한 가지 술 주정이 있어서 회사에서도

 빨리 성장하지 못해…그러니까 더 술만 마시게 되고…. ]

[ 네…. ]

윤정 누나의 이야기는 이어지며 사소한 일까지 이야기를 한다.

[ 누나…어디 티브이 보니까 술을 끊게 하는 과정도 있다던데요? ]

[ 그래? 그런 것도 있어? ]

[ 네… ]

[ 그이도 사실 술을 끊고 싶어 해. 그렇지만 또 기분 상하는 일이 있으면 술을 마시곤 하니…. ]

[ 네에… 제가 한 번 알아 볼까요? ]

[ 그래 줄래? ]

[ 네. 어려운 것 아니니… ]

이야기를 더 하다 일어서려는데 윤정이 누나가 묻는다.

[ 이번 일요일에 봉숙이하고 나와라. 내가 식사 한 끼 사 줄 테니… ]

[ 아니에요. 되었어요…. 실은 저 일요일에는 등산 가거든요… ]

[ 등산? 봉숙이한테 들으니까 열심히 다닌다고 하던데… ]

[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자주는 못 다녀요… 시간 나면 가끔 올라 가는데 올라가면 땀을 흘려 

시원하고 또 마음도 상쾌해지곤 해요… ]

[ 그러니? 마음도 상쾌해져? ]

[ 네… 가끔 힘들다 싶어도 산에 올라 가면 좋아져요… ]

[ 그렇구나…. ]

그로부터 2주일 후 윤정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일도 등산 가느냐고… 한 번 따라 가도 되느냐고

어떻게 등산복을 새로 사서 입었는지 윤정 누나가 등산복 차림으로 산 아래 나타났다.

집에서 보다가 등산복을 입은 누나를 보니 새삼스러우면서 참 곱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누나… 예쁜데요? ]

[ 후훗! 정말 봉식이 너 많이 변했다?! ]

천천히 나무 그늘을 따라 걸음을 옮기었다.

[ 네가 이야기 한 그 과정을 혜아 아빠한테 이야기 하니 마음이 동하는 것 같더라… ]

[ 그래요? 잘 되었네… ]

[ 그래… 출장에서 돌아 오면 같이 병원에 한 번 가 보기로 했어… ]

[ 네에~~! ]

산을 올라 가는데 날씨는 덥고 땀은 주루룩 흐른다.

굵은 허벅지로 비탈을 올라 가며 윤정 누나의 손을 잡아 주고 중간에 힘들어 할 땐 배낭까지 같이 

매어 주면서 올라가니 산 8부 능선까지 간 것 같았다.

그늘에 앉은 봉식이 그녀에게 물을 내어 주고 수건으로 땀이 흐르는 윤정 누나의 얼굴을 닦아 주자 

윤정 누나가 눈을 감고 있다가 그가 다 닦고 나니 그를 쳐다 본다.

[ 봉식이… 장가 가면 잘하겠다? ]

[ 하하… 애인도 없는 주제에 뭘…. ]

[ 바빠서 뭐 여자 돌아 볼 시간은 있었겠니? ]

[ 그것도 그렇고… 누나. 이제 내려 가죠? ]

[ 왜? 정상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

[ 누나가 힘들어서 안되요.. 아까 보니 누나 다리에 힘이 풀렸더라구요… ]

[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그렇게 하자…여기까지 와서 밑을 내려다 보니 기분도 좋아졌으니… ]

좀 더 앉아 있다가 천천히 내려 왔다.

[ 손 잡고…조심 조심… ]

바닥을 보며 조심해서 발을 내딛는 그녀를 보며 손을 잡아 주었다.

예전에는 날씬한 몸매에 아담한 젖가슴 같았는데 세월이 흐르고 아이를 둘이나 낳아서 그런지 

보이지 않게 살이 조금 붙은 것 같고 또 젖가슴은 출렁거리는 게 애 엄마 같다.

[ 어머머~~! ]

윤정 누나가 걸음이 빨라지며 내려 오자 봉식이 그녀를 잡아 주었다.

팔 안에 들어 온 누나의 부드러움이 순간 몸에 닿았고 곧 봉식이 떨어졌다.

[ 봐요… 누나 다리에 힘 없죠? ]

[ 후후…그러네… 봉식이 말 안 듣고 정상까지 갔으면 큰 일 날 뻔 했어… ]

[ 힘들면 제 팔 잡으세요… ]

혼자 걷는다며 걷던 윤정 누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땀이 난 그의 팔뚝에 핏줄이 서 있다.

자신의 팔을 잡고 걷는 윤정 누나의 체취가 닿는 것 같았다.

[ 누나… 너무 제가 좋다고 너무 붙지 말아요. 제 몸에서 땀 냄새 나요…. ]

[ 어머! 누가 봉식이 네가 좋아서 붙니? 다리에 힘이 없으니 팔을 잡느라 그렇지… ]

올라 올 때와는 다르게 많이 밝아진 윤정 누나였다.

천천히 보조를 맞추며 걸었다.

[ 봉식아… ]

[ 네? ]

[ 나 전엔… 땀 흘리는 남자들 옆에도 가지도 않았다?! ]

[ 냄새 나서요? ]

[ 응… ]

[ 그런데요? ]

[ 봉식이는 땀이 나는데도… 괜찮은 것 같아서… ]

[ 하하…땀이야 다 똑 같죠… 손 미끌거리죠? 저기 물 있네. 이리 와 봐요…. ]

옆에 조금 물이 흐르는 계곡에 닿아 팔뚝과 손을 씻고 나서 봉식은 윤정 누나의 손을 잡아 물에 

씻어 준다.

[ 제 팔뚝에 땀이 많이 묻었을 거에요…. ]

그가 손을 다 씻겨 주고 나서 수건에 물을 적셔 주자 윤정 누나가 얼굴에 군데 군데 댄다.

수건의 물이 닿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닿아 시원스럽게 보인다.

[ 시원하죠? ]

[ 그러네…. ]

처음 출발 했던 산 아래로 내려 오니 조금 힘들어도 개운함과 시원함이 느껴진다.

일을 배우는 것이 재미 있었다.

이제 다른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아 금전적으로는 조금 손해였지만 일을 하는 재미와 마지막 몇 과목

이수 하느라 바쁘게 살았다.

박기혁 사장님과는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이 많이 없었지만 간혹 그가 일하는 스타일 같은 것을 

하나씩 보고 배우며 채워 나갔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을 넘어 마침내 졸업을 하였다. 

봉숙이 누나야 당연히 기뻐하고 형님도, 형수님도 오랜만에 만나서 회포를 풀었다.

[ 봉숙이 네가 고생이 많았다 ]

[ 오빠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그래도 우리 봉식이가 열심히 학교 다니고 생활해서 

이렇게 취직도 되고 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

[ 그래… ]

옆에 있던 형수가 들어 오는 봉식을 보고 한마디 한다.

[ 도련님…차 필요하지 않아요? ]

[ 차요? ]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물건이다. 아니, 생각은 했는데 아직은 자신과 관련 없다고 했던 물건이다.

[ 내가 몰고 다니던 차가 좀 낡아 이이가 새로 하나 뽑아 준대요… 중고차라도 끌고 다닐 수 있으면

다니세요… ]

뜻밖에 중고차지만 차가 생긴다니… 앞으로 움직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턱이었다.

졸업식을 한 다음 날 집에 있는데 뜻밖에 윤정 누나가 찾아 왔다.

[ 봉식이 졸업이라고 들었어… 그래서 축하 해 주러 온 거야… ]

[ 누나도… 고마워요… ]

그 동안 몇 개월 못 보았는데 그 동안 변함 없었지만 한 가지 표정은 좀 나아진 것 같았다.

[ 봉식아. 언제 등산 한 번 가자… ]

[ 등산요? 좋죠… ]

[ 등산이라니? 두 사람 등산 다녀? ]

봉숙이 누나가 의아한 듯이 두 사람을 바라 본다.

[ 응…작년에 한 번 마음도 울적해서 봉식이 따라 가 본 적 있어. 봄도 되어 가고 하니 한 번 더 

가 보고 싶어서… ]

그러자 봉숙이 누나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윤정을 본다.

[ 너… 유부녀가 순진한 우리 봉식이 꼬시려고 하는 건 아니지? ]

[ 어머! 얘는 무슨 말을! 그냥 등산 가는데 따라도 못 가니? 그리고 봉식이가 뭐 남자니? ]

[ 남자 아님? 우리 봉식이가 남자 아님 뭐니? 봉식아! 너… 여자들,특히 아줌마들 조심해. 알았어? ]

[ 하하…누나는… ]

[ 웃지 말고! 아줌마들이 총각이라면 환장 한다니까! ]

[ 어머! 봉숙이 너도 참! ]

한 번 웃어 넘기기에 좋은 농담이었다.

형수님이 차를 깨끗하게 써서 그런지 중고차지만 괜찮았다.

수습 사원이 되다 보니 이제 회사에서 근무를 하였고 또 일은 비슷하지만 소속감도 생긴다.

3월 초가 되어 만물이 깨어난다.

봉식은 책을 여러 권 사서 밤이면 열심히 읽었다.

[ 넌 학교 다닐 때는 공부 별로 안하더니 졸업하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 ]

[ 어? 그러네? 하하… 일 때문에 공부할 게 많아서… ]

[ 이제 취직도 했으니 데이트도 하고 그래… 앞으로 장가 갈 생각도 해야지… ]

[ 장가는 무슨… 아직 멀었어! ]

[ 그래도… 너도 한창 젊은 시절인데 왜 이성을 생각 안 하겠어? 적당히 데이트도 하고 그래… ]

누나의 말이 어찌 보면 맞을 것도 같다.

여자 경험을 안해 본 건 아니지만 그 동안 너무 바빠 뒤돌아 볼 겨를도 없었다.

눈을 감고 누워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세수나 해야지…

거실로 나가니 소리가 들리고 또 누나와 매형이 사랑을 나누는 모양이다.

그런데 조금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이… 고개를 돌리다 약간 열려진 문이 보인다.

모르고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인지…누나가 누워 있고 매형이 누나 위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 아~~아~~~~! ‘

‘ 좀 조용히 해~~! ‘

‘ 신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 아~~~! ‘

‘ 처남이 듣는단 말야~! 뿌적 뿌적 뿌적~~~~ ‘

‘ 이제 봉식이 다 컸는데 이해 하겠지~~! 아~~~! 마음껏 소리 한 번 쳐 봤으면 좋겠어~~~! ‘

‘ 그렇게 좋아~? ‘

‘ 응~~! 아~~! 당신이 좆으로 내 보지를 콱콱 박아 주는 이 맛에 살아~~! 아~~~ ‘

봉식은 다시 방으로 조심스레 들어 왔다.

그리고… 누나의 집에 온 지도 참 오래 된 것 같다.

이제 독립을 하긴 해야겠지….

[ 너… 나가면 어디 가서 살려고? ]

봉식이 며칠 후 나가서 살아 보고 싶다고 하자 봉숙이 누나도, 매형도 펄쩍 뛴다.

하지만 봉식은 회사 거리도 멀어서 시간 손실이 많고 또 그 동안 아르바이트 하면서 모아 놓은 돈도 

조금 되니 작은 원룸이나마 보증금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몇 번이나 안 된다는 누나와 매형을 설득시켰다.

결국 누나는 훌쩍이며 서운해 한다.

봉식은 회사 가까운 곳에 원룸을 알아 보았다.

보증금은 비슷한데 월세가 비싸 조금이라도 싼 곳을 구한다며 헤매 다니다가 비교적 교통도 

좋은 곳인데 저렴한 원룸을 찾아 내었다. 지하철역까지는 좀 걸어야 하지만 이제 차도 있으니 

별 문제는 없고 더구나 집 뒤에 바로 자그마한 야산이 있어 더 없이 좋았다.

단지 문제는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이 좀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러나 그것도 생각하니 나름이었다.

짐을 옮기고 이사를 하니 봉숙이 누나가 챙겨 준다며 따라 온다.

[ 어? 여기 윤정이네 아파트하고 별로 멀지 않은 곳이네? 바로 저 옆으로 조금 위에 윤정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있잖아! ]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 어? 진짜? 하하… ]

[ 너… 이상하다? 왜 하필 윤정이네 옆에? 윤정이가 그러라고 하대? ]

[ 무슨 소리… 나도 방금 알았어요… 이리 와 봐… ]

누나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 가서 가리켰다.

[ 저기..저기….큰 건물 하나 보이죠? ]

[ 어디? 저기? 아님 저기? ]

[ 저기… 큰 건물… ]

[ 아…저거! 그런데? ]

[ 저 건물 뒤편에 회사가 있어요… 여기서 다니기도 편하고 해서 이리로 온 거에요… ]

옥상에서 바라 보니 서쪽편의 조금 위로 아파트 단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이 혜아에게 과외를 하기 위해 드나들던 윤정 누나의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봉숙이 누나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든다.

‘ 얘! 나 지금 니네 아파트 보고 있다! ‘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수다를 떠는 누나를 보며 밑으로 내려 와 물건을 대충 챙기고 

방을 정리하는데 누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 더 있자 문을 열고 누나가 들어 오는데 윤정 누나도 함께 들어 온다.

[ 어? 누나? 어쩐 일로? ]

[ 어쩐 일은… 내가 여기 온 김에 불렀지. ]

봄이 되어 본 누나의 모습은 졸업식 때 봤을 때보다 더 밝고 환해 보여 예전의 그 미모가 살아 

나는 듯 보였다.

[ 정말 봉식이가 우리 동네 가까이 온 건 몰랐네! 앞으로 등산 같이 가기 좋겠네~! ]

[ 우리 봉식이가 얼마나 바쁜데 너하고 등산 가니? ]

[ 어차피 가는 길에 따라 가는 건데 뭐 어때서… ]

[ 하여튼…. 자꾸 우리 봉식이 꼬셔서 뭐 하려고 그러는데 안돼! ]

[ 후훗! 봉식이 같은 나이에 어디 우리 같은 아줌마들이 눈에 들어 오기나 하니? 너나 나나 좋은 

시절 다~~ 갔잖아~! ]

[ 어머~! 너 그런 말 하면 안돼. 넌 몰라도 난 아직도 청춘이거든?! ]

[ 피~! 청춘이라서 좋~~~겠다~~~! ]

[ 봉식아… 너 윤정이 조심해라. 요즘 아줌마들이 워낙 저돌적이어서 말이지… ]

[ 봉숙이 너 자꾸 그런 말 하면 정말… 봉식이 꼬셔서 애인 만들어 버릴까 보다~~ !]

윤정이 누나가 눈을 흘기며 농담을 하자 봉숙이 누나가 눈을 크게 치켜 뜬다.

[ 이 기집애가! 금쪽 같은 우리 봉식이를 어디 넘봐? 그것도 젊은 총각을! ]

아무튼 서른 중반을 넘어선 여자 둘이 모이니 할 말 못할 말 수다에 봉식은 웃으며 방안을 정리한다.

[ 이거 한 번 검토해 봐… ]

평소와 다르게 사장님이 문서 하나를 던져 주며 검토해 보라고 하신다.

늘 자료 조사나 시장 조사를 하던 봉식에게는 뜻밖의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다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래서 찬찬히 읽어 보던 봉식은 선배 직원들에게 하나 하나씩 물어 보기 시작했다.

[ 김대리님… 갑자기 이거 사장님이 주시던데… ]

[ 하하… 봉식이도 이제 일을 배울 때가 된 모양이네. 원래 사장님이 그러시니 한 번 잘해 봐! ]

이야기를 들으니 신입으로 들어 간 직원이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그런 숙제를 하나씩 내 주는 

모양이었다.

검토 시간은 3일…짧은 시간이었다.

현장 조사를 하고 자료를 찾고 또 서적을 뒤져 보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예정된 시간까지 겨우 정리를 하여 사장님실로 들어 가 브리핑을 했다.

[ 음… 그럼 투자를 하면 안된다? ]

[ 네…제 생각에는… ]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

봉식은 자신이 모은 자료와 추세 등을 이용해 설명을 해 나갔다.

[ 알았어… 나가 봐… ]

맘에 들어 하는지, 아니면 맘에 들지 않는지 통 짐작을 하지 못하니 이거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봉식은 다시 불려 갔고 팀장님이 앉아 계셨다.

보니, 팀장님이 동시에 그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계신 것이었다. 결국… 일은 일대로 하되 봉식에게 경험을

시켜 준 것이었다.

결론은 투자 가능이었다.

사장님과 팀장이 앉아 하나 하나 설명해 주시기 시작했다.

‘ 아! 그렇구나… ‘

직접 다룬 프로젝트라 뭐가 잘되었는지 뭐가 잘못 되었는지 귀에 쏙쏙 들어 온다.

어찌 됐든 그런 경험을 통해 자료 조사나 시장 조사 역시 전체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금융 분야나 부동산 분야도 많이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봉식이는 토요일 오후라 집에서 책을 보며 뒹굴다가 배가 고파 냉장고를 뒤져 보니 아무것도 없다.

밖을 보니 날씨가 흐린 것이 마치 비가 올 듯 하다.

‘수퍼에 가서 뭐 좀 사야지…. ‘

식사라도 하려면 장이라도 봐 와야 할 것 같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슬리퍼를

끌고 가 두부도 한 모, 대파도 한 단, 하며 장을 보고 있는데 누가 등을 탁 쳐 뒤돌아 봤다.

[ 봉식아! ]

[ 어? 누나? ]

윤정 누나가 뒤에 서서 웃고 있었다.

[ 너 뭐하니? ]

[ 저요? 히히… 장보고 있죠. 밥 해 먹으려면… ]

[ 참 보기 좀 그렇다! ]

[ 누나도 장보러 오셨어요? ]

[ 응… ]

그래서 같이 장을 보러 다니고 윤정 누나의 물건들을 들어 주었는데 …

후다닥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 아~이~! 비 온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설마 해서 우산을 안 가져 왔잖아! ]

[ 우산 하나 사 드려요? ]

[ 됐어. 비 올 때마다 우산 사면 집안이 우산으로 넘쳐 나겠다]

기다리니 조금씩 비가 더 올 기세다…

[ 누나. 그럼 우리 집으로 가죠. 거기 우산 있으니… ]

[ 그럴까? ]

후다닥 머리를 가리고 뛰니 윤정 누나도 뛴다.

가까스로 봉식의 원룸 앞에 이르렀는데 이미 두 사람은 비에 흠뻑 젖어 옷이 몸에 붙었다.

윤정 누나를 보던 봉식이 무안하여 고개를 돌리고 몸의 물을 털어 내자 누나도 손으로 대충 턴다.

[ 누나… 잠시 들어 가서 닦으시죠… ]

[ 그럴까? ]

생각보다 많이 젖어 원룸에 들어가 수건을 그녀에게 건네고 자신도 수건으로 물을 닦았다.

[ 얘! 봉식아! 이 수건 냄새 난다! ]

[ 어? 씻었는데? ]

자신이 직접 냄새를 맡아 보니 정말 냄새가 난다. 대충 집어 던져 놨다가 세탁기에 넣어 돌렸는데 

가루 비누를 푸는 것을 잊은 것 같았다. 봉식이 새 수건을 하나 꺼내 건네 주자 윤정이 누나가 닦았다.

다 닦고 나서 봉식이 보니 누나의 여기 저기 덜 닦은 곳이 있어 수건을 달라 하곤 뒷 머리와 어깨 부분

등을 닦아 주니 윤정이 누나가 가만히 있다가 그가 떨어지자 머리를 턴다.

비에 젖은 머릿결이 오히려 상큼하게 느껴진다.

[ 누나… 비에 젖으니까 더 아름다워진 것 같은 거 있죠 ]

[ 피~! 네가 그런 말 한다고 내가 비 맞고 다닐 줄 아니? ]

몸의 물을 털어 내자 윤정 누나가 일어섰고 봉식이 따라 일어나 물건을 들었다.

[ 조오기…까지만 들어 드릴게요… ]

윤정 누나가 사는 동네라 괜히 헛소문 날까 걱정 되어 물건을 중간까지만 가기로 했다.

옆에서 작은 삼단 우산을 든 윤정 누나와 함께 걷다가 처음 이야기 한 곳까지 가서 물건을 건넸다.

[ 잘 들어 가세요… ]

[ 그래… 참! 내일 일요일인데 등산 가니? ]

[ 네… 봄이라 날씨도 좋잖아요… ]

[ 그럼 따라가도 돼? ]

[ 또 오시게요? ]

[ 어머! 싫어 하는 기색이네? ]

[ 그게 아니고… 매형도, 혜아도 있을텐데… ]

[ 갈만하니 물어 보는 거지… ]

다음 날 봉식이 원룸에서 등산 준비를 하고 기다리자 문 소리가 나고 윤정 누나가 들어 온다.

화사한 등산 차림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 가죠… ]

형수님한테 받은 중고 자동차를 운전하여 산 밑 주차장에 세우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는 계절이지만 오히려 등산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다.

[ 누나도 생각보다는 손이 곱고 이뻐요… ]

[ 피~! 생각은 어떤데? ]

[ 통통한 아줌마 손이 아니라 다행이에요… ]

[ 그래…누나 통통한 아줌마다! 됐어? ]

봉식이 윤정 누나의 손을 잡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오르기 시작했다.

[ 매형은 좀 어떠세요? ]

[ 많이 좋아졌어… 요즘은 별로 술도 안 마시고… 또 마셔도 전에보다 심하지 않아! ]

[ 다행이다.. 근데 오늘 등산 와도 되요? ]

[ 응… 그인 휴일이라도 회사 나가 봐야 한데서 혜아 친정에 맡기고 등산 간다 했어]

[ 네… ]

새싹이 움트는 봄 산은 신기함 그 자체이다.

몰랐던 것… 봄에 새싹이 돋아 나는 것이 갈수록 신기해 보이고 자연이 위대해 보인다.

[ 누난 왜 혜아 밖에 안 낳아요? 하나 더 낳죠? ]

봉식이 문득 궁금하여 묻자 윤정 누나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며 그를 쳐다 본다.

[ 넌 궁금한 것도 많다. 총각이 별걸 다 물어요~~! ]

[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죠.. ]

[ 요즘 뭐 옛날 같으니? 참… 봉식이 넌 애인 있어? 이제 취직도 했으니 사귈만 한데… ]

[ 아직은… 성공해야죠… 성공하기 전에 여자를 알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

[ 어머머~! 얘가~! 호호… 여자를 알면 성공하기 힘들어? 네가 알긴 뭘 안다고…. ]

[ 알건 다 알죠. ]

[ 아는 거 많아서 좋겠다. 그러다 나중에 장가 가고 싶을 때 제 때 못 가~ ]

[ 못 가면 뭐 누나하고 이렇게 등산이나 다니죠 뭐… ]

[ 어머머! 호호… 누가 같이 다녀 준대? ]

[ 아니면 말고… ]

봉식의 말에 윤정 누나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 보다가 그의 손에 이끌려 산을 올라 간다.

[ 어머머~~! ]

윤정 누나가 내려 오다 발걸음이 빨라져 봉식이 잡아 주었다. 살풋 봉식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었고 

봉식의 몸에 윤정 누나의 부드러운 육체가 닿아 물컹거린다.

[ 누나… 누나 은근히 자꾸만 총각 품에 안기려는 경향이 있어요? ]

[ 어머머~! 무슨 오해를~! 아~이~! 미워~! ]

말을 하다 봉식이 빙긋이 웃자 윤정 누나가 그의 팔을 치는 시늉을 한다.

등산을 다니며 말벗을 하고 손을 잡아 주고 하다 보니 옛적에 그냥 알던 누나 친구로서보다,

작년에 혜아 과외 하면서 알던 누나로서보다 더 가까워지고 농담도 하여 친근하게 느껴졌다.

윤정 누나도 그런 그가 편안한 지 평소 하지 않던 농담까지 하면서 스스럼이 없어진다.

봉식의 전화가 울린다.

[ 어? 누나! ]

그러자 윤정 누나가 손을 흔들며 자신하고 있다 하지 말라고 한다.

잠시 이야기를 하던 봉식이 전화를 끊었다.

[ 나하고 등산 중이라 했어? ]

[ 아뇨…반찬 가져 가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근데 왜요? ]

[ 나하고 같이 있다고 하면 네 누나가 자꾸 내가 총각인 널 어떻게 하는 줄 걱정 하잖아~! ]

[ 네에? 하하…  걱정 할 걸 해야지… ]

[ 어머~! 봉식이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누나가 이제 나이 들어 능력 없다는 말이지? ]

[ 아뇨~! 그게 아니라 누나 성격에 무슨…. ]

그러자 윤정 누나가 눈을 흘긴다.

[ 어쭈? 봉식이 너…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정말 봉식이 널 꼬셔 볼까 보다~! ]

그러면서 팔을 잡고 걷다가 팔짱을 끼어 버린다.

윤정 누나의 부드러운 몸이 닿아 팔뚝에 탄력이 느껴진다.

곧 팔짱을 풀었는데 봉식이 멍~! 한 표정을 보이자 이래도냐 하는 표정을 보인다.

윤정 누나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또 무뚝뚝하지만 좀 친해지면 한없이 농담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는, 그런 스타일 같았다.

[ 너… 윤정이가 찝적대지 않았어? ]

[ 참 내 누나는…! 별 걱정 다해요… ]

[ 네가 윤정이를 몰라서 그래. 걔가 얌전해 보여도 실은 그렇지가 않아 ]

[ 그렇지 않다면… 어떤데요? ]

[ 너한테까지 이런 이야기 해서 될 지 모르지만… 학교 다닐 때 소개팅 나갔다가 킹카가 나오니까 

조용하던 윤정이가 먼저 꿰어 차고 결혼해 버렸잖아! ]

[ 하하.. 그래요? 그 사람이 윤정이 누나 남편? ]

[ 그렇다니까! 그러니 너도 조심해~! ]

[ 조심하긴 뭘 조심해요.. 그냥 누나 친구인데… ]

[ 얘는~! 세상 물정을 몰라. 요즘 미시들은 괜찮은 총각 있으면 꼬셔서 애인 삼아 버리잖아~! ]

[ 하하… 나하곤 상관 없어요… 얼굴이 뭐 잘생기길 했나… ]

[ 왜~! 내가 보기엔 우리 봉식이만큼 괜찮은 총각이 없구만… ]

[ 그거야 누나 생각이고… 그럼 누나도 애인 가지구 있수? ]

[ 얘가! 네 누나가 다른 여자들이랑 같니? ]

[ 누나는 뭐 미시 아닌가? ]

[ 하긴… 아직 날씬한 이 몸매 하며… 호호… 네가 보기에도 누나 매력적이지? ]

[ 매력은 무슨… 갈래요… ]

[ 가긴 어딜 가? 이 늦은 밤에… 그리고 네 매형이 네가 왔다는 말에 술 사 가지고 온단 말야! ]

매형이 술 사 가지고 온다는 말에 자리에 다시 주저 앉았고 다시 누나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 일 하는 것은 재미 있니? ]

[ 재미 있어요… 아직 배울 것도 많더라… ]

[ 그렇겠지… 직장 중에…참한 아가씨는 없어? ]

[ 왜요? ]

[ 왜긴… 우리 봉식이 장가 가게… ]

[ 하하… 누가 건드릴까 겁난다며? ]

[ 그거야 유부녀들이 총각인 널 건드릴까 걱정 되는 거지, 네가 애인 사귀어 결혼하는 것은 뭐래… ]

[ 자꾸 그런 이야기 하는 걸 보니…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나 봐요? ]

[ 응… 하여튼 못된 여자들이 많으니까 너…조심해! ]

[ 어이쿠야! 누나가 그러니 내가 무슨 죄 지은 사람 같네~! ]

술을 사 가지고 들어온 매형과 술 한 잔 하고 누나도 옆에서 한 잔 거들었다.

회사 이야기며 집안 이야기며 두서 없이 이런 것 저런 것 이야기 하다가 매형이 직장 내 동료의 일을

꺼냈는데 여자가 연하 애인을 사귀어 이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 네 매형 이야기 들었지? 그래서 내가 너보고 조심하라는 거야! ]

밤에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화장실을 가느라 거실에 나가니 누나와 매형은 술 한 잔 마신 김에 또 사랑을 하는 모양이다.

누나와 매형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박기혁 사장님이 팀장님과 함께 봉식이를 데리고 관계 업체의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늦어졌고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다 보니 다시 2차로 룸살롱으로 향했다.

[ 장봉식… 이런 데도 한 번 와 봐야 해! ]

자주 오는 곳이었던지 마담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술과 안주를 내어 오면서 또한 아가씨들이 들어 온다.

그 낯설은 광경에 봉식이 조금 위축되어 있자 편하게 하라고 한다.

막내라 노래 두어 곡을 하고 나자 다른 사람들도 한 곡씩 하고…

그러다…

[ 어머~! 이 오빠 이거 대단하다~! ]

옆에 앉은 아가씨가 그의 허벅지를 쓰다듬다가 그의 물건을 꽉 쥐자 깜짝 놀랐다.

[ 왜? 뭐가 대단한데? ]

[ 이 오빠…수술한 거 같아요… ]

[ 하하…봉식이…수술했어? ]

[ 아뇨… 그게 원래… ]

[ 어디 한 번 봐…! ]

그러자 아가씨가 보라는 듯이 바지 위로 그의 물건을 잡아 보였는데 쪽 팔리게 벌떡 서 있다.

[ 하하… 장봉식이 좋은 물건 가지고 있네! 여자깨나 울리겠는 걸~! ]

술이 제법 많이 되자 일행은 일어 섰는데 사장님이 봉식에게 여자를 붙여 준다.

[ 아…아니에요… ]

[ 홀애비로 그냥 살잖아! 한 번 가 봐! ]

극구 아니라 해도 붙여 주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택시를 타고 돌아 가는 모양이다.

아까 옆에 앉았던 아가씨가 그를 이끌어 모텔로 가더니 씻고 나와 그의 옷을 벗긴다.

[ 어머 어머~! 오빠~! 오빠 정말 대단하다~! ]

그의 물건을 잡고 이리저리 만져 보고 하던 그녀가 그의 얼굴을 빤히 보며 묻는다.

[ 오빠! 빨아 봐도 돼? ]

술이 된 봉식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얼굴을 대고 입에 그의 물건을 넣는데 일부만 들어간다.

[ 웁웁…. ]

그녀가 능숙하게 애무를 해도 봉식은 별 감흥이 없는데 그녀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흥분이 일어난다.

그래서 그녀를 눕히고 올라타서 물건을 넣고는 허리를 움직였다.

오랜만에 닿는 여체이고 또는 살내음이었다.

봉식은…그 동안 참았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움직여도 사정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그녀가 절정에 달하고 나서 내려 오자 그녀가 그에게 안긴다.

[ 오빠… 나 오빠한테 돈 안 받을 테니 다음에도 만나 주라. 응? ]

매달리는 그녀를 떼어내고 문을 나섰다.

재미 없다.

허망 하다.

보름에 한 번씩은 와서 빨래도 해 주고 하는 봉숙이 누나다.

씻고 누나가 가져 온 과일을 먹으며 신문을 뒤적이는데 세탁기를 다 돌린 누나가 갈 준비를 하였고 

나서기 전에 봉식에게 묻는다.

[ 봉식이 너…룸 살롱 같은 곳에 다니니? ]

누나가 내 미는 것을 보니 저 번에 갔던 룸살롱의 명함이다. 옷에 넣고 깜박한 것이다.

[ 회사 사장님이 가자고 해서… ]

[ 직장 생활 하다 보면 그런데 갈 수도 있지… 그렇지만… 병 같은 거 안 걸리도록 조심해… ]

봉식이 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자 봉숙이 누나가 웃는다.

[ 그것 묻는다고 사내 자식이… 네 매형은 그런데 안 가는 줄 아니? 내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거야… 

단지 병 같은 거 걸리면 문제니까 조심하고… 물론 안 가는 게 좋지만… 누나 간다! ]

나가는 누나를 보는 봉식은 혼자 뇌까린다.

‘ 앞으로 가지 않아야지… 재미도 없고…. ‘

하루 종일 시장 조사를 하느라 돌아 다니니 다리가 제법 아프다. 

바로 퇴근을 하여 식사를 하고 나서 좀 쉬었다가 조사해 온 자료를 조사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 윤정이 누나인데… 시장 보고 있으니 좀 나와라~! ‘

옷을 대충 챙겨 입고 나가니 윤정이 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 누나… 이 밤에 무슨 시장을 본다고…? ]

[ 그렇게 됐어. 갑자기 친척분들이 몰려 와서… 네가 좀 도와 줘라… ]

[ 그러죠… ]

누나가 돌아 다니면서 물건을 가리키고 계산을 치르면 봉식이가 물건을 챙겨 들었다.

주렁 주렁 매달린 물건이 제법 많자 어기적 어기적 걷는다.

[ 등산 갈 때는 잘만 가더니… ]

[ 하하… 이게 등산하고 같은가요…그런데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다 요리해요? ]

[ 일부만 하고… 음식을 시켜 먹어야지. 그렇다고 달랑 조금만 사 가면 좀 그렇잖니? ]

[ 하긴… ]

시장을 보고 나서 조금만 들어 주려는데 무겁다.

[ 잠시만 계세요… 차 가지고 올 테니… ]

곧 가서 차를 가지고 와 짐을 싣고 옆에 윤정 누나를 태웠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안전벨트를 매니 풍만한 윤정 누나의 모습이 드러나 봉식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런 적은 별로 없었는데… 기가 허해서 그런가?

아파트에까지 실어 주고 엘리베이트에도 올려 주었다.

다음 날은 토요일이라 좀 일찍 일이 끝나 퇴근을 하고 별로 갈 곳도 없어 방에 드러누워 있는데 

윤정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 똑 똑…. ‘

[ 네에~! ]

문을 열어 주니 윤정 누나가 손에 뭔가 들고 있어 얼른 받고는 들어 오게 했다.

[ 이거 다 뭐에요? ]

[ 어제 시장 봤잖니. 음식 한 거 좀 가지고 온 거야… ]

[ 뭐 하러 저한테까지… ]

[ 어제 시장 보는 거 도와 줬잖니… 한 번 먹어 봐! ]

봉식이 아직 퇴근하고 나서 식사 전이라 두껑을 열어 보니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여 하나 둘 집어 먹다가 

어느 듯 푹 줄어 들어 버렸다.

[ 후훗! 봉식이 너… 참 잘 먹네? ]

[ 음식이 맛있어요… 누나도 드셔 보세요 ]

[ 난 많이 먹었어~! ]

다시 봉식이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어 넘기자 그 모습을 보고 윤정 누나가 말한다.

[ 너 먹는 거 보니까 봉숙이가 우리 봉식이 우리 봉식이 하는 거 이해 된다. 참 맛있게 먹네~! 

나도 너 같은 동생 하나 있음 좋겠다~!]

[ 제가 누나 동생 해 드려요? ]

[ 호호… 봉숙이한테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

먹다가 배가 불러 젓가락을 놓은 봉식이 그 때서야 윤정 누나를 바로 봤다.

봄 옷을 입어 화사하면서도 차분해 보이는 옷차림에 여성스런 분위기가 물씬 난다.

[ 야~~! 지금 보니 누나 대개 예쁘시네?! ]

[ 피~! 이제 네 눈에 이 누나가 보이니? ]

[ 미안해요… 음식이 워낙 맛있어서… 누난 정말 요리 솜씨 끝내 준다니까~! ]

[ 호호… 이걸 칭찬으로 받아야 되니? 욕으로 받아야 되니? ]

[ 당연히 칭찬이죠…  배도 부르고… 누나! 잠시 나갈까요? ]

어디로? 하는 듯이 묻는 누나를 데리고 바로 집 뒤로 갔다.

작은 동산 같은 야산이지만 서울에서 이런 것이 있다는 것도 감지덕지이다.

천천히 걷자 윤정 누나도 따라 온다.

[ 넌 네 배 꺼지게 하려는데 누나를 데리고 오니? ]

[ 배를 꺼지게 하다뇨… 누나한테 좀 한가로운 여유를 드리기 위해서지… ]

[ 훗! 한 마디도 안 져~! ]

농담을 하다 웃는 윤정 누나를 보다 갑자기 봉식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요즘 들어 가끔 있는 일인데 웃고 있는 모습이나 표정을 보고 그런 경우가 많아졌으며

또 윤정 누나가 언뜻 언뜻 여자로 보여지며 누나의 농숙한 몸매에도 눈길이 자주 가게 되었다.

[ 내일은 등산 가니? ]

[ 네… ]

[ 오전만 갔다 오면 나도 갈 수 있는데… ]

[ 그러죠… ]

날이 조금 따뜻해져 와서인지 윤정 누나의 등산복도 좀 얇아졌고 7부 바지 아래로 종아리가 

양말과 대조되면서 하얗게 빛나고 단정하게 보인다.

겉옷을 입고 등산백을 맨 윤정 누나의 모습에 잠시 지켜 보다 함께 산을 올랐다.

올라가면서 봉식의 눈이 몇 번이나 윤정 누나를 훔쳐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무안해서 안 그런척…

[ 너 왜 자꾸 누나 훔쳐 보니? ]

[ 훔쳐 보긴 누가 훔쳐 봤다고요? ]

[ 어머~! 자꾸 봐 놓고는… 왜 봤는데? 뭐 묻었어? ]

[ 아뇨… ]

[ 그런데 왜? ]

[ 글쎄요…. 봄이 되니 누나가 자꾸 이뻐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거 있죠? ]

[ 뭐어~! 호호… 언제는 내가 아주 미인은 아니래도 괜찮았다! ]

다시 걸으며 봉식이 손을 잡아 주니 그를 모자 아래로 보더니 길을 잡아 올라 간다.

어느 듯 중간 바위에 올라 섰다.

[ 누나… 여기 오이하고 밀감 있어요… ]

[ 고마워… ]

오이를 깎아서 먹고 있는데 뒤에 한 사람이 다가 오더니 윤정 누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한다.

[ 혹시… 윤정이… 어머! 맞지? ]

[ 누구… 너…연희? ]

[ 맞아! 호호…이런 곳에서 널 다 보네… 근데 누구? 애인? ]

[ 아..아냐! 봉숙이 알지? 봉숙이 동생인데 같은 동네 살아서… ]

[ 어머! 그럼 그 꼬마가 이렇게? 호호… ]

다른 일행들이 있는데도 옆에 앉는다. 보니 윤정 누나나 봉숙 누나의 친구 같았는데 기억은 안난다.

[ 나 기억나요? 고등학교 다닐 때 그 쪽은 아주 꼬마였는데…. ]

[ 기억 날 듯도 하고… ]

[ 호호… 기억나기 힘들긴 하겠다. 벌써 몇 년 전이니… 거의 20년이 되었는데…. ]

이야기를 하는 그녀 역시 제법 미모도 있고 윤정 누나나 봉숙 누나에 비해 세련되어 있었다.

봉숙이 집에 봉식이가 그 동안 살았던 이야기, 취직 이야기, 이사 이야기, 과외 이야기 등을 하며 

두 여자는 한시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 어머나~! 그럼 이제 장가도 가야 하는데 이런 아줌마 데리고 다니면 되겠어요? ]

[ 아줌마라니? 이래 봬도 아직 쌩쌩한데…. ]

[ 호호… 아무튼 반갑다. 참… 봉숙이 동생이라 그런지 더 반갑네… 여기 명함 있어요. 다음에 한 번 

연락해요.]

[ 그걸 왜 봉식이한테 주니? 봉식이한테 접근하는 여자들은 다 봉숙이가 통제하는 거 몰라? ]

[ 왜? 내가 봉숙이 동생을 꼬셔 버릴까 봐? 호호… 걱정 마! 우리 회사에 미스들이 넘쳐 나 그 중에

하나라도 해결하려고 그런다! ]

[ 그렇구나… 근데 누구니? ]

일행들을 보고 윤정 누나가 묻는다.

[ 응… 우리 디자인 협회 사람들 등산 가는 거야. 계절마다 한 번씩 가거든… 나 이만 가 볼게! ]

[ 그래… ]

그녀가 일행과 함께 섞이자 다시 봉식과 윤정만이 남았다.

[ 글쎄… 좀 이리 내어 봐요… ]

내려오다 돌에 미끄러져 좀 긁힌 것 같아 봉식이 그녀의 상처를 보려 하자 괜찮다던 윤정 누나는

막무가내 봉식에 의해 양말과 신발이 벗겨졌다.

복숭아 뼈 부근이 긁혀 피가 길게 맺혀 있었다.

봉식은 등산백에서 구호약품을 꺼내어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 준 다음 밴드를 붙여 주면서 한마디 한다.

[ 다음부터는 조심해서 다니셔야 해요… 아셨죠? ]

[ 알았어…. ] 윤정이 자기 고집으로 돌을 건너 뛰겠다며 하다가 그런 것이라 기가 죽어 할 말이 없다.

구호 약품을 챙겨 들고 그녀의 양말과 신발을 다시 신겨 주면서 다시 말한다.

[ 윤정 누나. 발만 이쁘다고 다가 아니에요~! 조심하는 거…아셨죠? ]

[ 알았어… ]

그의 말에 윤정 누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대답한다.

윤정은 남편을 출근시키고 혜아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 거실에 앉아 있다가 실없이 웃었다.

[ 훗! ]

어제 봉식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 윤정 누나. 발만 이쁘다고 다가 아니에요~~! 조심하는 거… 아셨죠? ‘

그의 말을 생각하며 자신의 발을 바라 보았다.

자그마한 발에 발목이 가는 발이 자신이 보기에도 예뻐 보인다.

‘ 어떤 때 보면 귀엽게도 보이고… 또 어떤 때 보면 든든한 남자 같기도 하고… 

후훗… 나도 봉숙이 같이 그런 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

자신이 그런데 봉숙이 입장에서야 얼마나 아끼고 사랑스런 동생이겠는가. 

그러다 갑자기 몸서리가 쳐지기도 한다.

등산을 하면서 땀을 잔뜩 흘린 그의 몸에서 나는 땀 내음이 되살아 나서이다.

술주정이 있어서 그렇지… 준수하면서 지적인 남편과는 다른 형태의 내음이었다.

‘ 요즘 나…왜 이러지? 봄이 되어서 그런가…. ‘

그 때 딩동 딩동 소리가 들려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자 혜아 학급 엄마들이 세 명 들어 온다.

[ 어쩐 일이에요? ]

[ 같이 놀다가 심심해서 왔죠…근데 이거…무슨 냄새야? ]

[ 어머! ]

황급히 달려 가니 냄비에 들어 있던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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