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초가을..
추석을 보름 정도 앞두고 툴툴대는 [현준]이 녀석과 함께 토요일 오전.. 큰집 앞산의
묘소로 벌초를 나섰다.
[부다다다... 부르르릉!!!!........]
힘차게 돌아가는 예초기를 조심스레 돌려가며 조상님의 묘소에 제멋대로 무성하게 자라난
잡풀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린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분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현준]이가 내가 예초기를 밀고 지난 자리로
갈퀴를 들고와서 하는둥 마는둥 잡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늘의 벌초가 끝나면 [현준]이 녀석은 서울로 따로 올려보내고 나는 [민서]누나를 만나러
목포로 향할 것이다.
가을이라 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이른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람 한점 불어주지 않는
야산의 벌초는 아직 어린 [현준]이와 내가 하기에는 힘든 일인건 분명하다.
그래도 예초기를 다루는 방법을 큰아버지에게 배워서 다행이긴 하다.
분명.. 작년 사촌형들이 왔던 길인데도.. 그새 잡풀이 키만큼이나 자라.. 묘지까지의 진입로를
막은 잡풀들까지 베어주어야 한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민서]누나와 [현준]이,[재준]이와 함께 산딸기와 산머루..
으름까지 다양한 야생열매들을 따먹고 구경할 수 있었던 이산길에 이미 그런 먹거리는 언제부터
인지 더이상 볼 수는 없었지만.. 이제는 이 산길도 제법 익숙하는듯 했다.
큰집으로 돌아오자 낮술에 걸쭉하게 취하신 큰아버지가 툇마루에 드러누운채 잠들어 계셨고
큰어머니께서는 아직 고추밭에서 돌아오시지 않은 듯 했다.
[재준]이 녀석이 건넌방앞 툇마루에 걸터앉아 입을 연다.
"옛날에 재준이랑 민서누나랑 이방에서 같이 자고 놀때가 좋았었는데.."
"훗........."
"아.. 재준이랑 민서누나는 이제 얼굴 보기가 어렵겠지??..."
"아마 그럴꺼야.."
"민서누나 보고싶다.. 민서누나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이뻤던거 같지 않냐??..."
"이뻣긴 했지..."
"이쁜정도가 아니지...???... 내가 봤을때는 그정도면.. 왠만한 여자 연예인 저리가라지.."
"짜식.. 그렇게 여자 보는 눈이 없어서 어떡하냐???.. 그러니 여자친구 하나 없지..."
[현준]이 녀석의 말에 대충 둘러대 버렸다.
지금.. 나와 이 여우같은 녀석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자칭 아이큐150 이라는 [현준]이 녀석은 집요하게 은근히 나와 [민서]누나와의 관계를
캐고 있는 중이었고.. 나는 두살터울의 이 애늙은이 같은 녀석의 추론과 독심술을 피하기 위해..
매 순간순간..나름대로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눈물겹게도 노력중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우연히 내책상 위에 널부러져 있던 [써니]의 편지를 이 겁대가리 상실한
싸가지없는 녀석이 읽은 후 부터였다...
그날 이후로 나와 오랫동안 꾸준하게 편지를 주고 받던 [써니]라는 가명의 여자의 본명을
자기가 맞춰보겠다고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느날 내방에 불쑥 들어온 [현준]이 녀석이 책을 파고 있는 나의 두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선??? 효선??..지선??..."
"시끄러 새꺄!!!... 공부하는데 절루 가..!!!..."
"선희???......"
"훗.. 대충 비슷해.. 거기까지야..."
"그건 너무 시시할꺼야..그치??? 아님....진짜 써니???..."
"안웃겨.. 제발 니방으로 가...."
"...혹시..민서??..."
'...!!!!!!!!..........'
"엥??..... 왠.. 민서는.. 짜식....웃기지도 않게...."
그때..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순간 깜짝놀라.. 얼굴표정이 그만 저놈의 눈에 읽혀서였을까??
이자식은 어쩌면.. [민서]누나일꺼라는 걸 미리 지례짐작하고..
저런식으로 유도심문을 했을지도 모르는 거였다.
그때 말끝을 흐리고 대충 둘러대려는 내 눈빛과 표정을 읽은 이녀석이 확신에 찬 심문을
계속 이어나갔다.
"훗..맞네..목포에 살고... 미용실에서 일하고.. 그치???...."
"니방가라니까..... 재미없어... 형 공부해야 해...."
"흐음... 역시 내 추리가 딱 들어맞는구만....형은 역시 안돼.. 이 천재한테말야..."
"근데...민서누나 미용실에서 일한데???....."
"훗... 모른척 하기??....어디서 구렁이 담넘어가듯 어슬렁전법이야??...천재앞에서??.."
"몰라 새꺄... 그누나가 어디서 뭐하는지 내가 아냐??.."
"같이 들었잖아?.. 미용실에 취직했다고.. 한달전에 밥먹으면서.. 엄마한테.."
"훗...그랬냐??... 써니랑 우연이긴 하네......"
'..씨바새끼......'
저자식이 어떻게 눈치를 깠는지...
그날 일 이후로.. 차라리 저놈한테 속시원히 불어버리고 나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만들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건 위험한 일이다.
아직은..
큰집 건넌방 앞에 걸터앉은 [현준]이 녀석이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에효..좋겠다.. 누구는 목포에 써니 만나러 가고.."
"훗... 짜식.... 부럽냐??.."
"당근이지... 써니는 아마.. 키도 크고.. 눈도 엄청 크고.. 보조개도 있을 것 같고...."
"하하..헛소리는....... 짜샤..부러우면.. 니도 하나 꼬셔..."
"민서누나 만나면 내 안부 꼭 전해줘..."
"핫...하하... 병신.. 너 자꾸.. 왜그러냐???..... 이제 웃기지도 않어....."
"훗...움화화하... 와하하하!!.....써니!!!.... 김민서!!!..."
"...으이구.. 소설을 써라..짜샤.. 소설을 써!!..........."
'으휴!!...씨바...이..씹색뀌를..어떻게 잘근잘근 씹어줘야 할까나...ㅠ...'
그때였다.
"흐음!!!..... 뭐시여??? 민서가 왔다고????...."
"..........."
낮잠을 주무시던 큰아버지가 일어나시며 배시시한 두눈으로 나와 [현준]이를 둘러다 본다.
"아하... 하하.. 아뇨... 안왔어요..."
"흐음....니덜 벌써 벌초댕겨와뿌렀냐??.. 짜석들...욕봐부렀구마이..."
"네에...."
"에효.. 불쌍한 김가네 색기덜... 민서도 보고잡고.. 재준이도 한번 봐야 쓰겄는디...."
큰아버지는 낮술에 취하셔서.. 다시 툇마루에 드러누우셨다.
그때.. 무척 깜짝 놀라고 긴장을 했다.
마치 도둑이 제발 저린듯.. 눈앞이 컴컴했고.. 얄미운 [현준]이 녀석의 면상을 주먹으로
내질러버리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어쩌면 [현준]이가 알 정도로 내가 그동안 티를 냈었던게 아니었나..
이자식 말고.. 다른 가족들중 누군가도 혹시 눈치 채고 있는게 아닐까..
물론.. 영원한 비밀이란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천지에 내다 놓기에는 아직 때가 아닌 나와 [민서]누나만의 그 비밀..
그렇게 심란한 생각을 하며 목포로 향했다.
방금전 헤어진 [현준]이 녀석 때문에 왠지 더욱 더 심란해지는것 같다.
"너.. 어른들 쓸데없이 걱정하게 만들면 진짜.. 혼난다??..."
"내가??.. 뭐가?...."
"헛소리 하지 말라고..!!..."
"....헛소리??.."
"새꺄!!.. 만약에 내가 민서누나랑 사귄다고 어른들이 착각해봐!!!..그게 말이나 돼냐??
사촌지간에???...."
"좋으면 그럴수도 있는거...아닌가?.."
"진짜..한대 맞는다???..앞으로 어른들 앞에서 헛소리 하지마라??... 알았냐????..."
"그러지..머....훗...."
"이새끼가..진짜..씨이!!..."
"하하... 아..알았다니까?........."
[현준]이와 헤어지기 전 학교역에서.. 두눈을 부라리며.. 이 집요한 애늙은이에게 협박아닌
협박을 가했었다.
괜히 아까 흥분을 해서인지..저자식은 더욱더..나와 [민서]누나의 관계를 확실하게 못을 박는
게 아닐런지...
천성이 착한 놈이라.. 내가 만일 솔직하게 불어버린다면..
아마 내편이 되어줄 놈이다.
[민서]누나의 미용실로 태연스레 찾아갔다.
나를 보며 미소를 감추며.. 애써..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를 손님으로 맞이하는 [김민서]..
[민서]누나의 이모는 퇴근준비를 하고 있었고 퇴근직전 찾아온 왠지 눈에는 익지만 낯선
남자손님을 그리 달가워 하지는 않는듯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이모의 표정을 읽었는지.. [민서]누나가 경대속 내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손님...컷트 하실꺼죠???.."
"네..그냥.. 쫌 다듬기만 하려구요...."
"..제가 할라요.. 바쁜데 먼저 들어가세요.."
"하하.. 그럼.. 수고혀..."
[민서]누나의 이모가 나가버렸다.
미용실에는 우리 둘만 있는 것이다.
"호호... 으이구... 밖에서 쫌만 있으라니까.. 그걸 못참냐??..."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다니까..."
토요일 늦은밤.. 목포 하당의 [불타는조개구이집]에서 [민서]누나와 마주 앉았다.
검은색.. 생머리에 타이트한 셔츠와 보기에도 아찔하고 섹시한 핫팬츠의 [김민서]
나를 만나 무척이나 행복해 하는 [민서]누나와 지글거리는 조개가 익어가는 테이블위에
마주 앉아 있다.
서울과 목포.. 그 먼 거리..
그 살인적인 거리를 뛰어넘어 주말에 한번.. 또는 보름에 한번.. 수도없이 목포로 왔었다.
물론 오늘은 큰집 벌초를 핑계로 어젯밤 함평으로 왔다가 오늘 목포로 온거지만..
길고 힘든 여정의 끝에서는 항상 아름다운 [민서]누나의 웃는 얼굴이 있어서 행복하기만 할
뿐이다.
지글거리는 그릴위에 수북히 놓여진 조개들이 탁탁!! 튀겨가며 먀앍간 속살을 드러낸다.
"이번 추석에 차례지내러 큰집 가냐??..."
"누나 온다면..."
"나..?? 훗... 인자는 큰집 안갈라고.."
"아까 낮에 보니까.. 큰아버지가 누나랑 재준이 많이 보고싶어 하시던데..."
"그래???...."
"훗... 현준이랑 얘기하다 누나이름 잠깐 나왔는데.. 글쎄.. 자다 벌떡 일어나시더라고.."
"훗...거짓말......"
"하하....진짠데??..."
"큰아버지랑 큰어머니는 잘 계시고??.."
"응.. 근데.. 큰아버지는 계속 술이야... 몸도 그전보다 많이 안좋아 보이시고.."
"한번 인사드리긴 해야 하는데... 올 추석때는 그냥 집에 있을란다... 자 짠!!..."
[틱!!..]
"......쭈욱...크하..... 쩝쩝쩝...."
쇠주를 마시자 마자 [민서]누나가 도톰한 명주조개를 초장에 촉.. 찍어 입에 넣어준다.
"와아.. 맛있다..쩝쩝쩝...."
"여기 유명한 집이야.. 많이 먹어..."
[민서]누나와 술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나란히
밖으로 나가 모텔촌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불타는 조개구이를 맛있게 먹었듯...
그날밤 더맛있는 조개를 먹어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거뭇거뭇한 털로 덮힌 [민서]누나의 보지둔덕아래.. 보지를 벌리고.. 수줍은듯..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민서]누나의 보지속살을 처음으로 맛보게 되었던 그날..
오럴섹스를 처음 겪어보는 듯.. 나의 혀끗과 입술이 선홍빛 음순에 닿을 때 마다..
[민서]누나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듯 바르르 떨며 전율을 느꼈고.. 나는 그런 누나의 반응을
즐거워 하며.. 더욱더.. 열과 성을 다해서.. 헌신적으로 [민서]누나의.. 아름다운 보지를
부드럽고..질펀하게 빨아주었다.
"아...흐읍!!!!!...아읍!!!!!!...하아..하아...그..그만... 응???...."
"춰럽...춰러럽....쪼옵...쪼옵...."
아까 먹었던 명주조개보다 백배.. 아니 천배 이상 맛있는 [민서]누나의 조개..
얼굴이 버얼겋게 상기된.. [민서]누나가 이번에는 내 자지를 쭐쭐.. 빨아주기 시작이다.
"누나.. 우리.. 뒤집어서 하자..."
"....응??..."
"이렇게... 위로 올라와봐...."
"....아이... 이게..뭐야..큭크....."
"빨랑......."
"아이참..!!......."
"후움...후움...춰럽...춰럽...쪼옵..."
"아읍!!!...웁!!!!..웁!!!!...후움..후움..."
커다랗고 동그란 원형 침대위에 나체의 두 몸뚱아리가.. 뒤엉켜.. 서로의 보지와 자지를
질펀하게 빨아주며 불타는 밤의 아름다운 전초전을 보내었다.
이윽고 터질듯.. 솟구쳐 있는 내 자지의 귀두가.. 서서히 [민서]누나의 보지속으로
잠기기 시작했고.. 길다란 두 다리가 내 양쪽 어깨에 하나씩 걸쳐진 [민서]누나는
나의 피스톤 운동에 미친듯.. 머리채를 흔들어 가며.. 몇번이나 오르가즘을 느꼈었다.
나역시.. 여지껏 나눠본 [민서]누나와의 섹스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화끈한 섹스였던것
같았다.
우리는 섹스가 끝난 후 샤워를 함께하고 침대위에 나란히 껴안고 누워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농담 따먹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일본가서 살면 그만이지... 안그래???..."
"치히... 거기가서 뭐먹고 사냐??..."
"하여간에.. 누나도 나처럼 틈틈히 일본어를 공부하란 말이야.."
"워어... 쭈니가 대학생 되더니만 일본어도 할줄알어야???...."
"아.. 그럼???...."
"어디.. 해봐....."
"흐음.. 와따시와 조셍징 데쓰네에...."
"풋....큭큭....."
"아나따 니혼징 데쓰까???..."
"치히... 그게 뭐야??......."
"하이!!!...하이!!!..스미마셍..스미마셍.."
"큭크크.... 으휴..귀여워...."
일본영화의 조폭오야지의 굵고 걸죽한 목소리를 흉내 낸다.
"겐뻬이상!.. 싯기와 우라이노 시까끼 데쓰요!!!!!..."
"푸하하....."
길다랗고 새하얀 다리로 내 아랫배위를 감고 내 품에 안겨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민서]누나와 그렇게 아름답고 불타오르는 토요일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후움..쪼옵...쪼옵....써니상..."
"꺄아...!!...간지러..!!!......."
"한빠구리...또하자..데쓰...써니상!!.."
"아하하하...간지러...꺄악!!...."
그리고 그... 운명의 다음날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왜 하필.. 그렇게 맞닥드렸는지..
역시.. 인생이란.. 한치앞도 모르는 법이다.
그 다음날..모텔입구에서 내 팔짱을 낀채 나에게 기대어서서 다정하게 웃고 떠들면서
모텔 정문을 당당하게 나설 때... 갑자기 나에게 떨어지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채 바르르
떨고 있는 누나와 모텔앞 대로변에서 휘동그레한 두눈을 뜨고.. 나와 [민서]누나를 바라보던..
작은 어머니와 [민서]누나의 이모...!!!!...
작은 어머니의 멍한 표정의 입술이.. 나즈막하게 열린다.
"희준이... 희준이... 니...니가... 혹시.. 쭈니였냐???......"
"..........."
나와 [민서]누나는 그자리에서 그만 얼어붙어 버려..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민서]누나의 이모는 내 두눈을 바라보며.. 나를 알아차린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작은어머니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무섭게 두눈을 부릅 뜨고.. 우리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오셨다.
그러더니.. 안절부절 못하는 [민서]누나의 얼굴로 있는 힘껏... 손을 휘두르셨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어정쩡하게 움추린 얼굴로 귀X데기를 맞은 [민서]누나가 길다란 생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린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민서]누나의 이모가 작은어머니를 거세게 말리고 있었다.
"언니!!!......."
"너!!!....너!!!..... 너!!!!.....이...잡년!!!...."
"........."
작은 어머니의 커다란 두눈의 시선이 내 얼굴로 확!! 꽂힌다.
매섭고 커다란 두눈에는 한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지만 기가차서 울지도 못하겠다는
얼굴표정이었다.
그러더니 두주먹으로 있는 힘껏.. 내 어깨를 마구 내리치신다.
"이!!!....이!!!!...썩을 년놈덜!!!!!!....으흑!!!!!.....이..썩을!!!!...."
[퍽!!...퍽!!!...퍽!!!...]
"언니!!!...언니!!!...."
"이거 놔야!!!.... 어???...."
일요일 저녁..
무거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거실쪽에서 TV를 보고 있는 가족들을
지나쳐 내방으로 들어와버렸다.
책상위에 앉아..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내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서누나.. 잘지내??...."
".....한마디만 더 지껄여봐??...."
[현준]이 녀석이 분위기를 읽었는지 바로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지금쯤 [김민서]는 뭘 하고 있을까...
오늘 낮 [민서]누나와 [민서]누나의 이모가 사는 집안 비좁은 거실에서..
무릅을 꿇고 앉아 있는 내 앞에 앉은 작은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이...잡년!!!..싸게 일루!!..안나와야????...."
"....언니.....알았으니께.. 조용하게..."
"그...그려!!... 좋아... 좋으니께... 후우... 후우....희준이.. 그려!!... 너..어디.. 말혀봐..."
"............."
모텔앞에서 우연히 맞닥드린 우리 일행은 [민서]누나의 이모의 제안으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민서]누나는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머금고 자기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린듯 하다.
아마.. 침대위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펑펑.. 울고 있을 것이다.
내앞에 하얀 사색이 되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분노와 노여움을 삭히고 있는
작은어머니와.... [민서]누나의 방문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민서]누나의 이모가 보인다.
고개를 떨군채.. 방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민서.. 누나 하고 저하고... 서로... 사랑합니다...."
"........"
"진심으로 사랑해요... 작은엄마.. 진심으로요..."
"느그어매??.. 아냐???...."
".........아직..."
"느그어매 알믄.. 좋아하시겄냐??.. 사촌지간에.. 일나불면.. 느그어매..느그아배..
좋아 하시겄냐고??.."
"..........."
"왜???.....응??....왜 말이 없다냐????.....느그덜이 개여??????....같은 씨종자끼리
붙어먹는... 개돼지냐고????.. 이썩을!!!....썩을!!!.. 하이고!!!!!....
하이고!!!!!...엉엉엉!!!!!..."
작은어머니가 나를 잡아 흔들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민서]누나의 이모가 실신직전의 작은어머니를 말리며 진정을 시키고 있다.
며칠후...
학교 도서관 앞 공중전화박스..
[뚜우우..... 뚜우우....]
"네... 뷰티헤어입니다.."
[뚝!!..]
아무말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오늘도 [민서]누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민서]누나의 이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전 겪게되었던 청천벽력같은 일로 크게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서든지 [민서]누나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후우.. 밥이나 제 때 먹기는 하는지...'
그리고 그주 주말에 목포로 다시 내려가서 [민서]누나의 미용실밖을 기웃거렸으나 안에는
바빠 보이는 [민서]누나의 이모 외에는 분명히 [민서]누나가 없다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민서]누나에게는 단 한통의 편지도 오지 않았고.. 속타는 심정에 다시 목포로 내려갔다.
여전히 [민서]누나가 보이지 않는 미용실안에는 왠일로 새로운 스텝아가씨가 보였다.
오늘만큼은 아무런 소득없이 빈손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생각에
[민서]누나의 이모에게 당당하게 다가갔고..
흠칫 놀랜 [민서]누나의 이모와 근처 커피숍에서 몇분간의 굵고 짧은 면담이 있었다.
[민서]누나는 작은어머니가 재혼이후 살고 계신다는 신안군쪽 집으로 거의 반강제적으로
끌려 들어갔고.. 두번 다시 [민서]누나에게 연락을 하지말아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다.
그게.. 김희준와 김민서.. 둘 다 행복해 지는거라고..
[민서]누나의 이모와의 면담이 끝나고.. 허탈하게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며칠후 [민서]누나의 편지를 한통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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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 희준
나야.. 써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며칠전 우리가 겪었던 일들이
어쩌면 오히려 우리에게 약이 된것 같아.
어쩌면 그 약이 없었다면 우리는 점점 더 헤어나오지 못하는
정신병에 깊게 걸려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을꺼야.
오빠는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난 오빠보다 우리 가족이 더 소중해..
희준오빠....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더이상은 진짜 자신이 없어.
오빠한테 미안해 하지도.. 않을꺼야.
가끔도 싫고.. 이젠 아예 연락도 하지 말자.
제발 그렇게 해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모가 해주었다는 말.. 잊지 말아줘
우리 둘다 행복해 지는게 좋은거잖아.
1994년 10월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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