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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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의 선택 -제1부-

비가 내린다.

 질퍽대는 거리만큼이나 끈적거리는 오후다.

 가을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끈적임이 남아있는 그런 전형적인 초가을이다.

 오늘도 여느날처럼 김여사는 출근준비를 서두른다.

 남편은 이미 출근하였고 아이들은 남편이 놀이방에 데려다 주었을것이다.

 김여사는 화장을 마치고 옷장을 연다.

 왠지 오늘은 어두운 날인만큼 화사해지고 싶었다.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아이보리 투피스를 꺼내든다.

 마음에 든다. 치마가 약간 타이트하긴하지만 몸매에 자신이 있기에 어울려보인다.

 스타킹을 고르다가 살색을 골랐다. 아이보리에 잘 어울린다.

 김여사는 스타킹을 올리다가 문득 거울에 비추어지는 자신의 다리를 본다.

 얇은 발목과 그위로 약간 도톰한 종아리... 쭉뻗은 허벅지로 올라오는

 라인이 기가막히다.

 밤이면 항상 자신의 다리를 껴안고 성기를 부벼대는 남편모습이 떠 오른다.

 "여보..당신 정말 다리하난 끝내줘."

 어쩔줄 몰라하며 다리에 사정을 하곤하는 남편때문에 속상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항상 자기자신만 만족하는 남편이 불만이다.

 그러나 남편을 사랑한다.섹스문제만 제외하면 모든점이 만점이기 때문이다.

 김여사는 벨트스타킹을 채우고 거울을 보았다.

 언젠가 남편이 포르노에 나오는 가터벨트 스타킹을 사온적이 있었다.

 김여사 스스로 보아도 섹시함 그 자체였다. 편하기도 하거니와 남편이 섹스시에

 꼭 스타킹 신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젠 오히려 신지 않으면 불편할 정도이다.

 비가 그쳤다.

 출근준비를 마친 김여사는 문을 잠그고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타기위해 한참을 걸어가던 김여사는 문득

 "어머..내정신 좀 봐."

 "오늘 대영산업에서 보험계약이 있지!"

 "어~휴,큰일날뻔 했네."

 김여사는 발걸음을 돌려 지하철쪽으로 걸어간다.

 마음한구석에"휴우..다행이야.옷차림도 이만하면 괜찮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김여사는 보험계약을 위해 대영산업으로 가는 중이다.

 김여사는 부흥생명보험에서 잘나가는 팀장이다..

 애교넘치는 말투와 섹시한 눈꼬리로 눈 웃음한번이면 왠만한 늙다리들은 죄다

 넘어온다.

 무엇보다도 김여사 자신이 그들을 유혹하곤한다. 물론 계약의 성사를 위해서이지만.

 그들의 뜨거운 시선이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훌터내릴때면....자신도 모르게

 팬티가 젖어옴을 느낀다. 이미 섹스를 알아버린 탓이다.

 그렇다고 가정을 버릴만큼 이성이 없는 김여사는 아니기에 그냥 그들의

 시선을 생각하며 자위행위 정도에 만족하곤 한다.

 덜컹거리는 전철의 움직임속에서 김여사는 잠이 들어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얼핏 잠이 깬 김여사는 자신의 앞 자리에 앉아있는 늙은 노인네와 눈이

 마주친다.

 순간 노인네가 당황한듯하다.

 김여사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나서야 노인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짧고 타이트한 스커트가 이미 허벅지의 중간정도로 올라와있었고

 아마도 잠이 들었을때는 다리사이도 벌어졌으리라....

 더구나 김여사와 같은 풍만한 육체의 소유자라면 그 모습은 정말 너무나 자극적일 것이다.

 김여사는 자세를 바로하며 스커트를 끌어내렸다.

 노인은 아직도 김여사의 하반신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

 "저 노인네가 정말 주책이네"

 김여사는 노인네의 징그러운 시선을 피해 다른칸 자리로 옮긴다.

 "재수 없어"

 지하철에서 나와 약도를 보며 10여분쯤 걸어가자 저 앞에 자그마한 공장이 보인다.

< 대영산업>간판이 보인다.

 "맞게 찾아왔네"

 시계를 보니 정확히 10시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을 한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다방 하나 없다.

 군소도시의 조그마한 공장들이 다 그렇듯이< 대영산업>도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다보니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지나다니는 차들도 거의 없다.

 "들어가서 기다릴까?"

 공장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니 어째 좀 이상하다.

 공장이라면 기계 돌리는 소리도 요란하고 시끄러워야 하는데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이다.

 간판을 다시보니< 대영산업>이 틀림없다.

 "이상하다"

 바로 그때

 "누구세요?"

 등뒤에서 나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 보니 웬 중년의사내가 자기를 보며 말을 건낸다.

 검은색 바지에 보라색남방.

 한눈에 보아도 시골촌놈 같은 모양새다.

 김여사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무슨 옷을 저렇게 입었을까?

 "예..안녕하세요? 저는 부흥생명에서 나온 설계사 입니다만 혹시 이곳 직원이신가요?"

 "아..예. 부흥에서 오셨구나. 계약때문에 오신거죠? 맞게 찾아오신 겁니다."

 "어머! 혹시 사장님 이세요?"

 "예. 그렇습니다"

 "안녕하세요. 김미란입니다."

 "예.반갑습니다. 송인식이라고 합니다.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들어가십시다."

 공장 한쪽에 허름한 사무실로 들어선 김여사는 사내들의 찌든 땀냄새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누추하게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머 사장님도 별 말씀 다 하시네요, 사무실이 아담하니 좋으네요"

 "그런데 오늘 공장이 노는날인가요?"

 "예,마침 오늘 한달에 한번하는 기계점검날이라서요"

 "예...."

 사무실구석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김여사는 송사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눈웃음을 친다.

 순간 송사장의 눈빛이 묘해진다.

 "호호호..너라고 별수있니? 이 늑대들아..."

 김여사의 기막힌 보험기법이 시작돤것이다.

 소파에 앉은 김여사의 다리가 형광등 불빚아래 자르르 윤이난다.

 "커피라도 한잔하시죠?"

 "아니요. 여직원도 없는데 관두세요, 음료라도 사오는건데..죄송합니다."

 "별말씀을,그래도 손님을 대접해야죠."

 송사장은 냉장고 문을 열고 박카스 두병을 꺼낸다.

 "이거라도 드시죠"

 "예.감사합니다"

 김여사는 송사장이 건네준 박카스를 받아들며 "촌놈치고는 매너 좋은데?" 라고생각했다.

 "하나로 보험에 가입하시겠다고 하셨죠?"

 가방을 열면서 상품설명지를 꺼낸다.

 그러면서 송사장 앞으로 바싹 다가간다.

 김여사의 자세가 묘하다.

 짧은 스커트는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와서 꽉끼는 엉덩이의 볼륨이 그대로 드러난다.

 드러난 종아리와 무릎의 곡선이 기막히다.

 스타킹을 신은 미끈한 다리는 정말 신의 작품이다.

 송사장의 시선이 아래로 옮겨진다.

 김여사는 그런 송사장의 시선을 느끼며 상품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드러난 허벅지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김여사는 문득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기가 어딘가....아무도 없는 사무실.

 이사람과 나와 둘뿐이다.

 순간 마음 한구석이 섬칫해지며 자기도 모르게 스커트를 잡아내린다. 송사장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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