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정말, 건방지구나. 인간-"
라인하트의 ll위계 여신, 플라모르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자신이 아무리 l위계가 아닌 ll위계 여신이긴 해도, 인간에게 질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현신이 아니라 인간에 빙의한 상태면 전투력이 급감하긴 해도, 웬만한 인간을 상대로 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 주제에 말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자신 있으면, 어서 공격하지 그래?"
"주제에 설치는 것도, 오늘로 끝이다-!"
ll위계, 7서클 마법
화火속성
볼케이노Volcano.
플라모르의 몸 주위로 화속성 기운으로 기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조교의 방 안은 그닥 뜨거워지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좁은 조교의 방 안의 온도는 순식간에 올라갔어야 했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 기시감을 느끼고는, 의아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곧 있으면 저 건방진 인간은 불에 타 죽어있을테니까.
'강기공? 강기공이라 보기에는 무언가 좀 이상하지만-'
경지를 측정하는 것이 상당이 애매해,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청독각마공
주사강막.
태수의 몸에서 거미실이 출수되어, 강기를 머금은 방패 모양을 만들어냈다.
츠아아앗-
치이익-
주사강막과 화속성 마법인 볼케이노가 충돌하며, 타는 듯한 소리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주사강막이 화속성 마법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상성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불에 약한 거미실은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었다.
콰아앙-!
볼케이노는 주사강막을 녹여버린 후, 그 기세 그대로 방의 벽을 후려치듯 부딪혔다.
'충격이 없어?'
플라모르는 심히 놀랐다.
자신의 마법을 직격으로 맞았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이 공간이 수상했다.
이곳이 무슨 고위계 방어 마법으로 보호되어 있는 라인하트의 성전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주사강막을 펼쳤음에도, 그것으로도 모자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태수는 마법의 위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현신이 아니라 빙의한 것에 불과했지만 여신의 능력은 예상했던대로 생당했다.
"용케도 그걸 피했구나. 그런데, 이곳은 도대체 어디지?"
"후훗, 신도 모르는 게 있구나?"
"이익-"
도발하는 태수에 플라모르는 조금 약이 오른 듯한 기식음을 냈다.
태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정확히 확인해둘 수 있었다.
'신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건 아닌 것 같군-'
확실했다.
힘으로는 인간보다 뛰어날지언정, 신으로서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ll위계 신이라는 것이다.
분명, 그보다 더 강한 l위계 신보다는 약한 모습이 있겠지.
[최음 방향제] - 3단계
-흥분도 10%, 20%, 30%, 40%, 50%
-방향제 형태로 이루어진 최음제.
-시간이 흐를수록, 흥분도가 증가합니다.
-현실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툭-
태수는 최음 방향제를 등 뒤로 바닥에 떨궈놓았다.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게임 시스템의 편린이라 할 수 있는 최음 방향제에 자유로울 순 없겠지-'
이후, 태수는 곧 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청독각마공
청마대미궁.
청독각마공
주극미세사.
츠이이잇-
츠아아아악-!
태수의 몸 속에서 끊임없이 거미실이 출수되어, 조교의 방 안을 푸른색의 거미실로 뒤덮어버렸다.
순식간에, 묵광색의 조교의 방은 푸른색으로 변했고 거미실에 의해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하지만, 태수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곧 바로 주극미세사로 플라모르의 급소를 노렸다.
'지금껏 이 아이의 눈으로 봐왔던 무공들 중, 이런 무공은 처음이구나-'
플라모르는 조금 당혹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대부분 무공들은 형形에 있어,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무공들은 좋게 표현하면 너무나 개성이 뛰어났다.
예측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츠이잇-
사르르르르-
청마대미궁의 거미실들이 그녀의 몸을 속박하기 위해, 수십여 개의 지렁이 같은 두꺼운 실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플라모르는 화염으로 청마대미궁의 실을 녹이며, 자신의 급소를 향해 날라오는 주극미세사를 피했다.
사르르르르-
그 이후, 플라모르는 날라오는 주극미세사의 실마저 모두 화염으로 태워버렸다.
츠이잇-!
사아아아악-
차라라라-
스아아아-
하지만, 태수의 거미실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플라모르에게로 출수되었다.
청독각마공
주사강침.
주극미세사.
소청마지주.
천라지망.
태수는 단전의 내공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걸 느꼈다.
청마대미궁만으로, 내공의 반절이 날라갔고 그 이후로 자연 회복력은 증가했으나 결정적으로 회복할 매개체가 없으니 내공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거미?'
플라모르는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거미실들을 화염으로 모두 태우며, 허공의 거미실과 땅바닥을 통해 순식간에 자신의 몸으로 기어오는 작은 거미들을 볼 수 있었다.
순간, 그녀의 뇌리속으로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설마, 이 녀석-'
실을 사용하는 무공도 그렇고, 수상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
마치, 예전에 천상교를 통해 연구했던 '청마지주'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니, 거의 확실해. 생각해보니, 저 인간에게 느껴지고 있는 기운. 이건 확실히, 청마지주의 기운이야'
플라모르가 태수를 보자마자, 청마지주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당연히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오래된 일이기도 했고, 인간으로서 절대로 익힐 수 없는 무공이니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했다.
츠아앗-!
"끼햐아앗-!?"
생각이 복잡해지니, 플라모르의 움직임에 순간 빈틈이 생겼다.
초미세한 주극미세사의 거미실들이 그녀의 옆구리를 푹- 쑤시고 들어갔다.
치이익-
그녀의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그 탓에 움직임이 둔화되었다.
쑤욱-
"꺄흐으읏-!??"
방심하고 있는 사이, 주사강침이 그녀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주사강침은 허벅지에 박힌 채, 그녀의 수분과 내공을 서서히 갈취하기 시작했다.
"허어, 여신도 그런 야릇한 소리를 낼 수 있었나보군-"
"닥쳐엇-!"
"후훗-"
플라모르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태수를 보며, 분노했다.
ll위계, 8서클 마법
화火속성
파이어 앱솔루트 프로텍션Fire Absolute Protection
화르르-
사아아앗-!
일순, 그녀의 몸 주위로 매우 강력한 화염이 일었다.
호신강기와 비슷한 개념으로, 화염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보호막은 주위의 거미실을 태우는 것으로 모자라 청마대미궁의 실마저 모두 녹여버렸다.
-허억허억
그녀는 고위 마법을 사용한 탓에, 고개를 조금 숙이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엄청, 힘들어보이시네-"
말은 여유롭게 했지만, 태수는 사실 조금 놀랐다.
승기를 거의 확실히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그녀의 화염 마법으로 주위에 깔린 실들이 모두 녹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독각마공
청마대미궁.
츠아아앗-!
츠이잇-
태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공의 반절이 소모되는 청마대미궁을 다시 펼쳤다.
그 순간, 플라모르는 처음으로 저 인간을 상대로 자칫 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푸른색의 실들이 다시 조교의 방 안을 뒤덮었고, 그녀는 호흡이 조금 거칠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청마대미궁의 효과는 여러모로 많았지만, 그 중에 하나는 호흡과 기력 갈취였다.
전에는 마나Mana로 호흡 기관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체내의 마나Mana가 부족해진 바람에 충분히 보호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기력을 갈취당하고 있었으니, 현재 그녀의 상태는 매우 좋지 못했다.
[자연력自然力(70/100)]
'후우'
태수가 내공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청마대미궁을 다시 한 번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자연경에 입문한 덕분이었다.
자연력으로 체내의 내공을 대체했고, 덕분에 내공의 소모없이 대규모의 초식에 가까운 청마대미궁을 무리없이 펼칠 수 있었다.
그 이후, 자연경의 권능으로 숨구멍을 모두 개방했고, 바닥을 드러냈던 내공이 순식간에 회복이 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자연경, 자연지체自然持體'
숨구멍을 모두 개방한 태수의 몸은 그야말로 자연지체였다.
태수의 몸은 자연과 동화되었고, 그 안에서 태수의 내공은 순식간에 가득채워졌다.
[자연력自然力(30/100)]
'이제 2라운드인가-'
"너, 인간 맞아? 혹시, 유스티아의 신이 강림한 것은 아닌지-"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운 말,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네~"
유스티아의 신?
참, 별 것도 많았다.
플라모르가 라인하트의 ll위계 여신이라면, 유스티아는 라인하트의 적대 세력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확실한 것은 그녀는 전보다 눈에 띄게 기세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실 공세에 화염 마법을 계속 사용한 탓이었다.
내공, 혹은 마나Mana로 승부보면 태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절대적인 내공의 양과 그 회복력이 ll위계 여신에 비교했을 때도, 태수가 압도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그녀는 자신보다 마나Mana 능력이 더 뛰어난 태수라는 인간을 자신의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인간한테 진다고?'
순간, 그런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한 번, 강림을 하고 나면 이후로 반나절 동안은 라인하트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여기서 인간에게 패배한다면, 신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치욕을 맛보리라.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의지와 별개로 '최음 방향제 - 3단계'는 이미 조교의 방 안을 자욱히 채운 상태였다.
그녀는 마나Mana를 운용하려고 하자, 그 운용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다.
"왜 몸이, 흐읏-!?"
"드디어, 약효가 돌고 있는 것 같군-"
"인간, 나한테 무슨 사악한 마법을 쓴 것이냐!"
"마법? 마법이었다면, 네가 풀 수도 있지 않았을까"
확실히 그랬다.
애초에, 최음 마법 같은 것이었다면 진작에 그 마법을 풀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몸이 달아오르고 심지어 마나의 운용마저 방해했으니 문제가 심각했다.
ll위계, 5서클 마법
화火속성
파이어 월Fire Wall
그녀의 몸을 속박하려는, 청마대미궁의 실이 그녀의 전방에 세워진 불의 벽에 의해 가로막혀있었지만 모든 방위를 막는 것은 아니었다.
거미실은 우회의 움직임을 보이며, 그녀의 급소를 노렸고 블랭크Blank 마법으로 순간이동을 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간이동을 한 여파 덕분에 그녀의 체내 속에서 최음 효과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후웃-!?"
"아주 야릇한 모습이야, 플라모르"
"닥쳐어엇-!"
간헐적으로 차오르는 쾌감에 몸을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태수는 피식- 웃었다.
사실상, 승기는 거의 굳혀진 셈이었다.
청독각마공
주사강침.
주극미세사.
소청마지주.
천라지망.
사아아-
차라라라랏-!
다시 한 번, 태수의 무공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고, 그녀는 매우 힘겹게 화염 마법을 펼쳐 막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스윽-
사아아앗-!
치익-
"끼햐아아앗-!?"
화염 마법으로 막아내지 못한 부분은, 온몸으로 감당해야만 했다.
그녀의 몸에 상처가 하나둘 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제는 상처가 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최음 방향제는 그런 상처들을 통해, 그녀의 몸으로 더욱 수월하게 흡수될 수 있었다.
"흐읏-!?"
"보기 좋아, 후훗"
"아으으-"
플라모르는 이제 태수의 말에 반박할 힘조차 없는지,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푹 수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패색이 짙지는 않았다.
'무슨 수가 있는 건가-'
태수는 조금 경계하는 기색으로 플라모르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자신의 입으로 여신이라 말했으니, 인간과는 다른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
"네가 어떻게 청마지주의 호흡을 익혔는지 알 수는 없겠지만, 다음에 보면 확실히 널 고통 속에서 죽일 것이다-"
"뭐, 가능하다면야"
"흐읏-!? 그, 그렇게 여유로운 것도 오늘만이다."
그녀는 자꾸만 차오르는 쾌감에, 이상해지고 있는 자신을 느끼며 어서 이곳을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정말 이성을 내려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ll위계, 6서클 마법
무無속성
텔레포트Teleport.
사아아아-
"왜?"
"무슨 문제라도 발생했나?"
"마, 말도 안돼-"
태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플라모르를 보며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저 정도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분명, 그에 관한 이유가 있으리라.
'마나Mana만 소모되고, 텔레포트는 발동이 안되었어. 도대체 이곳이 뭐길래-!?'
"하으읏-!?"
플라모르는 간헐적으르 차오르는 쾌감에, 이제는 거의 교성 소리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꾹- 눌렀다.
아까부터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에, 계속 손이 가려고 했었다.
이에 참으려고 했으나, 이제는 역부족이었다.
만지지 않고서는 미칠 것 같았으니까.
"후훗, ll위계 신은 이 정도인 것 같군-"
"다, 다가오지마-"
"왜? 내가 왜? 으하하하하핫-!"
플라모르의 한계를 엿본 듯한 태수는 만면에 미소를 띄울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히고는 박장대소했다.
비록, 인간의 몸에 빙의하긴 했어도, 의식 상태는 여신이었다.
무려, 여신을 따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정복욕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