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60/90)



〈 60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확실히, 려아의 무공 재능은 엄청나네요"
"역시, 그렇지? 으하하, 역시 내가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어. 려아가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특출났다니까?"
"네네"
"에잉, 버르장머리 없는 놈"


당가려는 여유롭게 상대의 공을 흘려내고 있었다.
동시에, 틈이 보이면 암기를 날려주는 법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검을 사용하고 있는 상대는 내공의 흐름이 끊기며 공격의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당가려는 상대의 수준이 자신보다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분명, 확실히 승기를 잡을  있는 순간이 올 것이고 반드시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도약'


당가려는 속임수로 암기를 출수하고는, 도약의 묘리로 암기를 숨겨두었다.
이후, 삼양수三陽手(금나수)로 상대의 손목을 꺾는 시늉을 취했다.

"호오, 괜찮네요 저런 식으로 페이크 치는 것도"
"페, 페이크? 방금 뭐라고 했냐"
"아, 그런 말이 있습니다"
"에잉, 얼마나 나이 차이난다고, 벌써 세대 차이가-"
"푸흡-"


태수의 예상대로, 상대는 당가려의 금나수법에 신경쓴 나머지 도약의 묘리로 갑자기 사라진 암기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후, 상대는 공간을 도약하고 갑작스레 나타난 암기를 피하기 위해, 자세가 흐트러졌고 순간 당가려의 장법, 삼양신장三陽神掌이 그대로 상대의 복부에 적중했다.

"커어억-!"
"항복하시죠"
"항, 항복하겠소"


내상을 입은 상대는 쿨럭거리며, 비무장 밖으로 간신히 걸어나왔다.


"어우, 내상이 반년 이상은 가겠네요"
"넌, 그런 것까지 보이더냐?"
"세맥이 거의 끊기기 직전인데, 아마 저기서 무리를 하면 끊기겠죠"
"그래도,  정도면 려아가 손속에 살殺을 안 둔거라 할 수 있지. 잔인한 놈이었다면 세맥이 모조리 망가졌을 거다!"
"예이예이-"


태수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당가려의 손속은 잔인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그녀가 사천당문 출신이란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듯한 배경이 있었다.
사천당문 고수들은 손속이 잔인한 걸로 아주 유명했으니까.


'려아한테 잡혀사는 포지션이 아닌  다행일지도-'

당가려는 비무가 끝난 후, 관계자에게 찾아가서 비무에서 승리했음을 인정받았다.
이후로는 태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안겨왔다.


"가가, 저 이겼어요오! 엄청 떨렸는데, 다행이다-"
"잘했어, 려아야. 엄청 노련하던데?"
"속임수가 먹혀들어서 다행이었어요. 사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할지 계획이 없었거든요"
"후훗, 귀엽네"

태수는 칭찬받고 싶어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에잉, 흠흠-"

당천휘는 자신은 딱히 신경쓰지도 않은 채, 태수랑만 어울리는 당가려를 힐끗 보며 의미없는 기식음을 냈다.
자신도 신경써달라는 의미였지만, 당가려는 여전히 신경쓰지 않은 채 태수의 손길에 집중했다.

"에이잉!"
"노인네, 누구를 상대로 질투를 하는 겁니까?"
"질투? 내가 언제 질투를 했어.  질투 안 했다 이놈아"
"할아버지 그러지마세요오"
"하하, 려아야-"


할아버지가 조금 마음이 상한 걸 눈치챘는지, 당가려가 달려가 당천휘를 안아주었다.
그제서야, 당천휘는 기분이 풀렸는지 껄껄 웃었다.

"정말, 그 나이 먹고 엄청 유치하다니까"
"녀석아, 네 놈도 나이 먹으면 나처럼 안될 줄 아느냐? 너도 똑같아"
"그나저나, 이번에는 선하가 나오네요. 뭐 끝났네"
"에잉, 난 이제 니가 부럽지 않다. 뭐, 시작도 안했는데 결과가 보이면 인생이 뭐, 재밌겠느냐?"
"일단, 저처럼 되시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만-"
"어이구-"

당천휘는 태수에게서 고개를 홱 돌려, 비무에 집중했다.

태수의 예상대로, 선하의 비무는 너무나 쉽게 일방적으로 선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선하야 잘했어"
"어제, 가가歌歌가 도와준 덕분이에요. 헤헷-"
"어제 내가 도와준 건, 이 부분 밖에 없는 것 같은데?"
"하으읏-!"


태수는 선하의 음부를 쓰다듬으며,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선하는 달뜬 신음소리를 내며, 태수에게 자연스레 안겨왔다.
이후로는, 선하의 비무가 새로 시작되기 전까지 태수의 애무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주, 지랄이다. 지랄, 어후"

당천휘는 당가려를 냅두고, 다른 여자랑 놀아나는 태수가 못마땅했는지 고개를 홱 돌리고는 다과를 입에 쑤셔넣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됐다, 이 녀석아"


태수는 당천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기에, 웃음을 머금고 선하를 돌려보냈다.


'이 노인네도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지'

분명, 당가려 말고 다른 여자랑 놀고 있는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게 분명했다.
자신 앞에 여자를 끼고 놀아도, 당가려랑 놀았으면 하는 그 마음이지 않겠는가.

이후로,  차례 비무가 끝났고 많은 탈락자들이 배출된 가운데, 그 무리에는 우문희도 껴있었다.
아무래도, 절정고수인 그녀는 한계를 금방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괜찮아. 그래도, 같은 급 고수들을 두 번이나 이겼잖아"

우문희는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습관이 되었는지, 가슴은 앞으로 내밀고서.
마치, 자신의 가슴을 봐서라도 용서를 해달라는 듯한 몸짓이었다.

"푸흡-"

태수는 피식 웃으며 우문희의 몸을 안아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수고했어, 난 괜찮으니까"

태수는 우문희를 돌려보내고, 주홍희의 비무를 살펴보았다.
지금껏, 주홍희는 본인의 힘을 십분지 일도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대충 몸을 푸는 정도로만 상대해왔다.

"뭔가 특이하지 않나?"
"확실히 특이하네요"
"자네는 어디까지 경지를 읽었나?"
"뭐, 읽을 필요가 있습니까? 그저, 초절정입니다. 다만, 초절정치고는 그 이상의 능력 같은 게 있는 것 같군요"
"마치, 자네가 단순히 현경의 고수가 아니듯 말이지"


주홍희가 이룬 주천치고는, 그 이상의 능력이 나오는 듯했다.
밤꽃무림 설정상, 하단전에서는 이룬 주천 횟수만큼 그에 따른 능력이 해금되는 식이었는데, 10주천을 이룬 주홍희는 그 이상의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범위도, 초식의 파괴력도, 초식에 대처할 수 없는 그런 힘'

주홍희의 손속은 매우 잔인했다.
상대하는 적마다, 신체 부위 하나는 기본으로 잘려나갔으며 어떤 이는 사망에 이를 정도였다.
물론, 무림 정서상으로는 비무 중에 사망하는 것에 대해 크게 말이 없지만, 개인 성격적으로는 안좋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잘하면 화경의 고수도 이길 수 있겠군요"
"그래도, 초절정과 화경은 절대로 메워질 수 없는 간격이 있지 않나?"


원래대로라면 당천휘의 말대로 정확히 그랬다.


강기를 사용하는 것과 사용하지 못하는 것.
환골탈태로 인한 내공 전도율 상승.


이 두 가지의 간격은  싸우고를 떠나서, 절대로 메워질 수 없는 간격이었다.
그럼에도, 현재 주홍희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간격마저 메울 정도였다.

"화경의 고수의 강기가 결국 상대에게 닿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현경의 고수처럼 발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말은 쉬우나, 내공 전도율에서 차이가 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주홍희의 몸놀림은 그 차이를 메울 수 있을 정도의 가벼움이 있었다.


"저 무공은 천마신교의 무공입니까?"
"아니, 나는 처음 본다. 천마신교와 그리 심한  아니고, 약한 마찰을 일으킨 적이 있었는데, 저런 무공은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저건 천마신교의 무공이 아닐 것 같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
"그냥 촉입니다"
"흐음-"


창을 사용하는 주홍희의 무공은 '공간'을 다루는 듯했다.
상대는 주홍희의 창에 맞서, 합을 겨룰려고 했지만 오묘하게 창이 굴절되어 자신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크윽- 도대체 뭔 사술을 부리는 것이냐"
"사술?"


주홍희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만면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공간참孔間斬"


주홍희의 창이 횡으로 길게 허공을 베었고, 허공에 균열의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는 주홍희의 창을 주시하며, 피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주홍희의 창을 피할 수 없었다.
마치, 창이 자신의 몸을 끌어들이는 듯했다.


아까부터 계속 같은 식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지도 몰랐다.

"젠장-! 항복하겠소"

주홍희의 비무 상대는 초절정고수였으나, 주홍희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비무장을 나오면서도,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확실히, 천마신교 공주한테 뭔가 있긴 하군"
"뭐, 곧 보면 알 수 있겠죠"


태수는 천마신교 공주를 몇 번 보더니,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
방금 비무를 끝으로 예선이 모두 끝났고, 이제 64명이 비무를 치루는 본선만이 남았다.

진무는 최대한 수준에 맞게 조를 작성했고,  결과 화경의 고수인 전 장문인들은 본선까지 모두 생존할  있었다.
 밑으로는, 선하와 당가려가 깔끔하게 생존했고, 광야는 바퀴벌레 같은 도주력과 생존력으로 역시 생존했다.
안타깝게도 비류는 암살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도중에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다들 수고했어. 희아도 탈락했다고, 너무 상심해하지 말고"
"흐흐흑- 죄송해요"


우문희는  중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마음에 걸렸는지,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선하와 당가려는 그녀를 위로해주었고, 조금 도움이 됐는지 그제서야 눈시울을 붉힌 채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저, 노력할게요. 아아앙-"
"오늘 좀 많이 위로해줘야겠는데?"
"하으읏-"

태수는 우문희의 유두를 살살 애무해주었다.
그러자, 우문희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태수에게 안겨오며 앙앙- 거렸다.
이후로, 태수는 우문희의 몸을 업은 채, 방으로 데리고 갔고 그 이후로는 조교의 방으로 간 덕분에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 나도 탈락할 걸, 힝-"
"괜히, 열심히 했네요, 선하 언니"


선하와 당가려는 부러운 시선으로 태수에게 업혀가는 우문희를 바라보았다.
태수에게 칭찬 잔뜩 받을 생각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김이 새버렸다.

그 다음 날 아침.
비무대회 본선이 시작되었다.


 경기는 다들 무사히 통과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32명이 남은 상황에서, 사인철과 천마신교의 공주가 비무 상대로 만났기 때문이었다.

"천마신교 공주 상대로 붙게 되다니, 이거 아주 영광이군. 황.. 청사파의 사인철이라고 한다"
"천마신교의 주홍희"
"듣던 대로, 재수를 아주  말아먹으셨어"

사인철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주제에 말하는 건, 아주 씹어먹을 년이라 약이 조금 올랐다.
쉽게, 쉽게 갈 생각은 결코 없었다.


비무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사인철은  바로 기세를 끌어올렸다.
무공의 극의를 이루는 비무도 아니었고,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한 비무였다.
자신보다 초보에게 주는 3초 양보 같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금마신공金魔神功,  3초식 금강혈인金剛血印"


금마신공의 기운으로 대주천을 마친 사인철은 금색 빛으로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빛나고, 강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바닥이 주홍희의 몸 앞에 펼쳐졌다.

관중들은 주홍희의 몸이 그대로 으스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공간참孔間斬"

주홍희는 기를 머금은 창으로, 강기의 혈인에 맞서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창은 오묘하게 혈인을 빗겨나가듯 휘둘러졌고, 이후 허공에 균열이 생기며 혈인을 흡수하는 것처럼 빨아들였다.


그 기괴한 광경에 관중들은 입을 떠억- 벌렸다.
무공을   줄 아는 이들도 무공의 상식을 벗어난 장면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그야말로, 사술이 아니면 설명이 되질 않는 장면이었다.

기氣의 초식으로 강기强氣의 초식을 삼켜버리다니?
 장면은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의 노력과 재능을 처참히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사인철, 본인도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채, 금강혈인 초식이 상대의 초식에 의해 상쇄되는 것도 아닌, 아예 흡수되어버리다니?
심지어, 강기를 머금은 초식도 아니었다. 기를 머금은 초식으로, 강기를 머금은 자신의 초식을 흡수해버린 것이었다.

사인철의 몸에 긴장이 일순 들어갔다.
주홍희의 손속이 잔인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무슨 사술을 사용하는 건지는 몰라도, 집중만 잘하면 내가 절대로 질  없는 싸움이다. 상대는 여자에, 초절정에 불과해'

비무 시작 전, 장난기가 조금 있었던 사인철의 눈빛은 이제 진지함만이 남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