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개방과 청성파의 공동방위구역.
츠아아앗-
태수는 광활한 곤륜산의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비행실에 의한 부유감을 느끼며, 하늘 아래로 오코-King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았다.
오코-King은 일반적인 오코에 비해 덩치도 크고, 맷집도 단단하고, 당연히 힘도 셌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난폭하고 잔혹했다.
보법을 운용하다가 순간적으로 실수한 한 청성파의 무인이 체념한 채, 두 눈을 질끈 감고서 오코-King의 몽둥이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괴물들은 다 죽어가는 인간을 상대로도, 가학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인지 맷돌로 인체를 갈듯이 몽둥이질로 분쇄질을 해버리곤 했다.
그는 자신도 곧 그런 운명에 처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공포에 질려 몸의 근육들이 경직 상태가 되었다.
차아아악-
츠이잇-!
'주사강침'
하늘 위로 날아오른 태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얻었다.
순간적인 고양감이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온몸으로 차오르는 느낌이랄까.
그 느낌과 함께, 태수의 몸에서 주사강침이 펼쳐졌다.
강기를 머금은 수백여 개의 거미실침이 출수되어, 정확히 오코-King만을 노렸다.
주사강침을 한 번 사용할 때, 필요한 내공의 양은 일반적인 현경 고수 내공의 반절에 해당했다.
그럼에도, 태수는 그 정도의 내공을 사용했음에도 그닥 무리가 없었다.
하물며, 내공의 제어 능력도 매우 수준급이었다.
이 정도의 기세를 한번에 끌어올렸음에도, 빗나가거나 오발이 나는 법이 없었다.
푸른색의 거미실침은 오코-King의 호신기를 아무런 저항없이 무력화했고, 본체를 꿰뚫어버렸다.
지금껏 그 괴물들을 잡기 위해, 노력해온 수백명의 무인들의 노고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아-"
맹주, 위지운도 그 수백명의 무인에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태수가 만들어놓은 괴물 학살극에 기가 질렸다.
말로만 등봉조극의 고수라고 들었지, 그 무위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이런 생각보다는,
-괴물보다 더한 괴물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아주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위지운의 내공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의 호법인 위무극은 거의 땅바닥을 기어다닐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푸른색의 실침이 단비처럼 쏟아져 괴물들을 한꺼번에 죽여버렸으니 무언가 허탈했다.
"그 등봉조극의 경지에 올랐다는 태수란 자, 정말 괴물이었군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그는 나와는 현격히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군, 호법"
"저건 인간의 무위가 아닙니다."
"그러면?"
"전설상의 사신四神이 인간으로 현세강림한 것 아니겠습니까?"
"뭐, 그런 농담을-"
말 같지도 않은 위무극의 농담에 위지운이 실없이 웃고 있을 때, 나팔수가 맹주에게 다가왔다.
"맹주님, 사성군단에서 승전보를 보내왔습니다. 사성군단 모두 방위구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고 합니다"
"허어, 그것 참 잘됐군"
강기공을 통해서만 괴물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이계 침공을 막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 사성군단이 모두 방위구역의 괴물들을 처리했다면 사실상 청해의 이계 침공을 전부 다 막아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방위를 수월히 마친 백호군단이 현무군단으로 지원을 가주었고, 덕분에 현무군단도 방위를 수월히 할 수 있었을테고, 이 둘이 주작과 청룡에 지원을 가주었기에 사성군단 모두 수월히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겠군"
"그렇습니다. 현무군단은 백호군단에게 지원을 받은 이후, 수월하게 방위를 마쳤고 이후로 주작과 청룡에 지원을 갔었습니다"
-끄덕끄덕
맹주는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청해로의 이계 침공이 끝났다는 증거로, 우중충했던 하늘은 원래의 색인 푸른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주변의 무인들도 그걸 느끼고 있었는지, 모두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돌아왔어, 푸른색으로 돌아왔어-!"
"드디어 끝이 났구나, 하아"
"망할 놈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가 이런 걸-"
Level1~3보다 네댓 배는 더 어려워진 Level4의 이계 침공에 무인들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전에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오히려 재미를 느끼는 무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것은 확연히 그 느낌이 달랐다.
-지금 자신들은 무림의 종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걸 막아내기 위해 지금 목숨을 내걸고 전장에 서있다!
라는, 느낌이랄까.
목숨을 내걸고 전장에 서있는다는 것은 굉장한 심적 고통이 뒷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그들이 무공을 익혀오며, 상상해왔던 그림이 아니었다.
강호의 무인으로서, 자신이 속한 무력 단체에 충성을 다하다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일반적인 무인의 관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늘 구멍에서 갑자기 쏟아져내리는 괴물들에 의해 죽는다면 너무나도 덧없고 허무할 것 같았다.
그런 죽음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야말로 개죽음 아니겠는가.
맹주도 그런 무인들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진심으로, 이제 인간의 적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한 뜻이 되어 공동체적으로 괴물 침공에 맞서야 할 때라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위지운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던 이유는 절대로 그렇지 않게 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무림의 무인들이 한몸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면, 회의장에서 모든 문파들이 곤륜파를 돕겠다며 나서야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될 리가 없지-'
맹주가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 나팔수가 그에게 가까이 왔다.
"맹주님, 이제 알려야하지 않습니까? 청해로의 괴물 침공을 모두 막아냈다고-"
"아, 그렇지. 청해의 주둔해있는 무림맹 소속 문파와 사성군단을 포함한 예하조직들은 사상자 확인 및 정비를 마친 후 무림맹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라-"
"그렇게 전하고 오겠습니다-"
나팔수는 어렸을 때, 배운 신법으로 순식간에 맹주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그는 이제 사성군단부터 시작해서 각 문파의 통솔권자에게 맹주가 말한 이 소식들을 전해줄 것이었다.
"여기 계셨군요, 맹주님"
"아, 태수 대협-"
방금, 상황을 모두 정리해버린 태수는 맹주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사실, 어느 정도는 '내가 이 정도인데?' 라는 걸 보여주듯 의식하며 걸음걸이를 했다.
그럼에도, 맹주는 그런 태수의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끼지 못했고, 저 건방진 듯한 걸음걸이가 너무나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태수가 보여준 것들이 있으니, 딱 걸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맹주님, 상황이 모두 정리된 것 같습니다"
"하하, 모두 태수 대협 덕분 아니겠나. 처음에 봉우리에 올라간 이후, 백호군단에 지원을 가준 것도 태수 대협이었고, 이곳 청성파와 개방의 방위구역에 도움을 준 것도 태수 대협이지 않은가"
"물론, 제가 가긴 했습니다-"
"태수 대협이 없었으면, 정말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네. 나팔수를 통해 들리는 소식으로는 사상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하니, 정말 다행인 일이야"
맹주의 말대로 예상과는 달리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위지운은 처음에 강기공이 아닌 기공이 괴물한테 잘 통하지 않는다는 걸,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직감했다.
-이번 이계 침공은 매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은 단 하나의 변수는 오직 태수였다.
태수가 있었기에 이 정도의 선에서 이계 침공을 마무리짓는 것이 가능했다.
맹주는 태수의 거대한 등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들었다.
점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자가 과연 그릇된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무림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때부터는 무림은 정말로 멸망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치광이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사마외인들처럼 살육을 즐기는 자였다면, 지금도 충분히 무림은 이미 끝일지도 몰랐다.
그저, 여자를 심각하게 많이 좋아하는, 색마가 아닌 호색남이라 다행이었다.
그런 것들을 제외하면, 이계 침공을 막기 위해서는 힘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 나름 봐줄 만했다.
그럼에도,
위지운은 무림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갖고 있는 태수가 두려웠다.
과연, 저 자는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지니고 있는 걸까.
'태수 대협, 도대체 자네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면-'
앞으로의 무림 정세가 태수, 단 한 사람에 의해 급격히 변화할 것 같다는 생각에 위지운의 머릿속이 얽힌 실타래처럼 꼬이고 복잡해져갔다.
무림맹은 공식적으로 청해의 이계 침공이 종전되었음을 발표했다.
사망자가 각 문파마다 네댓 명에, 부상자는 열댓 명 정도로 적잖은 피해를 입었지만 정작, 문파들은 이 정도 선에서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었다.
사실상,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보다 더한 피해를 입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무림맹은 다시 한 번 회의를 예고했다.
주제는 간단했다.
-앞으로의 이계 침공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주제에, 이미 문파의 고수들은 크게 공감하고 있었다.
Level4은 Level1~3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이상은 당연히 계속 어려워질 게 분명했다.
준비를 해놓지 않는다면, 상상도 못할 역풍을 맞을 수 있으리라.
이계 침공이 끝난 이후, 태수는 아직도 곤륜산 봉우리에 있는 세 아내와 위지화, 무가희를 데려와 집으로 복귀했다.
사실, 태수가 가고 난 다음 아주 운좋게 청마지주의 초감각에 걸려들지 않아 거미실침을 맞지 않은 오코-King 한 마리가 있었다.
다섯명의 여자 중 오코-King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화경 고수인 선하밖에 없었고, 선하는 깔끔하게 강기공으로 오코-King을 처리해냈다.
만약을 위한 대비책으로, 특성 A랭크 '수호의 기운'을 선하에게 걸어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노다지 결과 좀 확인해볼까"
집으로 복귀한 태수는 일단 미확인된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미확인된 메시지]
-업적 달성!
-조교 도구 플레이 6단계 달성
-Exp 200000 획득 CP 100 획득
-Monster Wave 업적 달성!
-Level4 Boss Monster Wave 클리어
-'이계의 파편 l' 획득
아무래도, 조교 도구 플레이 6단계는 수유 약물 덕분에 달성한 듯했다.
그 외에 태수의 시선을 확 잡은 것은 바로, 'Monster Wave' 업적 달성이었다.
지금과는 다른 종류의 업적이었기에 절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보상이 신기하네-'
[이계의 파편 l]
-이계의 문을 열어, 판타지 세계 '판게아'로 이동할 수 있는 열쇠 재료입니다.
-이계의 파편 ll, lll, lV, V를 모두 모으면, 이계의 열쇠로 아이템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호오-"
무려, 이계의 문을 열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그나저나, 판타지 세계 '판게아'라니.
이 정도 되면, 밤꽃무림 제작진이 어디까지 구상해놓은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무림 세계관이 끝이 아니라, Monster Wave를 클리어할수록 이후의 세계관이 펼쳐지는 듯했다.
그래서, 커뮤니티에는 이런 말도 돌아다니곤 했다.
-수많은 미녀들을 따먹으려면, Monster Wave를 높은 단계까지 클리어해야 한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애초에 Monster Wave가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되지 않으면, 해금이 불가능한 히로인도 있었으니까.
태수는 곧 이어, 인벤토리에 있는 '오코-King의 사냥정수'를 모두 사용했다.
['오코-King의 사냥정수 800EA'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Exp 2400000 획득 CP 1600 획득
-레벨이 30으로 증가했습니다
-이계 상점 3단계가 해금되었습니다.
-이계 상점 3단계가 해금됨에 따라, 업적과 사냥정수로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와 CP 소폭 증가합니다
'대박-'
태수는 속으로 행복의 비명소리를 질렀다.
확실히, Boss Monster Wave로 가니 EA당 획득할 수 있는 CP와 경험치가 많아지는 듯했다.
[이름] - 태수
[레벨] - 30
[특성▼]
[특성 포인트] - 10
[무공▼]
[무공 포인트] - 24
[보유 CP] - 2520
[스탯]
힘 - 142(+100%)
체력 - 140(+100%)
내공 - 250(+100%)
외공 - 138(+100%)
무려, CP가 2520.
이제는 확실히 쇼핑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태수는 이 시간을 아주 즐거워했다.
밤꽃무림 유저로서, 이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밤꽃무림에 살고 있는 일반적인 유저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계 상점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계 상점] - 3단계
-몇몇 조교 도구는 굳이 조교의 방이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계 상점 3단계는 설명과 함께 열렸다.
상점에는 스탯 증가 물약이 기본으로 들어가있었고, 그 외에도 3단계 조교 도구들이 있었다.
그 중, 역시 태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환골탈태 3단계 물약]
-마시면, 환골탈태를 진행하게 됩니다
-깨달음에 의한 환골탈태보다 미약하게 효과가 좋습니다
-필요 CP 1500
환골탈태 3단계 물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