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광서지부 연합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당가려는 두 부녀를 습격하려는 적과 조우했다.
"무, 무서워"
"괜찮아요, 제가 지켜드릴게요"
"부탁드릴게요. 흐흐흑"
송유린이 겁 먹은 사이, 당가려는 적들의 기척을 감지했다.
당문의 고수로서 기척을 읽어내는 능력은 그 누구보다도 탁월했다.
기척을 읽어내지 못하면, 숨어있는 적에게 암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가려는 벽에 기대어 숨어있는 적을 발견했다.
적은 호흡을 죽여, 기척을 감추었지만 당가려의 감각에 벗어날 수 없었다.
'도약跳躍'
당가려는 벽을 향해 도약의 묘리가 담긴 암기를 출수했고, 암기는 벽에 닿으려고 하는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벽 뒤에 나타나 벽에 기대어 숨어있는 적의 뒷목을 꿰뚫어버렸다.
끄으으으억
벽 뒤에 숨어있던 적은 비명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물거품을 물며 쓰러져버렸다.
숨어있던 적이 쓰러지며, 문 사이로 그 모습이 드러나자 송유린은 겁을 잔뜩 먹었으면서도, 동경하는 눈빛으로 당가려를 바라보았다.
"너, 너무 멋져요"
"아니에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가에 비하면"
"공자님은 이것보다 더 강하나요?"
"저에 비해 수십, 수백배- 아니, 애초에 저랑 비교가 불가능하세요, 그분은"
"아아-"
태수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보이는 당가려의 모습에, 송유린은 태수의 무위가 궁금해졌다. 지금도 당가려의 무공도 사실,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는 엄청난 고수임은 틀림없었으니까.
"려아야, 방심은 하지마"
"아, 선하 언니. 미안해요"
푸슉-
기회를 틈타 방심하고 있던 당가려를 기습하려던 적은 선하의 월광섬에 의해 그대로 단명했다.
"아, 소개할게요. 이분의 이름은 백선하고, 저보다 언니에요. 그리고 엄청 강해요"
"백선하라고 합니다. 출신은 딱히 없어요, 호호"
"아, 네. 저는 중앙상단의 송유린이라고 합니다. 이 분은 중앙상단주이신 제 아버지세요"
"하하, 이런 상황에 만난 게 그렇긴 하지만, 중앙상단주 송인수라고 하네"
송유린은 백선하라고 불린 여자마저, 자신에게 엄청 살갑게 대했고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이를 서로 공유하니, 당가려가 올해로 19살, 선하와 송유린은 올해 20살로 동갑이었다.
"친구였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응응, 친하게 지내자"
나이가 동갑친 친구를 만나자, 그녀들은 아주 오래 만난 사이인 것처럼 서로 안기까지 했다.
"저기 친하게 지내고 하는 건 다 좋은데, 이제 좀 싸워줄래?"
"아, 미안해요, 비류 아저씨"
"아저씨 아니거든!?"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여자친구도 없고!'
방심하지 말라고 말했던 선하가 막상 사교의 시간이 다가오자, 임무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여자들 특유의 공감대 형성이 시작되었고, 선하의 뒤를 봐주고 있던 비류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하물며, 생각지도 못한 아저씨라는 선하의 호칭에 열불이 났다.
주군은 그토록 여자를 잘 만나고 다니는데, 어떻게 자신 주변에는 여자가 그렇게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억울해서라도 여자를 만나던가 해야지'
비류는 기습하려던 적을 역으로 암살하며, 이후로는 여자를 반드시 만나겠노라고 다짐했다.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그야말로, 괴물이군"
청마대미궁이 발현되자, 중앙상단 일대가 푸른 색의 거미실로 뒤덮인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우문휘를 비롯한 위배극, 그 연합들은 퇴로조차 전부 막아버린 대미궁에 치를 떨었다.
"푸흡, 갇힌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라고. 이 버러지 같은 것들아"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태수의 눈빛에 광서지부 연합원들은 분노에 찼지만, 자신의 몸을 속박하는 대미궁의 실로 인해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몇몇 인원들은 자력으로 실을 풀어내고, 주변의 실을 끊어내기 시작했다.
화경의 고수들은 몸에 호신강기를 둘러, 거미실의 속박을 풀어내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미궁 안에서 내공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것과 움직임에 제약을 받는 건 굉장한 제한적 요소였다.
"겁 먹지 마라, 몸을 속박하고 있는 실은 곧 풀려날테니까!"
우문휘의 말에 연합원들은 안도했지만, 그 사이 태수는 실을 끊어내기까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청마흡인靑魔吸引'
청마흡인을 극도로 활성화 해, 청마대미궁을 펼치느라 소모된 내공을 수급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직 실에서 풀려나오지 못한 무인들은 순식간에 내공과 수분을 갈취당하며 미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녀석의 실을 조심해라. 닿는 순간, 미라가 될 수도 있으니까!"
연합원들 중, 화경의 고수들이 실을 끊어내기 시작했고 곧 이어 몸의 속박이 풀린 고수들도 하나둘 속박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태수는 청마흡인으로 소모한 모든 내공을 회복하고 난 이후였다.
태수는 청마대미궁 이후, 연합원들이 재정비하고 다시 공격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주사강침蛛絲强針'
태수의 몸 속에서 강기를 머금은 수백개에 달하는 거미실이 마치 침처럼 연합원들을 향해 발출되었다.
쏴아아-
기세를 끌어올리는 과정없이, 갑작스레 밀려오는 강기의 파도에 연합원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강기로 대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에, 보법을 사용해서 피해야 했지만 워낙 인원이 많은 탓에 서로 부딪히며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두 부녀 측이 안정이 되자, 비류는 본격적으로 암살에 나서기 시작했다.
'무백산'
네 녀석만큼은 반드시 편히 죽이진 않겠다!
청마대미궁에 의해 묶인 실은 고맙게도 누군가에 의해 끊어졌다고 해도, 발걸음의 제약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다.
태수가 저 정도의 괴물인 줄 알았다면 애초에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대미궁 속에서 뒤뚱뒤뚱 걷던 무백산은 마침내,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에게 드리워졌단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푸슉-
"쿨럭, 끄으으흡-"
무백산은 많은 양의 피를 토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이미, 자신의 가슴팍 부근은 단도에 깊숙히 꿰뚫리고 난 이후였다.
"무백산"
"너, 넌"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결국, 저 괴물 같은 녀석한테 붙었구나"
끄아아악!
무백산의 입에서 괴상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비류가 단검으로 무백산의 오른 다리를 통으로 잘라내버렸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외다리가 되버린 무백산은 한계를 아득히 초월해버리는 고통에 끝없이 비명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런 무백산의 비명소리를 주위에서 들었지만, 무백산을 신경써줄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몰아치는 주사강침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는 것조차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태수는 비류의 몫을 남겨두기 위해 무백산 일행들은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비류는 태수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꼈다.
'주군, 이렇게 세세하게 배려를 해주시다니'
"어차피, 너도 저 녀석한테 이용당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에게 이용당했던 것처럼, 으히히히!"
"미친 놈. 너 같은 벌레와 주군은 격이 다르다"
끄아아아악!
왼 다리마저 잘리자, 이제는 사지 중에 남은 것은 두 팔밖에 없었다. 두 다리 없이 어떻게든 움직이기 위해 두 팔로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무백산의 모습은 너무나 잔혹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비류는 아직도 부족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그만 제발 그만해! 제바아아아아알!"
"겨우, 이 정도로? 내 동료가 느꼈던 고통은 네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끄으으으으아아아아아악! 으히히히힛!"
무백산은 왼 팔마저 잘리자, 실성한 듯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고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나머지, 숨을 헐떡이며, 가슴이 크게 몇 번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숨이 멈추었다.
관의 대리인으로서 광서지부의 계파를 주도하여, 광서지부의 대소사에 관여했던 그의 죽음치고는 굉장히 허무한 결말이었다.
잔혹하게 무백산을 죽였고, 그 이후 비류의 시선에 닿은 것은 임훈이었다.
'녀석은 수장만 아니었지, 하는 짓은 무백산보다도 더 독했다'
죽음의 사신이 된 비류는 곧 임훈에게 다가갔고, 임훈의 뒤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태수는 비류의 비수에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걸 느끼며, 비류가 지금 이 상황을 아주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류 녀석, 피 맛에 취했군'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피 맛이었을 것이다. 암살자로서 피 맛을 모른다면, 어떻게 오랫동안 암살자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나저나, 진무 녀석은 나름대로 잘 싸워주고 있긴 한데, 딱 여기까지겠군'
진무는 자신을 제외한 광서지부의 사신대주들과 한바탕 싸웠는데, 태수의 도움 아래 잘 버틸 수 있었으나 그것이 곧 한계였다. 그들을 이기진 못했다.
"잘 싸웠다, 진무. 가서 쉬어라"
"면목 없습니다, 주군"
"괜찮아. 어차피 능력 보고 널 거둔 건 아니니까"
"... 반드시 언젠가, 제 능력을 인정받고 말 것입니다"
"그래라"
진무는 툴툴거리며 두 부녀가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주극미세사蛛劇微細絲'
강기를 머금은 주사강침이 끝없이 밀려오는 것만으로, 수준이 낮은 연합원들은 죄다 쓰러져가기 시작했고 그나마 경지가 있는 이들은 그 주사강침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나 이어지는 주극미세사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내공은 무한대인가?"
"그야말로, 끝없는 내공의 샘물과도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도, 도망을 쳐야할 것 같은데-"
무려, 화경의 고수의 입에서 도망을 쳐야한다고 말이 나오고 있으니, 이미 상황은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주극미세사에 의해 버티고 있던 초절정고수 급들이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녀석은 우리들을 완전히 죽이진 않고, 일부러 치명상만 입히고 있다. 설마, 죽일 생각이 없는 건가'
계속해서 부상자가 속출되는 가운데, 잘 버티고 있는 우문휘는 주위에서 느껴지는 아군의 생명에 의문을 표했다.
죽일려면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왜 심력을 사용하면서까지 적을 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푸흡, 겨우 이게 고작이란 말인가?"
태수는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벌인 처참한 광경을 둘러보았다.
주사강침에 맞은 연합원들은 내공과 수분이 갈취되어 있어, 한동안 제대로 회복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 외에, 관 대리인을 맡고 있는 자들은 전부 다 잔인하게 죽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비류의 몫이었다.
"도대체 네 정체는 무엇이냐. 네 강함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차원이 다른 인외의 것이다"
우문휘는 가늘게 떨며 말도 안되는 태수의 무위에 치를 떨었다.
3대 문파와 우문가가 힘을 합쳐 모인 이 연합에는 화경의 고수가 무려 4명이나 모여있었다.
3대 장문인과 우문휘가 바로 그 화경의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화경의 고수들은 태수를 상대로 제대로 된 힘조차 사용하지 못했다.
1대1부터 내공을 극심하게 소모하는 초식을 사용해도, 흠집조차 낼 수 없었으니 말다한 것이었다.
"다들 처음의 그 자신감은 어디갔나? 이제는 마치 맹수에게 사냥당하는 먹잇감이 지을 법한 표정을 다들 짓고 계시군, 그래. 푸흡! 으하하하하하!"
태수의 조롱에 아직 버티고 있는 우문휘를 비롯한 4명의 화경의 고수들은 비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수십명의 초절정고수와 4명의 화경의 고수가 한 자리에 모였음에도, 한 명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림 역사에 대대로 기록될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녀석이 방심할 때! 오의奧義, 혼백참魂魄斬'
우문휘는 태수가 고개까지 젖히며 웃고 있을 때, 전신의 내공을 긁어모아 무공 중에 가장 위력이 강한 초식, 오의 혼백참을 사용했다.
우문휘의 몸에 미증유의 기운이 일며, 들고 있는 검에 고스란히 담겨졌고 영혼마저 벨 듯, 그 참격이 태수에게 휘둘러졌으나 태수는 준비과정도 없이 즉발로 주사강막을 펼쳤다.
그물 모양으로 펼쳐진 주사강막은 혼백참을 껴안듯 삼켜버렸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혼, 혼백참이 이렇게 쉽게"
강기공 중에서도 위력이 가장 강한 혼백참이 너무나 쉽게 막혀, 우문휘는 기가 차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제 녀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휘, 어떻게든 동시에 녀석에게 타격을 주는 수밖에 없소"
"배극, 그걸 누가 모르나? 다만, 녀석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저 실로 자꾸 방해를 하잖나"
황산파의 장문인, 사인철은 이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다는 듯 욕지꺼리를 내뱉었다.
"젠장, 정말 말이 되질 않는군.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녀석은 소문대로 현경의 고수가 맞는 듯했다.
저 어린 나이에, 현경의 고수가 된 것도 참 웃긴 일이지만 아무리 현경의 고수라 해도 화경의 고수 4명과 초절정고수가 수십명이 모였는데 그걸 이겨내다니. 아니, 그것도 아주 쉽게. 이게 정말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렇게 4명의 화경 고수가 머뭇거리는 사이, 태수의 몸 속에서 그물 모양의 푸른색 거미실이 펼쳐졌다.
'천라지망天羅地網'
순식간에, 화경의 고수 4명의 몸을 완전히 제약한 천라지망은 호신강기가 발동되기도 전에, 그들의 내공의 운행을 차단해버렸다.
그들은 내공의 운행을 차단당해, 저항할 수 없게 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실로 이것으로 정말 끝이었다.
화경의 고수 4명과 초절정고수 수십명이 있음에도, 사실상 단 한 명에게 이 전투에서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푸흡, 크큭- 정말 이걸로 끝인가? 으하하하하하-!"
태수는 히죽, 웃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우문휘의 앞에 다가왔다.
"내가 당신의 딸을 납치했다는 건 알고 있을거야. 그렇다면, 지금 희아는 어디있을까요?"
"희, 희아. 설마, 네 녀석!"
우문휘는 자신이 예상하기에, 최악의 상황이란 상황은 모두 다 떠올렸고 그의 얼굴이 노기에 차올랐지만 태수는 그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을 우문휘의 앞에서 연출해 보여주었다.
태수는 조교의 방에서 예민도 및 민감도와 흥분도를 최대로 높인 상태로 15분을 가득 채운 우문희를 밖으로 꺼냈다.
"하으읏!"
"읏차!"
우문희는 태수가 건드리마자, 자지러지는 교성소리를 내며 앙앙- 거렸다.
태수는 그녀의 다리를 잡고 들어올렸다. 그 이후, 두 다리를 크게 벌리며 우문휘의 눈에 그녀의 음부가 잘 들어오도록 각도를 조정했다.
"네, 네 녀석 설마"
우문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악귀처럼 변해가는 순간, 태수의 자지가 예고도 없이 달아오른 우문희의 보지 깊숙히 쑤욱- 박혀버렸다.
순간, 음양의 합을 이루는 태수의 좆대에서 흐르는 처녀막의 핏물을 본 우문휘의 안면근육이 크게 뒤틀렸다.
"이, 인간 만도 못한 금수 같은 노오오오오오오오옴!"