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51/90)



〈 51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진표상단주, 우백찬은 고민하는 듯한 송인수의 표정을 보며 제발  멍청이가  황금 같은 기회를 걷어찰 것을 기도했다.


'분명, 태수의 뜻은 더 잘 보호해주고 작정하고 키워줄테니까,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송가 녀석이 거절하면 그 기회는 나한테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그의 기대와는 달리 송인수는 아주 올바른 정답을 보여주었다.

"저희 중앙상단은 파천회에 영원히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저, 송인수가 새롭게 모실 하늘 같은 주군을 뵙니다"


'아아'

우백찬은 깊게 탄식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를 수는 없는 법.

이제 광서의 대표 상단은 진표상단이 아니라, 중앙상단이 될 것이다.

태수가 했던 말대로, 진표상단은 곧 광서에서 사라질 것이고 상단짓을 하려면 다른 지역이라도 가야 했다.


송인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태수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태수는 그런 부친의 뒤로 다소 충격을 받은 듯한 송유린의 모습은 보였다.


자신의 부친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것이겠지.


'역시, 무림 세계에서는 무력단체가 제일 최고인 것이겠지, 아무래도'


현대였으면 샘숭처럼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최고였을 것이다. 그 기업으로 안전장치 같은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었고, 무림처럼 폭력에 관대한 사회도 아니였으니까.


하지만, 무림세계에서는 대놓고 칼질을 해도, 딱히 심하게 제재하는 경우가 없었기에 무력단체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하고 싶은대로, 위협 걱정없이 돈을 마음껏 벌려면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무력단체의 밑에 들어가야 했다.


그렇기에, 현대로 치면 샘숭 격인 중앙상단은 무력단체인 파천회의 밑으로 기어가 빌붙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이제 중앙상단은 파천회의 예하조직이 되었으니, 그 전에  소저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고수들과 계약했던 것들은 전부 필요가 없어지겠지"
"아, 예. 그렇습니다"


송인수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태수의 말대로 이제는 파천회가 광서의 최고의 무력단체라 할 수 있는데, 굳이 피래미들과 계약을 하여 관리하는  수고를 덜 필요는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날 잡아서 새롭게 이야기하도록 하고, 진표상단주"
"진표상단주, 우백찬이라고 합니다"
"자네는 운이 안좋게도, 광서에서 장사질은 못하겠어"
".. 꼭, 떠나야만 합니까?"
"자네는 사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 나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불과, 어젯밤. 자네는 누구를 죽이기 위해, 돈을 대주었나?"
".. 면목이 없군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우백찬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진표상단이 이 자리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다른 지역으로 가라고?

그것 참 기가 찰 일이었다.


"마중은 나가지 않겠어"
"..."

표정이 굳은 우백찬은 고개를 떨군 채,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우백찬이 나가고 회의실 안에 1~2초의 정적이 흘렀을까, 태수는 곧 바로 다음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광서지부의 새로운 직급체계는 자네들이 직접 정하겠나? 솔직히, 광서지부의 직급체계는 내 관심사가 아니야.  오직 파천회에만 관심이 있지. 그래도 전관예우로 부지부장은 우문휘가 맡겠나?"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뭐, 그러면 자네가 맡도록 하고. 그 밑의 직급들은 자네들에게 인사의 자유를 주겠네"
"...!"

그 말은 곧 낙하산이든 뭐든 추천해주는대로 인물을 집어넣겠다는 뜻과도 다름없었다.

전 장문인들은 그런 태수의 처사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태수가 자신들을 배려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제로 문파가 와해되고, 장문인에 물러나 사실상 권한이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사의 권한을 얻게 되었으니 나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이제 파천회의 조직도인데-"


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품 속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꺼내들었다.


"뭐, 물론 회장은 말할 것도 없고,  밑은 몇몇 정해진  있긴 하지만, 아직은 거의 공백이지"


태수가 펼친 종이에는 조직도가 그려져 있었다.


위에 적혀있는 회장부터 해서 핵심 간부급의 직함들이 적혀있었다.

"돈 관리는 역시 상인이 해야 하니, 총무는 중앙상단주가 맡기로 해.  소저는 상단주를 보조하고"
"알겠습니다"
"그럴게요"


송인수는 비록 독자적인 상단은 아닐지라도, 한 조직의 금전을 맡게 되어 약간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이 정도면 나름 해볼 만한 조직 생활 아니겠는가.


"그와 관련된 것으로는 표국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중앙상단은 정기계약을 맺은 표국이 없지?"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는 상단이 채용한 직원으로 직접 주문, 배달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상단은  진표상단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진표상단처럼 표국들과도 정기계약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좋아, 그러면 그 내용은 그 이후에 가서 생각해보고, 이제 제일 중요한 파천회의 무력단체를 봐야겠지"

조직도에는 무력단체라고 딱 명시되어 있었다.

이에,  장문인들은 조금 몸에 긴장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은 광서지부보다도 파천회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으니, 이곳에서 좋은 직함을 얻어내야 이후의 사회생활이 편해질 것만 같았다.

"우선, 무력단체 중의 제일 높은 직급은 파천군단장이다"
"푸핫-!"
"자네, 방금 비웃었나?"
"아, 아닙니다"


사인철은 태수의 작명 센스에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 없어, 비웃는 듯한 기식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이후로, 노려보는 태수의 눈빛에 사인철은 여전히 머릿속에 '파천군단장'이라는 말이 떠나질 않아,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했다.

"파천군단장은 조직도를 보면   있겠지만, 회장 다음으로 제일 높은 직급에 있다. 참고로 파천회는 철저히 계급, 직급 사회로 간다. 상급자한테 예의를 갖추지 않는 행동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철저히 계급, 직급 사회로 간다는 말에 장문인들은 눈을 부릅- 떴다.


그러고는 옆에 앉아있는 서로에게 시선이 갔다.

서로를 보며 그들이 느낀 것은 '절대로 이 놈보다는 절대로 밑에 있지 않겠다'라고 확실히 정의내릴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경쟁해왔던 만큼, 절대 뒤로 물러날  없는 구도이지 않은가.

파천군단장의 자리는  세 자리.


우문휘, 사인철, 맹우연, 위배극. 이 네 명 중 한 명은 파천군단장이 되지 못하는 걸 뜻했다.


그렇다면 그 이후로의 길은 얼마나 처참해질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파천군단장은 어떻게 임명하실 생각이십니까?"


사인철이 궁금증을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서서 태수에게 물었다.


'역시,  녀석 성격 엄청 급해'

"간단하다. 너희들은 혹시 서로 붙어본 적이 있나?"
"...!"
"없습니다. 사실, 서로 붙어볼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태수의 말에,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한 것인지 단번에 파악했다.


"비무대회라도 열어서, 최후의 승자인 3명에게 파천군단장을 임명할 생각이다"

'역시'

현재, 파천회에 충성을 바친 인물들 중 화경의 고수는  네 명.


이들은 자신들 중에  명은 파천군단장이 되고,  명은 낙오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밑은 파천군단장이 임명된 이후에, 천천히 생각해보지"

파천군단장 밑으로는 순서대로 파천장로, 파천거마, 파천마장, 파천마두로 나뉘어져 있었다.


화경의 고수인  명은 절대로 파천장로는 되지 않겠다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뭐, 오늘은 이 정도까지로 하고, 무림맹에 공식 승인을 받은 이후 다시 회의를 하지. 아, 참고로 파천회에서 파천군단장보다 직급이 더 높은 게 내 부인들이란 거, 참고하고"

태수의 말은 한 마디로 자신의 부인에게 나대지 말고 예의를 다하라는 뜻이었다.


회의실에 태수가 나간 이후, 방에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뭐, 이만 가보겠네"

맹우연이 그 적막을 깨트리고, 회의실 밖을 나갔고 눈치를 보고 있던 위배극이 나가자 전부 다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저어, 공자님-"
"아, 송 소저"
"죄, 죄송해요. 이제는 지부장, 아니 회장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아니, 사적으로 있을 때는 그냥 부르던 대로 불러"
"아, 네. 공자님"

태수는  말이 있어보이는 송유린을 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왜,  말 있어?"
"그게 사실, 오늘 하운 마을로 가시는 줄 알고, 떡을 해왔거든요. 드실래요?"
"아아"


태수는 알겠다는 듯, 송유린이 건넨 떡을 받아들고는  자리에서 바로 넙죽 먹었다.


"호오, 정말 맛있는데? 이것도 송 소저가 한 건가?"
"네 맞아요. 맛있어서 다행이다. 헤헷"
"흐음"

태수는 전과는 달리 자신을 조금 어려워하는 듯한 송유린의 분위기에 작게 웃었다.

"송 소저, 왜 그렇게 몸에 긴장이 들어가있어. 예전처럼 편하게 대해, 편하게"
"그렇지만-"
"후훗, 귀엽네. 일단 할 게 있어서, 나중에 봐"
"네엣, 하으으"


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송유린의 입에 입맞춤해주었고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입맞춤에 그 자리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공, 공자님도 나한테 마음이 있으신 것 같은데. 대놓고 물어보지 못할 것 같아, 힝-'

송유린은 손으로 태수의 온기가 느껴지는 입술을 쓰다듬으며, 멀어지는 태수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후, 해야 할 게 많다. 많아"


여자를 따먹는 것도 중요한데, 광서지부도 그렇고 파천회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았다.


"우선, 청사파가 기존의 세 문파를 꺾고, 새롭게 무림의 신성으로 등장했음을 무림맹에 알려야 해"

이미, 그 소식을 알리는 일행이 광서에서 출발해 무림맹이 있는 섬서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림맹은 과연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무림세계는 독특하게도, 새롭게 등장한 청사파를 인정해줄  분명했다.


사실, 점창파는 그 유명한 무림맹의 구파일방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는데, 점창파가 봉문을 했으니 구파일방의 의석수가  자리 비게  것이었다.

'무림맹은  빈자리를 분명, 청사파로 채울려고 하겠지'

세 문파를 꺾은 것만으로, 강하다는 것이 인증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정천맹과 체제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천맹에 소속되지 않고 알아서 무림맹으로 와주겠다는데 굳이 걷어 찰 이유는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광서의 패권을 두고 일어난 전투의 소식을 들은 무림맹은 힘의 논리대로 세 문파와 우문가를 꺾고 합병한 청사파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었다.

동시에, 구파일방의  자리가 비었기에 자연스레 청사파에게 자리를 권유했고, 태수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이를 받아들였다.


만약에 청사파가 무림맹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무림맹은 자신들의 연맹 소속 문파를 침략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무림공적으로 청사파를 지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급변하는 광서의 패권에 무림맹에 소속된 문파들은 한껏 긴장했다.

사실, 구파일방에 소속되어 있다곤 해도, 저렇게  지역 전체를 관리하는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강한 구심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 강한 구심점은 바로 누구일까.

근래에 들어 무림 언사들의 입에 자주 드나들고 있는 인물은 바로 태수였다.

현경의 고수라느니, 수백명과 싸워도 지지 않았다느니.

각종 설화가 돌고 있는 가운데, 과대포장된 부분도 있고 과소포장된 부분도 있지만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이제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태수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태수에 대한 별칭도 붙게 되었다.


사괴絲怪.


실을 사용하는 괴물.

태수, 본인은  별칭이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다른  몰라도, 괴물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게 별로였다.

"후, 차츰 정리되가는군"

태수는 광서의 지부장이 되며 거처도 새롭게 옮겼다.


철영은 갑자기 신분이 수직상승한 태수를 보며, 어리둥절했지만 곧 자신도 하운 마을의 관 대리인이 되었기에 더욱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외에도, 광서의 모든 마을의 관 대리인이 결정되었으며 모두 태수가 직접 얼굴을 보고 임명했다.


사실,  과정도 굉장히 만만치 않았다.


최대한 예전의 문파색이 적은 사람을 임명해야 했으니까.

"그래도, 아직 해야 할 게 하나 더 있군"


파천군단장 임명을 위한 비무대회.


주변 정리가 되가고 있으니, 슬슬 열어야 할 때가 왔다.


파천회의 조직도는 거의 구 할이 공백이었는데, 이제는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태수는 숨을  돌리며 비무대회 구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Level3 Monster Wave Start (광서) - 12:00:00]


하늘이 우중충해지기 시작하며, 글자들이 적히고 있었다.


집무실에 있던 태수 역시 그 기운을 느꼈고, 밖으로 나와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흐음"

이계의 괴물 침공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지역이 문제였다.

'광서'

스타트 옆에는 이 두 글자가 확실히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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