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사실, 태수는 괴물 침공 예고에 그닥 감흥이 없었다.
다만 광서에 사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문제였다.
사천당문 때만 했어도, 사천은 이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는 것 아니냐며 말들이 많았었다.
태수는 곧 바로 광서의 지부장으로서 이번 괴물 침공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표명을 했다.
-광서는 확실히 안전하고, 광서지부는 이계 괴물 침공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광서의 사람들은 사실, 이번에 새롭게 부임한 지부장에 대해 못 미더운 듯한 태도를 보였다.
잠시, 그 기간 동안 어디 다른 지역에 갔다 와야 되나, 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
그도 그럴 게, 이번에 새로 부임한 태수는 지부장으로서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광서의 수뇌부가 바뀐 바람에, 광서의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태수는 이러한 광서의 분위기를 인지했고, 이번 괴물 침공 때 기회를 살려 광서 사람들의 인식을 확실히 바꿀 생각이었다.
"지부장님, 무림맹에서 전서구가 날라왔습니다"
"전서구?"
전서구라는 말에 태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진무가 건넨 편지가 들어있는 봉투를 받아들었다.
[무림맹]
-광서의 지부장은 현재 광서의 전력 상태를 양식에 맞게 상세히 분류하여 보고할 것
-현재, 이계 괴물 침공에 대한 지부장의 의견을 보고할 것
-지원 요청 및 필요없음을 기재할 것
-괴물 침공 이후, 무림맹의 회의에 참여할 것
태수는 내용을 대강 확인한 후, 곧 바로 그에 대한 답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전력 상태라"
지부장이 된 후, 계속해서 광서지부의 인력을 다듬어갔고 이제는 광서가 어느 정도의 전투력을 갖고 있는지 대강 알 수 있게 되었다.
3대 문파를 비롯한, 열 댓개의 부속문파. 우문가와 네댓개의 부속가문.
이를 포함하여, 출신 성분이 없는 몇몇 고수들이 광서지부가 갖고 있는 전력이었다.
전력 상태를 다 기입한 태수는 지부장의 의견을 보고하라는 내용으로 넘어갔다.
"지부장의 의견이라, '잘 막아내겠음' 정도로 적으면 되겠지"
크게 고려할 건 없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직접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워낙 변수가 많다보니 지부장의 개인 의견을 요구하는 듯했다.
"지원 요청은 민감한 부분인데"
사실, 태수는 지원요청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먹을 경험치, 돈을 왜 다른 사람한테 줘, 다 내가 먹고 말지'
하물며, 지원요청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원 차원에서 이것저것 뜯길 게 분명했다.
"회의에 참석하라고"
태수는 구파일방의 대표로서 무림맹의 회의에 참석하라는 말에 감회가 새로웠다.
나름대로 무림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서구로 보낼 내용을 편지에 다 적은 태수는 진무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무림맹에 전서구로 보내"
"알겠습니다, 주군"
무림맹 건을 해결한 태수는 곧 이어 수뇌부를 모아 회의를 열었다.
"다들 보았던 대로, 곧 있으면 광서에 괴물 침공이 시작된다"
"무림맹에서 지원은 온다고 합니까?"
"아니, 지원 신청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주군, 무림맹의 지원없이 이계 침공을 막아내는 게 가능합니까? 사천 때만 했어도 각지의 수많은 고수들이 사천으로 지원을 왔었습니다"
사인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사인철, 그 당시 사천에 가보지 않았겠지'
태수는 귀찮은 눈빛으로 사인철을 바라보았다.
최근 들어 이들과 자주 볼 수밖에 없었는데, 얼굴을 좀 텄다고 상당히 말이 많아졌다. 특히, 사인철.
"당시, 사천 때만 했어도 허겁지겁 각지에 사람들을 끌어모았지만, 막상 입은 피해는 현격히 적었다. 그것은 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생각보다 괴물들이 아직까지는 그닥 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군께서 말씀하시는, 무림의 멸절은 몇 단계에서 오는 겁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른다"
"그렇군요, 흠흠"
"사인철, 혹시 내 말을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일 있겠습니까? 저 사인철은 언제나 주군의 말을 맹신하고 있습니다"
깐족거리는 듯한 사인철의 말투에, 태수는 거미실을 출수해 사인철의 입을 강제로 묶어버렸다.
읍읍!
"사인철, 넌 잠시 조용하고 있어라.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푸흡.
사인철이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린 거미줄을 풀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내, 자신의 능력 밖이라는 걸 깨달은 이후에는 원망하는 눈빛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이를 바라보는 우문휘나 위배극의 입에서 절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다시 되돌아와서 애초에 지원신청은 하지 않았고, 한다고 해도 무림맹의 구파일방은 광서에 지원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유를 물어봐도 됩니까?"
우문휘가 진심으로 궁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굳이, 반드시 지원을 오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광서에 새롭게 자리잡은 청사파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해보기 위해서지. 과연, 청사파 단독으로 광서를 큰 피해없이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뭐, 그 밖에도 이유는 많지"
"그렇군요"
확실히 그렇다.
시기가 오묘한 게, 청사파가 무림에 공식적으로 등장했고 곧 이어 청사파가 관리하고 있는 광서에 이계 침공이 시작되는 것이니, 청사파가 과연 어느 정도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무림에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주군께서 움직이시면, 사실 이계의 괴물들도 금방아니겠습니까?"
"물론이지, 그런 의미에서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다"
우문휘는 광서의 패권을 두고 중앙상단에서 벌어진 전투를 떠올렸다.
그 당시의 태수는 그야말로 전신,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광서지부가 방어해야 할 곳은 마을 아홉과 이곳 광서 본토다. 방위 역할을 분담하는데, 나 혼자 광서 본토 전역을 맡겠다. 추후 정리가 되면 곧 바로 마을에 지원을 갈 것이다"
태수 혼자서 광서 본토를 맡겠다는 말에, 회의실에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과연 혼자서 막아낼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지만, 태수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중앙상단에서 보여줬던 힘은 전력이 아닐지도 몰라. 전력에 한참 미달한 것일지도'
우문휘는 중앙상단에서의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태수의 모습을 떠올렸다.
간신히 이긴 것도 아니었다. 마음껏 웃으며 와볼테면 와봐라, 식으로 엄청난 내구성과 지속성을 보이며 전부 다 쓰러트리지 않았는가.
이후로, 각자 마을 방위 분담이 끝났고 분담에 따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뭐, 이 정도로 준비를 해두면 마을에서는 별 일 없겠지"
광서 본토에 비하면 마을은 땅도 작고 인구도 적다.
그런 마을을 문파가 작정하고 지키려 들면 쉽게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광서로의 이계 침공 10분 전.
"...?"
"나올 시간이다"
"왜, 왜"
태수는 우문희가 감금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우문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오랜만에 불빛이 들어와 눈이 부셨는지,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반응이 묘하네?'
예전과 달리 그닥 날카롭지 않은 우문희의 반응에 시선이 절로 갔다.
'너무 오랫동안 안에 있어서 성격이 변했나'
"곧 있으면 광서에 이계 침공이 시작될 것이다. 만약에 이계 침공 때, 공을 세우면 감금령을 풀어주겠다"
"정, 정말이야!?"
"그래"
"더불어, 나의 여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그, 그건"
"아직, 이 방에 더 있고 싶은가보군"
"아니야!"
태수는 조금 분위기가 달라진 우문희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오우'
F컵 거유의 엄청난 감촉이 가득 쥔 손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변태 새끼"
"여전하네"
우문희는 여전했다.
오랫동안 방 안에 갇혀서, 성격이 바뀐 줄 알았더니만 일시적이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몇 가지 조금 더 실험해보자.
태수는 우문희의 음부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입에 입맞춤을 했다.
우문희는 몸을 비틀며, 저항하려고 했지만 태수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두 손이 머리 위로 묶인 채 강제로 애무를 당해야만 했다.
"몸을 솔직한데"
"제, 제발 하지 말아줘"
"왜?"
"그야.."
우문희는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홱 돌렸다.
"뭐, 일단 나오기나 해"
"..."
태수는 우문희의 몸을 묶은 거미줄을 풀고, 옷을 입힌 후 그녀의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Level3 Monster Wave Start (광서) - 0:05:00]
'하늘이 우중충해'
우문희는 겁 먹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가득 있었는데, 이렇게 한 곳에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가가, 어떻게 여자가 한 명이 더 늘어났네요"
"하하, 소혜야. 미안해"
"하으읏-! 이,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시면 곤란해요오"
"내가 소혜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태수가 그렇게 말하며, 입을 삐죽이고 있는 소혜에게 입맞춤해주었다.
소혜는 진지한 듯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자꾸 헤벌쭉한 표정을 짓게 되어 표정관리가 잘 되질 않았다.
"아앙, 정말 가가도. 아흐흣!"
입맞춤해주며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쥐어주자, 소혜는 자지러지는 교성 소리를 내며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태수에게 안겨왔다.
"내가 봤을 때, 소혜는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아"
"혜수 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렇게 질투하는 척하면, 주인님이 많이 사랑해주시잖아. 그걸 노리는 게 아닐까?"
"에이, 설마요"
혜수와 선하는 행복해하는 표정을 짓고서 태수에게 안겨있는 소혜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다들 모인 것 같네.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니까, 너희들을 떨어트려 놓을 수가 없잖아"
태수의 주위로 7명의 여인들이 모여있었다.
그야말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었기에 마치 꽃밭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 이야기했던 대로 선하와 려아는 나머지를 지켜줘"
"그럴게요, 가가"
아직 기초무공에 입문 중인 소혜나 혜수 달자는 삼류에 불과했다.
삼류는 일반인에 비해 힘이 약간 센 것에 불과하기에, 무인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었다.
"넌 어떻게 불러야 할까, 희아?"
"..아무렇게나 불러요"
"왜 그래"
"이, 이러지 마요"
태수가 우문희의 가슴을 움켜잡자, 우문희가 곤란하다는 듯 태수의 손을 밀어내려 했다.
그걸 지켜보는 태수의 여인들은 '저 좋은 걸 밀어내?' 라는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우문희를 바라보았다.
"뭐, 아무렇게나 불러달라고 했으니, 희아야. 너도 내 여자들을 지켜줘"
"..."
"대답 안 해?"
"지키면 되잖아요. 감금령 풀어주신다고 했던 거, 꼭 약속 지키세요"
"물론이지"
후훗.
사실 감금령 해제 이후에는 더욱 재미있는 것들이 잔뜩 계획되어 있었다.
'이제, 곧 시작되겠군'
[Level3 Monster Wave Start (광서)]
-Start!
광서의 이계침공이 시작되었고,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마법진이 그려지며 이계의 괴물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Level3 리자도(刀)맨]
리자도맨은 판타지 배경의 리자드맨을 기반으로 만든 몬스터로, 이족보형 도마뱀이면서 칼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번에는 일반인들 중에 사상자가 많이 나오겠는데'
도검류를 들은 몬스터는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스치기만 해도 일반인들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태수는 곧 바로 하늘에 비행실을 띄우고는 높이 날아올랐다.
이 괴물 녀석들이 지면에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모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주사강침'
태수의 몸 속에서 강기를 머금은 수백개의 거미실이 출수되며, 광서의 하늘을 뒤덮은 리자도맨을 학살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기괴하고 엄청난 광경에 광서의 사람들은 갑자기 하늘이 푸른색의 실로 뒤덮이는 걸 보며, 넋 놓은 듯 바라보았다.
마법진으로 소환된 이계의 괴물들은 소환되자마자, 강기를 머금은 거미실에 의해 리자도맨의 몸체가 박살이 나버렸다.
소모한 내공은 괴물 같은 내공 회복력으로 곧 바로 수급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이 계속해서 반복해서 이루어지니, 리자도맨이 지면에 닫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괴, 괴물"
우문희는 리자도맨이 시야에 가까워지지도 않은 채, 처참하게 학살당하는 장면을 보며 잔뜩 겁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문택의 순간적인 변심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과 중앙상단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선하야, 려아야. 혹시 무슨 일이 있어 광서지부 중심으로 대피하지 못한 일반인들을 위해 주위 좀 둘러보고 올게. 이곳을 지켜주고 있어"
"갔다 오세요, 가가. 저희가 반드시 이곳을 지킬게요"
확실히, 화경의 고수인 선하는 믿을 만했다.
우연히 죽지 않은 리자도맨이 한꺼번에 몇 마리가 쳐들어와도 충분히 이기고도 남을 것이라 판단했다.
태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서둘러 광서지부 외곽 정찰에 나섰다.
예상했던 대로, 외곽 구석진 곳에 살아남아 있는 리자도맨들이 있었고 태수는 그들을 깔끔히 죽여나갔다.
'이거 정말 특종인데?'
그리고, 그런 그런 태수를 멀리서 초超 신법으로 관찰하는 남자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