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65/90)



〈 65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어스름한 새벽.
광서지부 안.
광서지부의 인원들은 경계 상태를 '하'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우막, 지금 확실히 괜찮은 것이겠지?"

황보세가의 차남, 황보익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물론. 지금이 아니면 때를 놓칠 수 있다. 곧, 무림맹 회의가 열릴 것이다. 그 이전에 해결을 봐야해-"

막우, 아니 팽우막은 광서지부 무림대회 8강 성적으로 광서지부의 직책 하나를 받아낼 수 있었다.
 안에서, 광서지부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사를 했고, 주요 시설들을 알아두었다.
이후, 광서지부의 경계 상태가 매우 낮다는 걸 파악했고  무림맹 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정보를 접수했다.

무림맹 회의가 시작되기 전.
정천맹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 회의 이후, 자연스레 청사파는 공식적으로 무림맹의 소속 문파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이후, 청사파를 건드리면 정사 대전이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는  민감했다.
그렇기에, 무림맹 회의가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지금, 우문가를 멸문시킨 청사파를 최대한 궤멸 상태에 이르게 해야만 했다.


정천맹은 팽우막을 통해 먼저 전체적인 광서지부의 상태를 입수했다.
그 이후, 황보가와 모용세가를 합세하게 했다.


정면으로 광서지부와 부딪치는 것은 힘들겠지만, 기습으로 주요 인물 몇몇 암살하는 것과 건물에 불을 저지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하지만-

사아아아아-

광서지부 안, 깊숙히 들어온 팽우막, 황보익, 모용운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범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과연, 그 착각이 현실로 이루어질까.
두려움 반, 긴장 반 심정으로 지부 깊숙히 들어갔다.


스으윽-
후우

정천맹의 일행들은 혹시 광서지부가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경계 상태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 경계했다.
다행히, 광서지부는 여전히 경계 상태가 낮았고, 안도하는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츠아아아악-
추스스스-

"으아아아악-!"


하지만, 곧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정천맹 일행들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는 가운데, 주변 아군들이 계속해서 쓰러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주변에 귀신이라도 있는 걸까.


"도, 도망가야 해!"

'젠장, 빌어먹을 남궁가 녀석들-'

팽우막은 어딘지  수도 없는 곳에서 날라오는 적의 공격에 쓰러지는 아군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군들의 피를 직접 눈으로 본 이후에야,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짐작이 되었다.





남궁세가.
정천맹의 주축을 이루는 오대세가의 대표격인 남궁가.
연맹을 논하지 않고, 단순히 무력 단체의 전투력만 놓고 보자면 천마신교를 제외하고 가장 강했다.


남궁가의 회의장 안.
남궁가의 가주, 남궁천은 최근에 '태수'와 우문가를 쓰러트리고 등장한 '청사파'에 대해 매우 신경이 거슬렸다.


'녀석들은 우리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 하물며, 대놓고 정천맹의 우문가를 쓰러트려놓고 무림맹에 합세하는 모습이라니-'

태수의 청사파는 남궁가에 있어 폭탄 같은 존재였다.
남궁가의 더러운 흔적들이 그 증거물로 태수에게 있을 확률이 높았다.

만약에, 그걸 무림맹에 공식적으로 제출한다면?
솔직히, 남궁가에 별다른 타격은 없을 것이다.


결국, 힘의 논리로 그것이 사실이란 걸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청사파의 태수에 신경이 거슬리는 건 사실이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아주 명확해. 가만히만 있으면, 애궂은 우문가 하나가 날라가버리는 것이지.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남궁천이 회의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보통, 세가와는 달리 남궁천은 가주로서 가문의 실질적인 권력을 모두 쥐고 있었다.


남궁천의 아버지인 남궁모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후로, 남궁가의 주축을 이루던 남궁가의 장로들은 그의 아들인 남궁천을 옹립했고, 남궁천은 본인의 힘으로 자신의 자리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가문의 장로들은 내쳤고, 마음에 드는 장로들은 자신의 계파로 받아들였다.

1인자의 남궁가 자리는 늘 위태로웠다.
무림 역사 중, 정천맹의 1인자 자리는 바뀐 적이 없었지만 사실 속사정을 잘 들여다보면 아무 일도 일어난 게 아니었다.

남궁가만큼이나 실질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게, 사천당문이었다.
남궁가와 사천당문을 제외한 나머지 가문들은 실력으로 비교하면 한참 부족했지만,  둘은 아주 미세한 차이밖에 나질 않았다.


"아버지,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오, 설아. 말해보거라"

남궁천은 자신의 친딸, 남궁설에게 반색했다.
만약, 남궁가가 사천당문보다 더 나은 점을 말하라 한다면, 바로 남궁설의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주인 남궁천은  정도로, 남궁설을 신뢰하고 그녀의 머리를 이용했다.
남궁설의 외모도 남궁가의 위세를 더해주었다.

정천맹의 3대 미녀라 할 수 있는 당가려, 제갈유아와 함께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남궁가의 혼삿길은 막히는 날이 없었으며, 천천히 그 위치를 즐기는 중이었다.


"일단, 광서지부에 등봉조극의 고수가 나타났다는 말은 사실인가요?"

술렁-

현경 초입도 아닌 등봉조극의 고수.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뜻은 어마어마했다.
회의장 안은 등봉조극의 고수라는 말에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다들, 조용. 무림 사설수기에 적힌 내용이니, 사실일 확률이 높단다, 설아."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남궁가는 절대로 전력으로 부딪혀서는 안돼요"

확신을 가진 듯한 남궁설의 태도에, 다시 한 번 회의장 안이 술렁거렸다.
남궁천에게 있어서, 남궁설의 의견이 좋게 비춰진 것이지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궁가의 수뇌부들은 남궁설의 재능을 인정하긴 해도, 아직 아버지의 후광이 있기에 빛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남궁천, 그는 40대 후반이라는 나이로 현경 초입에 들어선 불세출의 천재였으니까.

타아악-
스윽-


"다들, 제 말을 잘 들어주세요. 우문가가 사라진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등봉조극의 고수와 전력으로 부딪히면 손해일 수밖에 없어요."


남궁설이 회의장 안의 책상을 두드리자, 회의장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주목했다.
그녀는 이마를 가리는 긴 흑발을 옆으로 쓸어넘겼고,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가까운 친척임에도 사람들은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고운 자태를 집중했다.

"하지만, 체면이 있으니 생색은 내야겠죠. 이에 남궁파의 동맹 세력을 보내면 너무 손해에요. 사천당문과 은근히 친한 가문들을 보내면 딱 적당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팽가, 황보가, 모용가 등이 있겠네요"
"호오-!"

술렁-


회의장 안이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찼고, 남궁설의 의견을 좋게 생각한 남궁천은 웅성거리는 이들을 제지했다.


"확실히 좋구나.  마디로 우리가 손도 대지 않고 사천당문의 힘을 줄이자, 이거지?"
"맞아요, 아버지"


남궁설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말로, 잔인한 계략이었지만 이해관계가 늘 작동하는 무림에서는 이런 계략은 매우 뛰어난 전략에 속했다.
직접 코풀지 않고, 해결을 할 수 있다니.

정천맹의 힘으로 사천당문을 직접 그런 자리에 보내는 것은 무리일지라도, 그 밑의 가문들을 보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명분도 충분했다.
정천맹의 나름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한 가문이 그렇게 무너져 내렸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내 딸이긴 해도, 정말 머릿속에 잔인한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구나-'

비록, 전략적으로는 완벽했으나 저렇게 싱긋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저런 전략을 말할  있다는 모습에, 남궁천은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문이 되었다.

허나, 확실한 것은 이 격동의 시기에 남궁가에 있어 남궁설의 존재는 그야말로 보물 같았다.
자신을 제외한 남궁가의 사람들도 서서히 그걸 인식하고 있는 중이었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다만, 그들의 유력한 후기지수들을 보내서, 미래를 없애버리면 사천당문의 세력들은 차츰 망조로 기울겠죠"
"오냐, 그렇게 해야겠구나. 곧, 정천맹 회의로 불러들여야겠어"

남궁천은 이 기회에 남궁설의 의견대로, 정천맹의 패권을 확실히  생각이었다.
비록, 정천맹은 남궁가의 1인 독재체제에 가까웠지만 늘 사천당문의 존재가 아릿하게 다가왔다.
언제나 기회가 엿보이면, 사천당문이 반기를 들  같은 생각에 그들이 신경쓰이곤 했다.


정천맹의 회의가 열렸고, 곧 이어 우문가의 복수라는 명목 하에 팽가, 황보가, 모용가는 발목을 잡히고야 말았다.


-아니, 왜 하필!?

그런 변명은 남궁가에게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유 같은  필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천맹에서  세 가문이 가라고 명령을 한 것이었다.

이에 사천당문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췄지만, 딱히 파고들 빈틈은 없었다.
원래, 정천맹은 남궁가의 독재로 세습되듯 정권을 이어받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에, 수백년 전 합의를  것도 결국 자신들이었다.

다만, 사천당문도 언젠가 정천맹의 먹이사슬 구조를 뒤엎기 위해 용트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가 아니었다.
아직은  웅크릴 때였다.

-후우

정천맹 회의에서 저항없이 합의를 본 이후, 남궁천은 담뱃대를 깊게 들이쉬며 피식- 웃었다.
아마, 지금이면 팽가의 후기지수 한 명이 광서지부 비무대회 참가를 위해 광서로 가고 있을 것이다.
 이후, 자기들 나름대로 정보를 얻고 나서 광서에 불을 지르려 하겠지.

하지만, 작전을 행하는 본인들의 세력이 상당히 어설프다는 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곧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었다.

"뭐,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죽은 목숨이겠지만-"

남궁천은 담뱃대를 내려놓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입과 코 사이로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나가며, 그의 집무실이 연기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피식


남궁천의 얼굴에서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미소가 멈추질 않았다.
다시 생각해도, 딸의 계략은 직접 손도 안대고 코풀기였다.
남궁가의 부속가문이라  수 있는 우문가의 멸문 손실을 이렇게 세 가문을 보냄으로서 나름 충당할 수 있다니.

웃음을 간신히 참은 남궁천은 상의를 벗고서, 개인 연공실에 들어갔다.
이제는 적당히 내공 훈련이나 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스윽-


"그나저나, 뭐하자고 저 정도의 인력으로 이곳에 온 건지 의문이군. 아직, 내 소문이 무림에 덜 퍼졌나?"


광서지부 안으로 잠입한  가문의 전력을 살핀 태수는 처음에 이들을 죽일려 했지만, 그저 제압하는 걸로 마음을 바꾸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정천맹은 무슨 생각으로 이들을 보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고작, 우두머리 세 명에 그들이 이끄는 인원은 대략 40명 정도.
물론, 일류 밑으로는 없는 정예였다.
아무래도 기습적으로 일을 저지르고, 도망칠 생각인 것 같았지만 상대를 잘못 봤다.

그들도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광서지부에는 '초감각'이라는 능력을 갖고 있는 상대가 있을 줄은.

"일단, 녀석들의 말을 들어봐야겠지"


사아아아악-
자박자박-

이미, 광서지부의 일대는 푸른색의 실로 뒤덮어져 있었다.
청마대미궁과 천라지망 속에서, 광서를 기습한 일행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태수는 여유롭게 거미실 위를 걸으며, 익숙한 얼굴에게 다가갔다.

"딱, 초절정 세 명. 내가 우두머리냐?"
"아아- 아우욱-!"


팽우막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거미실 안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눈물이 자욱했다.
딱 봐도 죽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에, 태수는 여유롭게 손짓했다.


그렇게 걱정할  없다는 듯.

"내 얼굴, 알고 있지 않아? 이름이 막우라고 했었나-  진실된 이름은 뭐지?"
"...!"
"솔직하게 말하는  좋아. 살고 싶다면-"
"패, 팽우막이요! 이 일은 뭔가 잘못되었소. 이 일은-!"


태수는 팽우막의 안면 근육이 그의 다급한 마음에 심히 뒤틀리는 걸 보며 피식- 웃었다.
직접 말해주지 않아도, 그가 얼마나 공포에 잠식되어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 당신은 사천당문의 당 소저와 부부 관계아니오!? 우리는 사천당문의 동맹 세력이오. 우리는 남궁가한테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단 말이오!"
"허어-?"


팽우막은 공포에 질려, 살고 싶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입 밖으로 내뱉어버렸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름 효과가 있었는지 태수는 흥미로운 얼굴로 팽우막의 얼굴에 가까이 눈을 대었다.

태수의 면전을 코 앞에서  팽우막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착각이 일었고 마주 할 자신이 없었는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팽우막은 죽음을 각오한 이후였다.

"재밌네, 그거. 계속 이야기해봐-"
"저도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요, 가가"


허나, 기다리던 죽음은 오지 않았고 태수는 팽우막이 편하게 말을  수 있도록 거미실의 강도를 풀어주었다.
이후로 태수의 뒤에 잠복하고 있던 당가려는 사천당문과 관련된 소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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