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그 지옥 같은 곳에 돌아가라고? 절대 못 돌아가지-'
주홍희에게 있어, 천마신교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무공훈련은 그녀 역시 무인이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아버지 주진악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나 버티기 힘들었다.
주진악은 인간이라 할 수도 없는 남자였다.
짐승 그 자체였으니까.
그녀는 태수가 야속했다.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두고, 아내 몇명과 함께 무림맹으로 갔기에.
뭐, 사실 자신은 태수의 뭣도 아니었기에 이래저래 따질 수도 없었지만.
태수 덕분에 광서지부에 있는 태수의 저택에 머물고 있는 그녀는 저택에 남은 태수의 아내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선하처럼 마음에 드는 예쁜이들이 있으면 좋을텐데, 후훗'
그녀가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저택 마당에서 의서를 펴놓고 연공을 하고 있는 소혜였다.
소혜는 하운 마을에서 익혔던 의료법을 계속해서 익히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한결 같은 마음으로 태수가 다치면 자신이 배운 의료법으로 고쳐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는 내 위치에서 가가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소혜는 근래 들어, 계속 태수의 근처에 아내가 늘어나는 걸 봐왔다.
하물며, 그 여자들은 자신과 비교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대단한 여자들이었다.
화경의 고수에, 사천당문의 여식에, 중앙상단주의 딸에, 우문가의 여식에-
그에 비교하면 자신은 너무나 초라했다.
하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 무엇도 태수에게 도움이 되어주질 못했다.
'비록, 가가는 내 존재만으로 충분히 도움이 되어준다고는 하지만-'
소혜는 태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주질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렇기에, 무공훈련과 더불어 태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첫걸음이 하운 마을에서 배웠던 의료법을 계속 익히고 연마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몸이 백색과 푸른색의 기운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청량선법淸凉扇法.
청성파의 심법으로, 의료에 특화된 심결이며 누구나 익힐 수 있게끔 보급화되어 있었다.
이 심법의 좋은 점은 삼재심법처럼 다른 심법과 잘 융화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청량선법을 어느 수준으로 익히든 간에, 삼재심법을 익혀도 그 내공을 고스란히 삼재심법에서도 사용할 수 있음을 뜻했다.
사실 그러한 포용성 덕분에, 의료에 특화된 심법이라 볼 수 있었다.
그 어떤 기운과도 잘 융화되는 성질 때문에, 격체전공 수법으로 다른 이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아주 용이했다.
"후우"
운공을 마친 소혜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머리 위로 아주 작은 꽃봉오리 3개가 피어올랐다.
삼화취정의 경지라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었다.
청량선법은 기초심법으로, 대성을 이룬다고 해도 고작 절정고수가 한계였다.
즉, 기를 발출할 수 없음을 뜻했다.
그럼에도, 다른 심법과 융화되는 특성을 갖고 있었기에 초심자가 익히기에 쓸만했다.
"기초심법을 익히시네요? 제가 더 좋은 심법을 알고 있는데, 알려드릴까요? 무려, 상승심법인데"
주홍희는 소혜의 머리 위로 피어오른 작은 꽃봉오리 3개를 발견하고는, 소혜가 기초심법을 익히고 있다는 걸 단번에 파악했다.
태수의 아내는 다 예뻤고, 소혜 역시 마음에 든 주홍희는 현재 그녀가 익히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심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 천마신교의 공주님이구나. 괜찮아요, 전"
"왜요? 상승심법이 기초심법보다 월등히 좋아요. 괜히 가문과 문파들이 직속제자에만 상승심법을 전수해주는 게 아닌데?"
"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가가를 치료해주기 위해 무공을 배운거에요"
"호오-"
주홍희가 보기에도 확실히, 소혜의 무공은 포용력이 뛰어났다.
다른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고, 다른 기운 속에 섞여드는 것도 괜찮았다.
상승심법은 대부분 개성이 있어 다른 심법과 잘 융화되지 않기에 소혜의 목적과는 어긋났다.
"확실히, 기초심법 내에서는 뭐 딱히 그것보다 더 좋은 심결이 있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그런가요"
무공 체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혜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말이 천마신교의 공주지.
주홍희의 신분은 타 국가 황제나 다름없는 교주의 딸이었다.
시골 촌년이나 다름없는 자신과 격이 달랐다.
그런데, 이렇게 단둘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소혜라고 했죠? 소혜는 왜 태수,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나요?"
"저는-"
소혜는 주홍희가 자연스레 말을 편하게 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정정할 틈을 찾지 못했다.
주홍희가 풍기는 분위기는 뭔가 센 언니 느낌이었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을 것 같았다.
"가가에게 남자의 듬직한 면에 끌렸던 것 같아요"
"듬직한 면?"
소혜의 말에 주홍희가 흥미를 보였다.
사실, 그녀는 남자의 듬직한 면이란 걸 잘 몰랐다.
애초에, 남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동성애자였으니까.
"네, 뭐랄까. 맡은 일에 대해 엄청 열심히 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져보였어요. 그런데, 우리 왜 이런 이야기를-"
소혜는 자신이 그렇게 말해놓고, 무언가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얼마 본 지, 되지도 않은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우스웠다.
"에이, 뭐 어때요. 내가 무공도 어느 정도 가르쳐줄 수 있는데, 배워볼래요? 현재 익히고 있는 심법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거에요"
"정말요?"
"네, 후훗"
주홍희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소혜에게 접근했다.
무공을 가르쳐준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사실, 소혜와 노는 것에 관심이 있던 그녀였다.
남자가 선천적으로 여자랑 노는 걸 좋아하듯, 마찬가지로 그녀는 여자와 노는 걸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태수, 그 남자는 자꾸 보고 싶어지네-'
태수는 어느 순간, 그녀 마음속으로 인정해버린 천마신이었다.
그것이 순간적인 감정이라 할 수 있어도, 지금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천마신은 천마신교가 광적으로 모시는 허상 속의 존재이자,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었다.
옛 태초의 천마는 마공에 의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마인들의 질서를 바로 잡고, 마인들을 통합하기 위해 천마신이라는 허상 속의 신적인 존재, 즉 종교를 창시했다.
천마신교 교서에 따르면, 천마신이라는 존재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천마의 경우, 곧 본인이 천마신이 될 수도 있었다.
즉, 천마는 본인이 천마신의 현신이 되어 교도들의 광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물론, 주홍희는 당연히 자신의 아버지인 주진악을 천마신의 현신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진악을 쓰러트릴 자를 자신의 천마신으로 모시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태수가 자신의 천마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현재, 무림을 통틀어 주진악을 쓰러트릴 자는 태수밖에 없었으니까.
'갑자기, 보고 싶네-'
아름다운 여자를 앞에 두고, 남자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그녀는 스스로 미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스름한 저녁.
무림맹 본부 안.
"자, 그 유명한 청사파의 두목, 여자에 미친 호색한! 태수 대협입니다, 으하하하-"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네, 태수 대협"
"호호- 광풍은 여전하시네요"
무림맹 본부 안에는 무림맹의 고수들이 쉴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객잔이라던지 기루라던지 무엇이든 전부 최고급으로 존재했다.
무림맹의 청화객잔 안은 시끌벅적했다.
광야가 무림맹에 모인 각지 문파의 고수들에게 태수를 소개시켜주었고, 자연스레 이곳에 왔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태수에게 한껏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야의 무림 사설수기는 나름 무림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 사설수기에서 태수에 대해 그토록 위대한, 혹은 재미있게 묘사를 했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청성파의 운임이라고 하네."
"저는 곤륜파의 무가희라고 해요, 호호- 잘 지내요."
"아, 저는 청사파의 태수라고 합니다."
태수는 어색한 눈빛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운임은 40~50대의 중년으로 보였고, 무가희는 관리를 잘한 30대 여성으로 보였다.
같이 자리를 한 사람은 태수를 포함해 총 4명이었다.
그 외의 문파 사람들은 광야와 친한 듯한 사이였으나, 태수를 멀리서 보겠다는 듯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비결이 뭐에요? 궁금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여자를 꼬실 수 있었는지-"
"비결은 딱히 없소"
"어후, 이거 궁금한데요?"
무가희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여자도 약간 뇌쇄적인 여우 과네'
주홍희 정도는 아니었지만, 눈매가 아주 여우스러웠다.
화장도 매우 진했다.
마스카라가 아주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처음 봤을 때도, 몸매도 훌륭했던 것 같았다.
대략 C컵에, 골반 라인도 준수했다.
다만 피부가 아쉬웠다. 딱, 살색 피부랄까.
'내 취향은 백옥 같은 피부에 핑두, 핑보인데 말이지-'
태수는 무가희에 대한 품평을 하며, 그녀가 하는 말을 적당히 맞받아주고 있었다.
대화의 내용은 비슷비슷했다.
무가희는 만난 여자의 출신성분을 묻거나, 혹은 일어난 해프닝 같은 걸 주로 물었고 운임은 태수의 활약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한번에 괴물 수백마리가 죽어나갔다는 말은 정말 믿기 힘들군"
"그 정도는 되어야, 대여섯명의 여자를 아내로 둘 수 있는 거군요, 후훗. 하지만, 전 다른 것도 궁금한데요?"
무가희의 시선이 은근히 태수의 아랫쪽을 향했다.
설마, 이 여자 원나잇을 즐기는 부류인가?
묘하게 풍기는 분위기가 이러했다.
-나, 잘 대주는 여자야.
마지막 작별 인사로 무가희는 태수에게 윙크까지 날렸다.
태수는 그런 그녀의 태도에 그러려니 했다.
뭐, 딱히 매력은 갔지만 굳이 손길은 가지 않았다.
어차피, 널리고 널린 게 여자였으니까.
'이미 때를 잔뜩 탄 것 같아서, 그닥 끌리지도 않구먼-'
제일 중요한 건, 순수함이었다.
뭔가 창녀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 끌리지 않은 태수였다.
이후에, 돌아오는 길에 태수는 광야에게 무가희가 곤륜파의 돌연변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미파나 무당파처럼 도사처럼 사는 건 아니지만, 도가 사상이 주를 이루는 곤륜파에서 그토록 색色을 강조하고 있으니 돌연변이나 다름없었다.
웃긴 건, 그녀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당당히 곤륜파의 제일 후기지수 자리에 올라섰고, 결국 무림맹의 대표 자격까지 얻어냈다는 것이다.
"후우, 이제 쉴 수 있겠군."
"고생하셨어요, 가가-"
"너희들도 고생했는데, 뭐."
인맥의 장에 다녀오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얼굴이라도 아는 사이일수록 알게도 모르게 이득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모임이 끝나고, 태수는 지정된 숙소로 돌아와 아내들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태수는 이번 일행으로, 비밀호위로 당연히 비류를 데리고 왔었고 그 외에 선하와 당가려, 우문희를 데리고 왔었다.
숙소 근처에는 이미, 비류가 은신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긴 하네'
무림맹 회의의 공식 일정은 내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청사파의 존치 여부에 대한 언급도 나올 것이고, 우문가와 세 문파에 대한 언급도 나올 것이다.
그 밖에 정천맹이 보여주었던 움직임과 이계 괴물 침공 등.
할 이야기는 무진장 많았다.
'그 밖에도 표국 사람들이랑도 만나야 하고-'
생각해둔 표국은 있으나, 자리에 나올지는 의문이었다.
"가가, 무슨 생각해요?"
"후훗. 너희들 생각하지"
"헤헷, 저 오늘 정말 기대 많이 하고 있는데-"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니, 안달이 난 아내들이 태수를 은근히 유혹하기 시작했다.
선하가 가슴을 들이미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천당문의 금나수로 손목을 단련한 당가려는 능숙하게 태수의 자지를 애무를 하고 있었다.
우문희는 거대한 두 덩이의 가슴을 모아 태수에게 두 젖꼭지를 한꺼번에 물려주었다.
'한번에 3명이라니-'
꿈 같은 일이면서도,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수는 그렇게 세 아내와 침대에서 뜨겁게 뒹굴며, 무림맹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태수는 피곤한 눈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야말로, 정력고갈.
아내들은 어젯밤이 만족스러운 듯,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잠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아내들이 저렇게 편히 누워있을 때가 제일 좋을 때지"
태수는 토끼 같으면서도 여우 같은 아내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무림맹에 출근할 준비를 했다.
준비할 것들은 청사파의 현황 보고서와 표국 건과 관련해서 가지고 올 계약서 등이 있었다.
숙소 밖으로 나가니, 광야가 태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 태수 형. 잘 잤소? 태수 형의 숙소와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신음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오는 걸 보아하니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낸 것 같은데, 후훗"
"광야, 다 들렸나?"
"후훗, 무림맹에 따로 집이 없어 무림맹의 숙소에서 머무른 사람들이라면 태수 형의 절륜한 정력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될 것이오, 으하하- 이로서 내 사설수기의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니 아주 기분이 좋군"
"..."
솔직히 부끄러웠다.
이곳이 제 안방도 아니었고, 방음도 안되는 집에서 그렇게 떡방아를 찧어댔으니 소리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소리들을 무림맹 사람들이 고스란히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태수 형, 그런 표정 지을 것 없소. 어차피, 무림맹 사람들은 이미 태수 형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후후"
"광야, 그 주둥이는 이제 조금 다무는 게 좋을 거다"
"아, 아니 왜 그러시오. 태수 형. 난 사실을 말한 게 전부인데"
태수가 맴매를 하려는 듯, 손을 들자 광야가 기겁을 하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비록, 태수의 공격을 보고 피할 순 있어도, 태수가 얼마나 강한지 알기에 자연스레 겁을 먹은 광야였다.
"됐다, 이놈아. 얼른 무림맹 본부로 정확히 안내나 해라"
"예이예이~"
아까의 겁은 금세 어디로 갔던가?
광야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허리춤에 손을 얹고서 장군 행차를 나가는 듯, 걸음을 크게 했다.
광야를 따라가니, 곧 돔 양식으로 되어있는 무림맹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게임은 게임이네. 무협 배경에, 무슨 돔이냐'
대한민국의 국회 의사당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제작진의 욕심과 노력이 보이는 듯했다.
본부 안에는 실제로 국회처럼, 표결을 하는 곳도 있었다.
이름하야 무림의회였고 문파가 영향력있는 만큼, 의석수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 밖에, 각종 위원회가 존재했는데 긴급대책위원회, 무공연구위원회 등 마치 민주주의를 표현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딱 봐도 무림맹은 대한민국, 정천맹은 북한이잖아.'
무림맹과는 달리 정천맹은 이렇게 표결하는 곳이 당연히 없었고, 위원회 같은 것도 여러 가문의 참여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오직, 남궁가에 의한 정권세습과 독재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태수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무림맹이 우습기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무림은 무림이었다.
칼부림 앞에 공손한 민주주의가 어디있나?
결국, 힘의 논리로 모든 걸 승부볼 수 있는 곳이 곧 무림맹이었다.
"자, 태수 형. 바로 여기요"
"흐음-"
태수는 광야가 안내해주는 곳으로 들어갔다.
청사파의 태수를 비롯해 광야 등 문파의 대표들이 이번에 모일 자리는, 긴급대책위원회로 'ㄷ'자의 책상으로 앉을 공간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팻말이 있었고 팻말에는 각 문파의 이름과 해당 문파의 대표 이름이 적혀있었다.
태수는 청사파와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팻말 앞에 앉았다.
공교롭게도 옆에는 광야와 어제 봤던 무가희가 앉게 되었다.
"태수 대협, 이렇게 보게 되서 반갑네요. 혹시 우리 둘은 인연일수도, 호호-"
"헛소리는 작작하는 게 어떻소,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만"
"허, 헛소리라니. 태수 대협. 소녀에게 그렇게 심하게 말씀하면 조금 마음이 상할지도 모릅니다?"
"소녀는 무슨, 딱 봐도 30대 아줌마로 보이는데-"
"..."
태수의 거칠 것 없는 말에, 무가희의 표정이 순간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