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5/27)

마치 이런일이 터질 기회를 꼬투리 삼아 이별을 준비해 온듯한

싸늘한 어감의 [민서]누나의 편지를 읽었다.

'정신병..??....'

'그간..우리의 사랑이 정신병이라니....훗...'

쓴웃음만 지어졌다.

은근히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지금의 현실이 착잡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이게 [민서]누나의 본심일까..

앞으로 서로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게 김희준과 김민서가 둘 다 행복해 지는 것이라고..

1995년 3월

2학년의 시작

한낮 초봄의 따스함이 한풀 움추러든 동장군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교정의 

곳곳으로 돋아나기 시작이다.

2학년에 오르자 못보던 얼굴들이 많이 나타났다.

복학생들과 예비역들이다.

그동안 워낙에 조용한 아웃사이더여서 그랬는지.. 나를 복학생으로 보는 학우들도 있었다.

김민서..

이젠.. 그 이름조차 떠올리는 것 조차 지쳐버렸다.

오래전.. 나의 딸딸이치던 그 손끝에서 잠시나마 잊혀졌듯..

이제는 내 머리속.. 가슴속에서 조차 지워버리려 노력중이다.

아마 평생을 못있을 정도로 이미 뼛속 깊숙히 새겨져버린 얼룩진 첫사랑이었지만

나역시 [민서]누나처럼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음을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다.

개강을 하고 학우들의 얼굴들을 보니 무척 반갑기도 했다.

물론 인사까지 하며 기나긴 겨울방학동안의 안부를 물을 정도의 친한 

학우은 아직도 없는건 마찬가지이다.

여학생들의 비중이 많은 우리과의 못난이들도 이제는 제법 고삐리티가 없어지고 성숙한 

여대생의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보이고 자세히 보니 제법 이쁜 여학생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민서]누나 생각 때문에 다른 여자에게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아서 우리과의

여학생들의 외모에 대해 내가 너무 몰랐었나 보다.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는 항상 일찍 강의실로 오고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없는 날에도 책을 펴고..

강의시간에도 열공모드이고..

강의가 끝났어도.. 책을 읽다가 시끌벅적스런 학우들이 나간 후에야 책을 접는다.

이 모든 이유는 딱 한가지 이다.

심심하니까..

아웃사이더 최대의 적은 오티나 엠티.. 또는 조별스터디이다.

이 아웃사이더의 생활도 익어갈 무렵.. 나같은 아웃사이더들이 상당히 교정에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둑이 도둑을 알아본다고.. 주변을 살펴보니 빈벤취에 혼자 앉아 이어폰을 꽂은 채 책을 읽는 여학생..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치는 두꺼운 안경잡이 남학생..

이 모든 이들이 나같은 아웃사이더들이다.

그리고 2학년에 올라 우리과의 아웃사이더 여학생을 알게 되었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하는건가..

물론 처음에는 그런 생각자체를 하지 않았으니까..

아웃사이더인 나는 우리과 학우들이 없는 교양과목을 하나 수강했고.. 그 첫수업이 끝나고 애들이 왁자지껄

강의실을 빠져나갈 무렵이었다.

텅빈 내 앞자리를 보며 책가방을 챙기고 일어나려는데.. 뒷자리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길다란 생머리에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왠 여학생이 

나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늦게와서 강의계획서를 못받았는데.. 복사좀 하려는데.. 잠깐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네..."

반쯤 접어 대충 책속에 끼워둔 A4용지를 건네주었다.

"그냥.. 가지세요.... 저는 이거 필요없을것 같네요.."

"........아..아니.."

가방을 챙기고 일어나려는데.. 이 여학생이 따라 일어나더니..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미안해서.. 그러는데... 대신.. 밥..쏠께요..."

"........??..."

이 정체모를 학과의 정체모를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165센티의 키에 45키로 정도의 몸무게..살짝 염색한듯한 길다란 생머리.. 하얀얼굴.. 

두눈이 안보이게 푹.. 눌러쓴 야구모자에 오똑한 콧날.. 그리고 작고 도톰한 입술의 작은 얼굴에

새하얀 목선아래.. 라운드 티셔츠와 팬던트 목걸이.. 

몸에 붙는 짧은 자켓과 청바지.. 그리고 흰색 운동화차림이었다.

둘이 어정쩡하게 떨어져서 학교식당으로 걷는다.

마치.. 오래전 [민서]누나를 기다리기 위해 목포하당의 갓바위 공원에서 지켜봤던

내 앞을 지나던 중년 커플처럼... 그렇게 거리를 둔채 나란히 걷는다.

"저.....여기요.."

식당입구에서 이 여학생의 작고 하얀 손이 식권을 건네주었고 나란히 줄을서서 식판에

밥을 배식받아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았다.

이놈의 학교에 들어와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건 처음이었다.

이상야릇한 지금의 이 상황이 익숙하지가 않기만 할 뿐이다.

밥을 먹으며 문득 이 여학생을 쳐다봤는데.. 야구모자창 아래의 커다란 두눈과 순간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이쁘게 생겼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당시 이 여학생에게 강한 호감이 느껴졌던건 아니었다.

잊으려 노력중이지만 여전히 나의 돌덩이 처럼 얼어붙은 가슴에는 [김민서]라는 이름만이

깊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밥을 먹던중 이 여학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다음 강의시간 벡터해석이죠??..."

"..네??????......"

순간 화들짝 놀랬다.

아니... 어떻게 우리과 우리학년의 강의시간표를 이 여자가 어떻게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아니에요??...."

".............."

모자창 아래.. 커다란 두눈이 더 커지며 되묻는다.

"...흐음.. 맞는데.. 그걸 어떻게 아.. 시나요??..."

"............흐음..... 저.. 수학관데...2학년이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여 여학생의 얼굴을 보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몰랐네요... 복학생이셨나 봐요..."

".......저....복학생.. 아닌데...."

"아...하하..... 흐음...94학번... 이셨나요??.."

"..........훗.........."

이 정체모를 여학생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난감하다는 두눈을 모자창 아래로 감춰버렸다.

이름 최현주..

알고보니.. 이 여학생은 나와 같은 학번 동기였다.

작년에 몸이 아파 강의를 많이 빠졌다는 [현주]역시 나처럼 아웃사이더였던 것이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누가 먼저 제안하지도 않았는데..

나란히 남산아래의 교정까지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 받았다.

나처럼.. [현주]역시 그동안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 내일은.. 내가 점심 쏠께.."

"....그래.."

그렇게해서 친구가 하나 생겼다.

우리는 눈물나도록[?] 그리웠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며 항상 붙어다녔다..

나처럼 내성적일듯 보였던 [현주]는 알고보니 무척 성격도 좋도 장난끼 많은 친구였다.

나는 더이상 빈강의실이나 도서관에서 혼자 쳐박혀 열공을 하지 않아도 남아도는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건수가 생겨 신이났고.. [현주]역시 그래 보였다.

그당시 우리집은 아버지가 직원수 50여명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쬐금 있는 집안이라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었고.. [현주]네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집안이었는지.. 다른 학우들처럼

시간제 알바를 나간다거나 과외교습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각을 하고 뒷문으로 기어들어온 [현주]가 내 뒤에 헐레벌떡 앉았고.. 뒤에서 무언가

꼼지락 거리며 열심히던 이 지각생이 교수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내 어깨를 툭.. 치며 

무언가를 건넨다. 

"짜샤... 이거 받아.."

"............"

"큭크크....."

"..이씨!..뒈진다??...."

[현주]가 건넨건 어젯밤 술자리 내기에서 졌던 벌칙으로 나에게 주기로 한 일주일치 

식권이었는데 장난식으로 낙서되어 위조된 가짜 식권 뭉탱이였다.

남녀간의 사랑없는 우정이란게 가능할까..

그당시 우리는 우정에 목말라서 였는지.. 진짜 친한 친구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친구..

가끔은.. 나와 [현주]는 우리과의 몇몇 커플들처럼 CC라는 오해도 많이 받게 되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신경을 쓰지않고 우리의 우정을 키워나가기만 했다. 

학창시절의 재미가 몸에 익어갈 무렵.. 우리외에 다른 학우들과도 종종 어울리게도 되었다.

난 그렇게 [김민서]를 잊어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잊으려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아니면 문득 떠오를 때.. [민서]누나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민서]누나가 마지막 보낸 편지의 싸늘한 글귀를 억지로 떠올리며.. 차라리 잘쩜舅繭窄?br />

스스로를 위안하려 하기도 했었다.

어느덧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시즌이 도래되었다.

방학기간 도서관에서 만난 [현주]와 교정뒷쪽 남산아래의 한적한 벤취에 나란히 앉았다.

"무슨..남자가.. 면허증도 없냐?.."

"차도 없는데.. 그딴거 있음 뭐해?... 군대나 갔다와서 따야지 머...."

"그럼 버스로 가자.."

"기차가 좋을꺼 같은데..??"

"야..!!.. 영주까지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가는데 여덟시간 걸려.. 확실히 알고나 말해.."

"여덟시간이면 어때..."

그놈의 기차..

얼마나 지겹게 타보았던가..

잠깐이었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부푼 희망을 안고 목포로 향했던 하행선과..

비참하고 암울한 길고도 지루한 상행선이 떠올랐다. 

"짜식은...??...후딱 가서 신나게 놀아야지... 으이구..."

"하하.....근데.. 진짜.. 우리끼리 가는거냐??..."

"종현이네 애들 때문에???....난 왠지 걔네 싫어....너랑나랑..둘이 그냥가자.. 친구끼린데.. 뭐어때??"

"훗..그래그럼..... 까짓거.."

모자밖 길다란 생머리에 커다란 링 귀걸이..

가슴골이 쪼금은 부담스러운 탱크탑과 타이트한 핫팬츠에 빨간 메니큐어의 발가락이 삐져나온.. 

굽달린 샌달.. 

이 부담스러운 학교친구와 단둘이 동해안으로 피서를 가게 될줄이야..

아무리 친구라지만.. 이성간인데.. [현주]의 시원스런 결정이 왠지 슬쩍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의 요구사항인데.. 더이상 튕길수는 없다.. 그리고 궂이 그럴 필요도 없는거였고.. 

"회비는 각자 40만원이야... 어때??..."

"40만원??.... 그럼 니랑 나랑 80만원인데.. 그 많은 돈으로 뭐하게??..."

"최소한 민박정도는 잡아줘야지.. 하루저녁에 15만원씩 이틀이면 30만원 왔다갔다 차비 20만원..

가면서 먹고.. 거기가서 먹고 놀고... 그것도 빠듯해.. 그런것도 계산 못하냐??.."

"그러니까.. 대가리수가 많아야 하는건데... 쩝..."

"왜??... 힘들어??.. 이..누나가 좀 보태줘??.."

"하이고... 됐네..아줌마야.. 나중에 뭘로 등꼴을 뽑아먹을까봐..그게 겁난다.."

"그럼..다 끝난거야.. 말바꾸기 없는거다... 알았지??.."

"오케이..."

[짝!!!!...]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벤취에서 일어났다.

왠지 마음 한켠으로 우울함이 슬쩍 스쳐지났다.

[김민서]와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여행...

그전에 꼭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동해안 해수욕장을 결국은 못가보고 헤어진 것이었다.

[현주]가 울창한 교정길을 나란히 걷던 내 목을 길다란 팔로 획!! 감아 조르며

장난을 친다.

순간 [현주]의 팔목을 잡아 뒤로 꺾어버리다 그냥 놔 주었다.

"악!!.. 이씨... 일루와!!..."

"아!!!... 하하.. 쏘리쏘리... 아퍼!!..놔줘..."

"주우거..."

"씨이... 여자한테..!!..... 아후..아퍼!!..."

"니가 여자냐???....."

"................"

1995년 7월말

[현주]와 고속버스에 올라 강릉으로 향한다.

어제 동창모임에 간다더니만 도대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아침에 터미널에서 

만날때부터 눈이 퀭하고 피곤해 보였는데.. 버스에 오르자마자 내 어깨에 기대어 기절한듯.. 

자빠져 자고 있는 [최현주]..

"흐음.... 음냐..음냐..."

"아흐... 이자식..진짜...!!.. 쫌.. 일루 이렇게.. 자빠져 자라..좀...!!...."

내어께에 기댄채 실컷 자던 [현주]가 머리를 숙여 빨지도 않은듯한 냄새나는 생머리를 

자꾸.. 내 코에 들이대려 하자 유리창 쪽으로 기대게끔 해주고 있다.

순간.. 잠든 [현주]를 바라보았다.

짙은 갈색으로 물들인 생머리..와 커다란 귀걸이

부담스런 가슴을 떠받친 팔짱은 버스안 에어컨 바람이 추운건지.. 더욱더 가슴골을

아찔하게 조이고만 있었다.

버스에서 일어서서 내가방에서 긴팔남방 하나를 끄집어 내었다.

그리고는 [현주]의 아찔한 두허벅지위와 가슴위 어깨까지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흠냐..흠냐.......흐음..."

"훗... 짜식..."

순간 왠지 미소가 머금어 졌다.

'다행이다..최현주.. 너를 만나서..'

분명히 이쁘고 섹시한 얼굴과 체형인데.. 이렇듯.. 단짝 친구로 알고 지내게 되었다는게

나에게는 큰 행운이고.. 어쩌면 다행일 지도 모른다.

내가 간혹 얘한테 느껴지던 호감을 키워.. 사랑이라는 부담을 이녀석에게 들이대는 순간..

또한번의 시련을 겪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훗.. 바보같이.... 이런녀석에게.. 사랑은 무슨....'

'참..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구만... 미친새끼..병신새끼...에효...'

어느덧.. 저멀리.. 시원하고 새파란 수평선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가 이제 태백산맥의 동쪽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이다.

"야!!... 내리자... 일어나!!...."

"............"

고속버스가 강릉의 터미널에 도착하자 [현주]가 실핏줄이 잔뜩 거미줄쳐진 피곤한 두눈을 크게뜨며

한동안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리고는 크게 기지개를 펴며 창밖풍경을 바라본다.

분주하게 짐을 챙겨들고 터미널에서 경포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세간살이 건넌방들을 개조해서 만들어 놓은 듯한 후질구레한 민박집에 긴 여정을 풀고

대짜로 뻗어 들어눕자 [현주]가 벌써부터 바닷가로 가보자고 재촉을 하며 안달이 났다.

"..머해???.... 빨리 나가자... 빨리..."

"쫌만 쉬었다 가자.. 아님 혼자 갔다 오던가.."

"씨이... 재미없게..."

"난 한숨도 못잤단 말야.. 절루 비켜바.. 선풍기 바람 막지 말고.."

누운채로 발바닥을 뻗어 선풍기앞의 [현주]의 종아리를 걷으려 하자 [현주]가 갑자기

아랫입술을 슬쩍 물더니.. 나에게 덤벼들었다.

"씨이.. 일루와.. 주우겄어..!!..."

"악!!... 야!!.. 아하하!!!...으히히!!!..."

[현주]가 내 앞에 쪼그려 앉아 내 얼굴을 덮을 정도로 긴머리를 나에게 늘어뜨린채.. 

두손으로 나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고 있다. 

"빨랑.. 일어나.. 빨랑.."

"으히히!!...야!!!...아하하...아라써..!!..스톱!!.. 아라써..!!..."

순간.. 내눈앞에는 [현주]의 깊게패인 가슴골과.. 쪼그려 앉은 종아리 사이의 너무나 선명한

하얀 핫팬츠의 씹두덩....의 신선한 충격..

"빨랑 일어나.. 배도 고프단 말야...."

"........응........."

순간.. 불현듯 머릿속으로 아련한 추억속 기억들이 스쳐 지났다.

큰집의 건넌방안에서.. [민서]누나가 내 배위에 올라 미끈하고 탱탱한 그 허벅지 살결을 

부비대며..나에게 장난을 쳤었던..

씁쓰름한 미소를 머금고..[현주]를 따라 방문밖을 나선다.

시원스레 펼쳐진 파란 동해안의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7월말의 그야말로 살인적인 

뙤약볕의 더위가 가시는듯 하다.

깨끗한 백사장과 밀려드는 파도에..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현주]가 바다로 뛰어들며 순식간에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에 잔뜩 신이 나있다.

그렇게 [현주]와 바닷가에서 놀고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고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민박집에 다다랐을 때.. 우리옆칸방에 왠 젊은 커플들이 한짐을 지고 방안을 둘러

보고 있었다.

이들과 잠깐 눈이 마주치자.. [현주]가 슬쩍 내 옆구리에 팔짱을 낀다.

"이방말구..다른데 없어여??.."

"그방이 딱 하나 남은 방이래요...."

"어떡하지 오빠??.. 너무 좁은데...."

"그냥.. 여기서 묵자.."

"다른데 가봐도 방크기는 똑같을 꺼래요... 우리집이 바닷가도 가찹고 샤워실도 있어 그나마

나을꺼래요.."

"그럼.. 쪼금.. 깎아주면 안돼요??.."

"안돼요.. 다른데 가보든지요...."

민박집 주인 아줌마가 젊은 커플들에게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잘꺼면 자고..안잘꺼면 말라는

퉁명스런 어투를 내뱉었고 잠시 망설이던 이 커플은 결국 이방을 쓰기로 결정을 본것 같아 보였다.

우리 옆에 새로 온 젊은 커플들은 우리처럼 그냥 친구사이가 아닌 애인사이같아 보였다.

하긴.. 우리같은 커플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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