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伐草)
서해안 고속도로..
바람을 가르며 시원스레 서해대교위를 달리고 있다.
추석전 이맘때쯔음.. 올해도 어김없이 큰집으로 벌초를 가야 한다는 어머니의 전화연락을 받았고
예년처럼 추석때 내려갈껀데 왜 가야 하냐며 짜증섞인 말투를 수화기 너머로 내뱉기도 했다.
전라남도 함평군 손불면 월천리.. 내가 태어난 곳
그리고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그리고 고모들이 태어나셨고 큰아버지가
큰어머니와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큰집이다.
네살즈음 용접 기술자인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를 가기전까지 살았다는 곳.
어릴적부터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추석과 설날 그리고 할아버지의 제삿날..
일년에 두세번씩 그렇게 이곳을 찾았다.
길다란 산자락 아래로 넓은 저수지와 소나무숲이 어우러져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그리고 나즈막한 야산아래에는 큰집앞 연못과 엉클린 머리칼을 길게 드리운 수양버드나무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떠오르는 얼굴...
김민서..
[민서]..
너무 보고싶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두눈..
웃을때 유별나게 커다란 덧니와 보조개가 귀여웠던 여자..
그리고 너무나 비쩍 말랐던 몸매..
검고 길다란 생머리..
나보다 두살터울의 [민서]누나는 내가 아주 어릴적 갓난아기때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우리 작은아버지의 큰딸이었다.
운전을 하며 담배를 입에 하나 문다.
어쩌면 지금의 이 벌초가 나에게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연하게 맘을 다잡고 힘차게 악셀을 밟아 어릴적 누나와의 추억들이 녹아스며든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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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샘솟는 컴??] 기념 근친상간 로맨스 [벌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