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색욕에 물들은 우화린은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태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달아오른 듯했다.
"우화린, 천상교의 최종 목적은 무엇이냐"
비밀리에 무공을 연구하는 집단인 건 알겠다.
하지만, 그것이 최종목적은 아니지 않겠는가.
태수는 분명 그 배후에 깔린 뒷배경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태수의 말에 우화린은 혀가 꼬인 듯한 발음으로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이미,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모, 모든 건 이계의 존재들을 위해-"
"이계의 존재를 위해? 구체적으로 그들의 정체가 뭐지?"
"무림을 구원할 신-"
태수는 우화린의 말을 최대한 밤꽃무림 제작진 관점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렇게 관점을 잡고 보니, 이계의 존재들은 무림 구원이라는 목적을 핑계로 이계의 몬스터를 보내는 녀석들이었다.
그렇다면, 천상교 녀석들은 이계의 존재란 걸 어떻게 알았을까.
무림에서 태어나 자란건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그들을 만나게 되었지?"
"지인의 소개로 그분들과 만나게 되었어. 그 이후로는 기억이 잘-"
이후로, 캐물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에 태수는 더 이상 질문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아무래도 천상교의 윗사람들이 모종의 수법으로 교인들의 기억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비밀리에 무공을 연구하면서도, 이계의 침공을 한다라-'
무공을 연구하는 것과 이계의 침공이 관련이 있는 걸까.
고민하던 태수는 생각을 접은 후, 우화린과 함께 조교의 방 밖으로 나왔다.
"왜, 그냥 가는거야-!"
"내 마음이지, 그건. 후훗. 왜 하고 싶어?"
"제발 부탁이야. 모, 몸이 너무 뜨거워, 하으읏-!"
-질질
어두운 밤.
무림맹 본부에 있는 건물 지붕 위.
천상교의 교인이자, 무림맹주의 비밀호위인 그녀는 두 다리를 벌린 채, 음부에서 애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여전히, 쾌감이 가시지 않았는지 우화린의 몸은 붉게 달아오른 채로, 모유로 인해 번들거리고 있었다.
태수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귀에 작은 입바람을 불었다.
"하으으-"
그것만으로 우화린은 한껏 달아올랐는지, 얕은 탄식음을 냈다.
태수는 자신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초감각으로 보건대, 그녀는 화경의 고수를 목전에 둔 초절정고수였지만 자신 앞에서는 그저 발정난 암컷 한 마리에 불과했다.
"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없듯이, 계속 무림맹주의 비밀호위 역할을 하면 돼. 그러면, 내가 이걸 해결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꼬집
"아아앙-!"
태수가 발기된 그녀의 음핵을 손가락으로 꼬집자, 우화린은 아랫입으로 애액을 토해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이걸 지금 해결해주지 않고서, 가버린다면 오늘밤 성욕 불만족으로 날을 지새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천상교에 대해서는 나중에 물어보겠다. 그럼, 인피면구 챙기고. 후훗-"
"아, 안돼-"
스윽
탁-
태수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인피면구를 우화린에게 던져주고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우화린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등 돌린 태수를 향해 팔을 내밀었지만 이미 태수는 그 자리에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세 아내와 함께 한 침대 위에서, 태수는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그렇듯, 매일 함께 뒹굴다보니 만성 정력 고갈 증세는 기본이었다.
4번의 환골탈태를 겪었음에도, 이러하니 환골탈태가 없었다면 진작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로의 일정에, 딱히 무림맹의 공식 일정이 잡혀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 선택이 가능한 사교 모임 시간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이른 낮.
태수는 무림맹주 위지운이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하는 요청에, 무림맹의 집무실 안으로 와있었다.
하지만, 불러놓고 먼저 자리에 있지 않은 위지운 덕분에 태수는 잠시 안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겉보기에는 아주 시간 약속을 잘 지킬 것 같더만. 그나저나, 맹주를 호위안하고 여기서 뭣하는거지?"
"어, 어떻게-"
얼굴과 그 격정적인 호흡을 알고나니, 우화린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은신을 들킨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태수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후 태수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이른 바, 그녀는 정색을 했다.
"어차피, 이곳은 무림맹 본부. 호위된 자로서, 이곳을 지키고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도대체 뭐가 문제라 할 수 있지?"
"후훗-"
어제와 달리, 상당히 고압적인 자세에 우화린은 스스로 조금 도취감에 취한 듯했다.
하지만, 태수는 언뜻 느껴지는 그녀의 불안함에 피식- 웃었다.
어제는 없었던 일로 하고, 이제부터라도 사무적으로 대하려고 하는 그녀의 심리가 느껴졌다.
'그렇게 해서는 안되지-'
-저벅저벅
태수는 거칠 것 없이, 우화린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그녀는 태수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나머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결국, 바로 벽을 뒤로 한 그녀는 더 이상 물러날 공간이 없었고, 두 손으로 벽을 짚으며 자세를 유지했다.
태수는 그 자세 그대로 우화린의 음핵을 손가락으로 꼬집었고, 나머지 손으로는 그녀의 유두를 비틀며 그녀의 입에 입맞춤해버렸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까-
그 몇 초 사이에, 그녀는 어젯밤과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조금 흐리멍텅하고, 초점이 없는 듯한 눈빛.
태수는 이제 조금 그럴 듯해진 그녀의 표정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네 앞에서는 항상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야지. 어디 발정난 암컷이, 그런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어. 안 그래?"
"..."
우화린은 태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태수에게 수치스러운 치욕을 당했음에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근 1년 사이에 저 남자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인간이 어떻게 청독각마공을 대성으로 성취를 이루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남자는 등봉조극의 고수에 이르렀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당장에 자신을 죽여도 할 말이 없겠지만 그는 자신을 살려두고 있었다.
스윽-
"무림맹주가 오고 있는 것 같으니, 은신하고 있으라고.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하으읏-!"
태수가 경고성 손짓으로 우화린의 음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대충 알아들은 그녀는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늘 그렇듯 은신으로 자신의 기척을 지웠다.
사실상, 태수가 아니라면 현재 그녀의 기척을 느낀다는 건 무림맹주여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아악-
탁-
곧,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위지운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 앉고 있는 태수를 보며 악수를 건넸다.
"늦어서 미안하네. 나이를 먹으니 시간 개념도 사라지는 것 같구먼-"
"뭐, 괜찮습니다. 맹주님-"
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지운의 악수를 자연스레 받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름, 태수의 공손한 태도에 위지운은 힐끗 눈길을 주더니 그 역시 태수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이에 맹주를 뒷따라오던 비서는 뜨끈뜨끈한 녹차를 가지고 왔다.
"자, 차를 들게나. 맛이 괜찮을 걸세-"
"사실, 전 차를 먹을 줄 모릅니다만, 그냥 먹겠습니다."
"어어, 그래-"
태수는 대한민국에서 차 같은 건 당연히 잘 챙겨먹지도 않았다.
하지만, 밤꽃무림은 기본적인 배경이라 중국인지라 차를 마시는 것이 아주 습관화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태수는 이곳에 와서도 차를 마시지 않았다.
입맛 같은 건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위지운은 굳이, 그런 걸 언급하며 자신을 무안하게 만드는 태수가 건방진 것보다는 참으로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맹주 앞에서, 저렇게 자신만한한 태도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고 한들, 지위가 있으면 그것에 대한 존중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위지운은 자신을 거의 옆집 아저씨처럼 대하는 태수의 모습에,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성격이 괜찮은 사람인 것 같네-'
태수는 티는 안내고 있었지만, 맹주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석에서 단둘이 만났을 때, 과연 맹주가 어떤 태도로 나올지 궁금했었는데 이 정도면 나름 인성은 합격이었다.
스읍-
"자네를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한 것에는,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없네. 다만, 자네와 여러모로 대화를 나누고 싶었네"
위지운은 녹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여유로운 중년의 자세로 말을 이어나갔다.
맹주로서의 품격이 느껴진달까.
태수는 자연스레 위지운의 말을 경청했다.
남성 특유의 울림있는 저음이 듣기에 딱 좋았다.
"난 최근에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데, 이름이 달수지. 달수라 지은 건, 크게 의미가 없지만 아무튼 아주 귀엽네. 허허-"
"그렇군요-"
하지만, 듣기에만 좋은 목소리였고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50대 중년의 맹주는 거의 10분 가량,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 '달수'에 대해 언급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새로운 형태의 꼰대인가.
다른 이에게 조언하는 듯한 말투는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 혹시 내 이야기가 재미없었나? 하하,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니만,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나버린 것 같군-"
"이제야 아셨으니, 다행이네요."
"후훗, 자네는 아주 사람에게 무안을 주는 게 습관이 되어있어. 그런 솔직한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지만-"
"그래서 달수는 행복하답니까?"
"허허- 이제 나만 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온다니까? 그래서 내가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맹주는 성격의 굴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온화한 50대 중년과 비슷했다.
남성성이 거세된 느낌이라기보다는, 절제할 줄 아는 듯한 느낌이라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아마, 맹주라는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수없이 많은 암투를 겪어왔기에, 내면이 단련되어있는 듯했다.
탁-
그렇게, 애견에 대해 10분 정도 더 이야기했을까, 위지운은 마시던 차를, 상 위에 올려둔 후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자네는 왜 어제 회의에서 그런 말을 했지? '무림 멸절을 막기 위해서는 무림 모두가 힘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라고 했었나."
말을 함과 동시에, 위지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애견 카페에 출석이나 할 것 같은 50대 중년에서, 지금은 부드러운 분위기지만 확실히 날이 서있는 무림맹의 맹주다워졌다.
태수는 그런 분위기의 변화를 느끼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드디어, 대화할 맛이 난달까.
"맹주님은 어디까지 보십니까? 이계의 괴물 침공이 무림을 어느 수준까지 이르게 만들 것이라 봅니까?"
"그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보네-"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맹주님의 자유입니디만.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무림이 이계 침공에 의해 멸망하는 건 정해진 수순입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이건 무림맹의 맹주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네-"
위지운의 눈빛이 나름 심각해졌다.
등봉조극의 고수가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그 심각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이계 침공에 의한 무림 멸망은 정해진 수순입니다."
"그래서 자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위지운은 떠볼 요량으로 태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등봉조극의 경지에 올랐다면, 자신감에 취해 무림일통이라는 계획을 갖고 있을지도 몰랐다.
힘을 모으는 건, 어느 정도 찬성한다지만 청사파에 의한 무림일통 계획은 지극히 사양이었다.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네는 무림의 세력 단체들이 힘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힘들 것이라 봅니다. 다만, 저는 기다릴 생각입니다."
사아아-
녹차를 앞두고 분위기가 오묘하게 변해갔다.
태수는 아직 맹주 앞에서, '나는 무림일통의 계획을 갖고 있다' 라는 발언을 할 때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모든 변화에는 적정의 피를 흘려야 하는 법이었다.
이계 침공에 의해서도 피를 흘려야 했고, 천마신교의 침략에 의해서도 피를 흘려야 했다.
그렇게, 피로 쌓아올린 시체의 산 위에 올라가 이들 위에 군림할 수 있으리라.
위지운은 한동안 말 없이 태수를 바라본 후, 이내 표정을 풀었다.
"후훗, 자네. 내가 화산파 출신인 건 알고 있나?"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문파는 모르겠지만, 화산파는 이계 침공에 대비해 힘을 모을 것을 약속하겠네-"
"괜찮겠습니까?"
아무리, 화산파의 전 장문인이고 현 맹주라고 해도 이런 결정에는 수많은 동의가 필요한 법이었다.
태수는 조금 의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물론일세. 내, 사제에게는 좋게좋게 말해보도록 하지. 그나저나, 자네. 여자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설마, 광야의 사설수기를 보셨습니까?"
"후후, 광풍 녀석의 수기는 언제나 재밌어서 찾아보게 되지. 특히, 이번 수기는 자네 덕분에 아주 재밌었어, 후훗."
"흐음-"
확실히, 광야의 입김이 있나보다.
맹주도 저렇게 찾아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실, 나에게 귀여운 막내 딸이 있네. 후훗, 자네의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훗날 보게 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지"
"혹시, 저를 장가 보낼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물론, 내 딸을 자네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이겠지.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면, 난 자네가 차기 무림맹주가 될 것이라 확신하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화산파가 더 잘 되길 기원하며 자네라는 줄을 탈 계획인 거지, 후훗. 받아들이겠나?"
"맹주님. 전 맹주님의 딸이라 해도, 못생겼다면 과감히 고개를 홱 돌리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누구도 내 앞에서 그렇게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네. 자네는 정말로 솔직하구먼. 사실 내 딸도 자네에게 어느 정도 관심이 있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일세-"
태수는 그제서야 이 자리를 마련한 맹주의 목적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당천휘와 비슷한 목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훗날을 위한 포석이랄까.
뭐, 기분은 괜찮았다.
마음에 들어서, 자기 딸을 시집보내고 싶다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외모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맹주의 외모를 보건대, 미녀와 결혼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맹주의 딸은 분명 예쁠 게 분명했다.
'후훗, 맹주. 단순히 훗날 화산파를 위한 포석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오. 이것은 파천회에 의한 무림일통의 포석이 될테니-'
태수는 수면 아래로, 능구렁이 같은 표정을 지었으나 맹주는 감히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