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9)

김여사의 선택 제7부

김여사는 시계를 보았다.

저녁 6시 45분 .

힐끔 힐끔 출입구 쪽을 바라보던 김여사는

문을열고 들어오는 친구 혜경이의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기집애...와 주었구나..."

김여사를 알아본 혜경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참 날씬하다.

하얀 피부와 가는허리..풍만한 둔부를지나 긴다리까지...

아직도 처녀와 같은 몸매이다.

"잘있었니?"

"응. 너도..어머 더 이뻐졌네?"

"어머나..애도...참..애엄마가 예뻐봐야..뭐."

예뻐졌다는 말이 싫지는 않은가보다.

"그래 잘 지냈니? 아이는 잘 크고?

"응..덕분에..잘지내"

"차 한잔 시키자"

뜨거운 커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올라오는 김을 무심히 바라보다 김여사는 어렵게 말을 꺼낸다.

"저..혜경아."

".....?"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 듣고...

너무 놀라지 말고 그냥 들어주었으면 해"

혜경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가득찬다.

"너..나..믿지?"

"그래..이기집애야...무슨일인데..이렇게 뜸을 들이니?"

"그래..솔직하게 다 얘기할께."

혜경이는 엽차를 한모금 크게 들이킨다.

목이 말라서 견딜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충격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나님..맙소사.

이것이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

혜경은 친구에게 들은 얘기를 믿을수 없어서 한참을 눈만 껌벅인다.

김여사는 얘기를 다 끝내고 커피잔만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다.

그런 모습에는 이미 모든것을 포기하고 체념한 마음이 엿보인다.

"미란아!..."

불러도 말이 없다.

"애..미란아....그게 정말이니?"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를 보며 혜경은 가슴이 답답하다.

바보같은 년...혼자서 얼마나 괴로워 했을까?

"애...난...잘 믿어지지가 않아...어떻게 너에게 그런일이...하늘도 무심하지"

혜경은 친구의 불행을 정말로 안타까워했다.

그도 그럴것이 김여사와 혜경은 이십년을 넘도록 사귀어온 아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친한 사이 이기에 김여사 또한 이 엄청난 비밀을 얘기할수 있었던것이다.

"돈은 걱정마....삼백만원 쯤이야 당장이라도 빌려줄수있어"

김여사는 자신의 적금을 깨보니 칠백만원 밖에 없어서 혜영에게 빌릴수 밖에 없었다.

"미란아,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닌것 같아.

그놈이 천만원만 먹고 끝내준다면 괜찮겠지만 그런 놈들이

한두번 그런짓을 하는게 아닐텐데...만일 또 돈을 요구하면 너 어떻게 하래?"

혜영이의 얘기를 듣고보니 그렇다.

김여사는 아무런 무기가 없다.

대항할수 있는 그 무엇도 가지고있지 않다.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자신이 할수있는길이

무엇이 있겠는가?

김여사는 입술을 깨물며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남편에게 이 모든걸 다 털어놓거나, 아니면 죽는 방법밖에는.....

"혜경아...어쩌겠니? 이번 한번은 그놈 요구를 들어줘야지."

"만일 한번 더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고 내 인생도 끝나는 거지 뭐...."

"휴~우"

혜경의 마음이 무겁다.

"고맙다.혜경아...그래도 이런 얘길 털어놓을수 있는

네가 있어서 정말 위안이 되는구나.."

"미란아...기운차리고 용기내...내가 힘 닫는데까지 도와줄께.."

오늘따라 은행안이 무척 혼잡스럽다.

대부분 회사들의 월급날이 25일이라서 그런가보다.

김여사는 손에 번호표를 꼭 쥐고 순서를 기다리며 착찹한 심정으로 앉아있다.

혜경이가 송금해준 돈을 찾아서 그놈을 만나기로한 날이다.

어느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혜경이를 만나서 모두 다 털어놓으니 속이 얼마나 후련하던지....

정말 고마운 친구다.

띵동...928번 손님..어서오십시요."

김여사가 창구로 걸어나간다.

"어떻게 드릴까요?"

"예..전부 현금으로 주세요"

김여사의 큼지막한 핸드백 안이 불룩하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김여사는 현금을 가방안으로 밀어넣고 은행문을 나선다.

이제 사내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김여사의 가슴이 긴장되며...갑자기 슬퍼진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왜 하필이면 내가 그 검은 마수에 걸려 희생되어야 하는지....

다방문을 열고 들어가 둘러보니 사내가 보이지 않는다.

구석으로 자릴잡고 앉았다.

5분....10분...20분.

오지 않는다.

약속장소와 시간은 틀림이 없다.

아마도 김여사가 경찰에 신고했을까봐 의심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것인지도 모른다.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김여사는 고민이 된다.

마냥 기다릴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갈수도 없다.

연락처도 모르니 전화를 할수도 없다.

바로 그때.

"혹시 손님중에 김미란씨 계신가요?"

다방레지가 크게 외치는 소리에 김여사는 벌떡일어선다.

"예..전데요"

"3번 받아보세요"

수화기를 건네받은 김여사의 귀로 사내의 징그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야...많이 기다렸나?"

"........"

"왜 말이 없지?...?"

"너..혹시 짭새들 달고 나온건 아니겠지?"

"아니에요...절대!"

"좋아.. 한번 믿어보지!

그럼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해"

"일단 거길 나와!

전철을 타고 1호선 동대문역에서 내려서 4번 출구로 나오면

가든 커피숍이라고 있다. 거기서 기다려."

사내는 자기 할말만 하고 금방 전화를 끊는다.

다방을 빠져나온 김여사는 제 2의 약속장소로 간다.

전화가 또 오고....

제 3의 장소로..

제..4의....

올림픽공원 후문.

김여사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서있다.

하얀색실크 블라우스와 검은색 스커트가 잘 어울린다.

청색 엘란트라 승용차가 김여사를 스쳐 지나가더니 멈칫거리다 멈추어선다.

잠시 그자리에 서있던 차가 후진을 한다.....스르르...창문이 열린다.

보인다.

죽어도 잊어버릴수 없는 능글한 사내의 얼굴이 보인다.

목덜미에 소름이 끼친다.

"김여사..잘있었나?...타지그래!"

김여사는 차에 올라탄다.

부~우웅~~

사내가 급하게 출발을 한다.

미행을 의심하는지 백밀러를 연신 쳐다보며 사내가 말을 건넨다.

"더 이뻐진것 같아...."

"돈은 틀림 없겠지?"

사내가 김여사의 가방을 힐끗 쳐다본다.

김여사는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고있다.

차가 우회전을 한다.

문득 김여사는,

"그런데...어디로 가는거죠? 돈 드릴테니까 여기서 내려줘요."

"흐흐...나야 그러고 싶은데 이거..어쩌지?,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는데 말이야...무슨 소린지 알지?."

사내가 징그러운 눈빚으로 김여사의 다리를 핥는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여기서 내려주세요!,

제발.. 돈 가져왔잖아요..."

사내가 갑자기 험악한 인상을 쓴다.

"이씨발년!...좆나게 시끄럽네..이게..어디서 큰소리야?,

아직 우리 거래 안끝났어...알아?"

"좋아...거래하고 싶지 않으면 내려!"

끼이익~~~

사내가 갑자기 차를 세운다.

김여사는 당황해서 어쩔줄 모른다.

"아니예요. 잘못했어요..."

무엇을 잘못했는지 김여사는 두손을 싹싹 빌며 사내에게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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