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주홍희는 1합을 쉽게 흘려낸 후, 곧 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기운을 끌어올린 그녀의 몸이 자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자전마공-!"
당천휘는 주홍희의 몸 주위에 자색으로 빛나는 걸 보며, 놀랐다는 듯 고함을 내질렀다.
태수 역시, 주홍희가 자전마공을 운용했음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창천무림에서의 자전마공은 천마신공의 한 단계 아래 무공이었다.
천마신공은 청독각마공처럼 대주천을 이루면 현경 초입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초超상승무공이었고, 자전무공은 대주천을 이루면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상승무공이었다.
자전마공은 역대 천마들이 등봉조극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하나의 열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익히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대성의 성취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절대로 얕볼 수 없었다.
"자전마공에 무언가 하나를 더 익힌 것 같군요"
"그 무언가를 뭔지 알 것 같나?"
"공간참이라는 초식, 아마 그것과 관련있을 것 같긴 한데-"
기운을 끌어올린 주홍희의 몸이 일순 도약했고, 보랏빛 창기를 사인철에게 날려보냈다.
"자전창우紫電槍雨"
보랏빛의 창기는 비처럼 사인철에게 쏟아져내렸고, 사인철은 보법을 사용하며 창기를 일일이 피해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주홍희의 몸은 자유로웠고 보랏빛으로 빛나던 그녀의 몸이 칠흑의 어둠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공간참孔間斬"
주홍희의 창이 기묘하게 휘둘러지며, 허공에 균열이 생겼다.
사인철은 허공에 흐르는 기운을 읽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곧, 사인철은 몸 내부가 뒤흔들리는 걸 느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그 덕분에, 그는 피를 토하며 잠시 뒤로 주춤 물러났다.
"정말, 사술 같은 무공이구나. 후우욱-"
사인철은 자신이 딱히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대처는 해보았지만,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내상을 입은 탓에 이 비무를 이긴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이제는 이길 자신이 없었다.
사인철은 기운을 끌어올리려 해보았지만, 내상을 입은 탓에 내공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웠다.
손상을 입은 세맥을 내공을 지나치자, 순간 사인철은 재차 피를 토하며 자연스레 뒤로 주춤 물러났다.
"크읍-"
주홍희는 사인철이 내상을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곧 바로, 자전마공의 기운을 끌어올렸고 그녀의 몸이 보랏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자전탄창기紫電灘槍氣"
자전마공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창기가, 탄알처럼 사인철을 향해 맹렬하게 날라갔다.
"금마기막金魔氣幕"
사인철은 간신히 기운을 끌어올려, 앞에 기막을 세웠지만 주홍희의 공은 그 이후가 본격적으로 시작이었다.
"공간참孔間斬"
자전탄창기가 금마기막에 의해 막히고, 기의 충돌에 의해 기의 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그 사이로 주홍희는 다시 한 번 창을 휘둘렀다.
'하아-'
사인철은 뒤로 물러났고, 창이 휘둘러진 자리에는 아까처럼 다시 허공에 균열의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리를 많이 벌렸지만 소용없었다.
다시 한 번 알 수 없는 이유로 사인철은 몸 내부가 뒤흔들리는 걸 느끼며, 검은 피를 토해냈다.
내상에 겹겹이로 내상을 입어, 더욱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되었다.
-항복해라, 사인철
...!
사인철은 전음으로 들려오는 태수의 말을 듣고는 눈을 부릅- 떴다.
확실히, 지금 이대로 가다간 목숨까지 위태로워질지 몰랐다.
"항복하겠소-"
"공간.."
"항복하겠다니까-!"
항복을 선언하는 사인철의 말에도 주홍희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
결국, 사인철의 비명 같은 외침에, 사인철의 몸을 벨 것 같았던 주홍희의 창이 그제서야 멈추었다.
비무가 끝나고, 사인철은 처참한 표정으로 비무장을 내려왔다.
자신이 천마신교 공주에게 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만큼, 초절정과 화경의 차이는 어마어마했으니까.
"내상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겠구나, 쯔쯧-"
"영약을 사용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영약이 있느냐? 그런데, 저 놈을 위해 써준다고?"
"뭐, 못 써줄 것도 없겠죠"
대수 아니라는 듯한 태수의 모습에, 당천휘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 놈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구나. 욕심은 엄청 많은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서는 베풀줄 알고-"
"제 목적은 이제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계 침공 괴물 군단을 막아내는 것 말이냐?"
끄덕끄덕-
"뭐, 네 뜻을 모르는 건 아니다만-"
당천휘는 그렇게 말을 얼버무리며, 태수라는 인물에 대해 자신의 평가를 다시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단순히,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움직이는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하, 우문휘, 위배극, 맹우연, 주홍희, 광야, 당가려, 막우.
이후로, 본선에는 8명의 참가자만이 남았다.
"진무, 막우는 누구지?"
"딱히, 출신성분이 적혀있지는 않았습니다"
"흐음-"
태수는 비무장 위에 올라온 막우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실, 나름 뛰어난 실력에 몇 번 본 적은 있었으나 8강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다.
'실력을 감추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무협의 흔한 클리셰 중, 본인의 힘 3할을 감추고 싸우라는 말이 있다.
그것대로 힘을 감추고 싸운 것일 수도 있으니
8강 비무가 시작되고, 참가자들은 비무장 위에 올랐다.
태수는 막우가 누구와 붙는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상대는,
천마신교의 공주, 주홍희.
막우의 상대였다.
"천마신교 공주와 붙는다라-"
"누가 이길 것 같나?"
"공주가 이길 것 같습니다"
"역시, 그런가"
실력을 감춘다고는 해도, 태수 앞에서는 그 실상이 모두 드러나는 법이었다.
막우는 상승무공을 11성까지 익혀, 화경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홍희가 질 것 같지는 않았다.
"려아는 우문휘와 붙게 되었군요. 려아는 아마, 여기서 탈락할 것 같습니다"
"에잉, 아쉽군 아쉬워-"
"의외인 건, 광야가 아직까지 탈락하지 않았습니다"
"녀석은 뭐, 피하는 건 아주 잘하니까"
당천휘는 예전에 광야와 한 번 부딪힌 적이 있었다.
무림맹과 정천맹의 이해관계로 인해 마찰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 배경 속에서 광야와 싸우게 된 것이었다.
그 속을 잘 살펴보면, 현경의 고수인 당천휘를 광야가 있는 곳으로 도발해 효율적으로 전투를 치루기 위한 무림맹의 속셈이었지만, 그 당시 당천휘는 그저 광야한테 분노를 표출한 것에 불과했다.
훗날 그 사실을 깨달은 당천휘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고, 부끄러움에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광풍 그 놈은 선하, 네 부인과 붙게 되었구나"
"흐음-"
누가 이길까?
태수는 둘의 경지를 알고 있고, 무공의 상성을 알고 있음에도 누가 이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솔직히, 모르겠네요. 누가 이길지-"
"네 놈이 그렇게 말하니, 둘의 승부에 관심이 가긴 하는구나"
당천휘는 그 당시, 광야에게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한 걸 떠올렸다.
기억만 해도 치가 떨렸지만, 그렇기에 둘의 승부가 궁금했다.
비무가 시작됐고, 예상대로 광야는 공격보다는 도망만 치기 시작했다.
"도망만 치실 건가요"
"소저한테 피해를 줄 수 없는데, 도망갈 수밖에 없지 않겠소"
"..정말"
월광섬月光閃.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초식 중, 가장 기습성이 뛰어난 초식이었다.
그럼에도, 월광섬은 광야의 옷자락 끝에도 닿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화경의 고수였지만, 이렇게 무력할수가 없다.
선하가 광야를 상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사이-
주홍희와 막우의 비무는 주홍희의 압승으로 끝이 나버렸다.
30대 남성으로 보이는 막우는 그닥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한 태도였다.
이후, 당가려와 우문휘의 비무도 우문휘의 압승으로 예상대로 끝이 났다.
"언제 끝날려나-"
"정말, 아주 끝장을 볼 생각이구나"
제일 길어지고 있는 비무는,
광야와 선하.
위배극과 맹우연
이 넷이었다.
"맹꽁이한테는 죽어도 못지지!"
"..항복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내가 왜? 한 번 끝장보자고, 으하하하"
"..."
위배극은 맹우연에게 절대 질 수 없다는 자세였다.
여기서 지면, 그 후폭풍이 얼마나 길게 갈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맹우연은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서로 간에 내공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고, 이렇게 되면 다음 비무에도 분명 회복을 다하지 못해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정말 이건 비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
"피하지 말라는 규칙 같은 게 있었소? 하하하하-"
선하는 사부에게 비무에 관한 예의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몇 십분 동안 공격하지 않고, 피하기만 하는 건.
하악하악-
선하는 호흡이 가파오르는 걸 느끼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남자를 이길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항복을 해야할까.
사실, 저 남자도 자신을 무력으로 이기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고민하던 그녀는 체념하고는 항복 선언을 하려했다.
그 순간,
"에이, 항복하실려고요? 제가 할게요 항복"
"이익-"
광야가 갑자기 항복 선언을 하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는 비무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선하는 광야가 왜 저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당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이건 거의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와도 같았다.
"당신, 왜 항복을 했죠? 대답해봐요"
"뭐, 제 마음 아니겠습니까? 하하"
"...!"
광야는 그 말을 남기며, 비무에서 보여준 그 속도로 순식간에 선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재, 재수없어-'
선하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비무를 준비하기 위해 연공실로 들어갔다.
광야, 저 놈 때문에 몸 속에 내공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내, 내가 지다니-"
"..네가 날 이기는 건 몇 십년은 걸린다"
"..재수없는 놈"
맹우연과 위배극의 비무는, 결국 맹우연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한끗 차이였지만, 맹우연은 마치 자신의 압승인 것처럼 포장했다.
맹우연 역시 곧 바로 연공실에 들어가, 다음 비무를 위해 운공하기 시작했다.
"흐음-"
"태수 형, 여기 계셨소?"
"뭐, 비무 잘 봤다. 선하한테는 왜 항복했지?"
"후훗, 내가 태수 형의 부인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겠소?"
"그 이유 때문에 봐준 것이었나?"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히 형수와 비무를 하면서 이 정도의 무공을 가진 자에게 내가 이길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소"
"양심은 있구나?"
광야는 껄껄 웃으며 뒷짐을 지었다.
태수는 그런 광야를 보며 '참 재미있는 놈' 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아, 죄송해요. 역시, 화경의 벽은 높네요"
당가려는 울상으로 태수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패배를 한 것 자체만으로 속상한 그녀였다.
"괜찮아, 우문휘 정도면 훌륭한 비무 상대였어. 려아 정도면 다음에 만났을 때, 분명 이길 수 있을 거야. 내가 도와줄게"
"정말요?"
"물론이지"
"헤헷, 역시 가가밖에 없어요"
당가려는 태수의 무공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여러모로 무공 조언과 함께 화끈한 걸 즐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망상으로 얼굴을 붉힌 그녀는 '어머' 소리를 내며, 비무로 인해 땀으로 얼룩진 몸을 씻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흘러, 비무대회 4강이 시작되었다.
대진표는 우문휘 - 선하, 주홍희 - 맹우연으로 넷은 비무장 위에 올라와 형식상의 포권을 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부인님"
"이곳에서는 그렇게까지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어요"
"알겠습니다"
파천회의 대부인은 파천군단장보다 직급이 높기에, 우문휘에게 있어서 언제나 상사였다.
그렇기에, 우문휘는 각별히 예의를 보였다.
"둘 다, 화경의 고수. 과연 누가 이길지 궁금하구나. 넌 보이더냐?"
"선하가 이길 것 같은데요?"
"과연-"
"제가 보기에도 형수님이 이길 것 같네요. 지금껏 상대해봤던 화경 고수 중,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았으니까"
광야가 옆에서 거들었다.
확실히, 화경에 입문한 지 얼마 안됐음에도 선하의 검 끝은 매우 날카로웠다.
"그나저나, 천마신교의 공주. 정말 대단한 것 같긴 하구나"
"저 역시, 공주를 만났다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광풍의 광야마저 주홍희의 실력을 인정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내상을 입으니,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 해도 대책이 없었다.
"이 도대체 무슨 사술이란 말인가!"
"그 놈의 사술 타령은. 이래서 쯔쯧-"
맹우연은 고지식한 정파 무인에 가까웠다.
언제나 규칙과 순서를 중시했다.
그렇기에, 그의 무공은 절도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측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맹우연의 무공은 주홍희에게 있어 어떠한 흥미조차 갖다주질 못했다.
식상함 그 자체였다.
'재미없어-'
"항, 항복하겠소"
항복 선언을 한 맹우연은 허탈한 표정으로 비무장 밖으로 나왔다.
겨우, 저런 어린 여자한테 지기 위해 무공을 배웠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우문휘와 선하의 비무는 오랜 접전 끝에, 예상대로 선하가 승리했다.
결코 쉬운 승부는 아니었고, 우문휘마저 담담한 표정으로 비무장 밖을 나왔을 정도로 선하의 실력은 예상 밖으로 대단했다.
"역시 대단하네요, 선하 형수님은"
"흐음- 분하지만 려아보다도 더 뛰어난 무공 재능을 갖고 있는 것 같구나"
당천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화경에 갓 입문해도 화경에 오른 지 몇 년된 고수와 수준적으로 그리 크게 나지 않는 것이 현경와 달리 사실이긴 했다.
그럼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연륜이라는 것이 있는데.
선하는 그걸 이겨내고 노장 우문휘를 쓰러트린 것이었다.
이후로, 선하는 연공실에 들어가 충분히 회복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비무장 위에 올라섰다.
마지막 결승 상대, 주홍희와 비무를 하기 위함이었다.
'공간을 도약한 기공氣功이라니-'
월녀심법을 대성으로 성취한 선하는 주홍희의 공간참을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척을 읽어낼 수 있었다.
덕분에, 어느 정도 대처하는 것이 가능했고 피할 수 있었다.
...!
주홍희는 처음으로 무림에 와서, 자신의 공격이 간파당하자 입술을 깨물었다.
상대가 기감에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이란 걸 느꼈다.
"월녀검법月女劍法, 제 6초식 월광선무月光仙舞"
주홍희가 당황한 사이, 선하는 공격 기회를 잡고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검기를 머금은 달빛이 비무장을 가득 채운 채, 흩뿌려졌다.
피할 수 없는 공간이 전혀 보이지 않아, 반드시 막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간참-"
주홍희의 창이 휘둘러졌고, 허공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사인철의 혈인을 흡수하듯, 월광선무의 달빛은 공간참에 의해 멀리 비산하여 흐트러졌다.
"길어질 것 같군-"
"자네가 보기에 누가 이길 것 같나?"
"이건 정말 모르겠군요. 선하가 공간참에 의해 내상을 입지만 않는다면, 선하가 승리할 수도 있겠지만 방심한 사이 공간참을 맞는다면 공주의 승리입니다"
츠아아아-
푸스스스슥-
주홍희의 몸이 보랏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자전마공의 기세를 끌어올려, 자전탄창기로 선하의 몸에 벌집을 낼 계략이었다.
콰콰콰쾅-!
초식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아, 선하는 여유롭게 보법으로 피했고 피한 자리에는 그 흔적들이 싸늘하게 남아있었다.
'맞았으면-'
몸에 직격으로 맞았다면, 뼈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아무리, 배움을 위한 비무가 아니라고 해도 저 정도의 위력은 너무나 잔혹한 손속이었다.
"월광섬-!"
"자전탄기"
사아아악-
콰아앙!
마음을 굳게 먹은 선하는 월광섬으로 순식간에 도약해, 주홍희의 몸을 베었다.
하지만, 주홍희의 몸에 두른 자색기운이 반탄 속성을 가지며, 월광섬을 가볍게 팅겨냈다.
끄허어억-!
자전마공 특유의 강한 반탄에 의해, 조금 내상을 입은 선하는 피를 토하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주홍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공격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자전창우!"
푸스스스-
사아아아-
콰콰콰콰콰쾅!
내상을 입은 선하는 조금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보법으로 보랏빛의 폭우를 피해나갔다.
그 사이, 주홍희의 창이 다시 한 번 기묘하게 휘둘러졌다.
문제는 분명, 악의적인 의도로 주홍희는 '공간참'이라는 초식명을 외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초식명을 외쳤다면, 자전창우를 피하는 와중에도 선하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저런 위험한 공격임에도, 초식명을 외치지 않다니! 녀석아, 네 부인인데 나서- 응?"
당천휘는 비무 중, 부정 아닌 부정에 태수를 다그쳤지만, 태수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뭐 하는 짓이지? 공주. 그런 위험한 공격을 시전하면서, 초식명을 말하지 않다니"
태수는 선하의 앞에 선 채, 주사기막으로 주홍희의 공간참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무심한 태수의 눈빛이 주홍희에게 향했고, 충분히 당혹할 법한 상황이었지만 주홍희는 심연의 눈빛으로 태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태수는 그녀의 눈빛이 찰나의 순간 떨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사아아아아-
선하와 주홍희의 비무를 흥미롭게 잘 보고 있던 관중들은, 갑자기 태수가 등장하는 바람에 응원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투기장에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살랑살랑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만 자욱하게 주홍희와 태수 사이를 지나쳤다.
"이유가 무엇이냐. 공주. 대답해라. 왜, 초식명을 외치지 않았지?"
"..."
태수의 다그치는 질문에 주홍희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