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2)

오랜만에 양 매장의 식구가 모두 앉아 회식을 했다.

모이니 제법 되었고 한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서로 얼굴을 익히고 친목을 도모하는데 

서실장님과 누나가 자꾸만 봉두에게 자리를 권한다.

[ 넌…저기 이실장 옆 자리로 가! ]

[ 그래요. 사장님. 저기로 가세요! ]

[ 아…참! 아무 데서나 삼겹살 먹으면 되지, 무슨 자리 가려서 먹어요? ]

[ 잔말 말고 어서 가! ]

일어서서 옆 자리로 가자 이실장이 왜 하필 여기 오느냐는 듯 눈치를 주더니 앉고 나자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고기를 상추에 싼다.

[ 상추 많이 드세요. 요즘 상추 값이 장난이 아니에요! ]

[ 상추가 비싸 봐야 그게 그거지…. ]

[ 어머! 아니에요. 전보다 세 배 정도는 올랐는 걸요! ]

[ 그래요? 햐…그럼 이거 삼겹살보다 상추가 더 비싼 거 아냐? ]

[ 그러니 많이 드시라는 거죠. 그리고 된장하고 마늘도 많이 드세요! ]

이실장이 옆에서 권해 주자 그것을 보고 서실장님이 한 마디 한다.

[ 아까 사장님보고 옆에 앉으시라 하니 못마땅한 표정이더니 이제 못 챙겨 줘서 안달이네? ]

[ 어머머~! 누가요? 다른 사람들한테도 권하잖아요! ]

[ 호호… 그런데 왜 내 눈에는 유독 사장님만 많이 챙겨 주는 것처럼 보이지? 그렇지 않아요? ]

[ 맞아요. 그런데 내 동생을 챙겨 줘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예뻐 보이기만 한데?!….호호 ]

서실장님과 누나가 맞장구를 쳐 가며 웃자 이실장이 두 사람을 보고 눈을 흘긴다.

[ 네가 이실장을 집에까지 데려다 줘라! ]

[ 아…아니에요! 전철 타면 바로 갈 수 있어요! ]

[ 누가 전철 타면 가는 줄 모르나?! 술도 마셔 대리 불렀으니 가는 길에 데려다 주라는 거지… ]

[ 그럼 누나도 같이 가. 같은 방향이잖아. 서실장님은 완전히 반대 방향이고… ]

[ 그럼…그럴까? ]

대리가 도착하여 먼저 누나 집에 도착하여 내려 주고 그녀 집 앞까지 가니 단독주택이 많이 있는 동네다.

[ 덕분에 잘 왔네요! ]

[ 잘 들어 가세요…. ]

인사를 하고 대문을 들어 서는 그녀를 보니…. 정말 괜찮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자꾸만 옆에서 뭐라고 그러면 다시 생각하고 

그 생각이 더욱 관심을 갖게 하고 생각을 부채질하여 보다 세밀하게 보게 도는 모양이다.

더구나 당숙모도 결혼을 하여 떠나 갔으니 외로운 판에!

손님을 맞이하여 싹싹하게 대하는 그녀의 옆 모습을 힐끗거리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머쓱한 표정을 짓고는 밖을 내다 보았다.

그러다 다시 그녀를 보다가 눈이 마주쳤고… 봉두는 실없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 난…가 봐도 되죠? ]

[ 나가시려고 제 눈치 보셨어요? ]

[ 네? 아…..네! ]

그녀가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다.

나오면서 다시 보니 그녀가 약간 고개를 숙여 물건을 꺼내는데 조금 떨어져서 봐도 

비교적 늘씬한 다리에 엉덩이가 풍만하여 봉두는 문득 아랫도리가 일어서는 듯 하다. 

당숙모가 결혼하고 나서 이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계절은 좋은데 일밖에 없으니 따분하고 재미 없는데 먹고 살자니 어쩔 수 없이 일에 매달려 있는데 

전화가 울려 받아 보니 누나라 새삼 어쩐 일이냐 묻자 조금 빨리 퇴근한단다.

인건비라도 아끼려면 자신이 있어야 하기에 매장 쪽으로 차를 몰고 오는데 눈에 익은 차가 지나간다.

누나와 누나의 시아주버니가 탄 차라 모르는 척 지나 매장에 오니 

이실장과 다른 직원들이 손님들을 맞이하여 바쁘게 움직이기에 자신도 손님을 안내했다.

가을철에는 운동하는 사람도, 등산가는 사람도 많은 계절이기에 한참 바쁘다.

[ 이거 어떠세요? ]

[ 음… 너무 밝은 색이네요. 조금만 더 짙은 색이면 좋겠는데… ]

[ 그러세요? ]

봉두가 뒷걸음질을 치면서 허리를 엎드리는데 뭔가 물컹하게 닿아 뒤돌아 보니 

이실장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매대에서 물건을 내어 준다고 하다가 서로 못 보고 부딪힌 것이다.

돌아 본 그녀와 슬쩍 눈이 마주치다가 물건을 손님에게 보여 주었으며 그 손님은 계산을 하고 나갔고 

몇 사람 더 손님을 맞고 나자 그때서야 조금 한가해졌다.

한가해지면 딴 생각이 난다고 했지….

조금 전의 이실장의 둔부와 닿았던 감촉을 생각하노라니 문득 당숙모님의 생각이 나 쓸데없이 

아랫도리가 부풀어 올라 한 쪽에서 멍하니 있는데 다시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 온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점점 단풍이 짙어지자 서실장님이 한 마디 한다.

[ 가을인데 단풍 구경도 못 가 보고…에구~! 내 처지야…. ]

작은 소리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봉두는 그녀에게 미안한 맘이 들어 흘깃 바라 보았다.

자신과 같이 일하면서 쉴 틈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 그녀를 보니 가정도 있고, 애도 있을 텐데

늦게까지 일한다는 것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정말 그러고 보니 어디 한 번 시간을 내어 놀러 가 보았나, 그렇다고 보너스라도 두둑하게 줬나….

‘ 나도 알고 보면 나만 아는 인간이라니까…. ‘

조금은 반성이 되어 서실장님을 보고 한 마디 했다.

[ 서실장님…우리 한 번 날 잡아서 단풍 구경 갈까요? ]

[ 어머! 정말요? ]

[ 네~~! 그동안 쉬지도 못했는데 이런 때 한 번 가 보죠…. ]

[ 매장은요? ]

[ 까짓 것 뭐 하루 닫고 가죠! ]

[ 그건 안되요. 요즘 같은 때 하루 매상이 얼마인데… 쉬는 날 가는 게 어때요? ]

[ 쉬는 날? 그 땐 모두 쉬고 싶지 가자 하겠어요? ]

[ 그래도 그 때 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데…. ]

[ 그러지 말고 이럽시다. 매장이 두 개이니 좀 한가한 날 알바를 쓸 테니까 번갈아 가면서 다녀 옵시다]

[ …. 그것도 괜찮긴 한데….. ]

[ 쉬는 날 갔다간 제가 악덕업주가 되잖아요. 그렇게 합시다! 아예 가는 김에 이틀 다녀 오죠.]

[ 그러면 너무 비용도 많이 들고 알바도 많이 써야 할 텐데요? ]

[ 가을이 일년에 한 번 밖에 없잖아요… 근데 어디로 갈까…. ]

[ 사장님 고향이 동해 바닷가라면서요? ]

[ 그런데요? ]

[ 그럼 그 근처로 가는 게 어떠세요? 바다도 보고 단풍도 보고…. ]

[ 어? 듣고 보니 그렇네요… ]

그래서 일단 봉두는 자신의 고향 가까이에 있는 콘도를 예약해 두었다.

다음 주에 놀러 가기로 해 놓고 보니 오랫동안 보지 못한 당숙모님이 보고 싶은 마음이 좀 들긴 하다.

이제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당숙모… 결혼식 이후 전화 통화는 했지만 얼굴은 보지 못했다.

‘ 미련을 버려야지…. ‘

그 때 전화가 울리면서 당숙모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 그 동안 잘 지냈지? ‘

‘ 못 지냈는데요~~! ‘

‘ 호호..삐쳤어? ‘

‘ 아뇨… 삐치긴 제가 왜 삐쳐요? 어린앤가…. ‘

‘ 호호….나… 시집갔다고 지금도 삐친 거 아냐? ‘

‘ 아이구~! 숙모님. 꿈도 야무지세요~! 이제 숙모님 생각 안해요! ‘

‘ 호호…듣고 보니 조금 섭섭한 걸? 난…. 결혼하고 나니까 조카가 좀 보고 싶어지기도 한데…. ‘

내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가니 머리도 바뀌고 차림새도 바뀐 그녀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그런 모습이 조금은 낯설어 어슬프게 인사를 하자 당숙모님이 그런 그를 보고 웃는다.

단정한 치마 아래의 쭉 빠진 다리가 마치 한 번도 만져 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

[ 저야 잘 지냈죠. 숙모님은 어떠세요? 신혼 생활이? ]

[ 호호…신혼은 무슨… 재혼인데…. ]

그렇지만 밝은 표정의 그녀를 보니 아마도 재혼 생활에 만족하는 듯 보여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어쩐지 서운한 마음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아직은 표시 나지 않지만 숙모님의 날씬한 아랫배 아래에서는

이제 숙모님의 남편이 되는 남자의 아이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원룸에 도착하였고 들어 가서 봉두가 그녀를 안으려 하자 그녀가 팔로 그를 막는다.

[ 이제… 나 안돼…. ]

남편이 있는 여자다.

봉두가 안으려 할 때 갈등의 눈빛을 보이는 그녀를 보고 망설이던 봉두는… 

그녀의 말대로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팔을 오므리자 그녀가 손을 잡는다.

[ 나…이해하지? ]

[ 그럼요… ]

[ 미안해… 그렇지만 나도…새로 시작한 생활이니만큼 그이한테 집중하고 싶어… 

혹시…나중에는 또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래…. ]

[ 네~~! ]

백 번 이해하고도 남을 이야기였다.

그 동안 지냈던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 시간이 흐르자 전처럼 다시 친한 그녀의 모습이 된 것 같다.

앉아서 회포를 풀던 그녀가 일어났고 봉두는 그녀를 바래다 주러 따라 일어서다가 뒤돌아 서는 그녀와 

얼굴이 마주쳤다.

잠시 말없이 눈이 부딪히고….

[ 조카님~! 나…한 번만 안아 줄래? ]

봉두가 그녀를 살며시 끌어 안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의 그녀 육체가 품 안으로 들어와 굴곡이 닿는다.

허리를 안고 가만히 있으니 당숙모님의 향기로운 화장품 내음이 코에 다가 왔고 

고개를 든 그녀와 다시 눈이 마주치면서 두 입술이 닿았다.

그렇지만 입술을 내 밀었을 뿐….열리지는 않았다.

그런 키스라도 당숙모님의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윽고 당숙모님이 떨어진다.

[ 잘 지내. 알았지? ]

[ 네… 숙모님도 행복하시고요~~~! ]

[ 고마워~~! ]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당숙모와는 이제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안 봉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 들였고 

단풍 구경이나 잘 갔다 와야겠다며 마음을 가지고 매장을 운영하는데 먼저 다녀 온 서실장님 일행이 

다음 날 출근을 하자 봉두는 이번에 갈 사람들과 함께 출발을 하였는데 누나와 이실장도 함께 포함되었다.

여행 차림을 한 이순영, 그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힐끗거리는 봉두를 본 누나가 그의 옆구리를 찌른다.

[ 어때? 예쁘지? ]

[ 누나도 참… 다 이쁘지…. 안 이쁜 사람이 어딨어? ]

[ 호호…그런 눈치가 아닌데? ]

차를 출발하여 한참이나 달리자 봉두 고향 가까이에 있는 콘도에 짐을 풀자 누나는 집에 간단다.

[ 놀러 와서 어딜 가? ]

[ 집에 오기도 힘든데 난 엄마나 보러 갈래. 나중에 저녁은 밖에서 먹지 말고 집으로 와. 알았지? ]

[ 그게 말이나 돼? 놀러 온 사람들 부담 되게… ]

[ 좋지 뭘 그러니! 꼭 다 데리고 와~! ]

누나가 집으로 가고 나자 봉두는 일행을 데리고 산행을 하니 단풍 색깔이 고왔다.

아직 단풍 계절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계절이지만….

모두들 그 모습에 탄성을 자아 냈고 더구나 가을 계곡의 맑은 물에서는 금방이라도 가재가 기어나올 것만 

같은데 맑은 물 위에 떠 다니는 나뭇잎 하나가 더욱 더 그 물을 투명하게 만든다.

모두 여자들이라 높이 올라가지는 못하고 아랫녘에서 놀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밑으로 내려 와서 

일행을 데리고 집으로 가자 아버지,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시다가 반갑게 마중을 나오신다.

[ 많이 먹어요. 생선이 싱싱해서 먹을만 할 거유 ]

[ 네에~! 잘 먹겠습니다~~! ]

회와 탕을 내어 놓자 모두들 맛있게 먹는데 아까부터 어머니의 눈이 자꾸만 이실장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누나가 무슨 말인가 한 것 같다.

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들을 보며 봉두가 일어나 이것 저것 챙겨 주고 부엌에서 준비된 음식을 가지러 가니

어머니가 은근히 물으신다.

[ 저 색시…. 참 참하네? ]

[ 참하면 뭐할 거유? ]

[ 봉숙이는 네 색시 삼았으면 싶다던데….? ]

[ 참 내… 아니라니까요. 괜히 엉뚱한 아가씨를 저한테 가져다 붙여요? ]

[ 이 눔아~! 네가 그렇게 한가할 소리 할 처지냐? 지금 나이가 얼마인데… 쯧쯧… ]

[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

[ 알아서 하는 게 지금 그 모양이야? ]

[ 제 모양이 어때서요? ]

[ 쯧쯧…. 내가 너 때문에 속병이 든다니까…. 보니 엉덩이도 커서 아이도 잘 낳겠다! ]

[ 점점…. 탕이나 이리 줘요! ]

더 말이 길어질까 싶어 얼른 탕을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누나와 이실장이 부엌으로 들어 온다.

[ 여긴 뭐하러 들어 와요? 음식이나 드시지…]

[ 그럴 수야 있나요. 뭐라도 도와 드려야죠! ]

그녀의 말에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그녀 손을 잡아 이끌고 그것을 사시 눈으로 쳐다 보던 봉두는

밖으로 탕을 내 미니 다른 일행들은 맛있다며 얼른 숟가락을 담근다.

늦게까지 놀다가 콘도미니엄으로 돌아와 봉두는 봉투 하나를 꺼내 놓고 일어선다.

[ 이게 뭐에요? ]

[ 여자 분들끼리 계시니까 저녁에 실컷 노세요. 난 집에 가서 자고 내일 올게요! ]

[ 호호…사장님. 이거 다 써도 되요? ]

미스 김이 봉투를 들고 생글거리자 봉두는 고개를 끄덕였고 일행들의 강요에 의해 노래방에서 

조금 놀다 고향 집으로 차를 몰았다.

돌아 올 때 보니 모두 만족스럽게 놀아서 그런지 즐거운 기분이었지만 몸은 피곤한지 잠들었는데 

그녀도 목을 한쪽에 기대고 잠들어 있는데 불룩한 젖가슴이 눈에 띄어 잠시 바라보다가 얼른 눈을 돌린다.

서울에 도착해서 다른 일행들은 중간에서 내리고 누나를 데려다 주자 누나가 내리면서 봉두에게

당부를 한다.

[ 시간도 늦었는데 이실장 집에까지 꼭 데려다 줘. 알았지? ]

봉두가 그녀를 태우고 그녀가 이야기 한 대로 차를 몰자 단독주택 앞에 도착하였는데 

미리 전화를 해서인지 그녀의 어머니 되는 분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리고 나서 어머니라며 소개를 하자 봉두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가 보겠다며 차 문을 여는데 이실장의 어머니라는 분이 그를 붙잡는다.

[ 이렇게 오셨는데 잠시 들어가셔서 차나 한 잔 하고 가세요 ]

그냥 가기도 뭐해 그녀의 표정을 보니 뭐 특별한 부담감 같은 것은 없어 보여 집안으로 들어 가자 

티브이를 보던 사람들의 얼굴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해 조금 당황스러워진다.

[ 여기…순영이 매장 사장님이셔… 순영이를 여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차나 한 잔 대접하려고 

들어 오시라 했어요! ]

[ 그래? 잘 했네… 들어 오세요! ]

이실장의 아버지 되는 분이 웃으면서 그를 맞아 주셨는데 그리 안색이 좋지 않았다.

오빠라는 분과 올케 된다는 여자 분이 인사를 하고 차를 내어 온다.

[ 우리 순영이가 참 좋은 사장님을 만났다고 그러더니 직접 보니 정말 그러네요~! ]

[ 아이~! 엄만! 내가 언제? ]

[ 네 입으로 자주 이야기 해 놓고… 얘! 동주 에미야. 그렇지 않니? ]

[ 네~! 어머님~! 아가씨가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걸 저도 똑똑히 들었어요! ]

[ 봐라~! 제 입으로 말해 놓곤 시침 떼기는! ]

엄마와 올케의 눈치 없는 말에 순영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집은 좀 낡은 집이지만 이실장의 조카들과 오빠 내외, 그리고 부모님 내외분이 함께 있는 것이

화목한 가정인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들어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실장의 집이 예전에는 좀 살았는데 아까 안색이 불편해 보이시던 이실장의 아버지가 마흔 후반부터

병을 앓게 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 그래서 이실장이 생활비를 보탠다고 고생이 많단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찬찬히 보니 이실장의 아버지도 인물이 있고 어머니도 아직도 고운 모습이다.

어른들 앞에서 차를 조금씩 입에 대는데 이것 저것 물으시는데 문이 열리며 한 아가씨가 들어 오는데 

20대 중반이나 아님 그보다 조금 적어 보일까? 

[ 언니! 갔다 왔네? 그런데…누구….? ]

[ 응! 네 언니 매장의 사장님! ]

[ 어머! 그러셔요? 안녕하세요? ]

붙임성 있는 이실장의 동생이었고 얼른 방에 가방을 놓고 나온 그녀도 한 자리 끼어 몇 마디 말을

나누더니 갑자기 당돌하게 묻는다.

[ 사장님. 어디 괜찮은 남자 하나 없을까요? ]

[ 왜? 네가 그런 건 왜 물어? ]

[ 왜 묻긴! 빨리 언니 치우려고 그런 거지~! ]

[ 이 기집애가! 내가 무슨 물건이니? 치우게….? ]

[ 그렇잖아~! 나도 빨리 시집가고 싶은데 언니 땜에 못 가고 있잖아~~! ]

[ 서영이 넌 뭐가 급하다고 또 난리야? 이제 교사 될 애가…. ]

[ 엄만! 나이가 벌써 스물 넷인데 그래요? 저 그래서 말인데… ]

당돌하다 싶은 이실장 동생의 말에 봉두는 조금 당황한 채로 말을 받았고 

또한 다른 분의 이야기에 정신이 없다가 이실장이 일어나라고 하여 겨우 빠져 나왔다.

[ 죄송해요. 우리 집안이 좀 시끄러워서…. ]

[ 하하…아니에요. 재미 있던걸요. 그나 저나 집안에서 저렇게 걱정하는 걸 보면 이실장님 결혼이 

참 어렵긴 한가 봐요? ]

그의 말에 이실장이 입을 삐죽인다.

[ 어머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장님이나 걱정 하세요~! ]

[ 하하…알았어요~! 잘 들어 가세요! ]

가족들을 만나 많이 알게 되다 보니 봉두는 이실장에게 전과는 좀 더 친밀감이 생겨졌고 

이실장 역시 자신을 대하는 것이 전과 좀 달라 보이는 듯 했다.

[ 사장님. 이거 드세요. 검은 콩 튀긴 거에요! ]

[ 이번에는 검은 콩이네요? 근데 양이 왜 이렇게 많아요 ]

[ 엄마가 무슨 일인지 많이 튀겨 주시더라구요. ]

받아서 입에 톡 넣으니 딱딱한 콩의 감촉이 느껴지다가 깨물어 한참이나 씹으니 단맛이 난다.

[ 뭘 그렇게 맛있게 먹어? ]

[ 어? 콩인데 누나도 먹어 봐요! ]

[ 호호… 오늘은 콩이야? ]

누나도 이제 이실장의 간식에 익숙해서인지 입에 넣어 맛을 보다가 이실장을 바라보고 한 마디 한다.

[ 오늘은 더 예뻐 보이네? ]

누나의 말에 새삼 그녀를 보니 화장을 하고 조금 굴곡 있는 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보통 때보다 더 날씬해 보여 아래 위로 눈길을 주자 그녀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다.

[ 동생이 사 와서 입어 봤는데… 괜찮아 보여요? ]

[ 그러엄~~! 얼마나 이뻐 보이는데….! 너 보기에도 그렇지? ]

[ 어? 어….응! ]

[ 호호… 말이 뜨뜻미지근하게 그게 뭐야? 예쁘면 예쁘다 하고 그렇지 않음 그렇지 않다고 해야지~! ]

[ 누나도 참…. ]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한 번 그녀를 보니 풍만한 엉덩이와 불룩 튀어 나온 젖가슴 위의 그녀 순박한 얼굴이

예뻐 보이긴 보인다. 조금 꾸몄다고 저렇게 달라지나…..

순간 이실장과 눈이 부딪힌 봉두는 얼른 몸을 돌리고 나가면서 한 마디 한다.

[ 공사 현장에 갔다 올게! ]

다음 날 다시 출근을 하고 나니 눈에 이순영 실장…그녀가 들어 온다.

힐끔거리며 몇 번이나 훔쳐 보던 그는… 문을 열고 다른 매장으로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지금 진행되는 건물 개발의 인허가가 끝나자 그 건물주로부터 다른 토지주가 부탁을 해서 

소개해 주고 싶은데 어떠냐 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게 그냥 할 일이 아니었다.

생각하다 하다 봉두는 김호영 사장님을 오랜만에 찾아가니 반갑게 맞아 준다.

이제 어엿한 개발회사의 사장님으로 있는 그의 모습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 어떻게 지내? 매장은 잘 되고? ]

[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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