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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50/90)



〈 50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송유린은 아쉬운 눈빛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태수를 바라보았다.

늦은 밤, 중앙상단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태수가 같이 있어주었으면 했다.

'무서워'

그녀는 오늘 상단 운영을 하며, 고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아무리, 경쟁력 있는 상단일지라도 법 위에 폭력이 군림하는 무림 세계에서는 힘이 절대적이었다.


'내일은 볼 수 있겠지?'


그녀는 광서지부  회의장에서 반드시 태수를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놔아!"
"후훗"
"변태 새끼"

광서지부의 패권을 쥔 전투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후, 태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우문희를 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태수는 우문희 몸을 거미줄로 묶은 후, 방에 다시 감금시켰다.


"그럼 내일 보자고"
"..."

태수는 거의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우문희를 뒤로 하고서, 밖으로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니 달자와 소혜, 혜수가 중앙상단의 전투를 나간 일행들을 위해 요리를 잔뜩 준비해놓던 참이었다.

"사위, 맛있게 먹어"
"장모, 힘들었을텐데. 이걸  준비한 거야?"
"후훗. 사위를 위해 힘 좀 썼지"
"우으. 가가, 저도 노력했어요"
"주인님, 저도 이제 요리 실력 많이 늘었어요, 헤헷"


소혜는 태수를 대하는 달자의 농밀한 분위기에,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태수의 몸을 안아왔다.

"하하, 다들 수고했어. 그러면 맛있게 먹자"
"네!"


중앙상단 전투에서 활약한 선하와 당가려 역시, 많이 움직였던 터라 배고프던 참이었다.

"와, 정말 맛있어!"


음식을 맛 본 소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서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가가, 드셔보세요. 으윽"
"사위, 자"
"역시, 사위 챙겨주는  장모님인가요?"
"그렇지"


소혜는 달자가 직접 태수한테 음식을 먹여주며, 태수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 엄마라지만. 치잇'


소혜는 볼을 부풀리고는, 태수가 음식을 삼키자마자 태수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었다.


"가가, 맛있게 먹어요. 헤헷"
"고맙다, 소혜야"

 이후로는 혜수, 선하, 당가려 가릴 것 없이 태수 먹이기에 열심이었다.

열심히 먹고 난 다음, 태수는 한 번에 몇 명이서 달려드는 부인들 덕분에 상당히 곤란함을 느꼈다.


한바탕 밤일을 치루고 나니, 고추가 아릿아릿해질 정도로 정낭에 남아있는 정액을 탈탈 털린 듯한 느낌이었다.


'분명, 이계 상점에 정력에 관한 아이템을 팔텐데. 고추 크기 늘려주는 아이템도 있을테고'


이러다가 복상사라도   같았다.


너무나도 지친 몸이라, 태수는 일단 내일 일정이  끝나고 난 후, 이것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흐흐흑"

우문희는 거미줄에 묶인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어둠 속에서 흐느껴 울었다.


너무 정황이 없던 터라, 자세히는 못들었지만 이제 우문가는 무림의 역사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태수가 만든 새로운 세력에 의해 편입될 예정이라 들었다.

하물며, 태수는 자신을 부인으로 맞이한다고 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다음 날.

광서지부 본 회의장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리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본래, 4강 체제가 굳건히 이루어졌을 때는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치고받는 구도가 자주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기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회의장은 천장은  양식으로 만들어졌고, 안은 마치 홀과도 같았다.

앉을 수 있는 의자의 수는 백여 석으로 그닥 일이 없는 보통 때는  의석 수가 가득 차는 날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백여 석에 모든 사람이 다 앉고도 부족해, 일어서서 회의장에 참석한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부채꼴 모양으로 의자에 앉은 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부장의 자리는 늘 우문휘의 것이었으나 이제는 태수가 그 자리에 앉고 있었다.

"뭐, 다들 참가한  같군"
"그런 것 같습니다"


임시로 서기 역할을 맡은 진무는 주변을 둘러보며, 태수의 말에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무는 줄을 잘 선 덕분에, 순식간에 광서지부에서 입지가 커질 수 있었다.

회의장에 있는 몇몇 이들은 그런 진무를 보며, 미칠듯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설마, 한 남자가 오랫동안 굳건히 유지된 4강 체제를 무너트릴  누가 알았겠는가.

"아, 그러면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진무는 태수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것과 종이를 들고는 개회를 선언했다.


태수는 부채꼴 모양으로 앉은 이들의 출신을 대충 확인했다.

좌측부터 해서 공동화, 황산파, 점창파, 우문가, 중앙상단, 진표상단 등 광서지부에서 굵직굵직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단체들의 수장들이 좌석에 앉아 태수의 입에서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뒤로는  문파의 초절정고수 및 부속문파의 고수들이 있었고, 군데군데 태수의 여인들도 회의장에 나와 구경하고 있었다.


이미, 중앙상단에 태수가 했던  중, 몇몇은 소문이 퍼지고  이후였다.


진표상단주 역시 그 소문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기가 찰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하다보니, 줄을 잘못 서게 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일단, 오늘 회의에서 내가 말할 주제는 광서지부의 새로운 지부장을 임명하는 것, 광서지부 마을의 관 대리인들을 모두 새로 기용하는 것,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나의 세력단체를 만들고 이에 대한 무림맹에 공식 승인을 받는 것.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태수의 말에 광서지부의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광서지부의 새로운 하늘이 나타났으니, 지부장이 바뀌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현재 광서지부의 지부장은 우문가의 우문휘였다. 우선 우문휘의 지부장직을 박탈하겠다. 이에 대해 이의가 있는가?"

회의장 안의 사람들은 그 말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들지 못했다.

이것은 이미 타협의 여지가 없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내용이었으니까.

"그 의견에 대해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태수 대협께서 광서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데 이견이 없을  같습니다"
"후훗, 말하던 대로다. 오늘  시각 이후로, 광서의 새로운 주인은 나, 태수다"

와아아아-

점창파의 맹우연이 그렇게 운을 띄어주었고, 태수가 덥석 받아물었다.


새로운 지부장이 되었음을 알리는 태수의 선언 같은 말에 회의실에 앉아있던 이들이 환호해주었고, 서기인 진무는 회의 내용을 기록하던 걸 멈추고 열심히 박수를 쳐주었다.

"가가, 정말 대단하세요"

소혜는 존경하는 눈빛으로 지부장 자리에 앉아있는 태수를 바라보았다.


하운 마을 시절부터 봐왔었기에, 이런 일은 정말 꿈만 같았다.

'맹우연 녀석, 완전히 태수의 개가 되기로 한 건가'


위배극은 계속 태수를 떠받드는 맹우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 눈치를 봐야 하긴 하겠지만, 저건 너무 지극정성이지 않은가.


"그 다음은 광서지부의 관 대리인을 새로 임명하는 것인데, 일단 문파의 추천도 받겠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직접 얼굴을 보고 임명할 것이다. 인물 추천은 지금도 좋고, 회의 이후에도 좋다"


관 대리인의 역할은 소소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같은 문파 출신이  대리인이 되면 좋고 편한 부분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한 자리를 끼워넣으려고 하는  일반적이었다.

태수는 하운 마을의 관 대리인은 철영으로 임명할 생각이었고,  외에 다른 마을도 얼굴을 보고 직접 임명해 친親 태수인 사람들로  대리인들을 구성할 생각이었다.

관 대리인에 대한 생각이 있던 문파들은 회의장에서 바로 인물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태수는 진무가 수첩에 추천받은 인물들의 이름을 정리해 갖고 오면, 하나둘 인물을 확인해보며 인사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시각 이후로 광서의 3대 문파인 공동파, 황산파, 점창파는 이 시각 이후로 영원히 봉문에 들어간다. 우문가도 마찬가지로 영원히 봉문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세력단체를 만들려고 한다"

꿀꺽.


무림의 새로운 신성이 등장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기에, 회의석에 앉은 이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하는 마음으로 태수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대했다.

"파천회破天會"

하늘을 부순다!


"이것은 아직 무림에 알려지지 않을 우리의 진실된 이름이다. 아직까지는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라 할 수 있겠지. 우리들의 목표는 계속해서 강해질 이계의 침공 괴물 군단을 막아내, 무림의 멸망을 막아내는 것이다"


태수의 말에, 회의석에 앉아있는 이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 선하에게 들었지만 여전히 이계의 괴물 군단이 침공을 온다고 하여, 무림이 완전히 멸망에 이를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조직의 탄생 이유가 확실히 정해져있기 때문에,  말을 들은 이들은 자신들의 목표에 대충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파천회라 이름 지은 이유는, 바로 하늘에서 괴물 군단이 쏟아져 내리기 때문에, 그 하늘을 부순다는 의미에서 지은 것이다. 혹시,  작명 감각이 마음에 안드는 자가 있나?"

태수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노려보는 눈빛으로 회의장 안을 둘러보았다.

회의장 안에,  눈빛에 반기를 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무림맹에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할 이름 역시 이 자리에서 짓겠다"

태수는 정천맹에 소속되기보다는, 무림맹에 소속되는  원했다.


그렇기에, 당연히 무림맹에 공인을 받을 세력단체의 형태는 문파일 수밖에 없었다.

"이름은 청마파다. 푸른색의 마귀를 뜻하지"
"...!"

파천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청마파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회의장 안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지 사인철이 눈을 부릅- 떴다.


태수는 불만이 가득해보이는 사인철과 시선이 마주쳤고, 사인철은 차마 하려던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

"사인철"
"네넷, 주군"
"뭐, 불만있나?"
"없, 없습니다"
"흠흠-"


대놓고 지칭할 줄은 몰랐던 사인철은 몸에 긴장이 가득 들어가있었다.

사실, 아직 새롭게 모시게 될 태수라는 인물에 대해 충성도는 그닥 높지는 않았지만, 태수가 말그대로 괴물처럼 강한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르는 것만으로 몸에 긴장이 가득했다.

화경의 고수이자, 광서의  패권자인 사인철마저 단순히 지칭하는 것만으로 기합이 잔뜩 들어가있었기에, 그 이후로 태수의 작명에 대해 반기를 들 사람은 거의 없었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고.

"저, 가가?"
"어, 려아야"


회의장에 참석한 당가려가 자리에 일어났다.


순식간에 회의장의 이목이 그녀에게 쏠렸고, 남자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넋이 나가버렸다.


몸매는 D컵 모델이었고, 외모는 마이유의 귀여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야말로, 큐티섹시 그 자체라 할  있었다.


그녀의 순수한 눈빛에서는 딱히 태수의 작명 감각을 공격할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무림맹이 대외적으로는 정파를 표방하고 있으니, '마魔'라는 말 대신, 사絲라는 말을 쓰는 건 어떨까요?"
"호오, 괜찮네"


태수는 당가려의 말이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태수가 대한민국에 살다왔기 때문에, 무림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에 대한 구체적인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파무림에서는 마魔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푸른색의 실이라, 괜찮네. 좋아, 그러면 내 부인의 말을 수용하여, 청사파로 짓겠다. 이의는 없겠지?"
"저희들은 어떤 주군의 뜻이든 따를 것입니다. 이의는 있을 수 없습니다"


맹우연이 그렇게 다시   거들었다.

사실, 이의보다도 회의장에 앉은 이들은 당가려가 태수의 부인이라는 말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저런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태수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렇게 광서지부 본 회의장에서 태수가 말한 3대 주제가 끝났고, 곧 이어 핵심인물들이 모인 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는 중앙상단주인 송인수와 그의 딸 송유린이 있었고, 외에도 3대 문파의 장문인, 우문가의 우문휘, 진표상단주 등이 있었다.

"청사파는 무림에 대외적으로 활동할 구실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파천회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할 생각이다"
"이계 침공 군단에 의해 무림이 멸망하는 건, 정말 확실합니까?"
"물론이다"

위배극이 그렇게 물었고 태수가 이제는 그것에 대해  이상 묻지 말라는 듯 노려보며 대답하자 위배극이 겁을 먹은 나머지, 뒤로 주춤했다.


"파천회에는 알다시피 기존의 3대 문파와 우문가가 합병될 예정이다. 그리고, 중앙상단주"
"네, 지부장님"

어제만 했어도 '하오'체를 사용했던 송인수였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상대는 어엿한 광서를 총괄하는 지부장이 되어버렸으니까.

"이것은 광서의 지부장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파천회의 수장으로서 하는 말이다. 이번에 도움을 받은 만큼, 중앙상단은 파천회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송인수의 눈이 부릅- 떠졌다.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태수의 말은 이제 중앙상단은 독자적인 상단이 아니라, 파천회 곧, 그러니까 태수의 밑으로 들어가 3대 문파나 우문가처럼 하나의 하위조직이 되라는 뜻이었으니까.


'거, 거절을'

송인수는 곧 바로  생각은 거절이었지만, 옆에 있던 진표상단주의 얼굴이 보였다.

'내, 내가 거절하면 혹시 진표상단에게!'

이렇게 되면 송인수는 태수의 말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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