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Level4 Boss Monster Wave Start (청해) - 47:59:59]
태수는 유심히 하늘 위에 떠오른 글자를 확인했다.
Level1~3과는 달리, 'Boss'가 붙어있었고 시간이 12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었다.
확실히 일반적인 몬스터 웨이브보다 강할 게 분명했다.
태수는 클로즈베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떠올렸다.
그 게시글은 아주 기초 상식을 알려주는 글에 가까웠었다.
[밤꽃무림 Tip]
-Monster Wave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준비하는 시간도 길어지며 일반적인 Monster Wave가 아닌, Boss Monster Wave가 뜰 확률이 높아집니다.
-가끔은 Elite Boss Raid가 뜨기도 하는데, 정말 막강합니다. 단일 개체 혹은 특성에 따라 두 마리의 엘리트 보스가 떠요.
-이런 보스 몬스터나, 엘리트 보스 때문에 사상자가 정말 많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사람이 많이 죽으면 클리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가요.
...
...
-아, 물론 이런 Special Stage는 보상이 좋은 축에 속합니다. 뭐, 그렇다고 엄청 좋은 건 아니고요.
"어, 어떻게 해-"
기루 밖으로 나온 무가휘는 우중충한 하늘을 보고는 그 자리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그 모습에 태수는 자신을 제외한 밤꽃무림 세계 속에 사는 사람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잡으면 경험치와 CP라도 받는데, 이 사람들은 죽지만 않으면 일단 다행이네'
지구로 치면 갑자기 재앙이 닥쳐오는 느낌이랄까.
무가희는 곤륜파를 도와줄 무림맹의 문파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해보았다.
청성파, 개방-
이 둘을 제외하면 곤륜파를 확실히 도와줄 문파가 없었다.
"그런데, 전과는 달리 괴물 군단이 아니라, 괴물 군단장이에요-"
"확실히, 그 전보다 더 강한 놈들이 침공해올 겁니다"
"그, 그럼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제가 가겠소 청해로-"
눈에 눈물이 핑- 돌며 울상을 짓고 있는 무가희에게 태수가 담담하게 답했다.
Boss Monster Wave.
밤꽃무림 유저로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노다지 중에서도 노다지 아니겠는가.
초반 웨이브를 배탈없이 깔끔히 먹어줘야, 후반에 무림에 멸망을 가지고 올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 웨이브를 막을 수 있는 법이었다.
무가희는 태수의 말이 단순히 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힘이 되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불안했던 마음이 수컷의 듬직함에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녀는 순간, 진정한 수컷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느꼈다.
'듬직해, 안기고 싶어-'
스윽-
"아, 태수 대협-"
"아줌 아니. 무 소저, 왜 이러시오"
갑자기, 안겨오며 입술박치기를 하려는 무가희에 태수는 어림도 없다는 듯, 그녀의 가슴께를 두 손으로 밀어냈다.
원래였다면, 다소 충격을 먹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여전히 그녀의 동공에는 하트가 그려져있을 것 같을 정도로 그 기세가 죽지 않았다.
'나이를 좀 먹어서 그런가, 표현이 아주 돌직구시네-'
태수는 밀어냈음에도 여전히 껴안으려 다가오는 무가희를 내버려두었다.
밀당도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자, 무가희는 싱긋 웃으며, 태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박치기해버렸다.
쭈웁-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는 혀를 내밀어 태수의 입술 안을 비집고 들어가 태수의 혀를 쭈웁- 빨았다.
이후로 야한 소리가 두 입술 사이에 가득 나기 시작했다.
무가희는 단순히, 혀를 가지고 논 것이 전부인데, 자신의 몸이 화악- 달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수컷은 으레 하는 키스마저도 느낌이 다른 걸까.
여기서 당장 끝을 보고 싶은 생각에, 그녀의 손이 대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로 가기 시작해, 부풀어오르는 태수의 자지를 손으로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후훗, 무 소저. 아무리 그렇게 발정이 나도 그렇지. 급한 불을 꺼야 하지 않겠소?"
"하으으-"
태수의 고추를 잡으려는 그녀의 손을 태수가 제지하며, 역으로 태수가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쥐었다.
그러자, 그녀는 옅은 탄식음을 내며 태수에게 안겨왔다.
"아, 공자님. 너무 좋아요. 더 세게-"
"아니, 이 아줌마가-"
아줌마라는 태수의 말에, 순간 태수의 허리에 두른 그녀의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또또또-!"
"알겠소. 일단, 청해에 있을 괴물 군단장 침공 때문에 곧 무림맹 긴급회의가 열릴 것 같소. 급한 불부터 끕시다"
"..알겠어요"
몸이 확 달아올랐지만, 해결해주지 않으려는 태수 때문에 김이 확 새버린 무가희였다.
이후로, 태수의 말대로 무림맹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구파일방의 대표들을 비롯하여, 부속문파들까지 국회의사당과 비슷한 곳으로 자리에 참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에 참석했고, 곧 무림맹주 위지운이 상석에 올라섰다.
회의장의 분위기는 다소 소란스러웠다.
Boss Monster Wave.
기존의 것보다 4배나 긴 대기시간.
이 두 가지 주제로 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지운이 상석에 올라섬으로서, 그 소란스러움은 차가운 물을 끼얹듯 사르르- 가라앉았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 하늘에 폭풍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며, 이계의 괴물 침공을 예고하는 문자들이 떠올랐다. 하물며, 기존의 것과는 조금 다르다. 괴물 침공 군단이 아닌, 괴물 침공 군단장!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무림맹은 무림의 안녕을 수호하는 연맹으로서, 해당 지역인 청해로 가서 필히 괴물들을 물리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맹주 위지운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청해가 무너진다면 그 이후로 괴물 군단장이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었다.
혹시나 모를 일에, 연맹의 차원에서 막아낼 필요가 있었다.
이후로, 맹주는 청해로 가서 활약할 문파를 지원받는다고 선언했다.
이에 활약만 할 수 있다면야, 공적도 쌓고 무림맹의 지원금도 더 받을 수 있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누가 그런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지원을 하겠는가.
문파의 고수가 죽는다면, 그 이후로 문파의 생명력은 극히 감소해 더 이상 문파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손을 쉽게 들지 못했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가운데, 무가희의 옆에 있던 태수가 손을 들었다.
"맹주님, 청사파의 대표로 제가 청해로 지원을 가겠습니다-"
"호오, 태수 대협. 태수 대협이 청해로 지원을 와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되어줄 것이오"
태수의 말에 회의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태수에게 향했다.
역시, 소문의 등봉조극 고수는 겁도 없는 듯했다.
이에 맹주는 반색했다.
확실히, 태수가 와준다면 맹 차원에서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력 단체들이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누구는 반드시 그 짐을 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강제로 명령을 내리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선뜻 먼저 가준다고 하면 맹주 입장으로서는 굉장히 편했다.
"저희 화산파도 지원을 가겠습니다-"
이후로, 화산파의 대표인 이태백이 손을 들며 말했다.
청사파를 제외하면 무림맹의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화산파였기에 마찬가지로 크게 도움이 될 터였다.
"그래-"
위지운의 얼굴에는 그닥 표정 변화가 없었다.
이미, 회의 끝에 화산파의 참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개방도 지원을 가겠습니다"
"청성파도 지원을 가겠습니다"
이후로, 개방의 광야와 청성파의 운임도 손을 들어 지원 신청을 했다.
연이은 이들의 지원 신청에 무가희의 낯빛이 밝아졌다.
'확실히 개방과 청성파는 곤륜파와 연대하는 것 같네-'
태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대충 이 상황을 가늠했다.
무당파 및 아미파들은 지원하는 걸 '쉬이-' 하는 걸 보니, 무가희의 말대로 곤륜파를 꺼려하는 듯했다.
그 외에도, 딱히 다른 문파들도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자리에 앉은 이들은 맹주의 시선을 회피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누구는 마치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리고 있었다.
뭐 그렇다 하여, 이들에게 강제로 참가를 권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맹의 공적을 쌓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파의 고수를 차출하여 보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공적을 쌓으면 맹의 지원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맹에 대한 발언권과 영향력도 생기겠지만 애초에 문파의 고수 숫자가 적어질수록 문파의 근본적인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게 의미가 있을리가 있나.
하물며, 문파 간의 관계란 것이 존재했다.
다른 문파의 눈치를 의식하여, 도와주는 것이 껄끄러울 수도 있었다.
"고마워요, 공자님-"
무가희는 옆에 앉은 태수가 너무나 듬직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하늘 위에 적혀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태수와 함께라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다 돌려받을텐데, 뭐 그렇게 고마워할 게 있겠소-"
"그래도요-"
회의장 안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둘의 모습을 광야가 힐끗 보며 피식- 웃었다.
'저 형은 정말 어디에서나 계집질을 할 것 같군-'
색에 미친 그 무가희와 연애질이라니.
이 남자, 저 남자 가리지 않는 그녀의 성격을 알고서도 저럴 수 있을까.
하루가 멀다하고, 남자를 갈아치우는 게 그녀의 근본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여자의 저런 모습은 정말 본 적이 없는 듯한데-'
광야는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무가희를 살펴보았다.
그녀를 알고 난 이후로, 처음 보는 듯한 분위기였다.
저 여자에게도 저렇게 사랑에 푹 빠진 듯한 소녀스러운 모습이 있었나.
언제나 색기 넘치는 모습으로밖에 기억에 남질 않았는데.
이후로, 맹주는 폐회를 선언했고 지원에 참가한 문파의 대표들은 작전회의실로 들어왔다.
상 위에는 청해의 지도가 놓여졌고, 곧 위치 분담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었다.
"중앙은 무림맹 본부 소속 고수들이 맡을 계획이고, 나머지 방위 네 곳은 각각 나누어 맡을 계획이다-"
맹주는 청해 지도를 손가락으로 일일이 가리키며 말했다.
무림맹 본부 소속 고수들은 현대로 치면 국가공무원에 가까운 존재들이었다.
이해관계에 움직이는 문파는 무력을 장사하는 기업에 가까웠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움직이질 않는 문파들이 있기에 무림맹은 이렇게 문파에서 강제로 고수를 일정량 차출하여 무림맹 본부 소속 무력 단체를 만들어 일을 해결했다.
"맹주님, 건의할 게 있습니다"
"아, 태수 대협. 자유롭게 말씀하세요"
다른 이들에게는 언제나 상관으로서 하대를 했지만, 태수에게는 늘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 위지운이었다.
회의실에 들어온 나머지 사람들도 그 분위기의 차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자연스레 무림맹에서의 태수의 입김이 얼마나 강한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저는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괴물들을 상대하고 싶은데요. 그게 제 힘을 잘 살릴 수 있는 법이기도 하고-"
"아, 그건 태수 대협이 편할 대로 하시오. 등봉조극 고수의 힘을 잘 살릴 수 있다는데 어떻게 반대할 이유가 있겠나, 하하-"
위지운이 태수의 말에 껄껄- 웃으며 허락했고, 나머지 대표들과 방위 분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여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회의가 끝난 이후, 위지운은 태수를 따로 불렀다.
"태수 대협, 내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소?"
"말씀하세요, 맹주님-"
"전략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대협에게 내 딸을 붙여 함께 다닐 수 있는 게 가능할지 궁금하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야 태수 대협 같은 고수를 직접 앞에서 보면, 딸의 무공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고. 더불어, 지화에게 태수 대협을 소개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그렇지 않겠소-"
아무래도, 맹주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후자에 있는 듯했다.
태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저야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하하, 그러면 내가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태수 대협-"
맹주는 허락하는 태수에 기꺼이 고개를 숙일 정도로,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힘내라는 듯, 태수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태수는 마치, 장인어른이 능력 좋은 사위 힘내라는 듯, 응원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주 제대로 나한테 줄을 대시네, 이제는-'
스윽-
태수의 시선이 웃고 있는 맹주의 뒤로 은신하고 있는 비밀호위, 우화린에게 닿았다.
우화린은 태수의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홱 돌렸다.
그녀는 아직도 그 날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가슴께부터 해서 목까지 불그스레했다.
'이번 Boss Monster Wave. 천상교와 무슨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분명-'
맹주의 참전도 예고되었으니, 우화린도 맹주를 따라 청해로 올 것이었다.
그녀가 천상교에서 영향력이 없는 일반 교인이라 추측되긴 해도, 그녀와 관련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물론,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했지만.
숙소로 돌아온 태수는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 아내와 마주했다.
"다들 봤다시피, 청해에 괴물 군단장이 침공해올 거야. 오늘 바로 청해로 갈 준비를 한다"
"알겠어요, 가가"
선하, 당가려, 우문희.
그리고, 태수의 호위인 비류.
넷은 청사파 출신으로 태수와 함께 청해에 참전하게 될 예정이었다.
'대외적으로 무림에 나와 청사파를 처음으로 드러내는 시간이 다가오는군-'
태수는 챙길 것을 챙기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무림 멸망 막아내는 아주 거창한 목적보다, 꿀사냥터로 하여금 폭풍 성장을 하기 위한 목적이 태수의 머릿속에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