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다, 당 소저-"
팽우막은 당가려와 곧 이어, 잠복해있었던 광서지부의 고수들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나올 것이란 걸 알고 있었고, 오히려 여유롭게 유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팽우막은 그제서야 조금 정신을 차렸고, 할 말을 정리했다.
"다들, 알다시피 남궁가는 정천맹의 수장이요. 비록, 견제 세력으로 사천당문이 있지만 수백년 간 세습해서 정권을 이어왔었소. 아무래도, 남궁가는 이번 기회에 사천당문의 동맹세력을 줄이기 위해 우리를 이곳에 보낸 것 같소-"
"웃기는 군. 그걸 알면서 왜 이곳에 왔지? 목숨이 아깝지 않나?"
"부끄럽게도, 죽음을 앞둔 순간에 그 사실을 깨달았소"
"하기사, 그 전에는 충분히 해볼 법한 짓이라고 여겼겠지-"
태수의 말에 팽우막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것은 황보익이나, 모용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팽우막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그 이후에도, 남궁가의 속셈에 대해 입체적으로 깨닫지 못했었다.
이렇게 팽우막이 말해주자, 그제서야 남궁가의 속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둘이었다.
"참, 웃기는 일이야. 누구는 세상의 멸망이 다가오는 걸 막기 위해, 최대한 적들을 살리고 수용하며 힘을 모으고 있는데 누구는 힘을 모으지 못할 망정,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아군들을 죽이고 말이야, 후훗-"
자조적인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밤꽃무림 클로즈베타 커뮤니티에 베스트 게시글로 이런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베스트 게시글, 결국, 마지막 웨이브까지 막을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다 보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이해관계 때문에 자신들끼리 싸우는 것 보면 속 터지는 거 다들 아실 겁니다. 전 무림맹 스타트도 해봤고, 정천맹 스타트 해봤음. 심지어 우연히 천마신교로 들어가 거기서 스타트도 해봤음. 새외무림은 안해봤는데, 내가 생각할 때는 어딜 가든 마찬가지임. 외부의 적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내부에서 스스로 자멸하고 상처를 입음. 병신들이 따로 없음. 내가 여러번 플레이하면서 느낀 건, 오히려 무림통일을 해서 유저가 강제로 힘을 한군데로 모으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 그리고 그게 히로인 모으는 데도 가장 좋더군요.
[댓글]
-ㅋㅋ 무림통일 가능했으면, 진작에 했지. 이러고 있겠누?
-아니 근데, 현실적으로 정말 답이 없긴 해. 얘네들 싸우는 것 보면, 무림통일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것 같아.
-꿀팁 감사요. 바로 새로 스타트하러 갑니다.
'그 당시에는 무림통일이 과연 쉬울까,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은-'
하다 보니, 이제는 태수 역시 무림통일을 해서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세상의 멸망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팽우막이 태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묻자, 태수는 지금 알 것 없다며 손사래쳤다.
"뭐, 여기서 말할 건 아닌 것 같고. 흐음, 그나저나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데?"
"그, 그야 당신은 당 소저의 부군 아니오. 그러니, 당문의 동맹세력인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나 물어보는 것이오"
"푸핫! 방금 전까지는 광서지부를 기습할 생각을 해놓고, 지금 와서는 도와달라? 이게 뭔 모순인지"
"그건 아까 해명하지 않았소! 죽음을 앞둔 순간, 남궁가의 속셈을 깨달았다고-"
"그거야 뭐, 귀책사유는 당신들한테 있는 것이지"
"..."
팽우막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 태수의 말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기습을 하려던 자신들의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죽으랴?
죽고 싶은 인간이 어디있겠는가.
팽우막은 결국, 태수의 옆에서 태수의 눈치를 힐끗 보고 있던 당가려한테 운명을 걸 수밖에 없었다.
-당 소저, 제발 우리를 도와주시오. 미래를 생각한다면, 사천당문의 동맹세력인 우리를 살려줘야 하지 않겠소!?
팽우막은 당가려에게 전음을 보냈고, 그럼에도 그녀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그닥 있지는 않았다.
언제나 자신의 입장은 곧 태수의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태수가 원하지 않으면, 그녀는 그것이 사천당문의 세력이 약해지는 길이더라도 한치의 흔들림없이 따를 생각이었다.
팽우막은 자신의 전음에도, 당가려가 힘들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아까 보았듯, 부정적인 태수의 태도에 희망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당 소저, 혹시 우리를 도와주질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이오? 이유라도 말해주시오, 당 소저!
-팽 소협, 저는 가가의 말을 따를 생각이에요. 괜히, 제 의견을 말해서 가가의 본 생각을 바꾸고 싶거나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아요.
-아아, 결국 이렇게 되고야 마는 건가.
'다 들린다, 이 녀석들아-'
거미의 초감각은 내공을 매개체 삼아, 대기 중에 목소리를 흘려보내는 전음마저 엿듣는 게 가능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엿듣는 수준을 넘어 거의 평상시 목소리로 들렸다.
그런 상황이니, 태수는 이들이 한없이 귀엽기만 했다.
특히, 남편을 향한 당가려의 믿음은 아주 기특했다.
'일이 끝나면 많이 사랑해줘야겠는걸'
사실, 태수는 처음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들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다만, 이렇게 뜸을 들이는 이유는 이후에 있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바로 말을 들어준다면, 이들은 태수가 당가려의 부군임을 알고 도와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 판단하여 협상에서 많은 몫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사아아아아-
추스슷-
청마대미궁과 천라지망의 거미실에 묶인 채, 태수의 부정적인 태도를 본 정천맹 일행들은 희망의 씨앗이 싹을 틔우지 못하고 말라죽어가는 걸 느꼈다.
그런데, 순간 그들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실의 강도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뭐, 너희들을 살려 보내는 건 나한테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아.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기습할려고 했던 너희들의 목적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이대로 너희들을 살려보내면 나한테도 이득이 있어야 할 것 아니야. 너희들은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나?"
"..."
희망의 여지를 주는 태수의 말에, 팽우막은 태수가 뭘 원하는지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했다.
그런데,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태수라는 남자가 뭘 원하는지, 그의 속셈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거지?'
여자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건, 가까이서 많이 봐왔으니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그걸 제외하고는 알만한 게 거의 없었다.
혹시, 무림에 대한 야욕? 아까 말했듯, 적을 죽이지 않고 수용해서 받아들이는 것?
그렇다면-
"이것은 생명의 은혜라 할 수 있소.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팽가, 황보가, 모용가는 청사파를 위해 목숨을 바쳐 도울 것이오. 너희들도 그렇지?"
"무, 물론이지. 생명의 은혜를 갚는 건, 강호의 도리 아니겠나, 하하하-"
"나도 동감이다. 당연히, 하하"
팽우막이 그렇게 운을 떼자, 살살 눈치를 보던 황보익과 모용운이 바로 그의 말을 거들었다.
둘 역시, 이렇게 억울하게 죽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이건 뭐-'
태수는 이 삼인방이 마치, 눈치 좋은 대장 한 명과 그 대장을 따르는 바보 두 명으로 보였다.
덩치도 보통, 무가의 자제들보다 비대한 게, 산과도 같은 단단함이 아니라 멍청함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정천맹도 참 힘들겠어-'
무림맹은 유능한 제자를 받아들여 다음 장문인으로 임명하는 것처럼 실력 위주였지만 정천맹은 오직 세습으로 무공의 되물림을 해왔었다.
무인의 자제이니, 재능이 대부분 있을 수밖에 없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뭐-"
"...!?"
마침내, 학수고대하던 태수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고 팽우막 일행들은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노심초사했다.
지금은 태수의 말이 곧 법과도 같았다.
"뭐, 돌아가라고. 붙잡지 않을테니까."
"고, 고맙소. 반드시 이 은혜는 갚겠소. 다들 그렇지 않나!?"
"물론이오, 하하. 우리 황보가는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청사파를 전력으로 도와줄 것이오"
"모용가도 마찬가지오! 어떤 일이 있든 반드시 도와주러 달려가겠소, 하하-"
청마대미궁과 천라지망의 거미줄이 풀리자마자, 이들은 단체로 태수에게 구십도로 인사를 박은 후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더니 이내 줄행랑 도망치기 시작했다.
태수는 그런 그들의 오합지졸 같은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들이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다만, 추후에 있을 미래를 위해 이들의 호감을 사는 건 굉장히 중요했다.
이들은 곧 차세대 정천맹 가문의 가주들이었고, 곧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할 녀석들이었다.
그러니, 좋은 모습으로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습 같지도 않던 기습 이후, 광서지부의 고수들은 다시 본래의 임무로 복귀했다.
태수는 복귀 이후, 침실로 당가려를 불러들였다.
그녀는 한껏 기대하는 표정으로 태수의 옆에 누웠다.
"가가, 하으응-!"
태수가 당가려의 목베개를 해주며, 유두를 건드리자 그녀는 교성을 터트리며 태수에게 안겨왔다.
"려아야, 묻고 싶은 게 있어"
"물어보세요, 가가-"
'그나저나, 정말 압도적이긴 하네-'
그야말로, D컵의 마이유였다. 착 달라붙은 적색의 치파오 상의 위로, 당당히 자신의 슴부먼트를 드러내고 있었다.
가슴 아래로 이어지는 갸날픈 허리와 다시 솟아오른 골반 라인은 자연스레 엉덩이에 손이 가게 만들었다.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사슴같은 당가려의 눈망울에 태수는 참지 못하고 입맞춤을 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쥐었다.
"가가? 아아앙, 하읏"
"려아는, 왜 이렇게 예쁜 거야"
"부끄러워요, 가가-"
당가려는 예쁘다는 태수의 말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더더욱 태수에게 안겨왔다.
태수에게 시집을 온 이후로, 행복해하며 웃는 일이 잦아진 그녀였다.
태수는 착 달라붙은 치파오 위로 도톰하게 올라온 당가려의 발기된 유두가 너무나 귀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대로 가서 입으로 깨물어주고 싶었다.
"가가, 그런데 아까 묻고 싶었던 게 뭐에요?"
"아, 정천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 안에서 사천당문의 입지도 궁금하고"
"아아- 그런데, 제가 아는 게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가가-"
"괜찮아. 아는 선에서만 이야기해줘"
태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그녀는 차분히 정천맹과 사천당문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덕분에, 정천맹의 세력 구도를 확실히 알게 된 태수는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면, 려아는 내가 사천당문의 동맹세력을 도와주는 걸 원하지 않아?"
"저는 어떻게 되든, 가가의 의견에 따르겠어요"
"에이, 그러지말고 솔직히 말해봐. 진심으로 이야기해도 돼"
"그, 그러면-"
당가려는 한 차례 뜸을 들이더니, 이내 결심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태수는 자신의 진심조차, 부담스럽게 들릴까봐 고민하는 그녀가 귀엽기만 했다.
"동맹세력은 사실, 정천맹의 수장인 남궁가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 절대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다만, 제 본가인 사천당문이 더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이, 있어요오-"
"하하, 귀여워 아주-"
"하으응-"
말을 마무리 짓는 어미가 이토록 귀여울 수 있는가.
태수는 그녀가 미치도록 귀여워, 괴롭히고 싶은 마음에 치파오 위로 도톰하게 올라온 유두를 꼬집었다.
그러자, 당가려는 교성 소리를 터트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녀의 음부는 준비되었다는 듯, 태수의 침실로 들어올 때부터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결국, 일단은 사천당문의 동맹세력인 팽가, 모용가, 황보가를 도와줘야하잖아. 맞지?"
"그렇겠네요, 헤헷-"
당가려의 진심을 듣게 된 태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태수는 그녀의 치파오를 벗긴 후,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가려는 그런 태수의 시선에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홱 돌렸다.
"부끄러워요, 가가-"
"려아야, 사천당문이 잘 되도록 해줄게. 아니, 사실 난 그 이상으로 바라보고 있긴 해-"
"아아-"
당가려는 태수가 무림통일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걸, 할아버지 옆에서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남자는 역시 멋질 수밖에 없는 걸까.
그녀는 몽롱하고 황홀한 눈빛으로, 태수의 성기를 자신의 몸으로 깊숙히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